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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카프카와 신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572회 작성일 06-12-07 10:23

본문

Franz Kafka(1883-1924)

신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으며, 우리는 또 신화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의 맥락 속으로 카프카를 끌어 들인다.

신화의 현대화 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 몇몇 모습들 중에 신화의 비신화화 내지는 탈신화화에 일단 초점을 맞춘다. 어찌 보면 이는 전래된 신화의 속성을 까부수는 작업이요 나아가 신화를 새롭게 거듭 태어나게 하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컨대 18세기 유럽 공간 계몽 주의자들이 시도한 우화 형식을 통해 신화에 도덕적 포장 씌우기 작업을 떠올린다. 지난 세기엔 허나 이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어찌 보면 차원을 달리하는 예술 철학적 작업이 있었다: 카프카에 의해서 이루어진 작업이다. 아래의 글에서 읽을 수 있듯 이 양반은 그 신화의 비신화화 작업을 철저히 근본적으로, 즉 신화를 계몽주의자들 마냥 밖에서 공격해대기 보다는 오히려 그 안으로 들어가 속에서부터 쳐나가는 전략을 택했다. 달리 말하자면 그 뿌리까지 파들어간다고나 할까? 우리 시대의 독일 철학자 블루멘베르그의 '신화를 끝까지 생각한다'는 모토에 걸맞는 한 전형적 신화 재창조 작업이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프랑스의 레비 스트라우스가 자신의 구조주의적 사고를 통해 나름대로 신화의 현대화 작업 - 그 모습의 현대화라기 보다는 우리의 신화를 바라보는 눈을 현대화시킨다는 의미에서 -을 천착했음을 떠올려 본다.
우리의 단군 신화, 허나 무엇보다도 부도지 또한 이러한 현대화의 진통을 겪게 될 날을 학수고대하며 카프카의 짤막한 글 소개한다.

오디세우스와 사이렌들
"모자르고 유치하기까지 한 수단 역시 구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우에 대한 증명.
사이렌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귀에 왁스를 꼽고 자신의 몸을 돛대에 꼭 붙잡아 매두었다. 비슷한 짓을 당연히 오래 전부터 모든 여행객들도 할 수 있었을 터인바 (사이렌들이 이미 멀리서부터 유혹한 자들을 제외하고) 그러한 짓이 도움이 되지 않았음은 이미 만천하에 알려져 있었다. 사이렌들의 노래는 모든 것을 뚫었으며, 당연 왁스 또한, 그리고 유혹당한 이들의 열정은 쇠사슬과 돛대 그 이상을 폭파시켰으리라. 오디세우스는 허나 그러한 사실을 들었음에도 불구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는 한줌의 왁스와 쇠사슬을 완전 믿었으며 자신의 도구들에 대한 천진난만한 기쁨 속에서 사이렌들에 닥아가고 있었다.
허나 사이렌들은 그네들의 노래보다 더욱 더 끔직한 무기를 가지고 있으니, 그것은 그들의 침묵이다. 아직까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누군가 그들의 노래로부터 도망쳤음을 생각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허나 그들의 침묵으로부터는 결단코 불가능하다. 그들을 자신만의 힘으로 이겼다는 느낌, 이에 따르는 모든 것을 쓸어 버리는 자부심에는 세상적인 그 무엇도 버티지 못한다.
그리고 사실, 오디세우스가 왔을 때, 이 강력한 가수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이 상대자에게는 오로지 침묵으로만 이길 수 있다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어쩌면 왁스와 쇠사슬 외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오디세우스의 얼굴에 나타난 행복감을 보는 순간 그들 모두 노래를 잊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디세우스는 허나, 굳이 말하자면, 그들의 침묵을 듣지 않았고, 그들은 노래를 부르고 있으나 자기는 이를 듣지 않도록 보호되어 있다 여겼다. 순간적으로 그는 그들이 목을 돌리며 깊은 숨을 쉬는 모습, 눈물이 글썽한 눈들, 반쯤 벌려진 입을 보았으나, 그는 이것을 자신의 주위에서 울리는 들리지 않는 선율을 자아내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곧바로 모든 것은 먼 곳을 향한 자신의 눈길로부터 미끄러지듯 없어졌으며, 사이렌들은 그로부터 확실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그들에게 가장 가까이 있던 바로 그 때 그는 그들에 대해 더 이상 아무 것도 몰랐다.
그들은 허나,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아름답게, 몸을 풀어 놓고 돌리며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풀어논 채 바람에 휘날리고, 팔다리를 바위에 자유롭게 뻗쳐 놓은 채 그들은 더 이상 유혹질 하지 않고자 했다. 대신 오로지 오디세우스의 큰 두 눈동자의 여광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간직하고자 했다.
사이렌들이 의식이 있었다면 그들은 그때 당시 멸종되었으리라, 허나 그들은 그렇게 머물러 있었으며 오디세우스만 그들로부터 빠져나갔다.
그 외 전해내려오는 부언적 사실이 있다. 오디세우스는 알려진 바대로 꾀가 많았으며, 그것도 엄청 약아빠진 여우마냥 응큼해 심지어 운명의 여신조차 그의 내심을 꿰뚫을 수 없었다 하니, 어쩌면 그는, 비록 인간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 이해하기 힘들다 하나, 사이렌들이 침묵을 지켰음을 사실은 눈치 챘으며, 그들과 신들에게 위와 같은 거짓 행동을 단순히 일종의 방패로서 저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
(번역: 서동철)

