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일유학생의 단상]노란 원숭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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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퍼옴이름으로 검색 조회 5,738회 작성일 01-02-25 10:15본문
'다음' 칼럼 중에서 '어느 독일유학생의 단상'에서 퍼온 글입니다.
<제4호> 노란 원숭이...타향살이 설움 2000년 11월 21일
지난 주에 하던 숙제가 잘 써지지 않아서 머리도 식힐겸 뮌스터라는 곳에 갔다왔습니다. 제가 사는 곳(빌레펠트)에서 그 다지 멀지 않고 또 제메스터 티켓(학생증)으로 공짜로 다녀 올 수 있는 곳이라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가 아는 분과 기차를 탔습니다.
뮌스타에 가기 위해서 먼저 오스나브뤼크로 가서 거기서 뮌스타행 레기오날 반(우리식으로 하면 비둘기호 쯤 됩니다)을 탔는데 그렇쟎아도 썩은 듯한 기차에 금연칸임에도 불구하고 담배연기 자욱한 게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한 서른 명 쯤 되는 무리가 맥주를 박스채로 갔다 놓고 담배를 피우는데 모두 머리가 "반짝이"였습니다.
이른바 네오나치자들인 것 같았습니다.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고 앗차하는 생각이 들어서 황급히 다른 칸으로 옮기려 했는데 한 녀석이 제 일행의 다리를 휘 감더군요.
다행히 맞은 편에 반-폴리차이(철도경찰관)가 있어서 제 일행의 다리를 휘감은 녀석이 오래 붙잡지는 못했지만 사실 제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요즘 독일 전역에서 新나치가 번지고 있어서 외국인, 특히 동양인들이 종종 샌드백이 되거나 죽는다는 소식은 뉴스와 신문으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렇게 제 눈앞에서 "사태"가 벌어진 건 처음이였으니까요.
저랑 같이 갔던 분은 듣지 못했지만 "Scheisse, gelben Affen!"(빌어먹을 노란 원숭이! = 동양놈)라는 우리를 향한 욕지거리를 저는 분명히 들어버렸습니다.
독일에 와서 서러울 때 마다 느꼈던 묘한 감정들을 그 때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년에 한 번씩 체류허가를 받으러 갈 때마다 느꼈던 서러움, 독일민족의 우수성을 온 몸으로 자부하며 사는 일부의 콧대 높은 학생과 독일인들이 외국인을 무시할 때 받았던 분노, 같은 돈 내고 물건 사는데 왠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는 다는 확인할 길 없는 서러움을 느낄 때...
빌어먹을 노란 원숭이라는 모욕적인 언사(言事) 앞에서도 일단은 옥체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 일행과 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가급적 멀리 떨어진 기차칸으로 피신(?)했습니다.
다소 허탈했고 황당하기도 했으며 저것들을 어떻게 조져버리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 전전긍긍하기도 했습니다만 남는 건 타향살이 설움 밖에 없더군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외국인에 대한 홀대(사실, 눈물나게 친절한 독일인도 있습니다)는 정신건강을 위해서 무시하며 살아야 하는 게 외국에서의 제 일원칙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씩 울끈불끈 솟아오르는 한민족의 자존심은 당장에라도 그 동안 맘에 안 들었던 독일놈들 일렬종대로 세워놓고 뺨 한대씩 울려부치고는 보따리 싸서 내 조국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나는 그 즈음 풀 길 없는 내 흥분을 가라 앉히는 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그야말로 못살고 가난한 외국인들에 대한 핍박(?)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입니다.
내가 독일에서 이것조차 외국생활 서럽다고 징징거리지만 한국에서의 외국인 상황에 비하자면 새발의 피 아니, 새발의 백혈구도 않될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여러분 주위에 가난한 외국인이 있다면 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을 생각하시고 그들을 사랑해 주십시오. 그들에 대한 따듯한 한 마디와 친절이 그들의 하루를 바꾸고 한국의 인상을 바꿀 것입니다.
세금 축내며 넥타이 찬 외교관들보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한국의 맨발 외교관일 겁니다.
오늘도 긴 글이라 죄송합니다.
황혜현 (
) 02/25[22:55]
겪어보지 않은 일이지만 마음속 뼈져리게 와닿는 이야기입니다.. 전 대학에서 독어독문을 저장하고 있는학생인데 독일에 대해 관심이 많아 여러방면으로 책도 읽고 뉴스도 많이 접하려고 애쓰는데 보는족족 모두 이제 독일에는 외국인을 반대하는 무리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유학을 갈 생각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굉장히 안심할만한 이야기 였지요, 그러나 이글을 읽고 나니 또다시 불안이 생기는군요..
