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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오스카 와일드의 번버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무딘연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060회 작성일 07-02-21 12:38

본문

오스카 와일드의 번버리

기억을 더듬어  2004/09/07 16:54

http://blog.naver.com/waffel/100005585563
 
Bunbury oder die Bedeutung, Ernst zu sein

오스카 와일드의 희극. 이 연극은 바로크식 제목을 달고 있다. 번버리라는 정해지지 않은 이름 뒤에는 “또는”이라는 접속사가 붙고 “어니스트여야 하는 중요성”이라는 말이 이어진다. 번버리라는 이름 가지고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으나, “어니스트여야 하는 중요성”이라는 제목은 그야말로 심각하다. 듣기에 따라서는 “어니스트”라는 이름은 뜻 그대로 “진지함”이라는 말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말장난에 속한다. 주인공의 이름을 이런 식으로 특정한 덕목을 대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알레고리이다. 하필이면 이 연극에서 오스카 와일드는 다른 이름이 아닌 어니스트를 주인공의 이름으로 삼았을 뿐더러, 그것도 어니스트라는 이름이 자신의 이름임을 발견하게 되는 결말로 끝나고 있다. 그러나 연극의 줄거리는 이런 식으로 주어온 아이의 운명을 보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알레고리로 읽자면, 진지함이야말로 중요한 삶의 과제라고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중요성이라는 말을 제목에 집어넣은 것 자체가 묵직하다. 연극의 대사들을 읽고 듣다 보면, 중요성이라는 말은 너무도 무겁다. 무엇을 엄격하게 지키고 진지하게 하는 것은 삶을 즐겨야 하는 댄디들에게는 너무도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무엇을 견뎌내는 대신에 가볍게 흘려보내는 식으로 사는 이들에게 “진지함”이나 “중요함”이나 모두 의미없는 말이다. 가령 알제르농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끔찍히 어려운 노동이다. 그러나 나는 중노동에 반대하지 않는다. 물론 노동에 목적이 없는 경우에 한해.” 세계가 합목적성의 원칙에 따라 구성되면서, 일상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실용성의 원리에 따라 구성될 때에, 낭만주의자들은 이러한 합목적성의 세계에서 벗어난 상태를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르면 자신이 행하는 것에 대해 자신도 남도 특정한 목적을 부여해서는 안된다. 극단적인 자율성에 대한 요구는 타인에 대해서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이루어진다. 이러한 노동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은 놀이이다. 알제르농이 말하는 목적없는 노동이라는 말은 칸트가 말하는 “무관심한 즐거움”, 곧 특정한 외적인 어떤 연관체계없이 느끼게 되는 즐거움과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칸트는 자신의 주장을 미적인 체계로 한정하고, 일상생활을 윤리적인 세계로 생각했으나, 알제르농의 생각은 칸트 이후 미적인 세계가 일상생활에까지 침투해들어가는 과정을 말해준다. 일상생활의 윤리를 가지고 미적인 세계에까지 침범해 들어가려는 노력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에 대한 스캔들이나 플로베르의 소설에 대한 법정 투쟁 등 여러 대목에서 확인해 볼 수 있으며, 오늘날에도 이어진다. 그러나 반대로 미적인 세계의 규범을 일상생활에까지 적용하려는 시도는 윤리와 미학을 구분하고, 미학으로 세계를 채색하려는 시도이다. 그렇기에 오스카 와일드의 희극은 한편에서 유미주의로 채색된 경향을 보여준다. 영국 산업 혁명 이후 노동 강도에 대한 보고들을 기억해 보면, 노동에서 면제된 계급들의 삶과 유미주의의 상관관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스 프리즘은 세실리에게 “꽃에 물을 주는 등의 유용성에 어울리는 일은 멀톤이 해야 할 일이지 당신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세실리가 해야 할 일은 “정신적인 즐거움”을 누리는 일이다. 유미주의의 다른 면은 이런 식으로 주인과 노예의 인정 투쟁 이후의 주인이 누리는 삶의 방식이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은 계급에 따라 분화된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유용성과 합목적성이, 다른 한쪽에서는 정신적인 즐거움과 자유 그리고 표현이 분리된 상태이다. 다시 알제르농의 말을 빌려 보면, 알제르농은 피아노를 제대로 치지 못한다. 그리고는 정확하게 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표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예술을 삶으로 살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심지어 “예술적 삶Kunstleben”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주인의 삶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젠돌렌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에 양식이 본질적이며, 솔직함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잭이 젠돌렌에게 한 구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삶이 양식으로 고양되고, 삶의 감정은 밀려 나간다. 이것이 유미주의의 다른 면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유미주의를 비난할 근거로 언급되기에는 조금 모자라다. 그러나 적어도 가볍고 경쾌한 삶이 지닌 허울에 대해서 짐작하게 해 본다.

