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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백남준(Namjune Paik)의 브레멘전   

백기영 이름으로 검색 2002-03-15 (금) 22:56 17년전 6989  
◆ 백남준(Namjune Paik)의 브레멘전

paik1.jpg한국이 나은 위대한 예술가이자, 20세기 아방가르드 예술의 산 증인 백남준의 회고전이 브레멘의 쿤스트할레에서 있었다. 이번 전시는 특별히 플럭서스와 비디오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그 때문인지 커다랗고 많은 수의 비디오 화면이 압도감을 주는 백남준의 대다수의 작업에서 볼 수 없었던 재치와 백남준 나름의 기지가 돋보이는 플럭서스 당시의 소 작품들을 많이 볼 수가 있었다.오랜 기간 아방가르드 미술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 온 그였지만 그의 작업을 총 결산하는 대규모의 회고전을 가질 기회가 적었다. 미술관 관계자들은 브레멘 쿤스트 할레를 믿고 그의 회고전을 허락한데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백남준 정도의 명성이면 브레멘의 작은 쿤스트 할레 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미술관을 그 의 회고전 파트너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시를 보고 나면 백남준이 이 전시장에서 그 의 회고전을 갖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상당수의 작품들이 이곳 브레멘에서 첫 선을 보였던 작품들이고 심지어 몇몇 작품은 처음 그가 설치했던 그 자리에 다시 자리를 잡고 그의 옛 무명 시절을 회상하고 있었다.


paik2.jpg◁거북,1993 비디오 인스톨레이션,166개의 비디오 모니토어,150*600*1000cm





세계의 미술관들이 새천년을 맞이하며 저마다 지난 20세기를 돌아보는 회고전을 기획하였다. 심지어 어떤 미술관은 다가오는 세기에 대한 전망까지 시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를 이끌어 왔고, 다음 세기의 미술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백남준과 같은 인물의 브레멘 회고전은 깊은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미국의 미술잡지 'Artnews'는 칸딘스키와 피카소 그리고 마르쎌 뒤쌍과 함께 20세기 25명의 예술가로 백남준을 선정했다. 특히 백남준은 세개의 서로 다른 지형학적, 문화적 영향을 한 몸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는 우리시대의 어떤 인물보다도 세계 각 지역에서 문화적으로 중요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는 아시아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일본에서 현대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유럽에서 그 예술의 근저가 될 만한 예술적 역량들을 보여 주었고 ,1964년 이후로 살며 생활했던 미국을 바탕으로 그의 예술은 빛을 발하게 된다. 다가오는 시대는 그와 같이 문화와 전통의 한계를 넘어선 방랑자들의 세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그들은 문화를 생산해 내기 이전에 다른 문화를 흡수하는 능력을 지니며 이질적인 서로 다른 문화들을 혼합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특별히 1993년 베를린에서 있었던 국제 방송예술제에 선보여 주목을 받았던 ,"거북"을 설치하였는데, 이는 166개의 모니터들이 이루어져 만들어 내는 장관이었다.

가끔씩 나의 눈을 자극하는 한글들 "이순신 장군, 거북선"따위의 글자들이 그와 내가 한국 사람임을 인식하게 하는 하나의 고리가 되고 있었다.

백남준은 1960년대에 반 예술운동의 예술가로, 80년대에는 미술시장에 스타로 ,예술과 과학기술의 협력(예로,Video-Synthesizer)을 통해서 인상적인 미디어 작품을 만드는 동시에 ,반 테크놀로지 유형의 자연을 표상으로 삼는 작업들을 통해서 그는 미디어를 비판하고 있다. (예로 텔레비젼 상자 속에서 불타는 초)1970년대 초 이래로 그의 이론서 (The Electronic Super Highway,1974)들이 현대미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그의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제 6회 카쎌 도큐멘타,1977,이후에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서 그의 새로운 미디어 예술은 보다 확장된 개념의 예술로 관람자들의 안방을 침공하게 된다.그는 미술관에 드나드는 고상한 관람자들만을 상대로 작업하지 않는다.미술관의 그림을 보면 지겨워서 하품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고상인 영예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그의 작업은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다.

백남준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전제가 있다면 그것은 백남준이 이해하는 미디어론이다.그는 텔레비젼 혹은 전자매체를 어떻게 이해했는가? 그는 미디어에 관한한 그 어느 누구보다도 전문가이다.텔레비젼 화상이 어떻게 기계장치를 통해서 화상을 구성하고 그것을 수 많은 화면들과 엮어서 몇 초간의 움직임의 차이 속에서 생겨나는 메시지의 차이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수많은 과학자들과 벌써 70년대부터 비디오 예술과 관련된 과학기술의 필요성을 감지하고 편집기를 개발한다든지,미술과 과학기술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실천했던 사람이다. 그의 작업실에는 나사의 공학박사들이 아시스텐트로 일하고 많은 수의 비디오 예술가들이 그를 거쳐 갔다.그는 인간문명과 과학기술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낙천적이다.광주의 1회비엔날레 때 인포아트전을 마치고 21세기가 오면 어떨것 같습니까? 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아흔이 넘는것을 빼고는 나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라고 대답할 정도로 그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다.그래서 우리는 그의 미디어론이 매우 기계 친화적이거나 문명친화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paik3b.jpg

