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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의 수기 4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오사마84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85회 작성일 21-01-16 01:57

본문

본 글은 10여년전 독일 유학을 가기전에,
유학자금을 벌기위해 장례식장에 1년간 위장취업(?)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였습니다.

4.
 
(주의. 잔인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례식장에 걸려오는 전화는 별것 없다.
 
누군가 죽었거나.
혹은 누가 죽었는지 물어보는 것이나.
 
그날 따라 유난히 바빴다.
 
한숨 돌리고,
 
사무실에 앉아 협력업체 떡집에서 먹으라고 가져다준 떡을 맛있게 먹고있는데.
 
 
전화가 왔다.
 
 
“네, P병원 장례식장입니다.”
 
“야, 거기 누구있어?”
 
L부장이다.
 
우리는 H형이라고 보통 얘기하는데.
 
사설 구급차를 운전하는 일을 한다.
장례식장엔 보통 많은 협력 업체들이 있는데
 
우리 장례식장엔 L부장이 고인을 모셔오는 구급차를 운전하고.
P부장이 납골당을 담당하는 일을 한다.
 
각 장례식장마다 고유의 구급차, 납골당 담당자가 있기에 서로의 나와바리를 절대 침해하면 안돼는것이 업계의 불문율이다
 
“지금 다들 일하고 사무실에 저 혼자요”
 
“깔깔이랑 마스크 챙겨서 10초안에 입구로 튀어와 .... 넥타이다.”
 
깔깔이는 라텍스 재질로된 일회용 장갑을 말하고.
 
넥타이는...목매달아 자살한 사람을 뜻하는 은어다.
 
‘올것이 왔구나.’
‘어쩐지 요즘 자살자가 좀 뜸하다 했지’
 
전화를 끊자마자, 입관실으로 달려가 장갑과 마스크를 챙기고 입구로 뛰어올라갔다.
 
출동은 시간과의 전쟁이다.
 
장례업에서 시신은 곧 매출이다.
 
주변의 모든 장례식장들이 시신을 먼저 데려가려고 서로 안간힘을 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기에 서둘러야 한다. 
 
30초도 안되어 올라갔는데.
 
L부장. 즉, H형이 이미 장례식장 입구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다.
 
구급차 앞 조수석에 올라탄다.
안전벨트는 매지 않는다.
 
처음 H형의 구급차를 타고 출동나가던날.
앞자리에 앉아 습관적으로 안전벨트를 매니.
 
“이새끼, 지 혼자 살라구 하네?”
 
그 뒤 나는 앞좌석에 앉아도 벨트를 매지 않게 되었다.
 
구급차는 보통 시내에서도 120Km 이상으로 미칠듯한 과속을 한다.
사이렌을 키고 도로위를 종횡무진을 하면서도, H형은 절대 벨트를 매지 않았다.
 
죽음에 길들여진건가.
 
아니면...
 
H형은 상당한 거구다. 100Kg은 족히 넘어갈 덩치.
머리는 항상 갈색으로 염색된 곱슬머리.
안경은 갈색 각진 뿔테안경을 끼고.
 
오른손에는 문신이 있는데.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가 희미하게 남아있다. (혹은 불교의 문양?)
 
보통 장례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학력이 높진 않다.
어떤것을 배웠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서로 묻지도,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형의 과거를 굳이 물어본적은 없지만.
 
험상궂은 인상처럼. 화나면 굉장히 무섭지만.
 
평소에는 순한 양 같다. 심지어 어쩔땐 귀엽다.
 
구급차 업무가 없는 시간에는 시도 때도없이 사무실에 놀러와서
상례사들과 농담을 따먹거나. 야식을 시켜서 같이 먹기도 한다.
 
H형은 주로 응급실쪽에 머무르며 환자 이송등을 본업으로 하는데.
 
장례식장 업무는 일종의 투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사이렌을 바로 키고 달리기 시작한다.
 
