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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과 직업 너머의 삶 : ‘나’의 영역-Teil 1 ►삼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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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르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92회 작성일 15-03-29 22:51

본문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들이 살아갈 국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우리는 선택할 수 없고, 다만 선택 받기를 희망할 수 있다. 재산과 재산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은 새로운 국가의 거주권 내지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맞아요, 무릎을 탁 치며 감탄하게 되는 말씀입니다.

저는 본문의 방향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이 구절을 보고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를 손가락 가는 대로 풀어 보았습니다.

흔히 제 1세계라 일컬어지는 부자 나라들은 일종의 귀족 클럽, 부자 클럽, 뭐 그런 집단의 룰을 따라가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 나라 안이나 한 지역사회 안에도 보면 가진 사람들 끼리 모이는 그룹들이 있잖아요. 전 세계를 하나의 사회로 보면, 부자 국가들이 그런 가진 사람들의 클럽과 부분적일지라도 같은 작동원리를 가진 것처럼 보여요.

국가와 같은 큰 집단은 그 집단이 계속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 부의 지나친 집중 같은 현상들을 다스려야만 하고, 국가 내부에서는 중앙 정부가 집행하는 복지정책 같은 것들이 여기에 포함 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복지정책 외에도 각종 균형발전 정책 같은 것도 포함 될거고... 만약 지구를 하나의 국가 처럼 본다면, 지구라는 나라 안에서 부의 집중 현상, 부유한 일부 (한국같은 부유한 나라의 중산층이 누리는 정도의 풍요) 와 가난한 대다수로 나뉘어서 가난한 이들이 직접 몸으로 뛰는 생산활동을 담당하고 풍요한 계층에 속하는 이들은 새우 껍질 벗기기 같은 일 보다는 사무 업무나 관리직에 종사하는 형국이 되어 부자나라 사람들이 나라의 중산층,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가난한 하층민을 구성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데, 문제는 지구에는 제대로 된 중앙정부가 없기 때문에 빈부격차의 격화와 하층민의 삶의 질 저하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나라 단위 안에서든, 지구 단위에서든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가난한 계층 안에서 범죄가 점점 더 많아지는 문제가 생길테고 중앙정부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애쓰게 되는데 (그런 기능을 못하거나 안 하는 중앙정부는 망하게 되겠구요), 지구에는 중앙 정부가 없다보니 그런 문제들이 방치되고, 힘 있는 통치자들의 통치 영역에 속하지 않은 회색지대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는 크고작은 도적떼들이 활개를 쳐서 백성들이 신음하고 있는 그런 형국으로 보입니다.

하나의 집단은 당연히 그 집단의 구성원들을 위해서만 헌신합니다. '우리' 를 보살필 뿐, '남' 의 사정은 헤아릴 이유가 없겠지요. 혹은 '남' 은 등처먹거나 부려먹어야 할 대상일 뿐. 누구를 '우리' 로 이해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 집단의 이데올로기에 달려있을텐데, 가령 한국이란 사회가 스스로를 민족국가로 이해하려 한다면 '우리' 에 속하여 우리의 힘의 보호를 받고 또한 우리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할 의무를 지는 사람들=우리들은 한민족이 되겠지요. (한민족이라는 범주를 정확히 어떻게 잡을거냐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고) "인류애" 가 이데올로기인 집단이 있다면 이들은 인간 모두의 이해를 대변하는 입장에 서게 될 것이고, 여기에 가장 근접한 집단은 자유주의 미국일텐데, 실제로 미국은 이 자유주의 이데올로기 깃발을 들고 다른 나라의 사정에 개입할 명분을 세워 움직이곤 했습니다만... 그러나 한반도의 통치권력에게 있어 (남이든 북이든) 민족 이데올로기가 그냥 쓸모있는 핑계일 뿐이었던 것 처럼 (그리고 이건 어느 권력에게도 아마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아리까리한건 레닌 정도), 미국에게도 자유주의가 그냥 권력 확장이란 일을 수행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었겠고, '우리' 의 이득에 문제가 안 된다면 남들의 자유는 사실 관심 밖이었을 겁니다. 미국이 민중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공격했던 권력들은 대부분 그저 미국의 이익에 걸림돌이 되는 권력이었겠지요...

