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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세계화와 문화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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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유로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2,318회 작성일 02-03-10 08:38

본문

작성일 : 1999/03/10 조회수 : 93

■ 세계화와 문화적 대응 (국제관계연구소 ifa간 'Kulturaustausch' 98년 제2호 90-93면 Joseph Jurt 프라이부르크대 교수 기고)

- 세계화는 일차적으로 경제적 과정을 의미함. 그러나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경계없는 상품·서비스·자본 및 지식의 이동등으로 나타나는 경제의 세계화는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도전도 수반하고 있음.

- 정치적인 면에서 보면 우선 민주적인 통제를 행사하고 세계적 이해관계를 조정해나갈 기구가 부재함.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민족국가의 개념은 점차 퇴색되고 있으며 금융시장이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는 양상이 나타남. 또 과거 프랑스 혁명이 한 영방내에서의 신분 계층간의 구분을 무너뜨렸다면 세계화는 국가의 외부 경계를 점차 허물어 뜨리고 있음.

- 세계화는 문화적인 면에서도 장기적 결과를 가져다 줌. 세계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문화 현상으로는 우선 보다 자본의 논리를 따르는 세계적 문화산업의 형성이 지적될 수 있는데, 이는 '문화의 미국화'로 나타나고 있음.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내려지고 있는데, 문화는 더 이상 혁신적 예술품에 대한 적극적 수용자(독자·시청자·관객)의 수준높은 향유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안락에 봉사하며 쉽게 소화될 수 있는 생산품의 소비를 의미함. 오늘날 미국은 실제로 대중 소비와 판매가 가능한 문화의 생산이라는 면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극장과 TV용 영화, 팝음악, 햄버거와 코카콜라와 같은 것이 대표적인 것임.

- 세계적 단일문화의 확산에 대한 대응의 하나는 고유한 것으로 회귀하거나 개별적인 것을 절대화하는 경향임. 한 문화연구가는 이같은 현상을 지구화 시대에서의 '지하드'(회교 과격파)와 '맥월드'간의 대립으로 파악했는데, 상부에서는 다국적 기업과 자본시장의 역할 증대로 융합(fusion) 과정이 진행되나 하부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분열(fission) 과정이 진행되는 것임. 지방성과 개별성의 강화는 한 국가내에서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지방 문화와 세계적 문화가 공존하면서 상호 대립적이기 때문임. 일례로 '지하드'와 '맥월드'의 경우 전자는 편협한 증오심을 기반으로 내부적 경계선을 설정하려는 성향을 가진 반면, 후자는 팽창하는 시장을 기반으로 경계선을 약화시키려는 성향을 띠고 있음.

- 그러나 종교적 근본주의나 민족주의 또는 독일에서 흔히 주장되는 지방주의로의 회귀가 상업화된 세계문화에 대한 올바른 대응책일 수는 없음. 많은 경우 이른바 '지방적 코스모폴리터니즘'이라는 이름하에 한편으로 자신이 속한 지방의 (전통)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보이면서 동시에 세계개방적 자세를 갖고 뉴욕등지에서 힛트하는 음악을 따라부르는 역설적 태도가 생겨나는데, 이는 문화적 개방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임. 따라서 지역적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 제고만으로 세계의 대중문화에 대해 올바른 대응을 했다고 할 수 없음.

-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 상업화된 세계문화에 올바로 대응하는 길은 다양성을 기반으로한 '유럽적' 문화를 형성하는 것임. 유럽의 아이덴티티는 동질성이 아니라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유럽은 역사적으로 볼 때 각국이 문화학술어로서 공통 언어(라틴어)를 가졌으면서도 각 나라마다 모국어를 발전시켜 온 독특한 배경을 갖고 있음. 이같은 언어의 다양성은 또한 번역의 필요성과 함께 타국과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 왔음.

