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이 열렸던 금요일과 토요일 함부르크 도심을 자의 반 타의 반 걸어 다니며 느낀 점입니다. 일반에 공개된 모든 안전 관련 정보와 임시 교통편 등을 잘 챙겨 갔지만, 위압적이고 허술한 정부(주정부 포함) 대응에 불안과 회의를 느꼈습니다. 엘베 필하모니와 멀어도 한참 먼 Axel Springer Platz 앞에서 1시간 발이 묶이고, 겨우 통과시켜 줘서 이제 집에 가겠구나 안도하며 뛰어간 Johannes Brahms Platz에서는 훨씬 더 많은 시민과 함께 또다시 마냥 기다려야 했습니다. 언론에서 경쟁적으로 내보내는 불타는 함부르크 거리 사진이 떠올라 불안과 짜증이 겹쳤죠. 경찰은 음악회 때문이니 일단 공연 시작하면 풀어주지 않겠냐 합니다. 어린아이들과 노인들 포함해 그저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가고픈 함부르크 시민들이 신분증과 주거등록증을 내밀며 사정해도 소용없습니다. 검은 마스크로 눈만 내놓은 경찰 포함한 무장 경찰에 함부로 대항할 선량한 시민은 극히 적습니다. 더운 날씨에 씻고 싶고, 피곤한 발 쉬고 싶은 기초적인 욕구, 정상들 신선놀음에 왜 내 권리가 침해되는지 하는 회의감.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경찰들은 음악회 때문이라고 했지만, 많은 사람이 장소 이동하는 걸 무작정 막아보려는 과잉 제제였기도 합니다. 나름 선진국에 속하는 독일에서도, 내 안전 지켜달라고 국가에 폭력 사용 권한을 위임했더니, 참으로 허술한 이유로도 국가가 내 안전을 위협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1차 책임은 시위를 빌미로 날뛰던 폭력 훌리건에 있을 수 있겠죠. 극좌파 폭력 시위대도 있었겠지만, 폭력이 주목적인 사람들이 유럽 각지에서 대거 합류한다는 건 정부와 경찰도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웰컴 투 헬이라고 강력한 경고를 했음에도, 방지와 효과적 대처보다는 폭력 행위 사진과 영상을 자극적으로 내보내 결과적으로 모두가 이 이야기만 하게 합니다. 반대 시위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평화 데모가 말하고자 하는 G20 반대 이유, 즉 알맹이와 내용은 자연스레 묻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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