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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에 겐이치씨의 의견의 양면. 좋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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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대로하자 이름으로 검색  (218.♡.77.232) 댓글 1건 조회 4,364회 작성일 04-03-08 20:46

본문

매킨지 일본지부장을 지낸 경영 컨설턴트이자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 평론가.97년부터 미국의UCLA교수로 재직중. 와세다대 도쿄공업대 학 원을 거쳐 미국 MIT에서 원자력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72년 매킨지 사에 입사 세계각국의 대기업 컨설턴트로 활약하는 한편 글로벌한 관 점과 대담한 발상으로 활발한 평론과 제언 활동을 해왔다.

최근 일본 경제주간지<사피오>에 기고한 '한국이 경제적으로 일어설 수 없는 이유'라는 글에서"김대중 대통령은 미국 투자자의 말은 좇아 지금까지 한국경제 성장을 지탱해온 재벌을 해체해놨다."며 "한국경제 가 회복조짐을 보이는 것도 미국에 복종하고 있지 때문이며 경제 실체 는 그만큼 개선되지 않았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해 국내에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 경제 구조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지적한 ‘오마에 겐이치 발언’ 의 충격이 쉬이 가시지 않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을 미국화 했을 뿐”이며 “한국은 경제적으로 일어설 수 없다”고 주장한 그의 글은 정·관·재계는 물론 학계·언론계 등에 많은 반론과 자성론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환란 과정을 국제 금융자본 의 음모와 결부시킨 실화 소설 〈제3의 사회〉를 쓴 작가 이헌씨가 국 내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논쟁에 일침을 가한 글을 〈뉴스메이커〉에 보내왔다.

이씨는 오마에 겐이치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국내 관계자들의 반론에도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뉴스메이커〉는 새로운 차원에서 오마에 겐이치와 그에 대한 반론을 비판한 이씨의 글을 싣는다. 〈편 집자 주〉

일본에서 발행되는 국제 정보지 <사피오(SAPIO)>에 실린 오마에 겐 이치의 주장에 대해 말이 많다. 필자는 그게 왜 화젯거리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이라는 점을 정말로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인가. 우리는 지금 잘 되어 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 다는 것인가.

필자는 오마에 겐이치의 의견에 반만 동의한다. 그의 주장에 심대한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 관계자나 일부 식자들의 반 론이다. 그들의 반론은 그들이 얼마나 무식한지, 그들이 얼마나 커다란 착각에 빠져 있는지, 그들이 현 정권에 얼마나 아부하고 싶어하는지, 그들이 얼마나 잘못된 애국주의에 빠져 있는지를 증명할 뿐이다. 반론 을 펴려면 제대로 펴야 한다.

오마에는 한국 경제가 현재 소강 상태를 유지하며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은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에 복종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평온을 누 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주장은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실물경 제가 개선된 결과가 아니라는 지적 역시 맞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과 신인도는 IMF 이전에 세계의 부러움과 칭송을 받던 그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그전보다 훨씬 나쁜 상태, 즉 병이 나은 상태가 아닌 이제 겨우 위험을 가까스로 넘긴 상태에 불과 한 것이다. 게다가 아직 치료가 끝난 것도 아니다. 더 큰 수술, 치명적 으로 국가를 몰락시킬지도 모를 대수술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러한 상태에 빠지게 되었는가.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환란 을 당한 후 국회에서 벌어진 환란 청문회는 필요한 것이었지만 쓰레기 같은 결과만을 내놓고 종결되었다. 청문회가 잘잘못을 따져 몇 사람을 매장시키자거나 혹은 전 정권을 무조건 매도해서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부각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도모하자는 것이라면 분명히 환란 청문회는 엉뚱한 결론만을 내린 채 종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환란은 우리 내부보다는 외부의 조건 때문이었다. 우리 내부의 조건은 외환 유동성이 부족했다는 것뿐이다. 한국은행의 외환 보유액이 밀려 나가는 외화를 감당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한국 정부가 썰물 처럼 밀려나가는 외환 유출 상황을 컨트롤할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는 점 외의 환란의 원인은 모두 외부의 조건에 있었다.

