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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10-25 00:46 조회2,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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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근교의 한 자그마한 박물관에서 관장의 일을 명예직으로 맡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표구된 漢詩 작품을 선물로 받았다. 그 님 역시 돌아갈 날이 멀지 않은 한 친구로부터 재산 정리의 맥락에서 선물로 받았다 한다. 단지 자기는 그 한시 작품을 읽을 줄도 볼 줄도 모르니 그냥 무턱대고 갖고 있느니 이를 즐기고 만끽할 수 있는 사람한테 선사하는 게 그 돌아갈 친구의 뜻을 기리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 나한테 베풀기로 했다는 귀뜀을 했다. 고마운 사람이다.
草書, 즉 휘갈겨 쓴 칠언고시다. 그것도 초서 중 읽을 만한 소위 半草가 아니라 예술가들이 멋부릴만큼 부리고자 애쓴 흔적이 듬뿍 담겨 있는, 따라서 앞뒤 맥락을 파악하고 난 뒤에야 제대로 읽혀지는 소위 眞草로 쓰여진 글이다. 한참을 헤맨 끝에 해독을 할 수 있었다:
山鳥飛來自飛去산조비래자비거
春風吹落復吹開춘풍취락복취개
(산새는 날아오고 스스로 날아가고
봄바람은 불어 떨구고 다시금 불어 피우니라)
지은 이는 중국 明나라 때의 陳道復(1483-1544)이라는 예술가다. 중국에서는 꽤 알려져 있는 듯한데 우리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자 화가다.
주제는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自然回歸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첫 번째 행의 와 두 번째 행의 字가 함축하고 있는 동양철학적 내용이다. 스스로와 다시금. 스스로 거듭 나는 것, 자연회귀 말이다.
어쩌면 진도복은 이 두 개념들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자 이에 12자를 첨가 해 시라는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도 그림을 그리 듯 구체적인 모습을 서술해 가며.
詩가 퍽이나 내 마음에 든다. 그래 내친 김에,

진도복이 자신의 매화 그림에 붙인 칠언절귀 시 한 수를 읊는다:
梅花得意占群芳 매화득의점군방
雪後追尋笑我忙 설후추심소아망
折取一枝懸竹杖 절취일지현죽장
歸來隋路有淸香 귀래수로유청향
(매화가 뽐내듯 모든 꽃을 재치니
눈 온 뒤 찾았더만 내 분주함을 웃는구나
가지 하나 꺽어 대지팡이에 걸으니
돌아오는 길 내내 맑은 향에 감싸이네)

...
산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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