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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Petrarca(1304-1374)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463회 작성일 08-12-02 00:32

본문

그  - 며칠 전 우연한 기회에 꽤 오래된, 지난 세기 초에 제작된 독일 무성영화를 봤는데 말이야, 그 중 한 장면이 참 인상적이더만. 산행을 미친 듯 좋아하며 즐기는 주인공 남자에게 이 친구를 또 미친 듯 좋아하며 사랑하는 여자가 답답한 마음에 묻는데, 왜 산에 오르느냐, 아니 저 위에 뭐가 있길래, 당췌 뭣 땀시 그런 위험을 무릅쓰며 땀을 뻘뻘 흘리느냐 이거야.
나  – 크, 아주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구만. 그래 그 친구 뭐라 답하던가?
그 – 그게 또 걸작인게, 아주 짧게 허나 동시에 굵직한 듯 들리는 말을 던지는 게야.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라나.
나 – 크, 질문보다 더 취하게 만드네. 자기 자신이 그 위 꼭대기에 서 있는 모양이지?
그 – 그래 내 니한테 묻는 게야. 이 말을 좀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거든. 인생 후반기에 신이 건네 준 최대의 선물이 바로 알프스산행이라 자부하는 너이기에 말이야. 너는 그러니까 왜 산에 오르는데?
나 – 응,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 크, 진짜 멋있게 들린다, 그치?
그 – 바로 철학함이 내거는 최대의 질문에 다름 없거든. 내가 누구냐 이거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찾는 과정으로서의 삶이 바로 철학하는 삶이라 여겨. 근데 그 친구가 바로 이러한 철학하는 삶이 바로 산행이라 힘을 주어 말하니 내 귀가 솔깃하지 않겠니?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찾지 못해 애걸복걸 구하고 있는 답을 산행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니 이 답을 찾기위해서라도 당장 산에 오르고픈 마음이 생기더만.
나 – 철학함에 대해 내 잘은 몰라도 그 속에 이런 저런 다양한 모습들이 있듯 산행을 통해 자기자신을 찾는 길 역시 이 찾음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기 보다는 여러 방법들 중의 하나지 싶어. 물론 철학함과는 다른 방법이고 말이야. 짧게 말하자면 산행을 하며 겪는 이런 저런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 중에서 미쳐 몰랐던 자기자신의 한 면목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 그것도 평상의 일상생활에선 겪기 힘든 집중성을 띄며 말이야. 일반커피와 에스프레소가 보이는 차이라고나 할까. 더군다나 철학처럼 골치 아픈 일 하기 싫거나 내지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호흡을 하며 자기자신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는 멋진 움직임이 산행이라 볼 수도 있지.
그 – 철학도 하고 산행도 하면 더 멋있지 않을까?
나 – 혀 봐 그럼. 내 박수 쳐 줄께. 근데 사실 지금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산행과 철학과는 역사적으로 아주 가까운, 거의 운명적인 인연을 맺고 있다는 사실, 니 알랑가 몰라. 산이 있으니 산에 가고 산이 마냥 좋아 산에 간다는 그런 산행을 최소한 역사적 기록 상에서 처음 이룬 사람이 바로 이탈리아의 한 철학자라는 사실, 놀랍지? 누구게?
그 – 걍 쏘세요.
나 – 페트라르카, Francesco Petrarca, 중세 후반에 숨을 쉬었던 이탈리아의 언어예술가요 철학자였지. 중세 말기에서 근세 내지는 인본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살았던 사람이라 흔히들 인본주의자라 부르고 있다만 이러한 시대구분 자체가 문제시되고 있듯 이 사람의 철학적 성향에 대한 규정 역시 여적 왈가왈부 되고 있어. 허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알피니즘, 그러니까 산이 있으니 산에 가고 산이 좋아 산에 간다는 순수산행의 아버지라 거의 이구동성으로 불리고 있지. 그 전까지는 특정 학문적인 이유에서 아니면 정치군사적인 목적 등이 뚜렷한 경우에만 높은 산에 올랐던 게야.
그 – 나도 그와 비슷한 얘기를 어디선가 얼핏 들었는데, 사실이구만. 세익스피어가 소넷트를 지을 때 거의 결정정인 영향을 끼친 사람이 바로 페트라르카라 그러지. 이 사람의 소넷트 형식 말이야. 근데 그를 소위 ‘순수산행의 아버지’로 만든 기록이 대체 무슨 내용을 품고 있는데?
나 – 그가 자신의 한 동무한테 보낸 편지글이야. 라타인어로 썼지. 14세기 전반, 정확히는 1336년 4월 26일 자기 동생과 그리고 도우미 두 명과 함께 1912m 높이의 Ventoux 산 꼭대기를 처음으로 올랐는데 그 산행에서 자기 마음 속의 움직임을 편지글을 통해 밖으로 뿜어 냈다고 보면 돼. 오르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결국 정상의 맛은 보았다고 쓰고 있지. 특이한 점은 허나 그 와중에 이 철학자는 아우구스틴을 읽었다는 사실이야. 그 편지를 받는 이가 아우구스틴의 ‘고백록’을 선물로 주었다 하는데, 이후 그는 하시도 손에서 놓지 않고 읽고 새겼다고 전해지고 있어.
