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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경제 주체는 어떻게 노예가 될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하품마렵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620회 작성일 15-05-24 12:18

본문

여러분 주인과 노예,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주노변증법), 이런 이야기 자주 들어 보셨을 테지요. 주인과 노예가 무엇인지를 놓고 아흐레 밤 열흘 낮을 떠들수 있는 사람도 수두룩 빽빽 하겠지마는 여기서는 간단하게 주인이란 제 멋대로 하는 자, 노예란 제 멋대로 하지 못하는 자라고 해 봅시다.

전쟁으로 점철된 20세기, 우리는 그 20세기를 살아왔습니다. 물론 여기 많은 푸르른 연배의 회원, 객원들 께서는 20세기가 끝나갈 무렵에 세상 빛을 보셨겠지만서두... 지는 해의 뻘건 빛일망정 20세기의 빛을 쬐긴 했겠지요.

20세기의 허리께에 와서야 정리가 된 전쟁의 승리를 거머쥔 무리는 이름하야 '자유진영' 이었습니다. 자유진영은 못된 주인들 –히틀러로 대표되는– 을 몰아내고 인민을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켜 자유민으로 만들었다고 말해집니다. 전쟁 당시에도 그러했고, 이후에도 그러했으며, 그런 명분은 21세기의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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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대로인 것 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자유를 얻었습니다. 아직 자유를 얻지 못한 공간으로 대표되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보십시오. 자기 마음대로 직업을 고를 수도 없고, 멋대로 지도자 욕을 할 수도 없습니다. 아아, 우리나라에서도 지도자 욕을 할 수가 없다는 과장된 탄식은 접어둡시다. 그런 분들께서는 우리에게 아직 지도자 욕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싶으신 거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직 좀 부족할 지언정 우리는 그래도 퇴근길에 쐬에주 한 잔 기울이며 대통령 욕을 큰 소리로 한 바가지 해도 생활에 위협이 찾아오지는 않습니다.

저 '자유진영' 에서 제공했다고 일컬어지는 자유란 바로 그런 자유였습니다. 나는 내가 갖고싶은 직업을 갖는다! 나는 내가 일하고 싶으면 일한다! 일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나는 내가 섹스하고 싶은 상대와 섹스한다! 상대의 동의만 있다면 말이다! 내 팔다리 두어개 쯤 모자르다고 누가 수영선수 되지 말라 하더냐! 내가 하겠다면 한다!

이런 자유론에 어디 문제가 있겠습니까? 전혀 없어보입니다. 사람들은 자유에 몰두했고, 열광했으며, 여전히 그것을 위해 '투쟁' 한다고 야단인 이들도 많습니다. 저는 여기에 대해 자유는 누가 누구에게 안겨줄 수 있는 것도, 내가 구해서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단지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거라고, 단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가 –혹은 무의식적 고의(?!)로 잊고 있었다가– 깨달을 뿐인 거라고 말하겠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제쳐두고 그만 오늘의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저 모든 자유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자유? 자유가 필요합니까? 좋습니다. 그 자유가 이미 주어졌다고 해 봅시다. 또 무엇이 필요할까요? 내가 일하기 싫다고 일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돈이 없다고 가정하면 배짱과 깡이 필요합니다! 굶어죽는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대범한 패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던 일이 싫다고 때려치는 데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람들이 "나는 열심히 공부해 대기업 회사원이 되어 돈 많이 벌고 살았지만, 결국 화가의 꿈을 잊지 못해 하던 일 때려치우고 화가가 되었다!" 는 류의 이야기에 박수를 치며 열광하는 이유가 무어겠습니까? 그 배짱과 깡을 동경하기 때문이 그 이유 하나요, 어린이들이 동화에서 용사의 성공을 동경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 그 이유 둘 아니겠습니까. 성공하지 못한 용사는 이야기에 남지 않는 다는 점은 제쳐두고 말입니다...

우리는 –적어도 저는– 여기서 하나의 우롱을 봅니다. 자아, 우리의 '자유진영' 에서 자유를 논할 때, 인민에게 해방을 선사하기 위해 폭탄을 흩뿌리고 다닐 때, 그들의 명분은 '인민의 자유를 가로막는 사악한 장애-독재자를 척살해야 한다' 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폭력의 명분이 되었던 그 억압된 인민에게 자유가 없었나요? 없었답디다. 왜 없었을까요? 제 멋대로 행동하면 목이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자, 지금 북한을 볼까요? 지도자 욕을 하다가 걸리면 곱게 죽어야 아사고 재수 없으면 고문치사를 당합니다. 폭탄들은 바로 그런 종류의 부자유를 물리치기 위해 뿌려졌습니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요? 자, 지금 우리를 볼까요? 우리들 중 쌓아둔 돈도 없고 금수저도 없는 이가 하던 일 때려치우면 당장 다음 달부터 목구멍이 포도청입니다. 회사생활 좆같아서 내앱다 때리 챠 삐리고 뛰 나오면 이제 뭐 할 겁니까? 다른 회사 기어들어 가야지요. 굶지 않으려며는. 그나마 종잣돈 몇푼이나 쟁여놓은게 있으면 닭이라도 튀겨 보겠지만 어디 닭튀김 집 차린다고 그게 꼭 십년 이십년 명을 잇는다는 보장이나 있습니까.

