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분된 국민, 서로간 이해는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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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1,667회 작성일 25-06-03 21:51본문
전에도 저는 같은 주제의식으로 여기에 글을 쓴 바 있습니다. 저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라는 제목의 글이었지요.
여전히 명쾌한 해법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제 눈에 윤석열과 그의 편을 든 국민의힘 세력은 민주적 절차를 군사력을 동원해 정지시키고 군사독재 체제를 만들려고 한 체제 파괴범들로, 결코 용서될 수 없고 모조리 정치의 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중범죄자들입니다. 하지만 윤석열과 국민의힘 편을 드는 사람들의 눈에는 윤석열이 구국의 결단을 내린 애국지사일 것이요, 국민의힘은 북한 및 중국에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빨갱이들의 집단에 맞서는 마지막 보루 격의 정치세력으로 이해되고 있겠지요.
제 입장에서 저들은 민주주의 체제와 제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입니다만, 제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걸 들으면 그들은 더더욱 그들의 신념 속에서 굳어지기만 할 뿐이겠죠. 여러분의 심정과 생각을 십분 이해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실 수 있고 말고요…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최소한 대화의 시작이나마 될 수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해서 대화를 시작한다 한 들 무슨 설득 같은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개념도 사람이 만든 하나의 사상적 구조물일 따름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분명 어떤 사고의 구조를 갖추고,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게 마련입니다만, 육신으로서의 사람과 사람과 얽혀있는 생각들, 사상들은 근본적으로 항상 간극을 갖고 있기에, 어떤 사상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정합적이고 실용적으로 타당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튼 사람이 외면하면 그냥 끝입니다. 윤석열을 옹호하는 이들은 항상 자유를 강조합니다만, 이들에게 있어서 자유라는 기표는 북한을 적대한다는 뜻의 피아식별띠 이상의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들이 입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말한다 하더라도, 이들이 하는 행동은 자명하게 자유민주주의의 파괴입니다. 그들이 이 사실을 모르더라도, 이들은 여전히 지금처럼 활동하겠지요.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논리에 기반한 대화와 설득은 아닐 것입니다.
민심이 사납다,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민주주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적어도 우리들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부분-그룹은) 민중에게 정의가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익숙해여 있을 수 있을텐데요, 그런 시각에서 보았을 때 민심이 사납다는 말은 곧 민심이 통치세력에 반감을 품고 있고, 이것은 옳으며, 따라서 통치세력이 교체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중주의적 시각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시각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이 말이 있었을거라고 믿으며, 그 때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위와같은 민중주의적 이해와는 상당히 달랐을 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절도나 강도, 조직적 약탈, 상해, 살인같은 일이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의심과 불신, 경계심이 높아져 있는 사태를 뜻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습니다. 민심이 사납다는 말을 이런 의미로 이해할 때에도, 이 사태는 통치세력이 정치를 잘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이해되었을 거라고 봅니다. 요순을 거론하는 동아시아 정치철학의 전통에서 탁월한 정치는 순한 민심을 가진 인민을 그 결과로 낳는다고 이해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서부지법 습격 사태를 보면서 민심이 사납다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 지난 십여년간 민심이 사나워지고 있다고 표현할만한 그런 정치-정서적 흐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전체의 분노 지수가 점점 높아져가는 그런 흐름이 있었다고 표현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사태는 민주주의 체제의 이론적 대전제, 즉, 사회 속엔 다양한 이해관계와 이에 따른 갈등이 있고, 이 갈등들이 대표자들을 선출하는 과정과 그 대표자들이 따르는 민주적 절차들을 통해 대리 조정되는 방식으로 정치가 이루어진다는 그런 접근 방법만으로는 개선되기가 어려운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이런 접근은 민주주의 체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는 정치적 개인들을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로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민중은 항상 정치적 이론이나 이념과 간극을 가지고 존재하며, 이것은 때때로 체제 전복적인 거대한 변혁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아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런 변혁은 기본적으로 체제를 작동 불능에 빠뜨리는 거대한 위기와 혼돈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체제 또한 하나의 체제이고요. 압축하자면, 민주주의라는 틀 이전에, 정치 일반이라는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민심이 사나워진다는 말로 포착되어온 어떤 정치의 위기 상황이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더 큰 차원의 문제가 아닌가, 그런 생각입니다.
저라고 무슨 좋은 청사진이 있어서 하는 얘기는 아니고요…
사나운 민심을 포함해서 결국 정치적 움직임의 원천인 육신을 가진 인민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결국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생각들과 말들은 꼭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무엇일지 알 수 없을 따름이죠. 윤석열 옹호자들의 마음은 빨갱이들이 나라를 (당신을) 위협하고 있다, 이 말로 움직여졌습니다.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른 말이 뭐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없는 걸까요?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들에게도, 윤석열을 옹호하지 않으며 윤석열 및 국민의힘의 행동을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사람들에게도 공히 와닿을 수 있는 생각들과 말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댓글목록
따릉이님의 댓글
따릉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 글입니다. 남북으로 나뉜걸로 모자라서 동서로도 나뉘는건 아닐지 걱정되는 결과였습니다. 하나 말씀드리자면, 인민이라는 단어를 다른 말로 대체하는건 어떠실까요? 어떤 의미로 사용하셨는지 너무나도 잘 알지만, 우매한 이들에겐 그저 하나의 물어뜯을 거리로밖에 보이지 않을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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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자님의 댓글의 댓글
방황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인민 대신 백성, 국민, 민중, 사람, 이런 단어들을 생각해봤는데, 영 딱 맞지는 않는 느낌이더라구요. 근데 글 수정 버튼을 누르면 어차피 에러메세지 같은게 뜨면서 수정이 안 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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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aaaaaaa님의 댓글
aaaaaaaaa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윤석열의 계엄은 상식이하의 결정이었다는 것에 동감합니다. 또한 국민의힘이 계엄 해제에 바로 동의하지 않은부분은 당론으로 정말 바보같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민주주의에서 모든 사람의 생각을 진보 보수라는 x축으로 이루어진 그래프를 그린다면 자연스레 가우스 정규분포를 나타내는 형태의 그래프가 그려지는것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 정당이 갖고있는 문제점하에 (두개의 큰 정당) 어찌보면 애초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선거 결과가 흑백으로 나뉘어 진 부분은 이상한 현상이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선 후보들은 애초에 특출나게 매력적인 후보자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는 어찌보면 이재명 지지자들 혹은 김문수 지지자들에겐 제가 마치 우매한자로 여겨질지 모릅니다).