유로화 실행을 앞두고 벌어진 달러와 엔과 마르크 간의 헤게모니 쟁탈 전과 극도로 예민해진 국제 자본시장의 상황과 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국제 투자자들의 불안감, 헤지펀드들의 공격적 성향, 그리고 경향성을 의도적으로 조장하여 이익을 보고자 했던 월스트리트와 유로 금융시장 의 다국적 거대 투자 자본 세력들의 의도 등이 한국 외환위기의 원인 이었다.

국회의 경제 청문회는 외부 원인에 대해서는 어떤 이해도 얻지 못한 채 종결되었다. 의원들과 DJ 정권은 세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유시장주의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우 리의 살길이라는 결론이 내려지게 되었다. 회사를 팔든 땅을 팔든 국 민의 세금을 공짜로 외국에 넘기든 간에 무조건 외화만 끌어들이면 애 국이라는 이상한 논리가 마치 복음의 말씀인 양 회자되었다. 세계의 어느 나라도 함부로 그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생각해 보라. IMF 이후 한국에 투자되었던 외국 자본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생산 시설에 투입되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외국 자본은 단기 차익을 노리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투입되었거나, 산 다음 되팔아 이익을 챙기기 위한 M&A를 위해 투입되었다.

그들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에 달렸다. 하지만 한 국 정부는 그들을 이용할 방법을 알고 있지 못했다. 한국 정부의 몇몇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세웠던 외자 유치 계획은 거의 실패로 돌 아갔다.

조지 소로스든 마이클 잭슨이든 알 왈리드든 그들이 한국에 투자할 이 유는 오로지 이익에 있다. 한국 정부는 그들에게도 매혹적인 조건을 만들어줬어야 한다. 물론 한국에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말이다. 하지 만 매혹적인 조건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IMF 이전의 한국은 분명히 매혹적인 투자 대상이었지만 IMF 이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로지 국제 자본시장이라는 약육강식의 정글에 호구가 되었을 뿐이다.

한국의 체력이 그토록 허약한 것이었나? 지금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 아서 그렇게까지 허약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당한 것은 한국이 부실해서가 아니었다. 오로지 외환 유동성 부족과 그것을 대처 할 방법이 전무했고, 그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줄 모르고 있었기 때 문이다. 세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점을 알고 있을까? 그런 것 같지 않다.

오마에의 주장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반박은 어처구니없다. 그들은 한국인들이 세계의 냉엄한 현실을 주어진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대가를 기꺼이 부담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 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말 웃기는 말이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세계의 냉엄한 현실을 주어진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한국의 지도자들이 최선의 노 력을 한 증거는 없다. 80년대 초의 호황이 우리가 잘 해서가 아니었듯 이 한국의 외환위기는 한국의 노력이 아닌 외부의 조건에 의해 일시적 으로 봉합되었다. 오히려 그들은 계속해서 실수만을 거듭했다. 계속해 서 미국의 투자은행들과의 게임에서 자신들 호주머니 돈이 아닌 국민 의 세금만 털렸다. 사실 털린 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은 어쨌거나 외환 보유액을 6백억달러 이상으로 늘렸다. 물론 한 국이 잘해서, 정권이 잘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다. 환율이 외화 대비로 800원대가 아니라 1,200원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엔화가 고평가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망설이고 있기 때문 에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늘고 있는 것이다.

물가와 환율 안정도 마찬가지다. IMF가 고금리 정책 강요를 포기하는 순간 한국의 금리는 국제금리 수준으로 평균으로의 회귀(?) 현상을 보 이는 것이 당연했고 한국 정부가 환율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포기하는 순간 환율이 1,200, 1,300원대로 안정되는 것 역시 당연했다. DJ 정권 이 슬기롭게 극복을 하였다고? 그것은 월스트리트가 할 말이지 한국인 들이 할 말이 아니다.

