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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는 열정적인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인수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조회 8,351회 작성일 02-03-10 02:45

본문

작성일 : 2000/05/13 조회수 : 118

■ 정인수의 음악이야기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는 열정적인가



- 작업일지 중에서 -









▶ 9월 12일 - 1주제와 2주제의 진행



바단조, 12/8박자, 매우 빠르게. "도-라b-파"의 하행(下行)하는 단3화음으로 곡은 시작된다. 피아니시모. 소나타의 제 1주제가 오른손과 왼손에서 2옥타브 간격으로 나란히 연주된다. 세 번째 마디에서 오른손에서는 트릴(인접한 두 음을 빨리 연주하는 것)이 왼손에서는 증4도(파와 시 사이의 간격)와 함께 단2도(반음) 진행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제 다시 단2도 위에서 반복된다. 그런 다음 저 트릴과 단2도의 모티브는 두 번 반복되면서 두드림의 모티브를 왼손 저음에서 동반한다. "빠빠빠 빰"이라는 저 모티브는 얼마 후 제 5번 교향곡에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운명의 두드림으로 등장하는 바로 그것이다. 이 두드림은 점차 느려지면서 세 번 반복된다. 그리고는 갑자기 포르테의 빠른 16분음표 음형으로 고음에서부터 저음으로 쏟아지다가는 딸림화음 위에서 다시 피아노로 급작스럽게 잠시 멈추어 선다. 다시 곡 처음의 단3화음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포르티시모의 육중한 화음이 양손에 의해 폭발되면서 곡은 제 2주제로 연결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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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주제가 하행하는 단3화음이었다면 제 2주제는 그걸 전위시켜서 상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제 1주제는 바단조였고 제 2주제는 도식에 맞게 그 병행장조인 내림 가장조. 제 2주제는 선율적으로 흘러가는가 싶더니 불과 다섯 마디를 못 가 급작스레 끊기고, 다시금 세 마디에 걸친 (제 2주제가 다섯 마디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트릴로 저 높이 치솟더니 반음계적으로 저 밑으로 떨어지고나선 울렁거리는 듯한(조심스럽게 이런 표현을 써본다) 빠른 16분음표가 포르테에서 포르티시모에 이르는 음량으로 거칠게 밀고 나가면서 전개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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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4일 - 음악이 세계 공통어라고?



음악은 세계 공통어라고 한다. 어느 누가 어떤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Ende gut, alles gut!"(끝이 좋으면 다 좋다. 유종의 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라는 독일 격언(?)처럼 생각해 보면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음악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세계 공통어가 아니다. 그렇다면 서양 음악을 몰라서 못 듣는다는 사람이 나올 리 없을 테니. 음악을 세계 공통어라 함은 "이해"가 아닌 "감상"의 측면, 즉 감정의 차원을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주위에서 일정 시간 접해 온 음악들에 대해선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가 정도는 안다. 단조면 슬프고,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느낌을 표현한 음악이고, 장조면 밝고, 화사하고, 힘차다는 등.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알고 있는 이들은 가단조로 되어 있는 그 곡이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 곡은 아님에 두말없이 동의할 것이다. 사랑의 아픔을 나타내는 곡(엘리제를 위하여가 그런 곡이라는 말은 아니다)을 듣고 사랑의 기쁨을 표현한 것이라는 식으로 느낄 사람은 없을 테니. 이런 차원에서 위의 저 말은 제한적으로나마 통용될 수 있겠다. 하지만 가끔 채널을 돌리다가 접하게 되는 터키의 음악을 들으면 감동은 고사하고 어떤 분위기에 빠져야 할지도 모르게 되는 상황에선 그것도 발 딛고 설 수 있는 그리 넓은 땅은 아님을 곧 알게 된다.





▶ 9월 15일 - 음악에서의 맥과 줄거리



어떤 곡을 이해하려면 그 곡이 만들어진 뒷배경, 작곡가의 당시 생활이나 곡에 얽힌 에피소드 같은 걸 알면 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이 슈만의 피아노 환상곡(op.17) 1악장에 베토벤의 가곡 "머나먼 연인에게(An die ferne Geliebte)"가 인용되어 있고, 이 곡이 클라라를 사랑함에도 그녀의 아버지의 반대로 인해 절망에 빠져 있던 상황에서 작곡된 작품임을 알면 그들에겐 이 "열려라 참깨"의 주문과 함께 그동안 곡의 이해를 막고 있던 바위문이 열리게 된다. 그리하여 그것이 그 곡에 내포된 의미의 전부라 생각하고는 곡을 들으며 사랑의 절규라든가 애달픈 마음을 읽어내려고 힘쓴다. 영화나 문학작품을 읽을 땐 작가의 생활이나 당시 상황이라는 것에 관심과 비중이 쏠리지 않으면서 유독 음악에선 그런 걸 찾는 건, 생각해보면 음악에선 무언가 따라갈 맥, 줄거리를 찾지 못해서일 것이다.





