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03.7.9(수) AM 5:00  뉴스검색   검색 | 상세검색
  
금연구역 확대, 새 풍속도(전국종합)


(대구.대전.광주.부산=연합뉴스) 조성민.문성규.김재선 기자
지난 1일 시행에 들어간 개정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금연구역이 대거 확대되면서 흡연과 관련한 새로운 풍속도가 자리잡고 있다.

일선 지자체들은 본격단속에 앞서 홍보위주의 지도점검을 벌이고 있으나 식당이 나 PC방 등에서 새 제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위반사례 적발도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사회전반적인 금연의식과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연확산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던 보건복지부는 업주 반발이 거세지자 PC방 등에 대한 금연구역 칸막이 설치기준을 다소 완화해 적용하고 있어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연구역 확대조치 이후 담배를 `무기'삼아 피의자들에게 자백을 받아내던 일선 경찰서 형사들은 '도무지 조사가 안된다'며 하소연하고 있고, 여성 근무자가 많은 직장에서는 별도의 여성 흡연실이 설치됐다.

9일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일선 경찰서 형사계다.

피의자가 착잡한 심정에 '담배 한 대 피울수 없느냐'고 호소하면 몇차례 '안된 다'고 윽박지르다가 어느 정도 분위기가 익었을 때 담배를 한 대 권하면 "사실은 말 이죠.."라며 자백하는 것이 다반사였다는 것.

그러나 이제는 형사계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되면서 '묘약'을 쓸 수가 없어 피의자 다루기가 훨씬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전주 중부경찰서 조폭 특별수사대 진유식(34) 형사는 "조사 받으러 오는 사람은 심적으로 답답한 상태이기 때문에 담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수사업무의 특 성상 피의자 조사때 만이라도 예외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일부 경찰서는 형사계에 한해 흡연을 묵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담배를 피우게 해달라고 하면 수갑을 채운 채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도 없어 할 수 없이 조사실에서 담배를 피우게 한다" 고 털어놨다.

아직까지 흡연과 관련해 '시선'의 규제를 많이 받는 여성들도 이번 조치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흡연실이 새로 생긴 곳은 여성 흡연이 양성화된 반면 담배 한 대 피우려면 건물 밖에 까지 나와야 하는 곳에서는 여성 흡연자가 화장실 등으로 숨어들어가는 현상이 생겼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의 경우 지금까지는 여성 흡연자들이 화장실 등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이번에 옥상에 여성 흡연실을 마련,여성들이 옥외에서 담배를 피우게 됐다.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는 여성들도 많아졌고 상당수 직원들은 담배를 줄이고 있 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해운대의 특급호텔들은 정반대 케이스다.

그동안 여성들은 호텔내 흡연구역이나 흡연석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이제는 화장 실에서 피운다는 것.

호텔 관계자는 "담배를 피우려면 건물 밖으로 나가야하는데 아직은 건물 밖에서 여성이 담배를 피우기가 곤란한지 화장실에서 몰래 피우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말했 다.

한편 PC방이나 식당 등에 대한 금연구역 칸막이 설치기준이 당초 발표보다 다소 완화돼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에는 흡연구역에서 발생한 연기가 금연구역으로 넘어가 지 않도록 칸막이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각 자치단체 질의에 대한 보 건복지부 회신에는 화분.수목.어항 등을 이용해 칸막이를 하고 환풍기 등으로 연기 를 밖으로 배출하는 방식도 괜찮다고 한 것.

이에 따라 PC방이나 오락실, 45평 이상의 식당 등에서는 화분이나 수족관 등으 로 형식적인 칸막이만 설치하고 금연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시설은 하지 않는 경 우가 많아 금연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kjsun@yna.co.kr

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