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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다문화주의에 대한 불안" (SZ 98.6.27)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자유로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2,011회 작성일 02-03-10 08:44

본문

작성일 : 1999/03/10   조회수 : 53

- 집권 기민/기사연합은 금년 총선전에서 당 프로그램에 "독일은 이민자의 나라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명문화하는 등 향후 독일로의 이민을 감소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임. 그러나 이는 이민자들이 독일 역사를 함께 건설해 왔다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것으로, 기민/기사연합의 이민 정책 뿐 아니라 역사관도 보여주는 것임. 단일한 인종과 문화라는 미래의 비젼은 단일한 역사를 보유하려는 욕구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 또한 이러한 경향은 타자(他者)에 대한 뿌리깊은 두려움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민주주의에서도 쉽게 제거될 수 없는 문제임.

- 역사적으로 볼 때 중부유럽에서는 게르만과 로마적인 역사의 출발에서 수백년에 걸친 민족 대이동, 전쟁, 침략, 유랑, 상업 활동 등에 의해 문화가 혼합되어왔음. 또한 20세기에도 대규모 이민의 물결이 있었는데, 2차대전 종전 후 50년대에 서독에는 외국인이 45만명 거주하고 있었으나 80년대 초에는 450만명으로 늘어났음. 독일이 이민자의 나라가 아니라는 선언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도외시 하는 보수적 사관을 담고 있음. 여기에는 또한 '다문화'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자기결정권을 상실하지 않으려는 근원적 욕구를 내포하고 있음.

- 이방인은 단지 외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함께 국가를 형성해 왔음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이는 산업의 발달, 농업 공동체에서 노동분업적 사회로의 변화, 전통적 연대에서 개인적 자유로의 이행 등을 통해 더욱 촉진되었음. 현대의 모든 개인은 이러한 낯설어짐과 낯선 것들 앞에 직면해 있는데, 이러한 실존적 딜레마를 극복하고자 공동의 역사, 단일한 언어와 문화 등 공동의 '민족적' 동일성으로의 회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 '민족 국가'는 그 구성원인 '낯익은 타인'을 외부의 '낯선 타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음.

- 그러나 이를 통해 민족적 동일성에 포함될 수 없는 이방인들은 이제 완전히 추방하게 되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음. 이들은 '낯선 타인'으로서 잠재적 위협이 되었음. 특히 독일이 19세기 초부터 이러한 자기동일화를 집요하게 추구해 온 이유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임. 어쨌든 독일인들은 독일/비독일의 간격을 없애기 어려웠는데, 이는 다른 서방 국가보다 민족국가 성립이 오래 지연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임. 독일인에게 민족국가는 오랫동안 현실적 국가가 아니라 단지 낭만적 꿈에 불과했었음.

- 오랫동안 민주주의 국가를 가지지 못했던 독일인들은 상상 속에서 '공동의 문화'를 추구할 수는 있었지만 '공동의 문명'을 가질 수는 없었음. 민족 문화는 다른 문화를 배제하지만 문명화된 문화는 타 문화를 포용하는 성향을 보임. 독일에서는 금세기까지 다른 서구 '문명'을 경멸하면서 이에 대해 자신의 독일적 '문화'를 내세웠는데, 자신을 '문화' 위에 세우려고 노력하는 민족에게 '다문화'는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임. 독일적 의미에서 문화는 단일 문화만이 가능한 것임.

- 다문화란 자신의 집 안에서 낯선 타인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인데, 이는 민주주의가 타인을 인정하는 것임. 다문화에 대한 독일의 역사적 불안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하며, 타인과 자신의 부를 얼마나 나누어야 하느냐는 질문이나 이민으로 인한 실업이나 주택난 등의 측면을 넘어서서 민주주의 자체가 문화와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자각해야 함.

- 다문화에 대한 불안은 점차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어가고 있는데, 국경이 열린 하나의 유럽에서 다문화주의는 당연한 것이 되었음. 또한 냉전 종식후 자본주의는 거침없이 전 지구에 퍼져나가고 있음. 다문화주의 반대자들이라도 제3세계 주민들이 독일로 찾아오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인데, 이들은 문화를 독일로 수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일의 문화적 능력에 참여하기 위해서 오는 것임. 외부로부터의 이민자들은 독일의 문화와 전통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어떠한 국경 통제로도 막을 수 없는 외부의 사상, 기술, 유행의 유입이 더욱 큰 영향을 주고 있음. 다문화에 대한 불안은 타인과의 윤리적 의사소통 능력이 역사적 경험을 통한 성숙성의 척도임을 잘 보여주고 있음. 니체의 말대로 독일인의 성향이 민족 간의 통역이자 중개자임을 입증해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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