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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맑스 단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2,664회 작성일 06-11-06 01:41

본문

공부하는 님,

서늘해지니 가을인가 했더만 어느 새 눈이 내렸고, 이즈음 깊어가는 가을 밤 즐기는 맛이 여간 아닙니다.
안녕하시지요?
님께서 제시한 질문: 맑스의 철학에 대한 시대에 한정된 비판을 넘어선 맑시즘 자체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을 동시에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노력으로서 제가 드린 맑스에 관한 부끄러운 글들이 읽혀졌으면 합니다. 이에 준해 가능하면 학적인 냄새를 풍기는 짓꺼리를 붙잡아두고자 했음에도 이 모자란 놈 그래도 심심찮게 이런 쿠린내를 풍기고 다닙니다. 그래 이왕 풍긴 거 까짓 더 찐하게 하는 심정으로 다음의 짤막한 보충의 말씀을 드립니다:
맑스의 철학을 '청년'과 '중장년'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의 분기점으로서 '공산당 선언'을 꼽고 싶습니다. 이 '선언'을 포함한 이후 '자본론'으로 지속되는 맑스 경제학적 사고의 성숙한 모습이 '중장년'이며 그 이전까지, 즉 맑스 자신의 박사 논문으로부터 시작 '선언' 전까지의 헤겔 철학과의 자기 싸움이 바로 '청년'입니다. 이러한 시대 구분은 맑스 글의 내용과 심지어 그 스타일에 비추어보더라도 충분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보고요.
단지 이에 이전 냉전 시대, 그러니까 소련 붕괴와 동서독 통일 이전의 시대에 소련을 중심으로한 동구권의 소위 정통 맑시스트들과 독일, 프랑스의 서구 맑시스트들 내지는 동구권 내부의 비판적 맑시스트들 간에 싸움이 종종 있었습니다. 전자는 '청년맑스'와 '중장년맑스' 사이를 완전 결별로 보고자 하며 '중장년맑스'에게서는 더 이상 헤겔의 부르조아 철학의 긍정적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반면 후자는 그게 아니다, '중장년맑스' 또한 '청년맑스'를 토대로 성장한 사고다 하는 주장을 펼칩니다. 제가 일전에 "소련맑시스트의 비판 거리"라 한 말은 바로 이를 두고 드린 말씀입니다. 이런 입장의 글들은 그 당시의 동독에서 출판되었던 맑시즘에 대한 책들을 펼쳐보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요. 제 개인적인 경험으론 동네에 있던 이런 책들을 전문으로 다루는 책방에 책값이 딴 데 비해 엄청 싸서 즐겨 찾았었는데, 어느 땐가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문을 닫더군요. 그래 참 아쉬워 했었는데...
어쨌든 서구 맑시스트들은 맑스 생애 전체의 사고를 헤겔과의 관계 하에서 조명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했고 여적 하고 있습니다. 헤겔이 맑스 사고의 이해를 위해 충분조건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필수조건이라는 말이지요. 심지어 '중장년맑스', 즉 자본론의 이해를 위해서도 헤겔이 필요하다, 헤겔의 '논리의 학'(우리말로는 아마도 '대논리학'이라는 우스꽝스런 번역이 공인된 걸로 알고 있는데), 즉 헤겔의 형이상학적 주저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는 논도 펼쳐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는 서구 철학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님의 문제 의식과 더불어 지금 여기의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풀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받아들이고 생각을 모아봄이 더욱 더 경제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떨구기가 힘이 듭니다.

님이 또한 덤으로 주신 말씀은 뭐 굳이 맑스에게만 해당되는 말로는 들리지 않는군요. 일반화 시켜 보다 더 올라가 세기 전의 공구나 붓다의 가르침을 여적 되씹어 보며 단물을 빨고자 하는 우리네 사정 아닙니까?
단지 왜 맑스냐?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 양반의 가르침에 유별나게 관심을 두고 공부하는 이들은 당연 던지고 또 당연 조심스레이 다루어야겠죠.
헤겔은 맑스 이해에 있어 필수입니다. 그만큼 맑스 철학은 헤겔 철학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탄생했으니 말입니다. 두 양반들의 관계는 어째 보면 가히 이중적이예요. 한편으론 우리가 흔히 그리는 스승-제자의 모습을 보이고, 또 다른 한편으론 일종의 버르장머리 없음이라고나 할까요, 뭐 그런 치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제자가 스승을 '치고 들어간다'고 해서 올바른 제자가 아닐까요? 아니 오히려 스승이 던지지 못한 질문을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새로 던지는 모습에서 그 스승은 만족 내지는 대만족의 웃음을 머금지 않을까요? 흔히들 입에 올리는 말이, 맑스가 헤겔을 뒤엎었다, 헤겔 철학을 전도시켰다 하는데 맑스가 과연 헤겔 철학의 내용을 '뒤엎었는지' 아니면 이는 오히려 맑스가 헤겔 철학을 기반으로 그 당시의 자기가 속해 있는 사회상을 관찰한 후 끄집어 낸 문제점을 걸맞게 표현하느라 썼던 문구였는지에 대해서는 우리 다시 한번 생각을 모아보아야 할겝니다.
그런데 진정한 문제는 이제부터, 즉 헤겔 철학과의 관련 하에 맑스 철학을 이해한 연후에야 비로소 나타납니다. 바로 지금 여기의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한 방책으로서 맑스가 우리를 과연 도울 수 있는가 하는 그 문제 말입니다. 이 점 역시 어디 맑스 뿐입니까, 역사상의 모든 사상가들에 해당되는 말이지요. 서동철을 포함해서. ^^*
제 개인적으론 말씀드렸다시피 이러한 맥락에서 소위 '청년맑스'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교본을 굳이 한 권 꼽는다면 맑스가 1844년 파리에서 끄적거린 手記, 이후 1932년에서야 비로소 세상에 공개된 '경제학-철학적 手記'를 서슴없이 앞에 내세우렵니다. 이 문서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일(노동)'과 '소외'의 개념에 대한 맑스의 생각은 지금까지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고 여기거든요.
덧붙여 맑스가 왜 경제와 철학을 연결시켜 자기 생각을 펼치려 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마음가짐으로 위의 유고집을 읽어도 깊어지는 가을밤 소쩍새 소리 듣기에 버금가는 멋과 맛이라 말씀드립니다.
님의 ‘맑스가 뭐야?’ 하는 도전적 질문에
저의 ‘우리가 뭐야?’ 하는 역공적 질문으로 일단 대응해 놓고 봅니다.

신쾌동 류의 거문고 산조를 들으며
님께 큰 절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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