만약 우리가 '자유 없음' 이라는 상태를 '내 멋대로 했을 때 내 신변이 위태로워 지는 처지' 라고 정의하기로 한다면, 독재자에 의해 죽임 당하든, 푼전이 없어 죽임 당하든, 우리가 자유 없기로는 매양 한가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무엇이 문제냐고요?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 소위 '자유진영' 이라 하는 무리는 저 두 가지 자유의 저해요소들 중 독재자 류의 문제만 후둘겨 패고 금전의 문제는 때려잡지 않으니 제 명분을 스스로 안 지키는 꼴이 되고 맙니다.

둘, 소위 '자유진영' 이라 하는 무리는 우리가 멋대로 행동할 때, 즉,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일하기 싫어서 직장을 때려치웠을 때 우리가 맞딱뜨리게 되는 고초는 '니가 자초한 일' 이라 말합니다. 일을 때려치운 것은 니가 선택한 일이니, 그 결과로 노숙자가 되든 아사자가 되든 니 소관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어떤 이가 독재에 항거하다가 독재자에 의해 내쳐지면 그것은 '니가 반항하기로 선택한 일이니 그에 따르는 결과도 니가 자초한 일일 뿐' 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상의 사정을 살피건대, 우리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자유는 무조건 옹호되는 것이 아니며, 억압 중에는 부당한 것도 있지만 합당한 것도 있어서 우리 '자유진영' 은 부당한 억압을 타도하는 것 뿐, 합당한 억압에 대해서는 할 말도 할 일도 없다는 것입니다.

자유 세계에서 우리는 마음대로 하고싶은 장사를 할 수 있기 떄문에 자유 세계가 훌륭하다고들 합니다. 그 말 대로입니다. 사람들은 포르노나 자위기구와 같은, 옛날같으면 망측스러워서 공공연한 매매가 금지되었을 만한 물건들도 대놓고 매매할 수 있으며, 그런 '자유로움' 이 확보되는 데 대해 사람들은 갈채를 보냅니다. 직업 선택도 누구나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옛날처럼 신분 때문에 공무원이 되지 못하고, 그런 것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실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지금 충분히 자유롭다고 말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사람들 –김일성 수령님은 자애로우시다고 말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과 국화빵인– 을 제외하면, 다들 쉬고싶어도 마음대로 쉬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면, 무언가가 우리를 구속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구속할까요? 뻔하지요. 앞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돈 때문입니다. 벌이가 있어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우두머리 욕을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자유를 쟁취하려면 목을 내놓는 각오를 해야 하듯, 오늘날 자유 세계의 우리들은 하기 싫은 일을 때려치는 자유를 쟁취하려면 실업자가 되어 말라죽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 구속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정당화 될까요? 어째서 오늘날의 금전적 억압은 타도되어야 할 억압의 목록에 올려지지 않는 걸까요?

여기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 우선 돈벌이가 무엇인지를 밝혀야 합니다. 돈은 어떻게 버는 걸까요? 그 기본 원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내가 제공하면 됩니다. 예를들어 급똥이 마려워 휴지를 찾는 사람에게 휴지를 내 주면서 대신 껌을 달라고 요구해 딜을 성사시키는 경우를 떠올려 봅니다. 이 때 휴지를 원하는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것 –껌– 을 갖고있지 않을 확률이 높겠지요. 이런 경우에 대비해 인류는 돈을 만들어 내었고, 임시로 돈을 받아 두었다가 나중에 내가 필요로 하는 것으로 다시 바꾸는 방식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돈을 번다는 것은 그래서 곧,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돈은 교환의 매개입니다. 그래서 돈이 움직이려면 교환이 발생해야 하는 것이고, 내가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을 내가 스스로 공급하는 경우, 교환을 하지 않는 경우엔 돈과 엮일 일이 없게 됩니다. 내가 햇볕 아래 드러누워 휘파람 불기를 좋아하여 그리 했을 때, 나는 돈을 벌수도 있고 못 벌 수도 있습니다. 만약 내 휘파람이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꼭 들어서, 그들이 더 들려주기를 청한다면 나는 그들에게서 수고비를 받아챙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내 휘파람에 무심하다면 돈을 벌 일도 없습니다.

매우 특수하게도, 내가 즐겨하는 일, 스스로 좋아서 생산하는 생산물이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욕구나 필요에 맞아떨어진다면 나는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나는 내가 즐겨하는 일과는 무관하게 타인의 수요가 존재하는 무언가를 생산해 내야 합니다. 그래야 돈을 얻어서 그 돈으로 다른 어떤 내가 필요로 하는, 혹은 원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게 됩니다.

말하자면 돈을 번다는 것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필요나 욕망에 기여한다는 뜻입니다.

이러니 당연히 부자유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하고싶은 게 아니라 남들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하니까요. 공동체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매우 정의로운 체제인 것처럼 보입니다. 인민의 필요나 욕망에 복무하지 않은 사람은 다른 이들이 생산한 것들을 가져가기 위한 티켓(돈)을 얻지 못하니 말입니다. 이 시스템은 마치 "공동체를 위해 일하지 않은 자, 공동체의 생산물에 접근치 말라" 는 사회주의적 도덕을 그대로 현실화 한 것만 같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써, 모두를 위한 일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당연히 공동체 속에서 함께할 자격이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에서 저 억압, 하기싫은 일 때려치면 차가운 길바닥에 내앉게 되는 종류의 억압이 정당화가 되는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문제, 시장자유주의의 문제라고 부르는 이 문제가, 사실은 "'우리'를 위해 협력하지 않은 자, '우리'에 속할 자격이 없다" 는 유서깊은 공동체주의적인 개념에 따라 존속하는 문제인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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