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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헤라클리트   

판타 레이, 내 책상 위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인쇄예술작품에 박혀 있는 고대 희랍어 문구다. 소크라테스보다 먼저 살았던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리트가 외치는 가르침이다. 모든 것은 흐른다 내지는 모든 것은 움직임 속에 있다라는 뜻. 거꾸로 말하자면 아무 것도 머물러 있지 않다는 뜻이다. 낮이 가면 밤이 오고 여름이 가면 겨울이 오며 아침이 지나면 저녁이 다가오고 봄이 지나면 가을이 다가온다. 인간지사 새옹지마라는 세속의 가르침 역시 어쩌면 판타 레이에서 그 철학적 내지는 형이상학적 뒷받침을 얻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모든 것은 항시 변하고 오직 그 변함 자체만이 변하지 않을 뿐이다.

헤겔은 이러한 헤라클리트의 가르침을 빠짐없이 자신의 주저 '논리의 학'에 고스란히 받아들였다고 고백한다. 특히 제일 앞 부분의 '있음의 논리'가 말하는 '있음'과 '없음'은 똑같으며 참된 것은 '되어감'이라는 형이상학은 헤라클리트의 가르침을 시대와 장소에 걸맞는 말글로 펼친 것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되어감'을 '있음'과 '없음'의 통일체로 보고자 함은 상반된 것의 통일을 최고의 원칙으로 삼고자 하는 서양 예술철학의 심장부에 박혀 있는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그래 니이체 역시 헤리클리트는 절대 늙지 않는다는 말을 내뱉지 않았나 싶다. 조금은 더 쉽게 말하자면 참은 있음에서도 그리고 없음에서도 찾을 수 없고 오로지 있음에서 없음으로 옮겨지는 또는 그 반대의 방향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자리하고 있다는 가르침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단순대립보다는 오히려 삶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삶의 총체적 과정 속에 바로 참을 자리매김한다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그래 이를 소위 '생명성의 원리'로 추켜세우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허나 내 눈에 이보다 더 귀중하고 훌륭하게 보이는 그의 가르침이 있다: '내적으로 다양한 하나' - 각각 다른 모든 것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일체를 그리고 있다. 휄덜린은 이를 자신의 편지소설 '히페리온'에 인용하며 미학의 근본개념인 '아름다움'의 바탕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철학이 여기에서 파생되었다고 울부짖는다. 근데 대체 이게 그럼 뭔 말이냐? 따지고 보면 위의 '움직임 속에 있음'과 다르지 않은 뜻인데, 단지 보는 시각을 쪼께 달리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각의 차이가 일으키는 효과에 있어 내게는 윗 놈보다 더 귀중하고 훌륭하게 보인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한 생각을 글을 통해 밖으로 드러냄에 있어 휄덜린의 인용구가 세상에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는 판타 레이보다 더욱 튼튼한 힘을 자랑한다 여긴다. 다양한 모든 것들을 하나로 꿰뚫는 통일성을 제대로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휄덜린이 부르짖듯 짜장 '큰 말'이다. 독일고전철학의 탄생 시기 사상발전에 때론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던 '헨 카이 판' 그러니까 '하나요 모두'하는 철학적 원칙은 이러한 '아름다움'에 바탕을 두는 생각이다. 

모두가 서로 다름으로 인해 치고 받고 하는 싸움판에서 그래도 하나로 아우러지는 그런 모습이 아름다운 모습인 게다.  화해는 싸움의 한 복판에서 이루어져야 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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