한국의 전문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세계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글로백스가 가동된 후 세계의 자본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게 되 었으며 세계의 거대 자본세력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아는 가. 파생상품이 현물시장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그것이 어떤 기초를 가진 것인지, 그것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가. 국가의 장 래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지, 무엇이 우리의 미래를 통제하게 될 것 인지 아는가. 강대국의 정책이 어떤 기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지, 현 재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도대체 국가인지 아니면 거대 다국적 자 본트러스트인지 아는가.

안타깝게도 한국의 대통령이 앞의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는 증거는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없다.

한국의 경제는 결코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외환위기의 파 장권 내에 머물러 있다. 한국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은 높아지기는커녕 나빠졌다. 실물경제가 활력을 보인다기보다는 나라 전체가 투기장 비 슷하게 되어 가는 중이다.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했던 것 은 한국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었기 때문이지 한국의 경제가 핑크빛이 어서가 아니다.

한국의 주가(결론적으로는 경제)가 저평가돼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IMF 당시 한국의 경제에 대해 늘어 놓은 월스트리트의 무지막지한 욕 은 부당한 것이었다. 그들은 한국이 그렇게 나쁜 상태가 아니라는 것 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물론 IMF 이전의 한국 경제가 너무 과대평 가되어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모르고 있었던 것은 한국뿐이었 다.

일본은 자국에 대한 미국의 가공할 만한 공격, 국제 자본세력들의 무 차별 공격에 시달린 97년 이후로 2년이 지난 다음에야 일본의 향후 경 제 운용 기조를 발표하였다. 새로운 세계 질서에 맞지 않는 경제구조 를 개선하되 미국 주도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작정 따르지는 않겠으 며 일본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독자적인 경제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 라는 것이 그들의 향후 경제 운용 기조의 핵심이다. 우리의 대처는 어 떠했나? 말로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이라고 외치면서 미 국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종한 것이 아닌가.

필자는 왜 한국의 정치, 경제 전문가들과 DJ 정권이 앤서니 기든스의 ‘제 3의 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는지 그 까닭을 잘 모르겠다. ‘제 3의 길’은 사회주의의 패퇴와 자유시장주의 대장정을 목도한 구 시대의 한 학자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가지지 못한 채 그저 과거의 어법(역사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로 구분하는 사고)으로 쓴 헛소리에 불과하다. 그는 조지 소로스만큼도 현 세계의 질서에 대 한 이해가 없다. 마하티르만큼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의 역사 장 정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한국의 전술·전략이 될 수 없다. 기 든스의 ‘제 3의 길’은 결코 한국이 걸어가야 할 길이 아니다. 일본 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현 시대의 경제 질서에 맞지 않는 경제 구조 는 과감하게 개선하되, 무조건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지 말고 한국이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경제체제를 만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정글은 강한 것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정글은 강한 것과 약한 것이 병존하는 곳이다. 약한 것도 존재의 의의가 있으며 나름대로 우 위성이 있다. 문제는 누구에게나 어느 나라에게나 있다. 요는 어리석은 행위를 얼마나 줄이느냐이다. 실패율을 얼마나 낮추느냐이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오마에의 지적 중 한국은행의 가용외환보유액이 부족했다는 말은 맞지 만 미국이 한국에 돈을 많이 빌려주었기 때문이라는 말은 틀렸다. 정 작 한국에 돈을 많이 빌려주었던 것은 일본과 유럽이었다.

문제는 미국의 인식이었다. 미국 정부와 월스트리트의 공격 목표는 한 국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90년대 초에 유럽을 굴복시킨 바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계 자본시장의 헤게모니를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사 실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더구나 그들은 80년대에 일본의 엔화에 참담 하게 유린당했던 쓰라린 과거가 있었다. 목표는 일본이었다. 그리고 중 국이었다.