그 – 그 산은 지금 무엇보다도 특히 매년 초여름에 열리는 세계 최대의 자전거 일주 경기 Tour de France가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한데. 더군다나 오래 전에 한 선수가 약물 과용 복용으로 그 산에 자전거 타고 오르다 목숨을 잃어 한 곳에 추모비가 세워져 있어. 그건 그렇고, 근데 산행과 아우구스틴과 도데체 무슨 상관이 있었던 겔까?
나 – 바로 그게 결정적 물음이야. 왜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페트라르카는 땀 뻘뻘 흘리며 이어지는 산행 중에 하필이면 아우구스틴을 떠올렸을까 말이야. 심지어 그 ‘고백록’을 읽으며 그 뜻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길 정도였으니.
그 – 그러니까 계속 그 알맹이를 꺼내 지껄여 보세요.
나 – 오늘은 그럼 간단히 두 가지 면에서 그 알맹이를 벗겨 보여 줄께. 하나는 아우구스틴이 자신이 현재 행하는 ‘고백’을 통해 과거의 때를 씻고 미래의 영적 삶에 다다르고자 하는 모습을 페트라르카는 자신이 현재 행하는 산행을 통해 오르기 전 몸 담고 있던 밑 계곡의 어둠을 벗어나 오른 후 발을 딛고 있는 위 꼭대기의 밝음을 맛보는 모습을 뒷받침하고자 하는 게야. 이에 그는 성서의 한 문구등도 인용하며 산의 좁은 길을 소위 ‘영적인 삶’으로 이끄는 바로 그 ‘좁은 길’로 여기는 종교적 해석력 또한 아울러 자랑하고 있지. 또 다른 하나는 ‘바라봄’과 관련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알프스의 파노라마를 육체적 바라봄이라 부른다면 정신적으로 보다 더 알찬 삶을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영적 바라봄이라고 외치고 있어. 더군다나 육체적 바라봄이 바로 이 영적 바라봄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백안시를 하고 있고. 내 나름대로 꾸려 말하자면 육체적 바라봄이라는 맥락에서 만약 내가 니한테 ‘저기 좀 봐!’ 하면 니가 눈을 떠야 볼 수 있는 반면 정신적 내지는 영적 바라봄에서 그런 주문을 받을 경우 오히려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는 게야. 자기 마음 속을 들여다 봐야 하거든. 여기서 눈을 뜨고 있으면 그러한 마음 속을 바라봄에 방해됨은 니 또한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니.
그 –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눈을 반개, 즉 반은 뜨고 반은 감는 모습을 선호하는데. 조용히 앉아 없음의 경지를 맛볼 때 필요한 그 모습 말이야. 그건 그렇고, 어쨌든 독일말로 뭐라 하더라, 그 ‘oben blau unten grau’로 모을 수 있는 생각이구만. 위는 청색이요 아래는 회색이라, 말이 되네.
나 – 근데 알프스에 오르다 보면 실제 종종 그런 모습을 겪곤 해. 계곡에 안개가 쫙 깔려 있는 경우 회색의 아래를 뚫고 오르다 보면 어느 새 청색의 위가 보이며 위아래의 가름이 뚜렷해 지거든. 산행의 맛을 돋구는데 있어 아주 뛰어난 양념이지.
내가 지금 밥도 해야 하고 빨래도 걸어야 하니 좀 그런데, 끝으로 그럼 같은 맥락에서 페트라트카가 인용하는 아우구스틴의 가르침 하나 건네 줄께. 이 말은 ‘고백록’ 10장에 들어 있는데, 이 10장은 ‘고백록’ 전체의 구성상 중심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바로 여기에서 아우구스틴은 현재의 자기 모습에 대해 기억이라는 개념을 앞에 놓고 아주 아주 예리한 분석을 해가며 고백 내지는 참회를 하고 있지. 직접 한번 읽어 보시고, 이제 페트라르카가 자신의 편지에 인용을 해서 더욱 더 유명해진 그 가르침을 들려 줄께.
“그리고 사람들은 산높이를 경탄하고자, 바다의 엄청난 파도나 넓은 강의 흐름, 또는 대양의 순환 내지는 별들의 회전운동을 보고자 떠나는데 – 그와 동시에 자기 스스로를 져버리곤 합니다.”
그 – 흠,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를 떠올리게 하누만. 어쨌든 고마워.
추천1

댓글목록

Lisamarie님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로 아래 피아노 어쩌고 했더니 페트라르카 하니까 역시 가장 먼저 리스트의 페트라르카 쏘네트 생각이 나는군요.

저는 몇 년전, 프랑스 프로방스의 보끄루즈 Vaucluse 아고 하는 곳의 (정확한  지명은 Ile de la sorgue) 페트라르카가 세속을 떠나 은둔해 살던 오두막 집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2000년인 지금도 여간해서 접근하기 어려운 산속입니다.그때나 지금이나 자연은 별로 달라진 게 없지 싶더군요. 그 나즈막한 돌 오두막도 그렇고.
그런데 전세계에서 ㅡ 특히 여름이라 ㅡ 그를 그리워하는 순례자들이 찾아와 있더군요.
평생 잊지못할 경험 이었습니다.


서동철님  이곳에 독일어로 글 하나 올려도 될까요?
님과 다른회원들과 독일어로만 대화하는 기회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일부러 그런 난을 하나 만들기 전에 (그건 아직, 아무래도 제가 일이 너무 많이 질 것 같고. 호응도도 미리 점쳐봐야 할 것 같고요. ^^)  몇번 시도를 해보는 의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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