미국이든 다른 나라든 결국 추구하는 것은 '우리' 의 이득이고, 이 '우리' 가 나름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정해지는데, 만약 이들이 이데올로기를 그저 구실이나 핑계로 삼을 뿐이라면 이 '우리' 라는 건 실제로는 '우리 민족'이나 '인류' 같은게 아니라 권력을 잠고 있는 사람과 그 사람이 사적으로 '우리' 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자기 자식이라든지) 뿐일 겁니다. 저는 어느 정도 규모있는 단체 (구체적으로 도시 몇 개를 장악하고 있는 수준의 군벌부터 대 제국에 이르는 규모 까지) 는 전부 이렇다고 봅니다. 소규모 단체는 실제로 이데올로기에 정말로 충실한 사람들 (흔히 말하는 '진정성' 을 갖춘 사람들) 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더 큰 규모에 대해선느 회의적입니다. 예를들어 삼국지연의에서 작가는 유비네를 이데올로기(한 황실에 대한 충성과 오랑캐를 제외한 모든 백성에게 평화와 풍요를 제공한다는)에 실제로 충실한 이들로 그리고 조조를 단지 자신의 권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통치 세력 내에 사는 백성들의 삶을 보살피는 것은 단지 힘을 더 키우기 위해서일 뿐이라는 식의 묘사가 나오는데, 저는 모든 권력이 사실 조조와 같은 식이고, 그게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그거라도 잘 하면 '진정성 있는' 자들의 통치지역에서 보다 백성들의 삶이 더 윤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리고 미국이 꽤 괜찮은 예라고 봅니다. 스스로의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든 어쨌든 간에 그걸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니까 사람들이 어지간히 잘 먹고 살게 조정하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뭐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옛날과의 비교는 오늘날 정치 시스템이 민주주의라는 사실 때문에 유효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과 자신의 최 측근만의 안위를 위해 권력을 유지, 확장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투표에서 유권자 모두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에게 이길 수 없을 테니까요. 이것으로 권력이 권력 행사자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것을 통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권력자와 그 최측근으로 이루어 졌던 그룹이 오늘날 국가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면 어떨까요? 한 나라에서 민주적인 투표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나라가 부유한 나라이고, 이들이 자기 나라 사람들만을 '우리' 로 두고 (물론 '국'민이니까 이러한 이해는 당연한 것이겠지요) 남들, 즉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사정을 백안시 한다면, 이것은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과거 권력이 제 역할을 잊고 타락하다가 무너져 가던 과정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좀더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해 볼까요?

시대 옛날 오늘날
권력집단 왕족 및 귀족 1세계인
피지배층 백성 빈국 국민


옛날에는 통치 집단이 나랏일을 돌보지 않아 민생이 피폐해지면 여기저기서 신생 권력들이 일어났습니다. 부패에 빠진 조정을 개발살내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하겠다, 라든지, 부패한 무리의 꾐에 빠져 황제께서 총기를 잃으셨으니 잡것들을 쓸어내고 조정을 다시 제대로 세우겠다든지, 그런 명분을 내걸면서 말입니다.

그럼 지금은? 1세계가 아닌 2세계, 3세계의 사람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1세계 국가를 '백성을 돌보지 않는 통치권력' 으로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은 미국, 독일은 독일, 영국은 영국일 뿐, 그들은 지구연방정부 같은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그런 각각의 나라로 남아있는 한 그들 개별 정부들은 각자 자기 나라 사람들의 안녕에 대한 책임만을 갖고있을 뿐입니다. 이런 포지션을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적 세계체제는 사실상 국경이 무의미한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다들 명확하게 알고있듯이, 자본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내가 깐 적 없는 새우 껍질이 도대체 어디서 까 져서 예쁘게 포장되어
나오겠습니까? 누군가는 그걸 하루종일 까고 앉았을 것입니다. '우리 나라엔 새우 까는 공장이 없는데?' 바로 그렇습니다. 자본도 상품도 이렇게 국경과는 무관하게 움직이게 된 지 오래입니다. 이런 세계경제 시스템은 실질적으로 지배계급에 속하는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지구공화국이나 세계연방정부 같은 것을 구성하지 않고도 자기네 나라 국민을 제외한 나머지 인민들을 실질적인 노예로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독일의 배관공과 짐바브웨의 배관공이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 독일의 한 공장 생산직 노동자가 중국의 생산직 노동자와 비슷한 수준의 생활 퀄리티를 갖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비슷한 일을 한다고 해도 그들의 처지는 서로 다릅니다. 한 쪽 사람은 모든 직업은 소중하고 또한 평등다는 따듯한 도덕적 이데올로기의 실현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고, 다른 한 편의 사람은 문자 그대로 짐승, 노예 취급을 받으며 정확히 짐승과 노예 수준이라 봐야 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교묘한 지배입니다. 교묘하지 않은 지배, 솔직한 지배는 노골적으로 인민을 지배합니다. 스스로 지배계층, 또는 왕임을 자임합니다. 따라서 인민의 삶이 피폐해 진다면 여기에 대한 책임은 공공연히 그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교묘한 지배는 다릅니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지배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유와 자주, 독립 따위를 말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 우리가 그 속을 살아나가고 있는 교활한, 또는 영리한 경제 시스템을 통해 인민을 지배하지 않으면서 노예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총대도 안 매고 이익만 빨아먹을 수 있다니, 캬, 이거야말로 진짜 개꿀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세계 인민을 해방시킨다는 구실로 이나라 저나라에 개입해 자신들의 직속 '시민' 들을 제외한 전 지구의 인민을 간접적인 노예로 만들어 부리고 있다는 사실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가아닌양님이 언급한, 그리고 지금 이 글의 맨 앞에 인용된 그것입니다. 세상은 지금 노예 계급과 시민 계급으로 구성되어있는 고대 지중해 도시국가들과 매우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노예가 시민이 되고싶다? 그렇다면 네가 시민 계급이 되기에 충분한 재산을 가지고 있고 충분한 교양(고급 기술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라! 네가 우리 귀족 클럽 (=1세계 시민) 에 들어오려면 우리 클럽의 자격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것이 제 1세계로 이민가려고 하는 노예국가 노예가 맞딱뜨리게 되는 장벽입니다. 전통적으로 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자신의 적으로 설정한 대상은 인민의 자유를 탄압하는 독재 정권이었습니다. 명분의 차원에서는 그러했고, 실질적 차원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 세력과 쏘련을 중심으로 한 제국 세력 간의 긴장이었지요. 쏘련이 무너지면서 이 견제관계가 무의미해졌을 때에도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계속 쓸모가 있었습니다. 사악한 독재권력과 맞선다는 명분으로 여기저기 개입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역시 가아닌양님이 이미 논했듯,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귀족클럽의 이기심 (물론 나머지 사람들은 다 착하고 귀족-시민들만 이기적이라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다들 이기적이고 드문드문 성자들이 있을 뿐이지만, 한 쪽은 재물없고 힘 없는 이기주의자이고, 한 쪽은 재물과 힘이 있는 이기주의자인 거죠.) 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지게 됩니다.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를 박탈하는 독재권력을 적으로 규정하고 거기에 맞서는 것을 명분으로 삼아왔는데, 정작 사람들이 자유롭게 1세계로 이주하려 하자 볼멘 표정으로 유입을 제한하고 있지요. 이들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물론 이들에게는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자기 나라 안에서 말이다. 우리에게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삶의 공간을 지킬 자유가 있는 거 아니냐?"

