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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원테크 고 이해남 지회장의 삶과 죽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solidary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3,447회 작성일 03-11-18 18:52

본문

21세기를 바라보는 지금도 한국에서 노조활동을 하는 것은 해고와 수배, 구속, 그리고 죽음까지 각오해야 하는 고난의 길인가.

'노조탄압'을 주장하며 분신으로 항거했던 이해남 지회장(41. 충남 아산)이 17일 25여일간에 걸친 죽음과의 사투 끝에 결국 숨을 거뒀다. 이 지회장의 죽음으로 노동운동과 관련해 분신, 자살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고 배달호 씨(두산중공업)을 시작으로 모두 7명에 이른다.

특히 이해남 지회장의 죽음은 이 땅에서 노조활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2001년 생애 처음으로 노조를 접한 후 변화됐던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 지회장은 62년 대전에서 출생했다.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사실 노조와는 거의 관계없는 길을 걸어왔다. 성장한 후 농협과 일반기업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했고, 한때 자영업에 손을 대기도 했지만 그의 아버지의 말처럼 한마디로 '평범한' 삶의 이력을 가졌다.

하지만 IMF 이후 생계가 어려웠던 그는 서른 아홉이라는 늦깎이 나이에 제조업 노동자의 길로 접어든다. 2001년 5월 충남 아산에 있는 세원테크에 입사한 후 그의 삶은 굴곡으로 접어든다.

일상화된 폭력과 욕설, 평범했던 삶을 노동조합으로

세원테크 입사 후 그는 노동조합에 눈을 뜨게 된다. 회사의 상황은 그를 노조에 기대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세원테크 한 노조원은 당시 회사의 상황을 "폭력과 욕설이 일상화된 곳"이었다고 표현했다.

세원테크 노조원들에 따르면 특례병으로 근무해 근속이 높았던 '젊은' 조장과 반장들은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구타와 욕설을 행사했다. 그리고 이러한 행태를 제어해야 하는 사측은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늦깎이 노동자 이 지회장은 지금은 사망한 이현중씨 등의 구타현장을 목격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이 지회장은 그와 마음을 함께 하는 '동지'들과 2001년 10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지회장으로 당선됐다.

당시 노조결성에 대해 세원테크 노조 구재보 사무장은 "처음부터 큰 욕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면서 "폭력과 욕설이 없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보겠다는 희망 뿐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바람은 회사 측의 노조 불인정과 방해로 뭉게져 가고 있었다. 결국 노조를 결성할 때 120여명으로 시작됐던 노조원들은 하나 둘 노조를 탈퇴하게 되고, 지금은 약 70여명만이 노조에 가입한 상황이다. 그나마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을 벌이는 노조원은 단 20여명에 그친다.

뿐만 아니라 이 지회장 자신도 노조활동과 관련해 수배와 구속, 그리고 해고로 이어지는 굴레를 쓰게 된다. 이 지회장은 지난 2001년 12월 12일 충남지역 노동단체들과 연대해 총파업을 하는 과정에서 이듬해 2002년 1월 20일 처음으로 구속됐다. 그리고 3월 3년 구형을 받은 후 보석으로 출소한다.

구속도 이 지회장의 희망을 꺾지는 못 했다. 노조는 2002년 7월 사측이 단체 임단협을 준수하지 않는다며 세원테크 공장을 점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50여일에 걸친 기나긴 투쟁을 벌여냈다. 이 과정에서 이 지회장은 수배를 받게 되고 지난해 12월 9일 두번째로 구속됐다.





ⓒ2003 오마이뉴스 이승욱


2년여 노조 활동으로 두번의 구속과 수배...그리고 죽음

2003년 3월 구속된 상태에서 이 지회장은 다른 조합원 3명과 함께 사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게 되고, 4월 11일에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출소했다. 그러나 아직 이 지회장의 역경은 끝나지 않았다.

2002년도 투쟁 도중 회사측의 출입통제를 항의하며 바리케이드 철거에 나섰던 이현중씨가 투병 도중 사망하자, 이 지회장은 대구로 내려와 고 이현중씨의 시신을 지켰다.