형식적인 차원 또는 표면적인 차원에서 머무르는 허울의 반대편에 진지함에 대한 추구가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연극이 하필 알레고리의 성격을 갖는 대목은 여기에서이다. 번버리는 몰리에르의 고전적인 희극을 흉내내었다.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주어 키워진 잭 워싱은 미시즈 브랙크넬의 딸인 젠돌렌에게 청혼하나,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이유로 젠돌렌의 어머니에게 거절당한다. 그러나 연극의 마지막에 알고 보니 미시즈 브랙크넬은 잭 워싱의 아주머니였다. 혼란을 풀고나서 행복하게 구혼신청을 할 수 있게 되는 결말이다. 그러나 몰리에르와는 달리 하나 새로운 점이 있다면, 하필이면 오스카 와일드가 바그너의 방황하는 홀랜드인의 모티브를 하나 집어넣었다는 사실이다.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젠타는 어린시절부터 홀랜드인에 관한 그림을 보면서 푹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홀랜드인과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어렴풋한 예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림 속의 홀랜드인이 직접 나타나게 되면서, 젠타는 그림의 체험을 현실로 바꾼다. 바그너 오페라에서 언급되는 것은 기시감(deja-vu) 체험이다. 번버리에서도 비슷하게 젠돌렌은 어니스트라는 이름이 듣기에 좋다면서 자기는 어니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와 결혼할 것으로 기대해왔다고 말한다. 다른 어떤 이름도, 비록 남자가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니스트가 아니라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잭은 아직 어니스트가 아니기에 당황한다. 어니스트라고 말해왔으나, 실제이름은 어니스트가 아니다. 아직까지 어니스트는 없다.

이 연극은 이런 식으로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오간다. 연극은 생생한 현재를 가장하는 가상이지만, 잭이 어니스트가 아니면서도 동시에 실제로는 어니스트라는 긴장은 가상과 현실의 팽팽한 긴장이다. 그래서 이 연극 속에는 연극이 등장한다. 알제르농은 세실리의 눈에 들기 위해 자신이 잭의 동생 어니스트라고 소개한다. 물론 이것은 거짓이고 사기이다. 이것은 연극이고 가상이며 현실과 맞지 않는다. 그래서 혼란이 생겨난다. 실제로 어니스트가 아니라 알제르농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다시 세실리는 일단 거부한다. 오스카 와일드에서 결혼이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으나, 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열정의 결과가 아니다. 그리고 특별한 친밀성의 결과도 아니다. 결혼에로 이르는 과정은 “양식”에 불과할 뿐이다. 그 양식이 적합하다면 젠돌렌은 “사물에 대해 아주 심각할 정도로 의심을 해 왔다. 그러나 의심을 억누르겠다”라면서 “지금은 독일식 회의주의에 대한 순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내용의 일치가 아니라 형식에 맞는 즐거움은 칸트가 말하는 미적 쾌감의 양상이다. 예술을 즐기면서 그것이 사실과 맞느냐라고 묻는 경우란 없다. 그것은 예술을 더 이상 예술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심사에 따라 보는 것으로, 더 이상 향유하는 태도가 아니다. 예술은 지적인 관심이나 윤리의 대상이 아니다. 기타의 어떠한 목적에서도 해방되어 있다. 결혼 역시 이런 식으로 윤리적인 차원에서 해방되어 있다. 결혼은 삶의 한 양식이다. 이 연극의 특징은 이런 판단을 내리는 이들이 여자들이라는 점이다. 여자들은 마치 중세의 민네와도 같은 위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어니스트가 되어야 함, 또는 진지해야 함이라는 주제는 이러한 연극과 가상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어니스트여야 한다는 상황에 따른다. 잭 워싱은 어니스트여야 한다. 그리고 미쉬즈 브래크넬 앞에서 자신이 고아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야 한다. 곧 여태까지 누구인지 모르는 어니스트 워싱으로 자신을 정당화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이 알레고리임은 잭 워싱의 삶의 방식이 “진지함”이라는 다른 차원에 서 있는 까닭이다. 이 점에서 보면 연극은 교훈적이다. 알제르농이 세실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연극한 것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며, 어니스트가 아니라 사실은 알제르농이었음을 말해야 했으나, 이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잭은 자신의 존재를 여태까지 가상 속에만 존재해 왔던 어니스트에로 일치시켜야 한다. 잭에게는 어니스트라는 가상이란 가장 멀리 있는 것이었으나, 사실은 자기 자신이었다.

