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Home > 독일개관 목록

문화예술 소모임 식구들에게

페이지 정보

무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02-27 00:33 조회2,351

본문

한 솥 밥을 먹는 사람들을 일컬어 ‘식구’라 하는데
함께 모여 밥 한번도 못 먹어 본 사람들을 ‘식구’라 부르네요.
동철님이 늘 솥에 빠지지 않고 밥을 해 놓으시면
밥 먹는 시간이 좀 다르긴 하지만 각자 들러서 한 두 수저 퍼먹고 가거나
혹은 반찬 투정 하다 만나거나 마주치는 식구들과 말도 좀 섞기도 하였으니
한 식구라 부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요.

오랜만에 들어오니 방문이 활짝 열려 있고 많이 달라져있네요.

지난 해 끄트머리에서 이 공간 열었을 때 버선발로 달려 오면서
실은 지나치게 흥분했었어요.
그래서 하나 둘씩 쌓아 무얼 만들어 보자고 설렘을 전하기도 했었죠.

무엇에 빠져 볼 작정도 하지 않았는데 정신 없이 빠져 드는 것을 깨달은 것은
아들 녀석이 어느 날 지나가면서 툭 던진 말에서였어요.
‘엄마 요새 무슨 생각으로 살아요?’
갑자기 뒷 덜미가 싸아 해 오면서 쭈뼛해졌죠.

요즘 청소년들 컴퓨터 없으면 생활이 안 되는 것에 비해 아들 녀석은
너무 컴을 멀리 한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가끔씩 우리나라 돌아가는 뉴스나 잠깐 읽고 나가는 아이가
내가  들락거렸던 ‘베리’를 어깨 너머로 읽다가
엄마를 빠지게 만드는 저 곳은 대체 어떤 곳인가 하고 들어와 보았던 것 같더군요.

넷에서 내디딘 첫 걸음이었는데……

아마도 나는 이 방에서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삭이거나 덜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난, 설익은 열정과 치기 어린 낭만으로 뛰어 들었던 놀이 판에서
파 묻혀 지내던 그 젊은 시절을 다시 회상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

넷을 제 삶의 가장자리로 힘껏 밀어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 가장자리 끄트머리 어딘가에 낭떠러지가 있다면
떨어 뜨려 보고도 싶다고 여기며 말이죠.

게다가 제가 선택한 삶은 조금이라도 딴 청을 하거나
딴 길로 샜다간 아주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말거든요.

들어오는 횟수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안절부절 못하고 손톱을 물어 뜯으며 헤맸습니다.
하루에 한번, 일 주일에 한번, 이 주일에 한번……
무척 힘들었지만 결국 가능하더군요.
이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넷 없이도 살수 있게 되었어요.
그 ‘자유 함’을 가지게 되자
이 곳 소모임 식구들에게 미안함이 마구 고개를 쳐들더군요.

그래, 적어도 이 방 식구들에겐 인사라도 해야겠다 싶어 들어왔습니다.
13명이 되는 식구들이 실은 누구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송구스럽습니다.

들풀님.( 그 싱싱함과 자유분방함은 님을 오뚝이처럼  살아내게 할 것만 같아요
            세 번째 파마는 꼭 같이 하자고 했는데…)

리자마리님. (이성과 감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상태에서 ‘그리움’이 한 없이 깊어지면
                ‘몰두’가 가능하고 그 몰두는 ‘치유’를 동반함을 님을 통해 느낍니다)

리포터님. (큰 집과 빠른 자동차에 목숨 걸지 않아도 바보 소리 듣지 않게 되는 일을
              시작하는 길이 순탄하길 바랍니다. 모든 것 다 때려 치우고 날아 온 이곳에서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아도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가끔씩 잊지 않았음 합니다)

창오님.(‘헤겔’이 힘들게 하여도 끈덕지게 파고드는 힘을 만들어 내시거나 심지어 저장까지
            하셔서 끝까지 바라던 바 이루게 되시길 바랍니다)

D.960님(우리나라 문화는 그 어떤 것과 비교가 안 되는 고유한 특성이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화인열전’과 ‘완당평전’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님의 그 건강한 시각과 유연한 자세가 님을 지속적으로 이끌게 되길 바랍니다.)

디디님.(끊임없는 탐구 자세와 적극성, 무엇보다 정직한 님의 태도는 어디서 무엇을 하던지
            님을 당당하게 만들게 되길 바랍니다.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유효합니다)

아유해피님( 꿈꾸는 그 ‘문화 공동체’ 혹은 ‘삶의 공동체’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기 위해
                지금 하는 공부가 차근차근, 여유 있게 다지기 위한 작업을 하는 과정이라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정제된 상태든 투박한 상태든 최선을 다한다는 성실성이
                부끄러워지지 않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미류님(딱 한번, 넷 상에서의 만남이지만 이렇게나 깊이 콕 박혀 있다면 그래서
        ‘넷이 사람을 정신 없이 빠질 수 있게 할 수 있구나’ 하고 이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적인 것에 정신을 사로 잡히게 하는 일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서동철님(절제와 통제가 정제된 경험의 시간 층과 절묘하게 맞물려 나타나는 때를 종종
            접했습니다. 안타까움과 동정심은 결국 따뜻함의 기류에서 만날 수 있는
            성정 인 것 같다는 생각을 님을 통해 해 봅니다. 모든 것이 변하고 끊임없이
            변해가는 세상에서 무엇보다 마음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머지 식구들은 누군지 확실치 않은데다 말도 섞어 본 적도 없고 해서
그냥 묶어서 인사 드립니다.


