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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순진한 학생을 놀려 먹는 메피스토펠레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무딘연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064회 작성일 07-03-12 18:25

본문

순진한 학생을 놀려 먹는 메피스토펠레스

서재에서 파우스트가 없는 틈을 타서, 파우스트에게 한 수 배우려고 오는 학생을 놀려먹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이 장면에는 무엇보다도 문맥에서 떨어져 나와 유명해진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삶의 황금 나무는 초록색이다”라는 말이 담겨 있다. 이론에 대한 삶의 체험을 말하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생물학주의Vitalismus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유혹에 빠지게 하는 구절이다.
이 장면에서 학생과 메피스토는 설전을 벌인다.
학생은 "개념이 말에 있어야 한다 Doch ein Begriff muss bei dem Worte sein"라는 주장을 하는 반면, 메피스토펠레스는 "개념이 없는 곳에서, 말이 적당한 때에 시작한다 Denn eben wo Begriffe fehlen, Da stellt ein Wort  zur rechten Zeit ein."라는 말로 응수를 한다. 이 논쟁의 시작은 메피스토가 개념이 아닌 "그런 즉 말을 붙잡으시오! Im ganzen - haltet Euch an Worte!"라고 말하자, 학생이 개념과 말의 일치를 주장하고, 다시 메피스토는 그것이 불일치하고 심지어 말의 자율성을 말하고 있다.
특히 이 장면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낭만주의적 아이러니의 정신으로 통한다. 말과 의미가 서로 일치해야 한다는 고전적인 견해에 맞서서 그것은 불일치하며 끊임없이 미끄러진다는 주장은 프랑스 현대 철학의 주장이 아니라 초기 낭만주의자들의 언어관이었다. 그리고 괴테 역시 메피스토펠레스에서 한편으로 이 대목을 비꼬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것이 말과 개념의 일치를 순진하게 믿는 학생으로 표상되는 고전적 견해도 비판하고 있다.
이미 메피스토펠레스는 이 장면에서 학생 앞에서 파우스트를 대신하여 연기를 펼치는 배우이지만, 학생은 학생 그 자체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이렇게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면서, 학생을 놀려먹는다. 연극 기법적으로 방백에 해당하는 대목에서
  이런 건조한 어투는 지겹기만 하구나.
  다시 악마를 제대로 연기해야 하겠다.
라고 말하는 것은 웃음을 자아낸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이러한 연기를 바탕으로 본질과 가상이 일치하지 않음을 보인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주장은 본질과 가상의 행복한 일치를 말하는 대신에 본질에 대한 가상의 우위를, 아니면 본질에 대한 가상의 자유를 대변한다. 그가 대변하는 가상과 본질 사이의 유희는 이런 식으로 언어에서 개념과 말 사이의 길항관계로 나타난다.
다른 말로 하면 메피스토펠레스의 이러한 견해는 이름과 존재가 일치한다고 믿는 유태교적 신앙에 대한 반대이기도 하다. 므두셀라가 노아 직전에 최고로 장수한 인물이지만, 그의 이름은 폭우를 뜻한다고 하기에, 그는 노아의 홍수를 이름으로 실현해내는 인물이 된다. 삶은 이름에 일치한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이런 식의 이름과 그 개념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이름만이 있을 뿐이며, 그것은 어떠한 대상에 반드시 일치해야 할 의무가 없다. 반면 파우스트는 이름에 대해 이름은 연기이며 울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또 다른 논쟁의 양상을 남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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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서동철님의 댓글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씀하신 그 '개념'과 '말'에 대한 부분, 저는 님과는 좀 달리 이해합니다.
우선 번역에 있어, 님은 sich einstellen을 '시작한다'로 옮기셨는데, 제 생각엔 이 경우 '떠오르다(einfallen)'가 더 걸맞지 싶네요. 그러니까 "개념이 빠진 곳에 말이 떠오른다"는 뜻이지요.
님은 나아가 이 맥락에서 '개념'을 '의미'로 이해하시며 일반적 언어예술에서의 말과 의미의 관계로 해석을 하십니다. 저는 님과는 달리 이 부분에서 메피스토가 말하는 '말'은 바로 성서의 말을 의미한다 봅니다. 학생과 메피스토의 대화는 바로 이 부분에서 신학에 대한 말나눔이니 말이죠. 반면 '개념'은 이리 보건대 이 성서의 말, 즉 신의 목소리에 우리 인간이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이론적 도구 정도로 해석하면 어떨까요?
이러한 도구는 나아가 신학에 대한 말나눔 바로 전 주제였던 법학에선 학생이 말하듯 필수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muss"). 허나 메피스토는 신학에선 그렇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요.