잭에게는 삶은 유희와 무책임의 영역이 아니다. 난처한 상황에 빠졌음에도 가볍게 버터 쿠키를 먹고 있는 알제르농을 잭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 연극에서 알제르농이나 기타 인물들은 유미주의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정확하게 자신을 인식하고 있으나, 잭은 그렇지 못한다. 그의 뚜렷한 삶의 방식이라고는 세실리에 대한 후견인 역할을 맡는 것 그리고 변호사로 사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버터 쿠키를 먹는 것은 커다란 취미가 아니다. 잭에게는 이 연극에 뚜렷한 성격이 부여되어 있지 않다. 잭은 만들어져야 하는 성격이며, 그것도 알레고리적인 이상에 부합되어야 할 인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 연극을 읽으면서도 잭은 과연 누구인가? 라는 물음이 계속해서 물어진다. 그리고 동시에 오스카 와일드가 생각하는 진지함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물음도 당연하게 물어진다. 진지함이라는 변두리의 개념을 통해 오스카 와일드는 유미주의라는 삶의 가벼움의 이면을 들추어낸다. 그러나 진지함이란 아직까지는 너무도 변두리에 머물러 있었는지, 연극은 진지해야 한다는 윤리적 요청에로 나아간다. 그러나 이것 역시 형식적인 차원일 뿐이다. 가령 칸트의 정언 명령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이지, 내용을 채우지는 못한다. 진지해야 한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전언은 형식적인 차원에서 언급되는 말이다. 내용이란 이 연극을 뒤집어 보아도 나타나지 않으며, 다만 예감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텍스트: Oscar Wilde, Bunbury oder die Bedeutung, Ernst zu sein, in: O.W., Theaterstücke I, SW 3, hrsg. v. Norbert Kohl, Frankfurt am Main 1982, S. 255ff.

프랑크푸르터 샤우슈필하우스는 프랑크푸르터 오퍼에 비해 훨씬 뛰어난 공연의 질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프랑크푸르터 오퍼를 보고 나면, 특히 고전 오페라를 보고 나면, 허무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줍잖은 현대적인 양상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에 비하면 프랑크푸르터 샤우슈필하우스의 연극쟁이들의 연극은 기억에 자주 남는다. 오스카 와일드의 연극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보았다. 아마도 2001년 초로 기억된다. 이 수다스러운 연극을 공연한 프랑크푸르터 샤우슈필하우스는 하나의 전설로 남았다. 온통 남자들만 등장하는 연극 공연 방식을 택했다. 오스카 와일드는 살로메라는 오페라 대본을 쓰면서 자신을 살로메로 분장한 바 있다. 이것은 유미주의적인 안드로귄의 이미지를 직접 살아낸 것이다. 물론 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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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다 대단하십니다.^^ 오늘은 느닷없이 개최된 "예술축제" 날인가요?
그리고 ..., 님의 좋은 글들을 조금만 천천히 읽어볼 시간을 주시면 안될까요? 그리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도 주시면 고맙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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