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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음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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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11-09 00:16 조회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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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예술을 배우고, 예술 작품에서 삶을 배운다,
                                                                하나를 올바로 보면, 다른 하나 역시 그리 보이리라."
                                                                                                                        - 휄덜린 -


가끔씩은 지나온 삶의 흔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때론 미소를 짓기도, 때론 안타까와 하기도, 때론 심지어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지나간 과거의 나를 단순히 떠올려 본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떠올림을 통해 현재의 나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며 이를 통해 닥아올 미래의 나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는 의미에 밑줄을 긋고자 한다. 이러한 곱씹는 마음의 먹거리는 자기 스스로와의 적절한 거리를 둠 없이는 맛볼 수 없다. 자기 성장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넉넉한 틈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틈을 두는 가운데 느끼고 생각한 점들을 어떤 이들은 글로, 어떤 이들은 그림으로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음악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이리들 표현을 하고자 할까? 아니, 꼭 해야만 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일단 차치해 둔다.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우리는 충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거의 본능적 욕구다. 우리 마음 속에 스스로 알지 못하는 일종의 어두움을 밝히고자 하는 인류의 시원적 폭로의 모습일지도 모를 일이다. 고대인들이 동굴 속 암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때론 뱃속에서 솟구치는 소리를 내지르며 춤을 추며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우리는 이의 반증으로 여기기도 한다. 마음 한 구석에 어렴풋이 웅크리고 있던 나를 예술함을 통해 꺼내어 보이고 스스로 이를 바라봄으로써 나 자신에 대한 보다 더 명확한 윤곽을 그릴 수 있으며 나아가 이를 통해 나와 내가 속한 세계에 대한 더욱 넓고 깊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아나는 음악을 선택했다. 목소리와 피아노로써 자기 삶의 고비 고비에서 나름대로 매듭을 짓는다. 근 30년 이래 맺어진 음악과의 남다른 인연줄은 앞으로도 끊기지 않을 게다. 아니 오히려 더 질기게 이어질 듯도 하다. 보다 더 전문성을 띄고 보다 더 알차게 채워질 그녀의 음악세계를 내다본다.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걷겠다고 아나는 말한다.
그녀의 공적인 노래부르기는 결혼과 득녀 등으로 인한 사적인 일상생활의 뒤안길에서 한 동안 머뭇거려야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고 적지 않은 사람들과 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 아니 어쩌면 그런 굴곡이 심한 삶이었기에 음악은 그녀를 언제 어디서나 잊지 않고 동반한 평생 떼놓을 수 없는 동무의 역할을 맡았다.

자신이 처해 있던 한국적 상황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90년 초의 심정과 동시에 이를 탈피하고픈 먼 이국으로의 동경심을 노래에 담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그녀에겐 이제 삶의 기쁨을 선사하는 한 생명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딸 희수였다. 그만큼 소중했던 딸아이에 대한 사랑을 새로운 곡 ‘내 자그마한 희수’를 통해 세상에 살짝 띄운다. (희수는 물론 더 이상 ‘자그마한’이 아니다. 결코 작은 키가 아니고 오히려 지 엄마보다 지금은 훨씬 더 크다.)
독일에 온 이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만남과 헤어짐의 굴곡을 겪어야 했다. 마음과 마음의 교류를 무척 중요시하기에 타향살이에서의 일반적 고충과 더불어 추가적으로 겪어야 했던 숱한 어려움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변화에 시달리기 보다는 우선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했으며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이를 체화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다행히 독일 공간에서의 숨쉬기는 그다지 거칠지는 않았다. 음악의 나라여서 그랬을까? 독일 노래 "Heidenroeslein"이나 "Alle Voeglein" 등을 듣고 부르면 정겹기까지 했다. 그만큼 자신의 새 일터와 살림터에 대해 싫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

이렇듯 그녀의 노래에서 자신의 구체적 삶의 단편들을 엿볼 수 있다. 자기 삶을 일부러 노래하고자 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는 그녀 스스로 고백하듯 자기 노래에 어쩔 수 없이 삶의 흔적이 뭍혀 나오는 피할 수 없음이다. 모든 만남과 헤어짐의 파편들이 노래 속에서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고 바로 이를 자기 삶의 대들보로 여기기에 그녀는 미소를 머금고 사랑을 노래하며 고마움의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 아나의 삶이 어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허나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숱한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선 상에서 스스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할게다. 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삶과 예술의 조화 속에서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가운데에서의 그녀 모습을 떠올린다. 예컨대 우리의 전통가락과 재즈를 짝자꿍시켜 만든 노래가 안겨주는 참신한 맛에 미리 군침부터 흘리는 멋을 부린다. 어쩌면 윤이상의 음악에서 이와 관련된 예술함을 적지 않이 배울 수 있을 게다.

새로운 만남을 사랑의 마음으로 대하니 만남의 힘은 확장의 힘이 되는 것이며 이러한 힘으로써 이전의 작은 나를 벗어나 보다 더 큰 나를 이루는 끊임없는 삶의 성숙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우리의 아나한테서 만끽할 수 있기를 계속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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