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716명
[독일개관]독일에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이곳에 실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게시판은 독일관련 데이타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곳입니다. 그러니 1회용도의 글(구인,질문 등)은 정보의 가치가 없으므로 이곳에 올리시면 안됩니다.

문화예술 Proust와 Joyce의 만남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2,434회 작성일 06-05-03 00:42

본문

운동 경기, 특히 권투에서 이를 종종 겪는다. 그 옛날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쳤던 알리와 포먼, 알리와 조프레이저 등의 대결을 떠올린다. 사전기쁨이 최고의 기쁨이라 했듯, 이러한 대결은 대결 그 자체보다는 대결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쇼의 연출이 한몫 톡톡히 해냈다. 대결을 빌미로 어쩔 수 없이 품게되는 긴장감이 아마도 이러한 쇼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리라.

이와 비슷한 만남을 정신계 내지는 예술계에서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지난 세기의 두 거장이라 불리는, 서양 언어 예술계의 최고봉: 프루우스트와 조이스가 서로 만났던 것이다! 현대 서양 언어 예술의 진행은 이 두 양반을 빼놓고는 생각되어질 수 없을 정도라 떠벌리곤 하는데, 사실 맞는 말이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 직접, 그것도 딱 한번 만났다. 진짜로 만났다. 증인이 있다. Arthur Powers가 그 이름이다.

만약에 이 만남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에 대한 보도가 전혀 없었다면, 우리는 우리의 상상의 나래를 끝없이 펼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거의 신비화시켰을 것이라 어렵지 않게 상상해 본다. 허나 불행스럽게도 파워스는 이 만남을 옆에서 지켜 보았고, 그리고 두 거장들이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상세히, 아주 상세히 보도를 했다:

두 거장들이 하루는 저녁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이때 두 양반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프루우스트: 트루펠을 즐겨 드시는지요?
조이스 : 예, 저는 그것을 아주 즐겨 먹습니다.
(*트루펠은 버섯의 일종)

이게 전부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이 직접 대면에서 서로가 나눈 말은 이 짤막한 말 딱 두 마디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프루우스트는 사전에 조이스가 이 버섯요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니, 어쩌면 미리 계산한 모종의 꿍꿍이 속으로 던진 질문임에 틀림 없으리라.

허나, 뭣땀시? 아니, 뭐라고? 한 세기를 대표하는 두 거장들이 만나 기껏 나눴다는 말이, 그것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위 두 마디? 그것도 시시콜콜한 먹는 얘기? 믿기지 않으나 믿을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이를 바로 옆에서 지켜 본 증인 Arthur Powers가 전하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아, 이를 어찌 이해해야 쓰겄는가?

그 해답을 허나 우연히 다음의 일화에서 엿본다:
19세기 오스트리아 언어예술의 거장이었던 Grillparzer는 비엔나에 같이 살았던 또 다른 거장 Hebbel을 일부러 피하고 다녔다. 같은 도시에 살았으니 어느 때라도 쉽게 만날 수 있었을 터인바, 쉽지는 않았으리라. 근데 왜 피했을까? Grillparzer로서는 Hebbel이 만날 때마다 신 내지는 절대자에 대해 말을 나누고자 함이 두렵고 귀찮아서였다. 둘이 만나 이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찬반의 말을 섞다 보면 항시 케케묵은 진부한 결론으로 끝을 맺음을 미리 내다보았기 때문이었다. 쓰잘데 없이 그런 말 주고 받느니 혼자 집에서 글 한 줄 더 쓰지 했던 듯하다.

어쩌면 프루우스트 역시 이와 비슷한 염려를 품지 않았을까? 그래 미리 이런 난처한 경우를 방지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거창한 주제에 대한 케케묵은 말싸움보다는 지극히 단순한 의견 일치를 보려 하지 않았을까? 그래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고수의 카드를 넌지시 던졌던 것이 아닐까 말이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바로 그 질문:

"버섯 요리를 좋아하십니까?"

프르우스트가 조이스에게 던진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이 말 한 마디는 그러니까 두 사람의 이후 관계를 아무 탈없이 - 의견 일치 속에서 - 죽을 때까지 지속시킨 제갈량의 지혜였던 것이다.

어쩌면 조이스 역시 맞짱 뜨는 고수답게 이러한 프르우스트의 깊은 뜻을 이내 알아채고 빙그레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으리라:

"예, 전 버섯 요리를 무지 좋아합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독일개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95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2 10-12
194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7 09-30
193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4 09-29
192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1 09-22
191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7 09-10
190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4 09-01
189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0 08-24
188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6 08-18
187 문화예술 나 디 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4 08-09
186 문화예술 나 디 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9 08-05
185 문화예술 아유해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2 08-04
184 문화예술 아유해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5 08-01
183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3 07-30
182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8 07-29
181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 07-27
180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7 07-26
179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2 07-08
178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4 07-04
177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42 06-23
176 문화예술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4 06-14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