한국은 유탄을 맞은 것에 불과했다. 유탄이긴 했지만 개구리만한 덩치 를 가진 한국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이 점을 외면하면서 한국의 위기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비록 아시아의 위기가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 한 것이기는 했지만 분명히 달러화와 엔화와 유로화(그때에는 없었지 만) 간의 패권 다툼이 있었고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국제 자본세 력들 사이의 치열한 암투가 있었고 아시아 약소국들의 어리석음과 강 대국의 냉혹한 욕심이 일합을 겨루며 비명과 욕설과 피가 난무하는 약 육강식의 살육전이 있었다. 일본이 아무 책임도 없는 듯이 말하는 오 마에의 견해는 정당치 못하다.

필자는 그 동안 오마에&어소에이트의 회장이며 매킨지 일본지사장이 었으며 미 스탠퍼드 대학의 객원 교수였고 <신국부론>과 <평성유신> 의 저자인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를 주목해왔다. 사실 이 제 와서 한국인들이 오마에 겐이치의 발언을 문제삼는 것은 어처구니 가 없다. 왜냐하면 그의 발언이 어제 오늘의 주장이 아니고 오래 전부 터 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98년에도 이번과 같은 기조로 한국의 외환위기의 원인과 노 력을 폄훼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97년을 비롯하여 그 이전에도 한국 에 대해 결코 호의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다. 그가 95년에 쓴 < 국부론>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그에 대해 한국인들은 그 동안 의 외로 별다른 반론을 제기한 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의 견해를 고 견이라고 칭찬하며 그에게 면담을 신청하거나 그를 초청하거나 했다. 삼성그룹은 그의 저서를 직원들이 읽도록 권장을 하기까지 하였다.

98년에 있었던 뼈아픈 그의 독설은 이번에 쇼각칸(小學館)이 발행하는 <사피오>에 실린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그때에 한국의 언론이나 한 국인들이 보인 반응은 그런 소리 듣게도 생겼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의 모든 언론들이 그의 주장과 한국 전문가들의 반론을 실 으며 법석을 떨고 있다.

이제 할 말이 있을 정도로 상황이 변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 없고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제대 로 비판할 능력도 논리도 갖추지 못한 못난 야당이 <사피오>에 오마 에의 주장이 실리자 그것을 번역 복사해서 언론사에 돌렸고 그 때문에 화가 난 집권세력들과 일군의 전문가들이 어떠한 대책도 제시하지 않 은 채 횡설수설해대기 시작한 것일 뿐이다.

도하의 각 언론에 실린, 오마에의 견해에 대한 일부 학자들의 반론과 일본이라면 무조건 기분 나빠하는 독자들의 애국적(?) 성토문에 말할 수 없는 큰 슬픔을 느낀다. 그들의 성토에 동참하면 편안할 것이다. 하 지만 그것은 옳지도 않고 득도 없다. 도대체 말이 안 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오마에의 발언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각론이 아니라 그의 정신이다. 그의 사고에는 근대 이후 일본의 지식사에 면면히 흘러 내려온, 근대 에 후쿠자와가 깃발을 듦으로써 확립되었던 이른바 탈아입국론적 정신 이 깊게 배어 있다. 시시하게 아시아에 안주하지 않고 서구를 뛰어넘 겠다는 웅대한 결의가 보이는 것이다. 일제시대에 한국의 지식인들을 사로잡았던, 그래서 자주독립을 포기하고 근대화를 이루는 것이 조선 의 살 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바로 그 정신이 그의 주장 곳곳에 배어 있다.

강성 일본을 위해 일본인이 아시아 탈출과 서구 극복을 외치는 것이야 말릴 수 없다. 하지만 1919년 이후 조선에 행해졌던 일본의 제국주의 적 사고가 1999년에 한국을 상대로 다시 반복된다면 그것은 결코 용인 될 일이 아니다.