<제4호> 노란 원숭이...타향살이 설움 2000년 11월 21일
지난 주에 하던 숙제가 잘 써지지 않아서 머리도 식힐겸 뮌스터라는 곳에 갔다왔습니다. 제가 사는 곳(빌레펠트)에서 그 다지 멀지 않고 또 제메스터 티켓(학생증)으로 공짜로 다녀 올 수 있는 곳이라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가 아는 분과 기차를 탔습니다.
뮌스타에 가기 위해서 먼저 오스나브뤼크로 가서 거기서 뮌스타행 레기오날 반(우리식으로 하면 비둘기호 쯤 됩니다)을 탔는데 그렇쟎아도 썩은 듯한 기차에 금연칸임에도 불구하고 담배연기 자욱한 게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한 서른 명 쯤 되는 무리가 맥주를 박스채로 갔다 놓고 담배를 피우는데 모두 머리가 "반짝이"였습니다.
이른바 네오나치자들인 것 같았습니다.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고 앗차하는 생각이 들어서 황급히 다른 칸으로 옮기려 했는데 한 녀석이 제 일행의 다리를 휘 감더군요.
다행히 맞은 편에 반-폴리차이(철도경찰관)가 있어서 제 일행의 다리를 휘감은 녀석이 오래 붙잡지는 못했지만 사실 제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요즘 독일 전역에서 新나치가 번지고 있어서 외국인, 특히 동양인들이 종종 샌드백이 되거나 죽는다는 소식은 뉴스와 신문으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렇게 제 눈앞에서 "사태"가 벌어진 건 처음이였으니까요.
저랑 같이 갔던 분은 듣지 못했지만 "Scheisse, gelben Affen!"(빌어먹을 노란 원숭이! = 동양놈)라는 우리를 향한 욕지거리를 저는 분명히 들어버렸습니다.
독일에 와서 서러울 때 마다 느꼈던 묘한 감정들을 그 때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년에 한 번씩 체류허가를 받으러 갈 때마다 느꼈던 서러움, 독일민족의 우수성을 온 몸으로 자부하며 사는 일부의 콧대 높은 학생과 독일인들이 외국인을 무시할 때 받았던 분노, 같은 돈 내고 물건 사는데 왠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는 다는 확인할 길 없는 서러움을 느낄 때...
빌어먹을 노란 원숭이라는 모욕적인 언사(言事) 앞에서도 일단은 옥체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 일행과 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가급적 멀리 떨어진 기차칸으로 피신(?)했습니다.
다소 허탈했고 황당하기도 했으며 저것들을 어떻게 조져버리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 전전긍긍하기도 했습니다만 남는 건 타향살이 설움 밖에 없더군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외국인에 대한 홀대(사실, 눈물나게 친절한 독일인도 있습니다)는 정신건강을 위해서 무시하며 살아야 하는 게 외국에서의 제 일원칙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씩 울끈불끈 솟아오르는 한민족의 자존심은 당장에라도 그 동안 맘에 안 들었던 독일놈들 일렬종대로 세워놓고 뺨 한대씩 울려부치고는 보따리 싸서 내 조국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나는 그 즈음 풀 길 없는 내 흥분을 가라 앉히는 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그야말로 못살고 가난한 외국인들에 대한 핍박(?)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입니다.
내가 독일에서 이것조차 외국생활 서럽다고 징징거리지만 한국에서의 외국인 상황에 비하자면 새발의 피 아니, 새발의 백혈구도 않될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여러분 주위에 가난한 외국인이 있다면 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을 생각하시고 그들을 사랑해 주십시오. 그들에 대한 따듯한 한 마디와 친절이 그들의 하루를 바꾸고 한국의 인상을 바꿀 것입니다.
세금 축내며 넥타이 찬 외교관들보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한국의 맨발 외교관일 겁니다.
오늘도 긴 글이라 죄송합니다.


겪어보지 않은 일이지만 마음속 뼈져리게 와닿는 이야기입니다.. 전 대학에서 독어독문을 저장하고 있는학생인데 독일에 대해 관심이 많아 여러방면으로 책도 읽고 뉴스도 많이 접하려고 애쓰는데 보는족족 모두 이제 독일에는 외국인을 반대하는 무리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유학을 갈 생각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굉장히 안심할만한 이야기 였지요, 그러나 이글을 읽고 나니 또다시 불안이 생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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