이런 모습은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오렌지족 클럽들은 구질구질한 일들을 노예에게 맡겨놓고 고급스런 생활을 향유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다시한번 반복하건대, 저는 1세계 시민들-귀족들만이 이기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지금 빈국의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1세계 시민의 위치에 있었더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아직 순진한 어린아이, 이팔청춘, 약관청춘, 기타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다들 이런 정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풍요의 공간을 지키고 계속해서 풍요를 누리기 위해 이민자 유입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우리 클럽에 들어오려면 우리의 지배력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기술을 갖추고 오거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와라. 그렇지 않다면 너는 허드렛일을 정해진 기간 동안만 하다가 너희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 아, 우리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인구가 자꾸 줄어들려고 해서 문젠데, 너희가 아이를 낳아준다면 그 아이들은 받아줄 용의가 있긴 해... (아 근데 타국 출신 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우리 나라에 잘 못 섞여들고 쓸모없는 저질 인적자원이 되는 경향이 있는데, 괜찮은걸까... 끙)" 뭐 이런 모습이지요.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가난한 건 지들 탓 아니냐? 지들이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고 열심히 경제개발을 해서 발전을 해야지!"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은 타락한 중앙 정부의 가렴주구 아래에서 시름하고 있는 백성들에게 "니들이 이렇게 사는 건 니들 탓 아니냐? 좆같으면 니들이 알아서 권력 조직을 만들고 중앙 정부에 대항해 자기 몫을 챙겨야지!" 라고 말하는 것과 정확히 똑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백성들이 엉성하게 무장을 하고 조정에 반기를 들었다간 이빨은 빠졌더라도 발톱은 살아있는 중앙정부의 군대에 무참히 짓밟히게 되겠지요. 소설 삼국지를 다시한 번 예로 들자면 한말에 융성했던 황건당 세력이 중앙 정부군의 편을 든 유비, 조조 같은 이들에게 철저히 짓밟혔던 것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소설 삼국연의에서 황건당은 황건적이라는 단순한 도적, 한 때에는 나쁘지 않았을 지 몰라도 나중에 가서는 흉악하게 돌면한 도적떼로 그려지고 있지만, 누가 안답니까? 황건당 애들이 한반도의 동학 농민군 같은 애들이었고 유비나 조조같은 애들은 자기 세력을 만들고 싶어서 일단 관군 편에 붙어 세력을 불리고 때를 노렸던 기회주의자들일지?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앞에서도 말했듯 통치자가 기회주의자든 또라이든 간에 제 위치에서 제 할 일을 제대로 해서 전체 인민의 행복도를 높이기만 한다면 뭐가 문제겠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 눈에 비친 현재 시점의 세계의 형국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여러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턱걸이긴 해도 아무튼 1세계 국가의 국민인 나는 삼국연의에 나오는 십상시 같은 못돼먹은 애들이라고? 자기 이익만 챙기느라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린 귀족세력에 해당한다고? 웃기지 마! 나는 평생 법도 어겨본 적 없고 웃어른도 잘 공경했고, 스스로 노력해서 소박하지만 괜찮은 직장을 잡아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백성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난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이런 얘기 하는 사람은 전체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작은 생활 세계 안에서만 살아가는 나이브한 소시민입니다. 이들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흔히 세간에 알려져 있는 프랑스 혁명 비사 속의 마리 앙뚜아네트 (빵이없으면 케익을 먹지, 에피소드의 그 마리. 실제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정황은 알고 있었고, 나름 잘 해 보려고 애도 썼다고 하는데, 저도 뭐 그 떄 베르사유에서 살아본 건 아니니까 뭐가 사실이라고 딱 잘라 말은 못하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잘 알려진 빵-케익 이야기는 혁명세력이 황실을 헐뜯기 위해 주작한 것 같은 냄새가 좀 많이 나죠.)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러나 이들이 뭔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그럴싸한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이야기는 가아닌양님이 글에서 짧게 언급한 혁명의 가능성 떡밥으로 이어질 수 있겠네요). 어떤 이들은 위선떨지 마라, 1세계 국민들의 이기적 풍요와 2세계, 3세계 사람들의 처참한 삶 같은 이야기 들먹이려면 일단 너부터 3세계에 봉사활동이라도 하러 가야되는거 아니냐? 라는 식으로 나오곤 하는데, 이런 비판에도 나름의 뼈가 있습니다. …만 그런 큰 희생을 할 생각이 없다면 세상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지도 말라는 주장이 스스로를 정당화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떠들고 있겠지요.)

