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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독일 유학 및 취업 후기 (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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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이한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1-07 11:31 조회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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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유학하시는 이공계분들 또는 유학을 계획하시는 분들이게 지난 5-6년의 독일 석/박과정 동안 저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저는 화학/화공계통입니다.)

학부는 서성한 라인에서 했고, 학점 관리도 잘 한 편입니다 (전공 학점 4.1/4.5). 막연히 유학에 동경이 있어서 나름 영어 스피킹 공부도 개인적으로 하긴 했었는데 솔직히 잘 못했습니다. 읽는 건 자신이 있었지만요..     
2013년 한국에서 석박통합 1년차가 끝날 무렵, 학부때 그토록 원했던 유학을 결심하고 2년차 중반에 자퇴를 합니다. 유학지원 및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고 싶어서 조금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만, 그 와중에 SCI논문에 publication을 하게되어 석/박사 지원에 많은 도움이 됬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인터네셔널 과정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3군데만 지원했었고, 학점이 일단 높기 때문에 떨어질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학교에서는 제가 학부때 받은 수업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accept 되지 않았습니다. 입학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학점이 다는 아니라는 말이 되겠네요.

독일 석사과정은 짜여진 커리큘럼만 따라가면 됬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학부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미 연구실 생활도 한국에서 빡세게 해봤어서 인지 실험레포트를 쓰는 거라던지,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한 모든 절차가 개인적으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물론 영어로 쓰는게 너무나도 큰 스트레스였죠. 솔직히 독일에 있으면서 영어공부를 독일어 보다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언어의 장벽은 그렇게 쉽게 넘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영어로 뭔가 쓰는건 지옥같네요. 석사를 4학기만에 학점 1.7, 독일어A2정도로 마치게 됬습니다.
석사 3학기 말에 이미 박사과정 지원을 다른 곳 (MPI 또는 MPG)에 했고 오퍼를 4학기 중반에 받았습니다. 당시 제 동기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빠르게 박사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좀 있다보니 모든걸 빠르게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박사과정동안에 나름 개인생활과 공부의 벨런스를  잘 조절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기준으로 보면 일을 그렇게 많이 한건 아닌 것 같네요. 그래도 3년 동안 SCI 1저자 2편 2저자 1편 accept 됬고, 지금  1개는 submit 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accept된 논문의 경우 impact factor 10 정도 됩니다.)

박사 2년차 말 부터 독일 화학 회사에 입사하기 위한 플랜을 세웠습니다 (당시 논문 수 = 0). 제가 생각할 때 가장 필요했던건 네트워킹인데 실험실에만 있었으니 회사와 어떠한 네크워크도 있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일단 작은 학회라도 혼자 참석하고 포스터 발표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주변 회사가 오기 때문이죠). 학회 중에 회사 부스가 보이면 어떻게든 가서 정보를 좀 얻을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분야에서 사람들 많이 뽑고 있는지, 어떤 계획을 가지고있는지, 어떻게 하면 취업확률을 올릴 수 있는지, 영어/독일어의 중요도 등등… 그리고 명함도 들고 다니면서 교환하기 시작합니다. 학생 주제에 명함이 필요하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명함을 주는 이유는 그 사람의 명함을 받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명함을 교환할 경우 그 사람도 저를 기억할 확률도 올라가니까 여러모로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노력이 가상했는 지, 회사에서 주최하는 연 이벤트에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거기서도 포스터 발표하고, 명함돌렸습니다. (생각보다 명함을 준비한 학생이 없다는 것에서 놀랐네요.) 거기서  senior manager를 만났고, 나중에는 1시간 가량 개인 면담까지 하게 됩니다. 면담 후 저한테 labteam leader에 공석이 있다는 정보를 줬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거진 6개월간의 노력에 신이 응답했습니다. 그리고는 정식 절차를 통해서 박사 2년 10개월 만에 독일 회사에서 오퍼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는 3년간의 박사 과정을 끝내고 R&D lab team leader로 입사를 하게 됩니다. 처음 3-4개월을 정말 죽을 것 같았습니다. 일을 배우는 건 재밌었지만, 집에서 졸업논문 및 publication 준비를  마무리해야했습니다. 급한게 아니시라면, 졸업 논문은 80-90% 마무리하시고 취업준비를 하시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운것 같습니다. 취업후기는 혹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또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학부때 미국 유학을 꿈꿨지만, 결국은 독일이라는 나라에 오게 되었고, 정착을 하게 되었네요. 그 동안 한국사람들과의 관계는 최소한으로 하고 어떻게든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어울릴려고 노력했습니다. 타지에서 여러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앞으로 커리어를 쌓아 가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하니까요. 한국 학생 같지 않다는 저에 대한 의견이 사실 박사 과정으로 입학하는 것과 취업을 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한편으로 씁쓸하긴 하더군요.). 반대로 말하면, 독일이나 유럽에서 잘 동화되어 살아갈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거겠죠. 마지막으로 학생분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커뮤니케이션과 적극성입니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사실 전공을 얼마나 알고 있냐보다 훠~~~~~~~얼씬 중요합니다.

