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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헤겔산책(5)-부엉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4,489회 작성일 08-06-19 17:07

본문

미네르바의 부엉이

모르긴 몰라도 헤겔이 세상에 남긴 여러 문구들 중 가장 유명한 문구가 아마 바로 ‘미네르바의 부엉이’ 문구일 게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드는 무렵에야 비로소 날기 시작한다.”
(die Eule der Minerva beginnt erst mit der einbrechenden Dämmerung ihren Flug.)

그가 1820년 법철학 서문 끄트머리에서 던진 말이다. 부엉이가 황혼녘에 나래를 펼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꽤 멋진 문구다. 근데 그는 이를 통해 뭘 말하고자 했을까? 부엉이가 철학을 상징한다면 철학이 활동을 벌리는 시기 내지는 시간대가 황혼녘에야 비로소 시작한다는 소리다. 낮동안엔 뭐하다 그리 느즈막하게 수작을 부리노?

마치 부엉이가 황혼녘 전 즉 낮 동안에는 움직이지 않고 그냥 묵묵히 앉아 돼지나 늑대, 양들이 쳐먹고 잡아먹고 뛰어노는 동안에 가만 있다가 이놈들이 잠잘 때쯤 되면 비로소 서서히 자신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하듯 철학은 정치나 경제, 외교등의 일상이 막을 내릴 즈음 자신의 일을 시작한다는 말이다. 동시에 부엉이의 움직임이 태생적으로, 즉 생물학적으로 규정되어 그렇듯 철학의 움직임 또한 태생적인, 즉 이는 철학 고유의 자기규정인 셈이다. 결국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뜻인데, 도데체 왜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말인가? 철학의 과제는 세상을 사고로써 감싸고 파악하는 일이라 그렇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니까 철학함은 미래를 내다보고 점치는 그런 일이 아니라 – 여기서 미아리 고개의 철학자들이 진정한 철학자가 아니라는 외침을 엿듣는다 - 이미 일어난 현실세계의 여러 모습들을 다시금 개념으로써 파악하고 정리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항시, 즉 태생적으로 이보다 늦을 수 밖에, 밥을 김싸서 먹으려면 밥이 우선 있어야 하듯 말이다. 김만 먹으면 헛배나 채우려나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의 헤겔은 조금 더 나아가 꽤 멋을 부리고자 애쓴다. 이를 철학이 현실성과 화해하는 모습으로 그리는 게다다. 화해? 이건 또 뭔 소리냐? 철학을 형이상학으로 명명하며 우리 일상의 구체적인 모습과는 별개의 세계로 치장하는 잘못을 시정하고자 애쓰는 소리이니 이는 어찌보면 철학과 일상적 구체성과의 접목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헤겔은 이러한 자기 생각을 양자가 서로 싸워 틀어졌다가 다시 손을 내밀고 악수를 하며 화해하는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허나 만약 이러한 ‘화해’가 철학의 태생적 모습이라 한다면 이는 철학을 자기 고유의 자리에 다시 세우겠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조금 달리 말하자면 우리가 우리시대의 자식들인 마냥 철학 역시 그 시대의 산물이라는 진리를 말함이다. 철학함이란 따라서 그 시대정신의 움직임 이상도 또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법이 등장한다.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때론 규제하는 법에 대해 철학함은 다름 아닌 철학이 법이라는 끈을 통해 일상의 구체성과 연결을 맺고 있는 모습을 선보인다. 헤겔이 말하는 그 ‘화해’의 모습이다. 나아가 법이 개인과 개인, 개인과 나라 내지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들을 다루고 있음을 떠올리면 법철학은 그 주제로서 큰 개념인 ‘평등’뿐만 아니라 국가의 근본에 대한 철학, 경우에 따라선 현존의 정치체제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아울러 내비칠 수 있는 철학함으로 여길 수 있다. 실제 헤겔의 법철학은 이런 다중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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