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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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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onnenblume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192회 작성일 14-06-19 02:43

본문

여느때와 달리 오늘은 조금 일찍 성곽으로 나섰습니다.
성곽에 도달하기 전 공원 길에 누워 있는 고양이를 봤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힘에 겨운 소리를 냈는데
동물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그냥 지나치려 했습니다.
지나치면서 뒤로 힐끔 보니 고양이 상태가 이상했습니다.
똥파리들이 잔뜩 몰려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았고
곪아서 그런지 상처 부위에 똥파리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아저씨 한 분이 뭐에 물린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아직 살아있는 고양이를 그냥 두고 갈 수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동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구청에서 일하니 담당 부서를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출근 준비에 바빠서 그런지 전화를 안받았습니다.
어디에 전화를 해야 할지, 구조대 번호가 119인지 고민하고 있는데
동생이 전화를 했습니다.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해서 신고하고 데려가게 하고 주인을 찾게 하랍니다.
전화를 걸었는데 도무지 연결이 안됩니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옆에 공터에서 운동을 마치신 어르신들 중 한 분이 무슨 일인지 와서 보시고는
"다쳤나보네" 하고 그냥 가셨습니다.
다산콜센터와 연결은 안되고 계속 대기음만 들으면서
'연결이 안되면 어쩌지? 소방서에라도 전화해 볼까? 이럴 땐 어디에 전화를 해야 하나...'
한참을 기다린 후 연결이 되었습니다.
"여기 **공원인데요, 고양이가 다쳐서 쓰러져 있고 파리들이 잔뜩 몰려 있어요, 죽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만, 길고양이는 구조하지 않습니다."
"네? 그럼 이렇게 죽게 내버려 두라고요?"
"네.... 죄송합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식물만 잔뜩 키우던 제게 동물은 낯선 존재여서 선뜻 안아서 데리고 올 수가 없었습니다.
산에서 이렇게 사고로 죽는 것이 얘의 운명인가 보다... 하고는 운동하러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계속 고양이가 눈에 밟혔습니다.
임자없는 고양이는 저렇게 죽게 내버려둬도 되는가.
고양이가 아니고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텐데
사람만 생명이고 고양이는 생명이 아닌가.
내가 키우는 콩이나 꽃은 줄기 하나만 꺽여도 그렇게 맘아파하면서
다쳐서 못움직이고 있는 고양이는 저렇게 죽게 내버려 둘것인가...
머리속이 복잡해져서 도저히 운동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발길을 돌려 고양이 있던 곳으로 가면서 궁리를 했습니다.

쟤를 어떻게 하지?
저 상태로 집으로 데려갔다가 죽으면 어쩌지?
일단 소독을 해야 할텐데 약국은 문을 열었을까?
주인집에다 소독약 좀 달라고 해볼까?
너무 이른 시각인데
이 시각에 소독약을 어디서 사지?
대학병원 응급실로 데려갈까?
사람들 치료하기도 벅찬데 길고양이 데려 왔다고 핀잔받을까?
아! 편의점에서 소독약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일단 소독약으로 상처 소독하고 수건으로 감싸 안고 데려와서 동물병원에 가면 되겠다...

서둘러 내려왔더니 고양이가 방향을 틀어 힘없이 누워있었습니다.
"내가 소독약 사와서 상처 소독하고 병원에도 데리고 갈테니까 조금만 견디며 기다려?"
허둥지둥 집에 와서 현금이랑 카드 챙겨서 약국과 편의점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약국이 일찍 문을 열였습니다.
집 근처 동물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관할동물보호센터가 어딘지 검색해서 번호 저장하고
소독용 에탄올, 수건, 넓직한 가방, 고양이가 심하게 움직일 경우를 대비해 망도 챙겨서 다시 공원으로 갔습니다.
허겁지겁 아까 거기로 올라갔는데 고양이가 없습니다.
소독약 사러 내려올때 고양이 있는 쪽으로 어르신 한 분이 올라가셨는데
혹시 그 분이 데리고 갔을까 싶어서 길따라 죽 올라가며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누가 다친 고양이 데리고 가는 것 보셨어요?"
"아니, 우리 금방 왔는데..."

"여기 30분 이상 계셨어요?"
"예, 그런데요."
"혹시 누가 다친 고양이 데리고 저기서 올라오지 않으셨어요?"
"못봤는데요."

"혹시 저기 밑에서 누가 다친 고양이 데리고 올라오는 것 못보셨어요?"
"못봤어요..."

온 길을 그대로 다시 내려갔습니다.
아까 그 어르신이 데리고 갔으면 다행인데 설마 한쪽으로 치워버리신 것은 아니겠지?
고양이 있던 자리에 와서 야옹, 야옹 울음소리를 내보았습니다,
혹시라도 수풀 속에 버려져 있으면 기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고양이는 그 자리에 없고 주위는 조용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구조된 것이라면 정말 다행인데
제가 발견 즉시 구조하지 않았던 것이 맘에 걸렸습니다.
이것 저것 따지다 구조 시기를 놓쳤다 생각하니 맘이 아픕니다.
설마 숨이 붙어있는 고양이를 어디다 버리진 않았겠지?
스스로 위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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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발언금지님의 댓글

발언금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 저도 얼마전에 밤 늦게 한잔하고 귀가하는길에 겨우 숨만 붙어서 헐떡이는 고양이를 봤는데
그냥 지나친게 후회되네요.
구조 되었음 좋겠네요. 한국에서는 길고양이로 산다는게 매우 힘들거에요. 이스탄불이나 아테나는 고양이들의 천국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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