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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맑스와 헤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2,901회 작성일 06-10-23 10:19

본문

좋은 글 주신 님,

살다 보면 가끔씩, 때론 내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나를 엄습하는 돌발적 분노에 휩싸이곤 합니다. 내가 이제껏 받은 만큼, 최소한 그 만큼만이라도 제대로 돌려 주고자, 베풀어 나누고자 하는 내 일생의 작업에 스스로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경우 종종 이런 곤혹함을 겪곤 하죠. 이럴 땐 대책 없어요. 불교에서는 탐진치 삼독(貪瞋痴 三毒) 중 가운데 진(瞋), 즉 화를 냄을 가장 경계하거늘, 이러한 부족한 자기 수양을 보충하기 위한 특수 훈련 코스를 밟느라 님의 글에 대한 답이 늦었음을 변명합니다.
(‘훈련’ 도중 갑자기 제 귓바퀴에 훈훈한 바람이 솔솔 불어 대 혹시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잠시 들어왔더만 님의 선물 보따리가 떠억 하니 놓여 있네요.)
고마움의 큰 절 올립니다. 우선 미천하고 허약한 이 놈을 생각해 주시니 그렇고, 나아가 마음의 양식인 좋은 공부거리까지 보태 주시니 말입니다.
그럼 저의 어줍잖은 독후 감상문 드립니다:

I.
필자의 글에서 많이 배웁니다. 이 분야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신 분임을 어렵지 않게 엿보고요.
글의 축은 맑스와 헤겔의 관계라 보입니다. 맑스가 헤겔 철학, 특히 자신의 눈에 비친 개념에의 지나친 편향성에 불만을 품고 - 특히 존재론을 중심으로 - 이를 해소하고자 시도하나, 바로 이 해소의 노력에 또한 한계가 보인다, 덧붙여 그 불만 해소의 시도에는 포이에르바하가 도움을 주고 그 한계의 극복에는 후에 레닌의 물질 개념을 중심으로한 철학이 등장한다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레닌 철학 역시 나름대로의 한계를 보이니 바로 청년 맑스의 사상에서 엿볼 수 있는 노동의 변증법에 대한 사고의 결여라 말하며 바로 이 헛점을 서구의 맑스 철학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로 삼았다 합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맺으며 바로 이 노동의 변증법적 사고의 맥락을 다시금 헤겔에게서 그 본을 찾고 있다 함을 들으니,
아이러니칼 하군요. 헤겔에 대한 불만에서 출발한 맑스의 철학이 나중에 오히려 헤겔의 도움을 받아야 제대로 이해가 된다 하니 말입니다. 허나 이는 제가 공부한 바로도 그렇습니다.
하여튼 맑스 철학의 중심 내용을 헤겔 철학을 그 출발점으로 삼고 역사적으로 어떠한 발전을 했는가를 몇 몇 중요한 맥을 짚어가며 보여주는 천착하신 분의 글이라 보입니다.

II.
제가 알기로는 허나 맑스와 헤겔 철학간의 상관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논란의 대상이죠. 그도 그럴 것이 이를 제대로 연구하자면 맑스 철학뿐 아니라 그 빌어먹을 흥할 놈의 헤겔 철학까지 섭렵해야 되니 말이죠.
필자의 과감한 시도, 맑스 철학의 출발 시부터 레닌 이후 서구 맑시스트들의 연구 방향, 나아가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까지 맥을 짚어 주는 고마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제가 쪼께 아쉽다 하는 점이 있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예컨대 맑스의 헤겔 비판이 필자의 생각에 과연 그 정당성을 갖는가 하는 질문이 없습니다. 대신 역사순으로 주욱 훑어 내려 옵니다. 물론 이게 필자의 의도인 바, 즉 역사의 시간적 진행에 따른 사상의 발전을 그려보자는 것이라 여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역사를 거꾸로 올라가는 역순을 통한 비판도 아울러 따라 주어야 그래도 공평하다 봅니다. 헤겔에게 자신의 철학을 외부의 비판에 대해 스스로 옹호할 기회를 맑스가 주지 않았다면(주었을 수도 있고), 우리라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페어플레이 정신에도 합당하고.
물론 이러한 시간의 역행을 통한 특권적 사고 자유의 만끽, 힘들죠. 본격적인 헤겔 연구가 이에 첨가되야 한다는 소리니 말이죠. 허나 바로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서인지 맑스와 헤겔의 관계는 이 유럽 철학계에서도 속시원히 풀지 못하고 있다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다룰수록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의 소리로 들리기도 하고요.
덧붙여 인용을 하는 것이야 뭐이 어떻겠습니까마는 그 인용에 대한 필자 나름대로의 설명이 아쉽더군요. 만약 필자가 그런 인용문들에 무에 설명이 필요할꼬 했다면, 이는 진정 저의 자존심을 무지 상하게 만드는 생각임을 밝힙니다. 특히 저같이 아직도 우리말로의 서양 철학 개념에 어두운 어리석은 자에겐 말입니다.
어쨌든 이러 저러한 주제 넘은 생각에 필자가 스스로 자신의 글 서두에서 말한 그시원한 소리: '발상은 자유롭게 사유는 치밀하게'를 다시 한번 곰곰 새겨 봅니다만...
(아는 척 좀 하겠습니다. 논어 위정(爲政)편의 한 가르침이 떠오르는군요:
자 왈,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子 曰, 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卽殆)
--> 공구께서 말씀하시기를, 배우나 생각하지 않으면 어두울 것이며 생각하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우니라.)
윽, 맞는 말이로고^^*.