거의 매일 지하 2층에 24시간 갇혀서 일만하다보면.
잠시나마 이렇게 밖으로 출동하는게 기다려질정도다.
 
F1 레이서 뺨치는 운전실력으로 시내를 지나 교외로 향한다.
 
그래서 도착한 어느 임대 아파트촌.
 
아파트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여 내리자 마자 느껴지는 이 냄새.
 
사람이 죽어서 썩으면 나는 특유의 냄새다.
 
이 냄새는 모든 공간을 뚫고 반경 몇백 미터까지 퍼질정도로 강하다.
 
이런경우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피부에 그 냄새가 배일정도다.
 
아파트 입구에는 이미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쳐져있고.
주민들이 모여서 웅성거린다.
 
H형과 구급차에서 바퀴가 달린 접이 침대를 꺼내 아파트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로 간다.
 
“존나 썩었나보구만.”
 
시신을 수도 없이 수습한 10년 경력의 H형도 살짝 긴장한 모양이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복도에 내리니.
 
역한 냄새는 마스크를 뚫다 못해 뇌속까지 바로 전달되는듯하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니.
 
방은 깨끗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이렇게 집에서 자살하는 경우엔 그 사람의 흔적을 유심히 관찰하는게 내 버릇이 되었다.
책장엔 어떤책들이 꽃혀있는지. 정리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돌아가신분은 70대의 혼자 사시던 할아버지분이다.
 
혼자 외로우셨던걸까.
 
열댓평 남짓한 아파트를 깨끗히 청소하고.
 
화징실 문에 빨랫줄을 걸고 자살할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미 과학수사대 조끼를 입은 형사 2분이 집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우릴 반갑게 맞이한다.
 
“어휴, 상태가 너무 안좋아요. 그래서 손도 못대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자살한 할아버지분은 덩치가 좀 있었지만.
2주 정도 부패되다보니 몸집이 더 불어난것처럼 보였다.
 
“아이구..할아버지 왜 그러셨어요..”
 
이렇게 말하며 H형은 먼저 화장실 문에 감겨진 빨래줄을 자르고, 형사분과 나 포함 넷이서 낑낑대며 고인을 화장실 바닥에 세워놨다.
 
세상엔 가장 끔찍한 시신이 3종류가 있다.
 
첫째는 불에 탄 사람
둘째는 물에 빠져 죽은사람
셋째는 늦게 발견되어 부패한 시신
 
운이 좋게도 1년간 일하며 첫번째와 두번째는 경험해 본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세번째 경우로.
 
1년간 했던 일 중에 가장 처참한 시신을 보는날이었다.
 
사람은 부패가 시작되면 인체의 모든 구멍에서 구더기가 나온다.
 
입,귀,코,항문 등
그전엔 그저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처참했다.
 
피부는 녹아 내려가며, 살짝만 만져도 표피가 떨어져나가게 된다
 
현장에서 H형을 도와 현장 사진을 찍는것을 마치고.
 
시신을 겹겹히 천으로 감싸 1층으로 내려가 구급차에 태운다.
 
어두운 밤에 장례식장으로 돌아가는길.
 
검은 양복 소매에 코를 갖다대고 냄새를 맡아보니.
이미 시신의 냄새가 깊게 배어있다.
 
“야. 냄새맡지 말고 돌아가면 샤워부터 해라”
 
“네. 근데 냄새가 진짜 피부 까지 스며드네요.”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마자 시신은 안치실로 옮기고
주변에 향을 잔뜩 피워 냄새가 장례식장 내부로 들어가지 않게 조치를 취한다.
 
그뒤 탈의실 내부의 샤워장에서 온몸을 박박 씻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다시 사무실로 가서.
 
티비 앞에 놓여진 아까 먹다 남긴 떡을 먹으니 납골당 담당 P부장이 나에게 웃으며 말한다
 
“오주임은 거기 갔다와서 그게 넘어가?”
 
I주임도 거든다.
 
“너 정말 미친거 같다.”
 
나는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그럴지도요. 배고프네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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