그의 발언을 살펴보자. 그는 90년대 중반에 일본 국정개혁연구회의 회 장으로서 당시의 유약한 하시모토 정권에 퍼부었던 독화살을 한국에도 날렸다. 그의 저서 <신국부론>에 언급된 한국은 그야말로 못난 원숭 이에 다름 아니다. 그에 의하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 입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자체 실력 때문이 아니고 엔고 현상이 가 져다준 환율의 트릭에 불과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인 한국은 그것을 자 신의 실력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겨우 일본의 제품이나 모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 며 자신만의 이노베이션을 하지 못하고 일본의 경제구조나 흉내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율이 바뀌면 결국 한국의 착 각은 종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한국 정부의 재벌정책은 재벌 이후에 대한 어떤 대책도 세워져 있지 않은 고로 대책이랄 수 없고, 또 국민 들에게 절약이나 강조하는 한국의 경제정책은 F학점이라고 평가를 내 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오마에 겐이치가 <신국부론>에서 언급한 한국 에 대한 평가는 IMF 이후의 한국의 정부 관계자들과 한국의 식자들의 견해와 일치한다. 결국 DJ 정권과 한국 식자들의 그 동안의 견해라는 것이 사실은 오마에의 주장을 표절한 것인가.

문제는 어느 누구도 오마에의 견해에 제대로 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 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견해는 옳다. 하지만 그것은 각론에서 그렇다. 오마에의 총론은 결코 수긍할 수 없다. 일본이 어떻게 해서 선진 강국 이 될 수 있었는가. 그들 역시 미국 제품의 모사품을 만들면서 기술을 쌓았고 미국, 영국, 독일을 흉내내면서 메이지유신과 소화제국과 전후 일본의 부흥을 이루었다.

이노베이션을 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그의 견해는 옳 은 것이지만 이노베이션 이전에 모사품이라도 만들 능력을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런 논리가 30년대에 변절한 한국의 지식인들의 논리 와 마찬가지인 것은 대단히 유감이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의 선택은 그 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 그러니까 일본을 흉내내다 보면 우 리도 일본처럼 될 수 있는 것이다.

모사품밖에 못 만든다고? 때문에 결코 일본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경제의 생리는 일부 그러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모사품이 원품을 이기기도 하는 것 이다. 정말 비슷한 정도의 기능일 때에는 값싼 것이 가격 경쟁력이 있 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을 능가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혁신적이어서만은 아니다. 가격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철강이 일본과 견줄 수 있었던 것 역시 가격 우위가 있기 때문 에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오마에는 무차별적인 독설이 미안했던지 그래도 동아시아에서 이노베 이션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일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다. 하 지만 그의 견해는 일제 시대 일본 지식인들의 대한관과 너무도 흡사하 다.

너희는 못났다, 너희는 결코 스스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라고 독설을 서슴지 않는 그의 의식 속에는 대일본제국주의 의식과 대동아공영권을 꿈꾸는 일본 우익의 뿌리 깊은 사고가 잠재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착각일까.

한국에 대한 그의 비하는 98년에도 여전했다. 그는 한국의 모 신문과 의 대담에서 자신의 각론과 총론을 전혀 굽히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위기가 외부적 요인에만 의존한 안이한 성장 정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값싼 노동력과 엔고에 의지하다가 중국, 베트남, 동유럽의 저임금의 추격을 받은 데다가 더 이상 신풍이 먹히지 않게 되어 위기를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절하게도 미국에서 실패한 현대자동차의 예까지 들었다. 동아시아 국가 중에 한국, 태국, 인도네 시아, 필리핀 등이 혁신을 못해 통화위기를 겪었고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혁신을 해서 통화위기를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연 그의 견해가 맞는 것일까.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또한 일부는 틀 렸다. 나중에 그도 자신의 주장을 바꾸었듯이 통화위기의 원인은 결코 혁신과는 관계가 없다.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통화위기를 겪지 않은 것은 혁신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외환보유액이 충분했기 때문이 다.