많이 배웠고 또 즐거웠습니다.

모두들

하시는 공부와
일과
놀이와
관심에

넘치는 건강함을 소원합니다.




무울 드림
추천 0
베를린리포트
목록

댓글목록

들풀님의 댓글

들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었읍니다..설마 작별인사는 아니겠지요?
가끔 사시는 모습 전해주시길 기대하고 있겠읍니다....
세번째 파마는 같이 하자고 말씀 드렸을때....저 스스로도
그럴날이 정말 올까..?했읍니다만..
꿈꾸는 사람은.....그 꿈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울수있는지...
지금 ..님의 글을 읽으며 ..서로의 파마 머리를 보고 깔깔되는 꿈을 꿉니다..
 웃음이 나오는 군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D.960님의 댓글

D.960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저도 요즘 인터넷과 사이가 좀 나빠져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언제부턴가 얘하고 너무 친해져서 일종의 금단 현상 같은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미류님의 댓글

미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유해피 님..
이 글 보실 것 같아 여기에 잠깐 적습니다.
제가 덤벙대다 또 잘못을 했습니다.
서동철 님의 '미류에게'라는 글에서 님이 제게 하신 말씀을 못 들었어요.
무울 님 말씀 듣고 '그 때 내가 했던 말이 무엇이었지?'하고 가 보았더니
님이 제게 무어라고 말씀하고 게셨어요.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약간 꺼벙한 데가 있어서 언행이 늘 엇박스럽습니다.
회원에게만 카페글이 공개되던 사정은 이미 해소되어있고
인터넷을 한갓 거래 상대로 구겨버리게 된 내막은
제 정신과 마음을 틀잡은 극렬한 불길의 어떠함을 구구절절 늘어놓아야하는 따분한 종류의 것인지라
말 없이 가만히 있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이 각자의 이야기들로 인터넷을 풍성하게 가꾸시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무울 님..
1월에 작은 토론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셋입니다.
더할 나위 없이 보배로운 한 사람과 저의 마음으로 몹시 싫을 때가 있는 한 사람, 이렇게 셋입니다.
저의 정신은 무척 자유롭고 편안해져서
준비한 내용의 요점을 잘 배열하여 솜씨있게 말하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생각나는 대로 뒤죽박죽 섞어 거리낌없이 감정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속에 있는 것을 말이나 글로 드러내는 것은 참 좋은 행위가 맞고도 맞습니다.
감추어진 것을 철저히 파악해나갈 것, 마음의 숨은 사람을 넓힐 것.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저는 영원을 사모해 온, 느린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들은 슬픔과 혼돈의 시기를 유난히 길게 겪지요.
미류 씨의 지금은
세상을 이용하는 법을 배우면서 영원에 속한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괜찮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마음이 조금 아픕니다.
그래도 잠깐 후면 지나갑니다.
안녕하세요..


아유해피님의 댓글

아유해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한국 다녀왔더니 무울누님이 다녀가시더니 아무래도 작별인사인 듯 하여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한국 가기전 부쩍 미류님 생각이 들었더랬는데 쪽지나 메일이 보내지지 않아 연락하기를 그만두었었습니다.
헌데 이리 글을 주시니 무척이나 반갑고 고맙고 마음, 무지 바빠집니다.

한 분은 작별글을 주시더니 한  분은 기다리던 기별을 주시니 또 한번 마음, 어지럽습니다.
글을 쓰디보니 머리 한켠으로 스치는 이 엉뚱함...

님이 혹시 담이 아빠...?
아니라면 실례를 용서하십시오...

미류님... 괜찮으시면 쪽지나 메일한번 주시지요.
기다리겠습니다.


미류님의 댓글

미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서동철 님에게도 인사 조금 해야겠지요?
음.. 뭐가 있을까요?
어.. 그러니까.. 조금 전에 토론 모임 하나를 더 만들었습니다.
이번엔 더 많아져서 다섯 명입니다.
운전연습하다 자동차 사고내서 문들이 모조리 찌그러졌고 네 개의 바퀴들은 너덜거렸지만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조카 7세와 산책하다가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았었던 그 나무의 이름이 느릅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내일은 삼일절이어서 쉰답니다.
어쩌면 오후에 친구들과 산을 오를지도 모르겠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Home > 독일개관 목록

게시물 검색


약관 | 사용규칙 | 계좌
메뉴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