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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함께 하는 베케트   

베케트가 만년에 이르러 하는 말이, 괴테나 예이츠는 그들의 최고작품을 만년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며 연륜과 예술작품의 질 사이에 오고가는 긍정적인 모습을 그렸다. 그 이유로서 그가 꼽는 바는 사람이 나이가 듦에 따라 사물이 단순히 보이며 따라서 그 본질에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스럽게 다가섬이 가능해진다는 게다. 따라서 늙음은 그로 하여금 빛 내지는 밝아짐과 관련된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덧붙였다. 

몇 년이래 내 스스로 만족할만한 작품 하나 내놓지 못하는 이 어리석은 자의 처지에 이런 말, 그것도 내 무척  사랑하는 베케트가 던진 가르침을 매번 떠올릴 때마다 우선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물론 믿고 싶다. 덧붙여 진정한 예술함이 어떤 일인가를 다시금 그리곤 한다. 나아가 그의 말이 진리임을 내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자 하는 욕심을 여적 앙칼지게 부리고 있다. 삶이 곧 일이라고 여기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내게 베케트는 항상 나와 함께 걷는 사람이다. 그냥 내 주위에 서 있으니 매달리고 기댈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내게 채찍질을 해대며 잘못된 길을 밟는 매 순간마다 따끔한 일침을 가하곤 한다.

그런데 말이다, 위에서 들리는 베케트의 소리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고프다. 나이가 듦에 따라 사물이 단순히 보인다, 그러니 그 본질에 다가섬이 더 용이해진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뜻으로 그렇다는 말일까? 일단  단순히 보임과 본질에의 용이한 다가섬이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주장은 단순히 보인다는 뜻은 자질구레하고 일회적인 것이 시야에서 사라짐을 가리키지 싶다. 진득히 붙어있지 못하고 항시 촐싹대는 피상적인 것이  치워져 버린다면 그 속에 같혀 있던 알맹이가 겉으로 드러난다는 말로 여긴다. 그렇다면 이는, 동양식으로 말하자면, 나이 들으니 성인군자가 되더라는 말인데, 받아들이기가 영 쑥쓰럽다. 내가 알고 지내는 베케트는 이 정도의 쑥쓰러움을 견딜 재주가 없는 사람이니 더욱 믿기지 않는다.
그는 어쩌면 단순한 생물학적 진리를 앞에 내세우고자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이 들으니 한님께 돌아갈 날이 점점 다가오고 이를 염두에 두다 보니 하고자 하는 일에서 끝을 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자질구레한 허드레 곁가지 일은 가능하면 생략하고픈 자연스런 욕심 말이다. 젊었을 때야 알맹이를 감싸고 있는 겉부분을 요목조목, 심지어 그 주위까지 살펴가며 호기심을 달래곤 했으나 늙음이 자아내는 내심의 시간없음이 꼭 필요한 일 외엔 쳐다보지도 않게 만드는 모습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알맹이에 다가섬이 쉬워지고 이를 통해 빛 내지는 밝아짐을 더욱 찐하게 맛본다고 베케트가 말하고 싶었을 게다.

예술함은 어쨌거나 그 빛을 보기 위한 끊임없는 일에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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