- 물론 독일의 경우 국제어로서 영어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번역을 통한 문화교류는 상당히 퇴조했음. 지난해의 경우 영미계열의 서적은 1만여권이 독일어로 번역되었으나 독일어 서적이 영어로 번역된 것은 이보다 훨씬 적은 수였으며, 영어권에서는 독일문학에 대한 관심도 지난 5,60년대에 비해 크게 낮아졌음. 그러나 번역을 통한 문화교류는 시장의 법칙에만 내맡겨져서는 안되며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등에 의해 활성화되어야 함.

- 한편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관련 독일에서는 세계화의 추세속에서 문화창작 분야에서도 경제논리가 강화되어 시장의 힘이 결국 우수한 문화를 창출하며 국가차원의 문화 지원은 오히려 문화적 나태를 야기시킬 것이라는 시각도 일고 있음. 또 국가의 경량화 추세와 함께 문화분야 지원예산이 동결 내지 삭감되는 사례도 있음. 그러나 지난 93년의 GATT 협정등에서 보듯이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각국의 문화창작 행위는 시장의 자유로운 힘에만 내맡겨서는 안되며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자산인 것임.  

■ "세계화시대의 문화정책" (독일 대외관계연구소 ifa간 'Kulturaustausch' 98년 제1호 44면-45면, Bernd Scherer 기명)

- 세계화 시대에서는 대내정책이냐 대외정책이냐, '우리 문화'냐 '타문화'냐의 구분을 초월하는 새로운 문화정책이 요구됨. 세계화 시대에서의 문화정책은 세계적 문화과정에 참여해야 하며, 더 이상 정치적, 사회적 유용성에 매여서는 안될 것임.

- 전후 독일 역사를 보면 한편으로 대내 문화정책과 대외 문화정책, 다른 한편으로 정치와 문화는 서로 깊은 연관관계를 유지해 왔음. 2차 대전후 독일의 시급한 과제는 다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것이었는데, 정치적으로 좌절과 실의에 처한 상황에서 문화국가로서의 독일을 강조하는 정책을 취한 것은 적절한 정책이었음. 문화국가로서의 정체성 모색은 나치시대를 뛰어 넘어 괴테, 칸트, 쉴러등 위대한 사상가와 작가들을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었는데,  이는 대내적으로는 단일한 민족문화라는 개념을 가능케했으며 대외적으로는 독일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데 크게 기여했음.

- 그러나 70년대, 80년대 들면서 전통문화를 통한 정체성 발견은 퇴조하고 문화계와 지성계가 경제기적과 어두운 과거사 극복에만 몰두해 있던 전후 초기의 보수적 분위기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독일의 문화정책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음. 이 시기에는 대외문화정책에서도 단일 문화국가로서의 독일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것 못지 않게 타문화와의 적극적 대화가 강조되기 시작했음. 물론 초기에는 타문화와의 대화가 '문화수출'의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었는데, 독일문화원(Goethe-Institut)의 활동도 결국 '문화수출'에 역점이 주어졌었음. 독일이 일방통행적, '문화수출적' 문화교류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화교류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은 1988년 베를린 '세계문화의 집' 개원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음.

- 80년대말 구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의 붕괴와 동서갈등의 종식은 국제토론의 기본 개념을 정치적 언어에서 문화적 언어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음. 민족국가나 국가연맹체보다는 점차 문화적, 문명적 경계가 부각되기 시작했는데, 동아시아 국가들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부상하면서 문화적으로 서방의 대립세력으로 정의되고 있는 것도 국제정치가 문화정치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임. 즉 한편으로는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의 조지 소로스에 대한 비판에서 보듯이 국제 갈등관계가 점차 문화정치의 언어로 수행되는 경향이 생겨났으며, 다른 한편으로 이같은 형태의 문화정치는 역으로 일반의 의식 속에 문화권간의 관계를 가치체계간 갈등으로 정의내리는 결과를 가져왔음.