사실 1세계 사람들이라고 해서 사는게 그렇게 편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당장의 생존, 먹고 마시는 문제부터 아슬아슬한 나라의 사람들과는 종류가 다른 스트레스과 고통을 떠안고 살아가는 거지요. 1세계의 부유한 국가들에서도 자살하는 사람들은 수두룩 뺵뺵합니다. 이 글 읽는 사람들 중에 자살 한 번도 생각 안 해본 사람 있으면 어디 나와보라고 해요. 내가 사정없이 부러워 해 드릴테니까.

그들의 (우리들의) 여러가지 문제들 중 하나가 이번에 가아닌양님이 언급하신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꿈이 직업으로 환원되는 문제 말입니다. 직업이라는 것은 '하고싶은 일' 이라기 보다는 사회의 일원으로써 살아가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예전 글에서 사람들이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자기 몫을 한다는 뜻이며, 오늘날 직업활동을 통해 만들어 낸 생산물이 임금의 형태로 '교환' 되어 수중에 떨어지고 이것이 '내 재산' 이라는 형태로 이해되기 때문에 직업활동이 사적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만 이해되는 경향이 있음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정확히 이 설명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더라도 그런 내용도 들어 있었지요.) 이러한 이해는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야기, 그리고 애덤 스미스의 (설령 본인은 그런 의미로 한 얘기가 아닐지라도, 현재 그의 이론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방식을 따른다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개인 이야기 등을 통해서 강화되고 부추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공동체의 일원으로써의 의무가 '하고싶은 일을 하기' 라는 기만적 형태로 제시될 때, 사람들은 의무를 의무로써 이행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내가 원해서 하는 일' 로서 수행해야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어떤 일이 의무이기 때문에 한다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과 적절한 거리를 둘 수 있습니다. 원래는 하고싶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 일을 수행하는 것은 성실함과 관련된 문제일 뿐입니다. 만약 일을 등한히 한다면 그 사람은 불성실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나 일이 '하고싶은 것' 의 형태로 제시될 때 이 사람은 어떤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만 합니다. 이는 원래 하고싶을 수도, 하기 싫을 수도 있는 대상인 '일' 을 강제로 하고싶어서 하는 활동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주체가 강요된 과업과 자신 사이에 게으름을 끼워넣을 공간을 없애 버립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농간은 상당히 많은 수의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혹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왜 나는 열정적으로 달려들지 않는 걸까. 이런 내가 너무나 한심해. 내가 너무 한심해서 속상해." 라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려 본 적이 있지 않나요? 혹은 나는 너무 힘든데, 주변 사람들은 "너는 네가 하고싶은 일 하고 있잖아. 왜 힘들어?"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상황을 겪어보지는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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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아닌양님의 댓글

가아닌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직업이 갖는 의미는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의무 이전에, 나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을 획득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독일어로는 Notwendigkeit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반대로 사회는 개인의 이것이 충족되도록 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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