▶ 9월 17일 - 폭풍



베토벤의 제자였고 리스트의 스승이었던 칼 체르니로부터 다음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21번 소나타(지금의 23번 열정 소나타) op.57. 베토벤은 op.106을 작곡하기 전까지 이 곡을 자신의 가장 뛰어난 소나타로 여겼다. 3악장은 십중팔구 자연을 묘사하는 듯. 폭풍우 치는 밤의 바다와 멀리서 구조를 요청하는 목소리 같은. 이처럼 자신의 왕성한 상상력이나 독서로 얻게 된 환상과 영상들을 통해 베토벤의 뛰어난 작품들이 쓰여졌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고, 그리하여 만약 이같은 사정을 가능한 한 자세히 알수록 우리는 작품과 그 연주의 진정한 열쇠를 얻게 되는 셈이다."



그의 또다른 제자 쉰들러가 op. 32 No.2와 op.57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을 때 베토벤 자신이 했다는 말: "셰익스피어의 폭풍을 읽어보게."





▶ 9월 20일 - 음악은 언어다



음악은 언어다. 세계 공통어가 아니라 여느 외국어와 마찬가지로 애써 배우지 않으면 듣고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언어다. 배우지 않고선 음악 나름의 문법과 관용적 표현,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할 수 없다. 그 언어를 배우지 않고선 2옥타브의 유니즌이 일반적 용법이 아님을, 그리하여 그 사이에 어떤 비어있음이 존재함을 알지 못한다. 그걸 알지 못하면 비어있음으로 시작한 1악장 끝이 이제는 3옥타브나 벌어져 있다는 것이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지나치게 된다. 그리고 저 증4도라는 음정이 중세에는 악마의 음정이라 불려 기피되었음을 알지 못하면 증4도가 "열정"이라는 콘텍스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지 못하고, 곡 전체에 걸쳐 주요 모티브로 작용하는 단2도 음정 역시 고전적 화성학에선 비화성음이고, 이것이 두드림의 모티브와 결합됨으로써 낳게 되는 의미영역 또한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 더구나 저 단2도 음정이 미-파-미 식으로 단2도 상행했다가 다시 원음으로 하행하는 형태로 사용될 경우 바로크의 음악수사학에서는 파토포이아(Pathopoiia)라는 용어로 불리면서 고통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되었고, 이를 알지 못한다면 더 나아가 1악장 세 번째 마디를 서두로 곳곳에 등장했던 트릴이라는 것도 결국은 그것과 동일한 형태로서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암시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 외에도 고요한 듯 보이는 2악장에서 마디의 강약을 무시하는 액센트가 붙어버리면서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로 등장한다던가, 그 2악장이 장조로 끝을 보지 못하고 감7화음(역시 굉장히 불안한 불협화음)을 매개로 3악장으로 끊이지 않고 이어지면서 3악장 서두에 똑같은 감7화음이 열세번이나 포르티시모로 연주된다던가, 3악장도 저 단2도 음정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는 사실 등을 놓치고선 주관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음악의 전부라는 오류를 벗어버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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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3일 - 음악과 논리



작곡가는 감정으로 곡을 쓰지 않는다. 물론 어떤 특수한 경험이나 감정이 동기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다시 말하면 감정이나 경험으로 곡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곡을 끌고 나가는 건 논리, 바로 음악적 논리다. 저 열정 소나타가 말하는 열정은(정말 그것을 말하고자 했다고 가정한다면) 불멸의 연인에 대한 사랑의 좌절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귓병의 고통이 낳은 삶에 대한 열정적 반항과 무너짐도 아니다. 그런 개인적 절규와 비명만으로 범벅이 된 것이 예술이라면 예술은 그리하여 세상은 얼마나 초라하고 가난해질 것인가. 다행히 사실은 그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베토벤의 바단조 소나타는 "온몸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음악 밖에 존재하는 어떤 것을 암시하거나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러저러한 열정, 이런저런 전후사정을 거친 열정(다시 말하지만 이 곡이 정말 그걸 표현하고 있다면 말이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 그 자체를 표현한다고 할 수 있겠다. 다른 어느 것이 아닌 위의 곡 분석에 근거해 볼 때 이 곡이 표현하고 있는 그 무엇은 다음과 같은 의미영역을 맴돌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통, 긴장, 추락, 일상의 깨어짐, 고요 속의 불안, 입을 벌리고 있는 심연, 그리고 무너짐.





▶ 9월 27일 - Apassionata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3번 op.57(1804-1805). Appassionata란 명칭은 1838년 이 곡이 네 손을 위한 피아노 곡으로 편곡되어 간행될 때 출판업자인 크란쯔에 의해 붙여졌다.



베토벤은 이후 5년 동안 피아노 소나타를 쓰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이 곡을 끝으로 빠르고-느리고-빠른 고전적 소나타 형식과 작별을 고한다.



정 인 수 (lebensbaum@hanmail.net) ◀  ▲

베를린천사 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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