- 그러나 국제갈등을 문화 정치화하거나 문화권간 갈등을 부각시키는 것은 세계화 시대에서 대내적, 대외적 문화정책의 관계를 정립하는데 역기능을 하고 있음. 국제갈등의 문화정치화나 문화권간 갈등부각등은 문화가 서로 대립적이며 '나'와 '타자', '우리 문화'와 '타문화'간의 경계가 확고하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임. 그러나 세계화의 시대에서는 활발한 인적교류와 물적교류, 전세계적 정보,수송체제의 발달로 더 이상 확고한 문화적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도래했음. 유럽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미 '타자'는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공존해 왔으며, 다른 한편으로 유럽 이외의 여타 세계도 유럽의 영향력을 배제하고는 상상할 수 없음.

- 특히 예술계와 지성계는 고정적 경계속에 머물기보다는 접근가능한 모든 원천에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음. 이에 따라 세계화 시대에서는 문화적 경계는 더욱 유동적인 것이 되었는데, 고정적 경계 대신에 상호영향을 통해 경계가 유동적인 문화가 형성되고 있음. 한편 새로운 문화적 경계의 설정은 또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되었는데, 일례로 독일의 전시관에 아프리카 출신 미술가의 작품을 전시한다든가 문학상을 인도작가에게 부여한다든가 하는 것은 작품 자체에 대한 인정이기도 하나 해당 작품이 자국에서는 물론 유럽에서도 일정한 위상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임. 또한 제3세계 문화예술인들의 세계무대로의 적극 진출은 기존의 미학적 경계는 물론 정치적 경계도 유동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음.

- 따라서 세계화 시대에서는 대내, 대외 문화정책의 구분, '우리 문화'와 '타문화'의 구분보다는 세계적 문화추세와 과정에 대응해 나가는 문화정책이 요구됨. 이같은 문화정책은 문화를 정치의 도구화하는 것은 아니나 정치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데, 이는 오늘날에는 문화과정 자체가 정치적이기 때문임. 새로운 문화정책은 정치적, 사회적 유용성을 모색하려는 시도에서 세계적 문화발전추세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 과정과 세계적 과정의 상호작용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임. '지역적'이라는 범주에는 한 도시, 지방, 국가뿐만 아니라 특정한 문화적 전통이 포함될 수 있을 것임.

■ 세계화 시대에서 독창성의 가치 (독일 대외관계연구소 ifa 간행 'Kulturaustausch' 98년 제1호 39면-41면, 독일문화원 대표 Hilmar Hofmann)

- 최근 소개된 독일문화원(Geothe-Institut)의 과제와 목적이라는 제목의 책자에는 향후 대외문화홍보정책의 원칙으로 타문화의 존중, 균형적이고 세계개방적인 문화교류외에 "독창성에 대한 책임성"이 거론되었는데, 이와 관련해 당장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독창성'이 어떻게 정의될 수 있으며, 세계통합적인 보편적 문화가 지배하는 시대에 고유한 것을 고수하는 것이 의미있는 태도인가 하는 것임.

- 경제의 세계화 추세,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문화산업과 일상 문화에 유행의 파급효과 증가등 여러 방면에서 급속히 세계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독창성은 일견 그 위상과 가치를 상실한 듯이 보임. 실제로 영어의 세계 언어화등에서 보듯이 세계는 점차 단일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음.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 보면 세계화와 지역화 내지 지방화는 'Glokalisierung' (Globalisierung + Lokalisierung)이라는 신조어(新造語)에서 보듯이 상호적으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현상임. 즉 세계화 추세와 함께 이에 대립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는데, 헌팅턴 교수의 지적처럼 전통적인 단일국가, 민족국가의 권한이 축소되는 반면 문명권이 강조된다거나 일개 도시나 지역이 그 특수성을 유지하면서 세계의 일원으로 부상하려는 것도 이같은 현상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 경제분야의 경우에도 판매전략을 수립해야 할 경우 해당지역의 차별성을 세심히 고려해야 하는 것이 요구되며, 캐나다보다는 퀴벡, 대영제국 보다는 스코틀랜드를 선호하는 새로운 지역주의도 세계화 시대의 산물의 하나라 할 수 있음.