III.
맑스가 1843년에 끄적거리며 공부했다는 헤겔의 국가 권력론 비판을 떠올려 봅니다. 청년 맑스가 어떠한 이유로 헤겔에 불만을 품고 이를 극복하고자 했는지 그 한 단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죠. 어쨌든 우리가 맑스를 한 철학자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위의 필자 또한 지적하듯, 청년 맑스에 집중함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더군다나 이 청년 맑스의 철학적 작업이 지금 여기의 우리한테 역시 시사하는 바가 충분히 있음에 더욱 그렇죠. 사실 철학자로서의 맑스 연구는, 최소한 제가 공부한 바에 의하면 이에 집중이 되어 있고요.
(얼마 전 한 독일 시인과의 대화에서 이 양반은 그 '공산당 선언'의 언어 예술적 가치를 지 침 튀기는 줄도 모르고 주절대더라고요, 글쎄.)
이에 반해 우리는 어째 너무 혁명이다 해가며 소위 청년 정치적 성향만을 끄집어 내고자 하는 성급함에 안타깝기도 합니다만.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이 아니라 너무 편식을 즐기는 듯하다는 어줍잖은 촌평입니다. 그러기에 님이 주신 글의 필자 같은 분들이 매우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전에 제가 경험한 한 독일 교수의 불호령을 기억합니다. 그 때 당시 자신의 강의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던 맑시스트 무리의 청년들에게 하는 말이, "철학 하시오! 당신네들이 청년 맑스의 헤겔 국가 권력론 비판만이라도 제대로 공부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유치한 짓은 하지 못할 것이외다" 하더군요. 맑스는 자신의 헤겔 비판 요점인 개념과 현실성과의 괴리를 현실 속에서의 구체적인 행동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를 바로 헤겔의 국가 권력론에 대한 분석에서 다시 한번 선보이는 듯 합니다. 어쩌면 필자가 지적한 맑스의 헤겔 철학 거꾸로 세우기의 한 전형적 모습을 이러한 맑스에서 제법 뚜렷이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감히 말씀드립니다.

IV.
끝으로 두 가지 사족 붙임을 허락 하시길:
하나,
맑스는 헤겔의 제자입니다. 한편으론 감히 제자가 지 스승을 '거꾸로 세우겠다'며 설치니 시건방지고 버릇없어 보이기도 하나, 또 다른 한편 제자를 단순한 한 사이비 종교 집단의 후계자인양 스승의 가르침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일종의 꼭두각시로서가 아니라 스승 철학의 큰 줄기는 받아들이나 동시에 나름대로의 비판 정신으로 나름대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그런 쌈팍한 제자라는 한 모범적 모습을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리 말씀드리자면 헤겔의 개념에의 지나친 편중이라는 비판과 동시에, 님이 주신 글의 필자 또한 '관념론과 유물론의 통일적 진리'를 맑스가 추구했다 하듯, 개념과 현실성의 통일 철학이라는 큰 줄기는 공유하고 있었던게죠. 이러한 공유가 결국 20세기 서구 맑시스트 연구자들의 헤겔로의 회귀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지도 모를 일 아닙니까?
(이 현상을, 적지 않은 동구 맑시스트 연구자들이 저질렀듯, 소련 맑시즘, 즉 레닌주의나 스탈린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봄은 그 가치를 폄하하지 않나 의심이 가는군요.)
둘,
필자가 글 끝에 하이데거라는 이름만 내걸고 구체적으로 왜 그리 했는가에 대한 이유 제시가 없어 제가 그냥 어줍잖게 보충을 해봅니다.
하이데거의 맑스에 대한 이해 또한 청년 맑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대충 나누자면, 맑스 고유의 내용과 문체가 흠뻑 담긴 1848년의 공산당 선언 전까지. 단지 이 두 시기에 대한 평가에는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요. 한 쪽에서는 이 청년 맑스를 아주 무시를 해버리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바로 여기에 맑스의 철학적 진수가 모두 담겨 있다고들 하고...
덧붙여 이 양반은 맑스와 니이체 철학을 같이 묶어 취급하려는 욕심을 부립니다. 이는 그의 니이체 강의에서도 엿볼 수 있죠. 니이체가 플라톤의 형이상학을 '거꾸로 세우려' 했다면, 맑스는 헤겔의 형이상학을 '거꾸로 세우려' 했다 뭐 이런 주장입니다. 그럼 과연 '거꾸로 세워졌느냐' 하고 물으면, 제 보기에, 그렇다 하고 대답하는 듯 합니다. 최소한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의 두 선배 독일 철학자들을 한 통속으로 몬 다음, 늦어도 니이체에 이르러 이 '거꾸로 세움'은 그 완성의 미를 보게 된다는 주장인 듯 합니다. 그런데 이 똑똑한 양반은 사실 이 소리 하려 한게 아니예요. 유럽 전래의 전통적 형이상학이 그리 '거꾸로 세워졌으니', 이젠 다시 시작해야 되지 않느냐 이 소리를 하고파 사실은 자기의 두 19세기 선배들을 이용했는지도 모를 일이죠. 그럼 누가 새로 시작할까요? 물론 자기죠, 20세기의 Heidegger.
이러한 하이데거에 대해 뭐 야비하다는 식의 비난을 가하는 사람도 있는가 본데, 저는 오히려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싶네요. 아니, 우리 또한 이를 본받아야 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외쳐 봅니다. 그 양반이 했듯, 우리 또한 지금 여기의 우리를 중심에 두고 맑스를 바라보자 하는 말씀이죠. 달리 말씀드리면,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을 거친 연후 이의 해결을 위해 행여 맑스가 우리를 도와주지나 않을까 하는 눈으로 바라보자는 말씀입니다.
저는 우리의 맑스가 도와 준다고 나름대로 확신합니다만...

건강하시고,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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