이씨의 시신 만이라도 편히 잠들게 하겠다는 바람으로 이 지회장은 유족들과 회사측이 조속히 협상할 수 있도록 몸을 낮추기도 했다. 고 이현중씨의 한 유족은 "회사측이 노조가 참가하면 대화에 나설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니 이 지회장이 그럼 노조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겠다고 양보를 했다, 이 지회장은 노조만의 주장을 강요하지 않고 가능한 빨리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성의를 다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은 노조가 배제된 이후에도 유족과의 대화에 '불성실하게' 임했고, 유족은 이에 반발해 노조와 한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지회장은 올해 9월 또 다시 업무방해·명예훼손·집시법 위반 등으로 수배를 받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두번째 수배생활이자 2001년 노조를 시작한 후 2년만에 3번째 구속을 감수해야 하는 꼴이 돼 버렸다.

충남과 대전지역을 돌면서 도피생활을 해오던 이 지회장은 심적인 부담감과 괴로움을 안고 있엇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자살을 결행했던 지난달 23일 이전에도 인터넷에 죽음을 상징하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려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를 우려해 세원테크 노조원들은 수배로 연락이 두절됐던 그를 찾았고 그는 "괜찮다, 아무 일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결국 23일 세원그룹 본사가 있는 대구 세원정공 안 관리동 앞에서 신나를 끼얹고 불을 댕겼다. 관리동 사장실 창너머로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서 그는 "노동탄압 중단"을 외치며 분노를 담아 분신을 결행했다.

세원테크 노조원들과 유족들은 그를 '고집은 셌지만 낙천적이었던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세원테크 한 노조원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면서 "고집이 센 것이 그의 흠이기로 했지만 그가 노조활동에 그렇게 애착을 가졌던 것도 그의 그런 성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연이은 수배와 구속으로도 그를 버티게 했던 것은 '잘 될 것'이라는 낙천적인 사고와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다른 한 노조원은 "간혹 이 사람이 뭘 믿고 이렇게 무모하게 일을 벌일까 걱정하기도 했다"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또 "하지만 낙천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힘든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주위의 사람들도 그를 믿고 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 지회장은 세원테크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지회장은 올 1월 10일 천안구치소에 수감도중 노 대통령의 당선소식을 듣고 아내 이은숙(39)씨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노무현 당선자는 그래도 친 노동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있을거야. 옛날에 그래도 우리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투쟁하다 옥살이까지 했는데 김대중 정권 같이 또 탄압하겠어? 아무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마음편히 잘 지내고 있어. 애들도 잘 챙기고 당신도 건강하구. OK 나는 당신보다 글솜씨가 더 없는 것 같애. 그치? 만날때까지 우리 사랑하는 가족들 파이팅!"

올 1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9개월 후의 유서

  

▲ 고 이해남 지회장 영정  

ⓒ2003 오마이뉴스 이승욱
그러나 9개월만에 분신을 선택할 즈음 낙천적이었던 이 지회장의 성격도 막다른 길에 이른다. 이 지회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 세통 중 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는 그의 이런 심정을 절절하게 나타내고 있다.

"정말로 이 나라는 노동자들과 힘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버거운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께서 예전에 변호사 시절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셨던 때도 있었지요?

저희 세원테크 사태와 관련하여 몇차례 청와대 신문고에 진정을 했었지만 여지껏 묵묵부답이고요. 세워테크 불법폐기물 매립,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세원그룹의 부당내부거래 등 수많은 사측의 불법행위들에 대해 고발하고 진정을 해 봤지만 역시 김OO회장은 털끗 하나 다치지 않더군요.…"

고 이 지회장은 이 유서에서 자신이 '마지막 희생자'가 돼야 한다고 애절하게 당부했다.

"노무현 대통령님!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야 이 나라의 노동정책이 바뀔 수 있겠습니까? 더 이상은 안됩니다. 제가 마지막 희생자가 돼야 합니다. 노동자들과 대화는 외면한 채 오로지 노동자 죽이기로 일관하고 있는 악질 기업주들에 대해서 반드시 정부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길이란 것을 아셔야 합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이 지회장은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세상과의 대화를 끊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 사회는 그에게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

2년여 노조활동으로 두차례의 수배, 두차례의 구속, 그리고 목숨과도 같은 일자리를 잃었던 한 해고 노동자의 죽음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예의'는 무엇일까.  

2003/11/18 오전 11:35
ⓒ 2003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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