- 이같은 상황에서 대외문화홍보정책은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고 있음. 즉 세계화의 시대에서도 고유한 것이 독자적인 위치를 지니고 있는 만큼 세계에 고유한 것을 제시하는 것이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것이 그것임. 독일의 고유한 것도 다양한 유럽문화의 일부이며, 독일내에서도 연방정부외에 각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접 대외문화교류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적 고유성을 제시하는 작업이 의미있는가 하는 반문이 있을 수도 있음. 그러나 오히려 이같은 상황에서는 독일을 대표하는 대외문화홍보기구를 통해 "독일 문화"의 홍보작업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음.

- 문화적 차이가 상존할수록 문화간 대화는 필요한데, 문화간 대화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여러 문화들이 차별성을 유지하면서도 교류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지는 것임. 문화간 대화는 전통, 종교적 배경, 가치관면에서 독일의 문화와는 구분되는 다른 문화들과의 접촉을 가능케 함으로써 한편으로 독일의 고유한 것이 무엇인가를 재인식시켜 줄뿐 아니라 상호의존성이 증대된 세계에서 상호간의 의사소통 능력을 높여 공동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줄 수 있음. 대외문화홍보정책은 구체적으로 독일의 예술, 문학, 사상적 조류를 해외에 전파하고 역으로 외국의 조류를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문화간 대화를 촉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음.

- 독일이라는 국가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강대국이라는 이미지라든지 중동부 유럽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국가로 인식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세계를 주도적으로 개선하려는 국가로 인식되어서도 곤란할 것임. 독일은 긍정적 의미에서든 부정적 의미에서든 독일과 운명을 같이 해온 많은 국가들과 적극적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함. 이 과정에서 독일적 문화, 독일문화의 고유성을 강조하는 것은 "외골수 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회가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것임.

- 한편 독일어와 독일문화가 향후 얼마나 매력을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는 독일이 현시대의 도전들에 어떻게 확고한 대응을 보이는가에도 달려 있음. 한 문화는 동시대와 미래의 현안들에 대해 확고한 대응자세를 보여줄 때 비로소 강력한 영향력과 매력을 지닐 수 있음. 독일은 시대의 도전들에 올바른 해답을 제시하고 지성적 기여를 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인정과 신뢰속에 자국의 발전을 도모함은 물론 세계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

- 독일문화원등 독일의 대외문화홍보기구들은 대외적으로 독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위치에 있음. 대외문화홍보기구들은 나아가 민주주의의 원리, 인권등 개방사회의 가치를 지향하는데, 이같은 가치들은 독일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들임. 그러나 독일은 독일의 문화와 가치들을 다른 문화권에 강요해서는 안되며, 반대로 고유한 문화와 가치를 쉽게 포기해서도 안될 것임. 독일문화원은 특히 해외에서의 독일어 보급사업과 문화교류를 위해 힘써야 할 것임.

■ 세계화 시대에서의 대외문화홍보정책 (대외관계연구소 ifa 간행
'Kulturaustausch' 98년 제1호 36면-38면 Barthold C. Witte 기고)

- 90년대 들어 가속화된 경제의 세계화는 일반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해 있음. 독일 시민의 경우 홍콩산 내의를 입고, 일본산 자동차를 운전하며, 미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식탁에서는 아프리카산 과일을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음. 또 TV를 켜면 세계도처의 뉴스를 접할 수 있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세계 어느 곳이든지 연락이 가능함. 또한 독일인들은 세계시장의 동향에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데, 이는 연금을 비롯한 복지의 상당 부분이 독일기업의 해외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임. 한편 기존의 민족국가라는 개념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기는 하나 범죄퇴치, 환경문제, 평화구축 문제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가능한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기구나 지역협의체등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음.

