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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합창> 교향곡과 쉴러의 <환희의 찬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무딘연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5,767회 작성일 07-02-21 09:48

본문

[베토벤] <합창> 교향곡과 쉴러의 <환희의 찬가> 귀로 생각하기  2005/03/10 20:46

http://blog.naver.com/waffel/100010954909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과 쉴러의 <환희의 찬가>

<합창 Choral>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의 4악장에는 인류를 향한 명령이 들어 있다. “모두가 형제가 된다 Alle Menschen werden Brueder”라는 가사를 기억하면서, 훗날 바그너는 바이로이트 극장의 개관을 기념한 공연에서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지휘했다. 러시아의 영화 감독인 타르코프스키는 <향수>에서 극중 인물이 인류를 향해 사랑을 외치면서 분신 자살하는 장면에서 베토벤의 9번 교향곡 4악장이 그의 죽음을 동반하도록 설정했다. 곧 “모두가 형제가 된다”라는 말은 “모두가 형제가 되라”라는 명령으로 읽혀진 셈이다. 이로써 형제애에 대한 호소는 베토벤을 통해 유명해지고 길이 기억에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 유명한 구절은 올해로 사후 200년을 맞는 프리드리히 쉴러의 <환희의 찬가 An die Freude>(1786)에서 유래했다. 괴테와 함께 바이마르에서 전성기를 누린 고전주의의 대표적인 인물에 대해 가진 지식이 적더라도,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에서 들려 나오는 인류애에 대한 호소에서 가슴 벅찬 느낌을 가져보았다면, 이미 쉴러는 그리 낯선 인물만은 아니다.

1824년에 초연된 9번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베토벤은 쉴러의 <환희의 찬가>에서 일부를 선택하여 재구성했다. 쉴러의 시에서 베토벤이 읽어내고 음악으로 바꾸어낸 인류애의 정신적 뿌리는 프랑스 혁명에서 대두된 박애 정신이다.

“모두가 형제가 된다”라는 구절이 이미 프랑스 혁명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나, 원래 쉴러의 표현은 이보다 과격하여, 곧 “거지와 귀족이 형제가 된다”가 원문이었다. 프랑스에서는 혁명을 통해 왕정체제가 붕괴하고 시민의 이념이 생겨났으나, 이웃인 독일에서는 혁명을 연상시키는 여하한 시도를 철저한 검열로 차단하려고 안간힘을 벌였던 상황에서 이 시의 정치적 힘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탈리아>라는 문학지에 이 시를 실으면서 쉴러는 “거지”라는 단어를 “모든 사람 Alle Menschen”이라는 말로 수정하고, 귀족이라는 말도 삭제하면서, 계급 갈등을 연상시키는 부분들을 축소시켰다. 그리고 “폭군정치의 사슬에서의 해방”을 요구하는 등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마지막 구절들도 역시 사라졌다. 이러한 수정을 통해 혁명을 동경하던 청년의 정치적 이상은 인류 전체에 대한 호소로 확장되기도 했다. 반면 쉴러가 “거지”라고 부른 이들은 훗날 자본주의화 과정을 겪는 독일에서 노동자 내지 프롤레타리아의 형태로 나타났기에, 과격하고 혁명적으로 보이는 처음 구상은 수정을 거치면서 자유주의적인 평등과 박애로 뭉툭해졌다.

쉴러는 혁명을 통한 체제 전복 후의 이상적 상황을 꿈꾸는 대신에, 시의 뉘앙스를 바꾸어 화해의 이념을 강조했다. 그렇기에 쉴러는 “시대의 칼이 나눈 것을 / 환희의 마법이 다시 묶는다”라고 썼다. 베토벤은 쉴러가 수정한 시를 대본으로 사용했다.

<환희의 찬가>와 베토벤의 9번 교향곡 4악장의 근원은 프랑스 혁명에서 대두된 박애의 정신이지만, 쉴러에게 혁명의 정신을 가능케 하는 힘은 자신이 환희라고 이름 붙인 도취의 감격이었다.

쉴러에게 세계는 거대한 시계와도 같이 짜여 있으며, 이 안에 들어 있는 톱니바퀴들이 서로 엇물려 돌아가도록 힘을 주는 것이 바로 환희였다. 환희가 없다면 시계로서의 세계는 기계에 불과하다. 환희는 윤활유 이상의 역할을 하여, 세계의 모든 움직임에 대한 동력이자 목표이다. 싹에서 꽃을 피워내는 것도, 창공에 해를 불러내는 것도 모두 환희의 힘이다. 씨에서 싹이 솟아나고, 잎이 피고, 꽃이 열리며, 나무가 되고, 열매가 열리는 과정은 하나의 목적을 향한 연속적인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움직이는 힘은 행복을 추구하려는, 자연에 깃든 힘이다.

쉴러는 유기적으로 엇물려 돌아가는 세계 속에서 기쁨으로 하나가 되는 이상적인 사회를 시에서 그려내었다. 그렇기에 이 순간이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가 벌이는 축제로 묘사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쁨이 넘친다는 표현을 잔에서 거품이 일어나는 것에 비유했다든지 하는 것은 젊은 쉴러의 호탕함을 보여준다.

Freude sprudelt in Pokalen,
In der Traube goldnem Blut
Trinken Sanftmut Kannibalen,
Die Verzweiflung Heldenmut –
Brueder, fliegt von euren Sitzen,
Wenn der volle Roemer kreist,
Lasst den Schaum zum Himmel spruetzen:
Dieses Glas dem guten Geist.

부글부글 거품이 잔에서 넘쳐 하늘에까지 오르게 하자라는 부분을 썼을 때 쉴러의 나이는 25세였다. 청년의 열정으로 혁명을 통한 이상적 순간의 도래를 환희라는 감격에 담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쉴러는 이 시를 수정하면서, 이상적 순간을 끌어올 방법으로 여겼던 혁명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으며, 끝내는 수정한 시 자체에 대해서도 자신과 무관하다고 느꼈다. 무엇보다도 환희라는 개념이 그의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쉴러가 이를 젊은 혈기에서 비롯된 광란적 향연으로 여긴 까닭이다. 그리고 괴테와 함께 고전적인 우아함과 절제된 도덕을 자신의 이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53세의 베토벤은 9번 교향곡을 쓰면서, 인류에 대한 자신의 마지막 전언을 전하기 위해 쉴러를 인용했다. 베토벤은 프랑스 혁명의 이념에 대한 기억을 다시 끌어내면서 환희를 음악적으로 살려 내었다. 역사는 이런 식으로 반어적으로 진행되나, 이는 쉴러의 환희 개념이 가진 힘의 결과였다.

그러나 환희로 이름 붙여진 도취의 상태와 인류애에 대한 호소가 행복하게 결합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하여, 훗날 바그너가 9번 교향곡을 지휘할 때에는 인류애보다는 도취 상태를 음악 속에서 구현하는데 더 큰 관심을 보였으며, 음악은 방탕스러운 축제의 정신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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