오마에는 98년에는 아시아 나라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오로지 기업을 시장에 맡겨둠으로써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제조 업과 더불어 서비스산업에서도 혁신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충 고했다. 그는 한국의 과거 정부가 외면적인 세계화만을 추진함으로써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여 산업구조가 공동화됐다고 말했다. 분수에 넘치는 성장만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전문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에 대한 체계적 인 구조조정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개인 금 융 자산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직무태만이라고 주장했 다. 그리고 IMF의 한국에 대한 일부 권고가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요구에 의한 것일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98년도의 이런 견해는 99년도의 견해와 일부 상치한다. 그는 <사피오 >의 발언에서는 한국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을 하고 있다. 명백하게 한국 정부가 기업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 하지는 않았지만 기업의 존폐를 시장의 생리에 맡겨두어야 한다고 말 하지도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생각이 바뀌었던 것이다. 대일본적 자유시장주의자에서 대일본적 자유시장비판주의자로 변신한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는 95년에 발간된 자신의 저서에 여실히 나타난 바 와 같이 철저하게 밀턴 프리드먼을 추종하는 자유시장 옹호론자였다가 일본이 세계의 자유시장주의 세력들과 월스트리트 자본 세력의 공격으 로 곤경에 처하자 자신의 입장을 슬슬 바꿔갔던 것이다. 서구에 시종 하다가 러일전쟁을 전후해서 극서구로 생각을 바뀌었던 선배들의 전례 를 본받아서 말이다.

그토록 한국의 지식인들과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그의 저서 <국 가의 종말>은 철저하게 미국적인 것이었다. 이제 와서 증명이 되고 있 듯이 그에게 내려진 찬사는 부당한 것이었다. 그가 <국가의 종말>에 서 주장한 견해들은 비판을 받아야 할 몽환적인 미래 전망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다면 한국 전문가의 반론은 어떤가. 특히 윤모 교수의 주장을 보 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는 우선 DJ 정권이 출범한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았는데 한 일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하지 않느냐고 항변 한다. 그 점은 인정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DJ가 선진국을 따라 잡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선도적 선진 국을 건설하려는 장기 비전을 가진 지도자라고 말하는 데에는 말문이 막힌다. 더구나 (DJ가)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복지를 증진 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할말을 잊게 된다. 여기가 무슨 북한인가? 무슨 극찬을 그리 해대는가 말이다.

이제 자명해졌다. 그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그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글은 오마에의 주장에 대한 반론일 수 없다. 폐하께 드리는 사모곡이었던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오마에의 견해는 앞서 이미 밝힌 대로 반 정도만 동의를 하겠다. 그의 견해는 많은 부분에서 옳다. 엔화나 달러화에 휘둘리지 않는 산업구조 를 구축하려 하지 않는다는 말도 맞고, 핵심부품을 만들 능력이 없다 는 말도 맞고, 부품산업, 기계산업, 장치산업이 열악하다는 말도 역시 맞다.

장기산업정책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정계 지도자도 없고 경제계의 지도 자도 없으며 장차 북한의 2천2백만 인민을 건사할 어떤 준비도 하고 있지 않으며 무대책으로 시장개방을 하려 한다는 말 역시 사실이다. 그리고 수학과 영어 실력이 열나게 형편없다는 말과 제 2막이 열리면 파리 목숨(?)이 될 것이라는 말 역시 분하게도 맞다.

그렇지만 이런 쓰고 고약한 충고의 이면에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된 진실이 있다. 오마에는 저축 성향이 낮은 한국민이 통 화가치가 안정되자 소비를 늘리고 사치품을 사대고 있다고 말했다. 그 가 말하는 한국인이 전체 한국인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부유한 한국인을 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아직 한국인 대부분은 사치품을 사댈 만큼 처지가 호전되지 않았다. 한국이 통화의 변동에 따라 일정 기간 경쟁력을 가졌다가 다시 경쟁력 을 잃는 천형을 안고 있다고? 무슨 악담을 그렇게 한단 말인가.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한국은 이 정도까지 발전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오 마에는 시장경제에 다윈의 적자생존의 법칙만이 작용하는 것으로 착각 했다.