그런데 첫 줄의 그 ‘증명’은 이루어졌는가?
이에 대해 한 가능한 답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 상이한 경우를 상정한다: 마지막 단락의 '부언적 사실'이 첨가되기 전의 경우 하나와 그 후의 경우 둘로 나누어 바라본다.
하나
그 '부언적 사실'이 없다면 카프카가 첫 줄에 썼던 증명은 이루어진 셈이다. 이는 다시 말해 이 신화 속에서 인간의 판단이 신의 무기를 이겨낸 셈, 즉 신의 신비적 무기가 인간의 합리적 무기에 패한다는 이야기를 >>설명<<조로 펼치고 있는 게다. 카프카의 이에 따른 언어 선택도 따지는 투다. '허나', ' 때문에' 등등. 단지 이는 신화적 특징인 사실의 나열이 아님을 인지한다.

반전이다. 이야기 내용의 반전이라기 보다는 바로 위 하나에 대한 반전. 무슨 말이냐 하면, 인간의 합리적 무기, 어찌 보면 논리적 사고의 승리가 결국 무효 처리가 되버리는 순간이다. 단지 여기서도 카프카는 자신의 언어를 아주 조심스럽게 선택하고 있음을 엿본다. '알려진 바대로'라든지 '어쩌면'이라든지 '인간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 이해하기 힘들다'는 등의 표현을 선택한다.
그럼 이 반전의 결과는? 신화적 사고의 논리적 사고에 대한 무패, 다시 말해 신화적 사고와 논리적(인간적)사고의 상호 비교 불가능성이라 여긴다면 지나친 아집일까?

카프카의 오디세우스는 내 눈에 그의 예술적 인물 '법 앞에서'의 '시골 남자'와 '소송'의 요셉 K와 대척되는 상으로 비친다. 전자가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상이라 한다면, 후자는 이러한 자신감(Selbstvertrauen)이 결여된, 따라서 위기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굴복하는 상으로 카프카는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자부심은 어찌 보면 카프카에 있어 무죄(Unschuld)와 권력(Macht)과 더불어 삼위일체를 이룬다.
그 '시골 남자'가 머뭇거리며 법 안으로 끝내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문지기의 강압이라는 피상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그 '시골 남자' 스스로의 자부심 결여라고 보는 눈이다. 또한 이러한 결여가 당사자를 죽음으로 이끄는 죄인의 역할을 떠맡는다고 본다.
카프카 자신의 이러한 모습과 대조되는 모습으로 그는 자신의 아버지 모습을 항시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바로 이러한 자기 내부 즉 의식 속에서 벌어지는 두 모습들간의 치열하고 처절한 싸움이 카프카 예술의 원동력이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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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까망머리앤님의 댓글

까망머리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득 카프카를 언급하셔서
며칠 전에 생각하던, 그 '이유'라는 것에 대해
한 단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버렸습니다.

가끔 이런 것들이 게시판에 글을 쓰면서 배우는 것들이구나하는 생각들을
하게되요

혼자라면 생각 못했을 것들
안했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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