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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성장은 종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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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j9520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7-21 15:12 조회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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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àrbara Castro Urío
한국만큼 자본주의의 혜택을 받은 나라도 많지 않다.
처음에는 먹고 살자고 시작한 경제활동이 이제는 강대국이 되기 위한 활동으로 폭이 넓어졌다.
그와 함께 따라오는 사회 문제에는 눈을 조금씩 감아왔을 지도 모른다.

시장은 비대해졌다. 경제학도로서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배웠지만 수요가 공급을 창출해내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것이 왜 문제가 될까.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은 말할 것도 없이 성장을 위한 성장과 분배에 초점을 맞춘다.
매년 GDP 성장률로 나라들을 줄 세우며 한국이 더 분발해야 한다는 내용의 뉴스가 나올 때 왜 GDP나 돈의 흐름과 양으로 나라의 품격이 순위 매겨져야 하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는다.
분명 과거에 비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는데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다.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준 것은 확실하지만 이제는 다른 방향을 바라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런 말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이제껏 수정 자본주의, 녹생성장 등의 키워드가 유행에 맞춰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시장주의의 원칙에 갇혀 단어만 바꾼 또 다른 성장주의적 이론에 불과하다.
이에 관해 탈성장론자들은 생태윤리적인 차원은 물론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더 이상의 경제성장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탈성장 운동은 이때까지 우리가 모래성 땅따먹기 하듯 사용해온 자원 착취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사회공동체의 협동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소비 또한 줄이며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일종의 패러다임이다.
기존의 성장중심의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돌봄 (caring) 중심의 재생산 경제로 사회정의를 추구한다.
지금 갑자기 한국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지만 탈성장의 핵심개념인 자율성, 돌봄, 상품화, 공유물, 비물질화 등은 충분히 정책결정이나 활동가 프로젝트로 다뤄볼 수 있는 키워드이다.
한국 사회에서 조금 더 이 키워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갑자기 진지한 글로 놀래켜 드려 죄송합니다. 독일에서 사회경제 쪽으로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학교 과제로 일반 사람들에게 새로운 키워드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맡게되어 부족함과 부담감을 안고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나라에서는 이런 래디컬한 개념도 나오고 있다더라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아직 배우고 있는 학생이라 오류와 확대해석이 있을 수 있는 점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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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Gentilly님의 댓글

Gentilly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성장주의적 이론의 최신 Version이 아마 4차 산업혁명이라고 소개된 개념일거예요. 그런데 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은 결국 독일에서 나온 Industrie 4.0을 단순히 번역해서 소개한 건데요. 앞으로 산업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예측서 정도인데 정작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이를 성장주의적 이론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보입니다. 정작 또다른 중요한 내용인 노동 4.0이라고 할 수 있는 Arbeit 4.0은 전혀 소개도 안되고 있어요. 위에 언급하신대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전적으로 공감하는, 성장주의 및 시장주의 갇힌 그럴싸한 단어들의 향연인듯 합니다.

앞에 이미 지속가능한 생활이라는 진지한 글이 올라와 있어서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놀라기보단 많이 좋아라 하면서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추천 4

루드비히님의 댓글

루드비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이 전문가의 글로 쓰여 있으니 생각도 정리가 되고 좋으네요. 개인적으로는 상생 즉 생산자와 소비자와 자연이 모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경제체제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봅니다. 이런 주제에 대해 비전문가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해주셔서 좋을 것 같습니다.

  • 추천 4

친절한시선님의 댓글

친절한시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탈성장주의를 생각할 때 제 안에서 늘 부딪히는 문제가 이것이 국제적으로 공정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에요. 자본주의의 '혜택' 으로 성장한 나라가 몇 나라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소수의 국가들은 주로 과거 제국주의국가들일테고요. 성장할 만큼 성장해 놓고 이제 그 모순점에 닿으니 그 기득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후발주자들의 성장기회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듭니다. '돌봄'이라는 발상을 바탕으로 한다니 탈성장주의의 의도는 바람직하겠지만 현실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런 고민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게 좋을까요? 탈성장주의적 입장에서는 현 문재인정부의 신남방, 신북방, 그린뉴딜 같은 정책들은 혹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여겨지지 않을까요?

  • 추천 1

오이쿠키님의 댓글

오이쿠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방향성에 공감합니다. 실현 가능한 정책들도 소개해서 더 많은 사람/커뮤니티의 공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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