사실 그와 같은 사고는 앞서 이미 언급하였던 제국시대의 일본의 정신 적인 지주 후쿠자와의 사고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20세기 초 일본이 한일합방을 정당화한 논리의 기저에는 다윈의 적자생존 법칙에 대한 맹신이 있었다. 하지만 자연에는 적자생존의 법칙만이 있는 것은 아니 다. 평균으로의 회귀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적자생존의 논리는 잘못되 었다는 것이 이미 증명이 되었다.

더구나 국제 질서나 세계의 자본 시장에서 그것은 가당치 않다. 어째 서 한국이 일본을 극복할 수 없다고 감히 장담을 할 수 있는가. 그렇 다면 영원히 해가 지지 않을 것 같던 대영제국의 몰락을 어떻게 설명 할 것인가. 대영제국은 지금의 일본보다 훨씬 조건이 좋았다. 현재 일 본이 한국보다 훨씬 조건이 좋은 것처럼 말이다. 미래는 속단할 수 없 다. 천형 운운은 말도 안된다. 그러한 태도는 학자가 취할 자세가 아니 다.

한국은 경박단소한 제품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거나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 중에 일본기업과 정면 승부를 해서 살아남을 기업이 하나도 없 을 것을 장담하거나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청자 나 가죽제품 정도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역사는 결코 그렇게 단언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째서 일본이 만들고 있는 것을 우리가 만들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왜 일본의 산업구조와 달라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일본 흉내내기가 한국의 유일한 살길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후발국가 중에 흉내내기를 하지 않은 나라는 없 다. 미국·독일이 그랬고 일본도 그랬다. 그들은 흉내내기를 통해서 힘 을 키웠고 선발 국가를 이겼다.

이노베이션은 어느 국가이든 필요한 것이다. 오마에가 한국이 이노베 이션을 하지 못하고 일본 흉내내기만을 계속한다면 백년하청이게 될 것이라고 한 말을 행여라도 순진한 몇몇 정책입안자들이 덜컥 받아들 일까 걱정이 된다.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마라. 황하는 결코 맑아지지 않 을는지 몰라도 국가 경제는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는 수가 허다하다. 이노베이션도 하고 막말로 베끼기도 하고 훔치기도 하는 것이 경쟁이 다.

일본인 오마에 겐이치가 그토록 한국의 일본 베끼기를 혐오하는 까닭 은 사실인즉 그 때문에 일본이 편할 날이 없기 때문이다. 기계를 팔아 먹고 기술 이전을 시켜주었더니 싸게 물건을 만들어 괴롭히니 속이 편 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자동차·철강·전자제품이 그렇고 반도체는 아예 미칠 지경일 것이다. 그러니 좋은 것이면 서슴없이 베끼고 이노 베이션을 하여 더 낫게 만들어 보자.

한국은 일본이 만들지 않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오마에의 주장의 이 면에 모든 선진국이 기피하는 사양산업을 한국이 해야 할 것이라는 충 고가 숨겨져 있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산업은 해봐야 말짱 ‘헛거’ 다. 얼마 되지 않아 후진국들이 치고 올라올 텐데 그런 산업을 왜 한 단 말인가. 차라리 일본의 뒤를 좇으며 2등을 차지하는 전략을 구사하 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오마에 겐이치 선생! 공업입국 20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을 이제 공업 을 일으킨 지 겨우 40년 정도에 불과한 한국이 단숨에 따라잡기는 어 렵지 않겠는가. 이 정도만 해도 좀 칭찬해 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선 생!

그리고 한국의 지도층들이여,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http://newsmaker.kyunghyang.com/economy/n338b06.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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