님은 허나 이러한 관계를 일반적 언어예술의 맥락에서만 바라보시는 모습을 보이십니다. 이에 제가 말씀드린 법학과 신학과의 맥락에서 살펴보는 모습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딘연필님의 댓글

무딘연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Duden UW: einfallen - (geh.) ploetzlich einsetzen, beginnen, sich ploetzlich einstellen: der Winter fiel ein; der dichte Nebel fiel ein. 이런 식의 해설을 보고 나면 "떠오르다"라는 말은 "떠오르다"라는 말은 클라이스트식으로 Okkasionalistisch한 분위기를 연상시키는군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낭패한 처지에 몰린 미라보 백작이 마지못해 한 한 마디가 뜻과는 상관없이 프랑스 혁명의 근원이 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클라이스트의 모습이죠. 여기서 "떠오르다"는 수면에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einfallen이 뜻하는 바 그대로 생각나지 않던 것이 의식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지요.
메피스토의 말장난은 "말씀"을 가지고 칩니다. 예를 들어 "말씀에서는 점 하나도 빠지면 안 된다"라는 식의 구절이 나오지만, 메피스토는 이를 두고 기독교 성서신학에서 말하는 말씀의 무오성 또는 영감 무오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아이러니를 유지하고 있죠. 이미 신학자인 척 하는 악마 메피스토라는 설정 자체가 아이러니를 불러 일으킵니다. 학생은 이를 꿰뚫어볼 수 없죠. 학생의 순진함을 골려먹는 태도는 이런 식으로 같은 말을 하더라도 그것이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중적인 말에서 비롯하는데도, 학생은 이러한 메피스토펠레스의 아이러니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말씀을 붙잡으시오!"라는 부흥사의 어투 후에 "그러면 확실한 문을 통과하여 확실함의 사원에로 이르게 될 것이오"라고 말하자, 학생은 이 말장난이 불러 일으키는 혼란에 대해 "개념이 말씀에 있어야 한다" 또는 "개념은 말씀에 필수이다."라고 반론을 가합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이러한 반론에 맞서서 "개념"과 "말[씀]"이 떨어질 수 있음을 별개로 놀고 있음을 말하면서 말의 사변적인 구성을 계속 나열합니다. "말로 제대로 싸울 수 있고" "말로 체계를 준비할 수 있으며" "말에서는 점 하나 빠져서도 안된다"라는 식의 주장은 말씀의 권위를 내세우는 신학에 대한 패러디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하필이면 메피스토펠레스가 이를 아이러니의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정작 나이브하지만 올바를 수 있을 학생의 견해를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은, 메피스토펠레스의 '악마적인' 파괴적 힘의 상징으로 보입니다. 아이러니의 파괴적 힘이랄까요? 학생은 이에 대해 더 이상의 통찰을 내놓지 못한 채 좌초하고 말면서 신학에 대해 배워보겠다는 꿈을 접고 의학으로 향해 보려 합니다만, 결국에는 무엇하나 건지지 못하고 돌아가고 말지요.
훗날 낭만주의자들이 나중에 카톨릭으로 전향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아이러니가 끝없이 펼쳐지면서 결국에는 어느 것 하나 의지할 것이 없다는 아찔함에 대한 체험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보수 카톨릭에로 회귀하면서] 역사적으로 반드시 좋은 자세로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 동기 중의 하나는 그런 식의 근원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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