또한 모든 이재명에 투표한 투표자가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고 모든 김문수에 투표한 지지자가 김문수 지지자가 아니라 누군가는 그 반대 정치권이 내세우는 공약 혹은 보편적인 가치가 마음에 들지 않기에 다른 정치권 세력에 투표한 경우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위에 말씀드린대로 매력적인 후보가 없었기에 어찌보면 위의 경우가 더 많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로 정말로 매력적이 후보자였다면 혹은 정치 공약이 대다수의 국민을 만족시킬 만 한 내용이었다면 계엄 리스크가 있던 이번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좀 더 높은 지지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현상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추가로 개인적으로 사법적으로 제한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과 국회의 정치적 기반이 같은 상황을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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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자님의 댓글의 댓글
방황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네, 대체로 동의합니다.
ohana2004님의 댓글
ohana2004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민주당의 이재명후보는 이제 당원들뿐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다행이라 생각하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난 정부에서 겪었던 사회 경제 외교 전반의 후진국적 작태때문이죠.
이제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한꺼번에 모든게 나아질거라든가 하루아침에 사람들이 달라질것은 아니지만
정치를 망망대해에서 한배에탄 사람들에 비유한다면 이제 키를 틀어 다른 방향으로 가고자하는 과반수 사람들의 뜻이 더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산적한 과제도 많고 쉽지않은 시간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겠지만 우리가 뽑은 선장님을 믿으며 우리자신의 선택을 믿고 잘 헤쳐나갈수 있을겁니다.
내가한 말로 그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이 30초 이내로 바뀔수 없다면 전 아무말도 건네지 않을겁니다
평생을 같이산 배우자도 내뜻대로 움직이게 만들수 없고 내가 나를 바꿀수없는경우는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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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자님의 댓글의 댓글
방황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내가 나를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말씀이 참 와닿습니다.
냥이사랑님의 댓글
냥이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치적 신념, 종교, 식단.... 이런 류들이 대개 한번 믿음(...)을 가지면 다른 편의 이야기는 들으려하지 않는 것들이더라고요. 인간이 진실을 선택하는 데 있어, 건전한 토론을 통해 도출되는 비교적 객관적 사실에 가까운 것이 아닌, 본인의 신념에 의해 판단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육수준이나 재산수준과는 무관하게 본인이 믿는 것을 들으려는 경향이 연구를 통해 나타난다고 하네요.
현대사회에 올수록 사람들이 독서보다는 동영상을 택하고 있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생각하는 작용을 놓아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현상을 보고 듣는건 나이지만 생각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마치 내 것인양 받아들이는 거죠. 인문학도 인기가 없어지고 토론이나 논술을 안하니 문해력도 떨어지고 그러다보니 100분토론 같은 프로그램은 점점 어렵게 느껴지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거 아닐까요.?
지구평평이들과 지구가 둥글다는 사람들의 반박VS반박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각 진영은 고구마 100개 먹은 심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상대방 얘기는 귀막고 빼액입니다. 정말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다 들어보고 객관적 사실에 가깝다고 판단되는 것을 받아들이되,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인간이 가져야할 덕목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러나 그걸 못해요. 이미 선동된 상태에서는 상대진영의 논리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여기니까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자기 인생이 완전히 부정당하는 것 같아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믿음은 꽤 오랜시간 축적된 것이고 그렇기에 그게 틀렸다고 하면 그 동안의 내 믿음은 무엇이었나 억울해질게 뻔하니까요.
저는 부산경남쪽 사람입니다. 주변에서 만나는 열의 일곱정도는 후보와 상관없이 현재의 국민의힘 당만 지지하는 사람들이예요. 그런 환경에서 살다보면 그게 맞는 줄 알아요. 그래서 지역색이 날 수 밖에 없는 것 같고요.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사건, 이번 계엄사태..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독일에서 어쩌다 대구경북출신 사람 만나면 박근혜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합니다. 가정을 포함한 모든 환경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니 정말 그런 줄 알더라고요. 꽤 젊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해서 당시엔 참 놀랐었는데 이제는 결국 정치성향도 조기교육이구나 싶어요.
특히 한국의 주입식 교육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논쟁도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해야 이길 수 있다는데 현대 사회는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 너무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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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자님의 댓글의 댓글
방황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저와 비슷한 안타까움을 공유하시는 것 같네요. 조정 가능한 견해가 차지하는 자리는 줄고, 타협 불가능한 믿음이 차지하는 자리는 넓어진 세태인 것 같습니다. 대화의 여지를 만들어 줄 합의된 공통 기반은 허물어진 것 같고요.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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