제가 했던 것들이 정답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이미 공부하고 있으신 분들이 가지고 있는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면 합니다. 항상 타지에서 건강하시고, 유학의 끝에 원하는 것을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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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blanco님의 댓글

blanc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그동안 정말 열심히 사신게 글에서 느껴집니다. 박사 마치신것과 성공적인 취업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취업 후기도 올려주세요!

  • 추천 1

Estrella님의 댓글

Estrell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석사공부 시작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조리있게 잘 서술하셨네요.
읽은 느낌은 매우 자신에게 성실하고 본인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긍정적이고 마음이 열려있는 (open minded)분 일것 같다는~~

제가 좀 더 오래 독일회사에서 일해온 경험중 하나를 나누어 드린다면 (원하시는 바가 아닐수도 있지만, 이 글을 읽는 독일회사 취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nice to have 경험담일수도 있겠네요) 영어가 주 언어로 사용되는 회사일지라도 독일어로 적어도 영어만큼 업무가 가능할때까지 focus를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회사에서뿐만이 아니라 독일이란 나라에서의 삶에 있어 본인이 더 당당해질 수 있는 또 이 나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그래서 이곳에서의 삶을 더 즐길수 있는 중요한 바탕중 하나거든요.

저도 시간을 내서 저의 유학, 취업 경험담을 나누고싶게 해주는 재미있고 긍정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proaktiv한 태도로 effizient하게 회사 생활 해나가시길!!

  • 추천 2

짜이한잔님의 댓글

짜이한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조언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독일어도 영어 정도 만큼 하고 싶은데... 독일어가 너무 어렵네요. 제가 꾸준히 공부를 안한 탓도 있겠지만요. 독일어 영어 공부는 아마 평생해야할 것 같네요. ㅎㅎ

  • 추천 1

단팥ㅇ님의 댓글

단팥ㅇ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고생많으셨어요!! 좋은결과까지 얻으신거 축하드립니다~~꿀팁도 감사합니다!(명함중요.메모...) 취업후기도 궁금해지네요 ㅎㅎ


짜이한잔님의 댓글

짜이한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한국에서든 독일에서든 다들 열심히 사니까, 저도 그냥 뒤쳐지지 않을려고 노력한 것 뿐이에요 ㅎ.
사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의 학교 생활이 더 힘들었습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 추천 1

짜이한잔님의 댓글

짜이한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제가 독일어를 잘 못해서 딱히 뭐라 말해드릴 수 없지만..
많이 읽는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읽다보면 단어/문장 이 익숙해지고, 읽어서 익숙해진 표현은 들리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지문에 모르는 단어가 반만 되도, 단어 찾는데 시간쓰고, 스트레스만 받으니까 어느정도 읽히는 책으로 연습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언어공부는 꾸준히 해야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하기 싫어지니까요.)


독일이민님의 댓글

독일이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부럽습니다.. 저는 언제 독일로 이민갈 수 있을까요.. 여긴 야근 특근 잔근 강제회식 눈치문화 사내정치... 어휴


짜이한잔님의 댓글

짜이한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자신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시 여기느냐에 따라서 독일에서의 삶이 한국보다 나을수도, 그보다 더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만나본 한국 남자분들 중에 여기 남고 싶다는 분들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문화적으로 언어적으로 장벽도 높고, 생활면에서도 한국이 편한건 사실입니다. 직장생활이 마음에 안드셔서, 독일이나 유럽으로 오신다면, 단점도 꼭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다만 저같은 경우는 워낙 둔해서, 독일의 불편함이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힘내세요!!


fenster님의 댓글

fenster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사내정치는 한국에만 있는건 아닙니다. 유럽도 모든게 네트워킹으로 이뤄진다고 할 정도로 인맥 중요시합니다.. 물론 실력이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가정 하에서요. 외국인으로서 불리한 점도 거기서 오고요.


독일맘님의 댓글

독일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야근 특근 잔업이 없는걸 원하신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야근 특근 잔업으로 인해 얻는 수익이 없고, 세금이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많이 가져가다보니 소득이 적을수 있습니다.

한국은 전세로 집을 얻을 수 있지만,

독일은 월세나 매매밖에 없어서, 월세비용의 대한 부담도 생각보다 더 클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독일회사가 그나마 좋은점은 휴가일수, 근무시간, 그리고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외국인으로써도 일 할수 있다는점이 좋은점이 될수 있겠네요.

자기 시간 가지길 원하고, 그 시간에 자기계발 하는걸 좋아하신다면 좋은 나라지만, 한국처럼 회식을 즐기고 혹은 술자리를 즐기는걸 좋아하신다면 매우 심심하거나, 할거 없느 나라라며 비난하시며 떠나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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