△마그네틱 TV 1965/99

그의 초기 작품들을 보면 그는 당시 비디오 예술가들이 가졌던 공영방송과 언론에 지배되는 인간성을 해방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인터 악티브 예술을 비디오에 적용시켰다. 방송국에서 쏘아대는 이미지가 텔레비젼 브라운관을 타고 나오는 것을 수동적으로 앉아서 받아보고 수용하기만 하는 관람자용 텔레비젼에서 텔레비젼의 이미지를 관람자가 자석막대를 들고 마음대로 바꾸는 이른바 창조의 소재로 텔레비젼을 전환시킨 것이다.1972년 카쎌 도큐멘타에서 백남준은 카를로트 무어만과 함께 티이브이 첼로와 브레이지어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여기에도 무어만의 연주에 의해 변형된 텔레비젼 이미지와 그 화상이 비쳐진 것을 보게 된다. 무어만의 연주가 끝나는대로 백남준은 "아! 나는 피곤하다! 나는 피곤하다!"를 외치면서 텔레비젼 박스들을 쌓아 올리고는 텔레비젼 박스 안에서 밖을 향해 두드린다.텔레비젼을 통해 들어오는 가상실제들을 실제인 양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에 한 예술가의 행위가 텔레비젼 박스 안의 실제행위가 관람자들의 가슴을 두드리는 것이다.그리고 나서 그는 다음 텔레비젼 박스 안에서 사과를 한입 물어 우적우적 씹어 먹는다.그리고는 작은 초를 하나 들어 불을 붙인 후, 구멍 난 텔레비젼 박스 안에 가만히 세워 놓는다.이 촛불은 관람자의 콧김이나 재체기에 의해 움직이는 실재이다.그의 행위는 당시 반 공영방송의 도구로 실험영화니 실험 텔레비젼 예술을 하던 이들에게 충격적인 것이었다.

paik4.jpg◁ 하나의초 1988/89 ,카메라 ,초,5개의 프로젝토어




이와같이 백남준은 온통 조작된 비디오 예술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지만 그의 예술의 근저에는 조작되지 않는 작은 실제에 대한 근원을 찾고 있다. 이번 전시에도 "하나의 초"(one Candel)라는 비디오 설치 작업이 있었는데,중간에 하나의 초가 촛대 위에 꼳혀 있고 여러 대의 비디오 프로젝트가 초 앞에서 초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있는 작은 8미리 핸디 카메라의 이미지를 받아 벽에 현란한 색의 이미지로 반사시킨다. 비디오 혹은 영사기가 만들어내는 빛의 근원은 무엇인가? 전자 빛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그는 되 묻고 있다.저 아름다운 현란한 기술의 빛의 근원은 만지면 뜨거움을 느끼고 작은 바람의 흐름에도 유동하는 촛불이다.그의 이와 같은 생각은 1980년대 미국의 시카고 미술관에 전시했던 "달은 최초의 텔레비젼"이라는 작업에서도 같은 근원을 찾을 수 있다.달이 만들어내는 빛을 보고 우리는 그리운 고향을 생각하거나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렇게 위로를 주던 달의 자리를 오늘날 텔레비젼이 대신하고 있지만, 달의 기능을 다해내지 못한다.또한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작은 계란 하나를 촛불을 촬영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여러 개의 텔레비젼에 연결해서 보여주었는데, 이 작품은 마치 커다란 하나의 행성,혹은 달을 촬영한 화면과 흡사하게 보인다. 관람자가 이것이 하나의 계란으로부터 온 것임을 알고 나면 그는 다시 떨어져서 그의 눈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paik5.jpg◁ 자라는 계란,1984,8개의 카메라,조명등,계란,검은 천



이번 전시에서 브레멘 미술관은 가급적이면 백남준을 독일과 연결지으려고 부단히도 애를 쓰고 있었다.거기에 등장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역시 그들의 스타 요셉 보이스였다. 백남준이 보이스를 위해 제작한 모자쓴 보이스 로봇을 중심으로 보이스의 퍼포먼스를 담은 백남준의 다른 작업들과 심지어는 백남준이 독일어를 배울 때 썼던 독일어 사전까지 전시를 했는데,불행하게도 그의 독어 일어 사전을 독어 한국어사전으로 잘못된 푯말을 달아 놓아 전시장을 찾는 많은 한국인들로부터 항의를 받아야 했다.(필자도 항의를 한 사람 중의 하나였는데, 그때 안내원이 난처한 표정으로 그것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지적을 받는다고 했다.나라면 한번 지적에 푯말을 고치겠다.)전시장에서 사온 백남준의 카타로그에서는 심지어 백남준의 뮌헨대학, 쾰른대학 재학시절의 성적표까지 실려있었다(으씨 성적관리 잘해야징!!!). 백남준과 관련된 카타로그나 편지 번역본을 보면 그의 잘못 쓴 문법 실수까지 그대로 쓰거나 그 특유의 발음을 흉내내는 등 그야 말로 백남준은 그의 실수까지 신비화시킨다. 실예로 필자는 백남준의 초기 씨디롬 작업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거기에 보면 백남준이 퍼포먼스 도중에 독어, 영어를 막 섞어서 쓰는데,이를 번역해야 하는 번역자가 이 대목에서 무지 헤매고 있는 것을 보았다.하긴영어는 번역해야 하지만 발음 나쁜 독어를 구지 번역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paik6.jpg보이스 목소리(Boys Voice)1990,비디오 조각,9개의 낡은 텔레비젼,필즈모자,2개의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











- 백기영(http://members.tripod.co.kr/Peik )

베를린천사 200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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