- 세계화 시대에서 문화의 양상은 어떠한가? 경제와 기술의 세계화 추세속에서 문화도 점차 세계화, 단일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 새로운 것들이 갑자기 출현, 새로운 척도를 제시하면서 유행하기도 하고, 각국의 문화산업도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발전하고 있음. 한편 이러한 추세속에서 영어는 세계어로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는데, 독일의 과학자들도 이제는 영어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일이 늘어났음. 영어는 또 영화 '타이타닉호'에서부터 록음악에 이르기까지 오락문화의 언어로서도 자리를 굳혔는데, 과거 기성 세대의 경우에는 영화필름에 더빙작업을 필요로 했으나 신세대는 이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음. 이에 비해 프랑스어는 세계적 소통어로서의 지위를 잃은지 오래이며, 독일어는 제2외국어로서의 위치에 만족해야 할 형편임.

- 그러나 이른바 '세계문화'의 형성만을 거론하는 것은 오류이며, 그 반대적 힘도 형성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임. '세계문화'를 주창한 후쿠야마 교수와 '문명간 갈등'을 예고한 헌팅턴 교수간 논쟁이 있은 이후 반대적 힘으로는 무엇보다 이슬람 문화를 비롯한 종교적 근본주의가 주목을 끌고 있음. 또한 동서냉전의 종식 후 서방선진국 그룹과 여타 세계 그룹간에 새로운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음.

- 헌팅턴 교수와 같이 문명간의 갈등이 대화로서 해결이 불가능하고 대결양상만 띨 것이라고 본다면 대외문화홍보정책은 그 정당성이나 가능성을 찾기가 어려울 것임. 그러나 이슬람 세계와의 대화시도등 경험적 사례들은 문화간 대화가 필요할 뿐 아니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줌. 과거 스탈린은 서방의 우수한 과학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자국의 폐쇄상태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오늘날 이슬람 정권들도 자국 국민에 대한 복지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국경을 개방하지 않을 수 없음.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이전뿐 아니라 문화간 비판적 대화는 불가피한데, 신임 이란대통령도 이점을 인식해 최근 독일-이란간 문화간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다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

- 이같은 상황에서 각국의 대외문화홍보정책은 세계사적인 과제를 부여받고 있음. 특히 서방세계는 과거와 같이 자국의 문화나 사회모델만을 옳다고 내세우거나 영향력만을 행사하려는 문화적 제국주의를 배격하고, 한편으로 모든 사람들이 현대 기술문명의 혜택에 참여토록 기여하며 다른 한편으로 각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이 보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음. 즉 세계화 시대에서의 대외문화홍보정책은 통일성과 다양성을 공히 장려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임. 경제적 세계화와 다양한 전통문화,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특수성을 통합해 나가는 작업이 성공할 때 근본주의의 위험이 사라질 것이며,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만을 고수하려는 편협한 태도도 지양될 수 있을 것임.

- 한편 역사적으로 볼 때 서구세계의 경우 산업화의 노정에서 문화가 사회내부적으로 반대적 힘을 형성해오기도 했는데, 루소의 자연으로의 복귀사상, 독일의 낭만주의 운동, 슈펭글러의 서양문명에 대한 비판, 미국에서의 히피운동 등이 대표적임. 이러한 전통은 세계화 과정에 대한 문화의 대응양태로 다시 발생할 수 있는데,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구호하에 소규모 공동체를 추구하거나 지역문화에 몰두하는 것은 세계를 컴퓨터로 연결하는 인터넷 시대에 대한 문화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음. 정치적, 경제적 발전추세에 대한 개관이 어려운 시대일수록 지역문화는 한 개인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모색하는데 필요한 지주가 되고 있음.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대외문화홍보정책은 대내적으로는 지역문화의 활성화와 병행해 추진되어야 하는 것임.

- 한편 대외문화홍보정책은 더 이상 미술, 음악, 문학, 영화등 예술활동에만 국한되는 좁은 의미에서의 문화가 아니라 교육제도, 학문, 미디어등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문화를 대상으로 해야 할 것임. 또한 범지역적 공동체가 형성되는 추세속에서 대외문화홍보정책은 민족국가의 틀을 벗어나 이웃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속에서 추진되어 나가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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