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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보라 Look at us

페이지 정보

작성자 초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051회 작성일 19-08-28 13:43

본문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10년도 훨씬 더 지난 일인 것 같네요. 뮌헨의 영화박물관에서 북한영화를 상영한다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독일인) 남편과 함께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북한발 정보를 접한 것은 그 날이 평생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의 반공교육을 통해서 받은 간접정보가 제가 가진 북한에 대한 그림의 전부였으니까요.

영화에서 보는 북한과 내가 자란 남한이 어쩜 그렇게 다르게 느껴졌는지... 아마 처음 보는 북한 영화가 신기해서 제가 남한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찾아보려고 애썼는지도 모르죠. 특히 마지막 장면이 여간 낯설고 민망한 게 아니었어요. 여주인공이 양 한마리를 구하기 위하여 밀려오는 산사태 속으로 뛰어들며 절규합니다. "이게 어떤 양인데 버리고 갈 수 있나? 당에서 하사하신 양인데..." 결국 양은 살고 사람은 죽습니다. 비장한 음악과 함께.

아유 부끄러. 객석에 불이 켜지자 저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서둘러 영화관을 빠져나갔습니다. 설마 다른 독일사람들이 나를 북한여자라고 오해하지는 않겠지? 그런데 누가 뒤에서 저를 툭툭 치겠지요. 모른 척하고 일단 나가서 보니 남편이었어요. 남편이 빙글빙글 웃으며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코리아 여자들은 왜 그렇게 다 비슷한 거야?"
"(펄쩍 뛰며) 뭐? 누가 누구랑 비슷하다고?"
"주인공이랑 당신이랑. 영화 보는 내내 당신을 보는 것 같았어."
"설마? 뭐가 비슷한데?"
"말하는 거, 생각하는 거, 행동하는 거 다 비슷해. 특히 마지막 장면. 사소한 데 목숨 거는 거까지 다 닮았어."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남편은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입이 간지러워서 영화관을 나오기도 전에 저를 툭툭치며 말을 걸려고 했나 봅니다.

그때는 참 이상했어요. 그럴 리가 있나?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그렇게 이상하고 신기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반만년 역사를 공유해온 한반도가 북한과 남한으로 갈라져 두절된 세월은 사실 70년밖에 안 되는군요. 분단 상태에서 태어난 저는 남북이 태초부터 서로 다른 세상이라고 알고 있지만. 몇 백년 몇 천년을 같은 상황 속에서 같은 경험을 하다보면 그 사회의 공통된 대처법이 생길 것이고, 사람들은 그 공통된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을 민족성이라고 부르기도 하겠지요. 아무튼 제 또래의 북한 여성들과 저와의 차이는 어쩌면 남한이나 북한 안에서의 세대차이보다 작을 수도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요즘은 북한과 남한의 사회를 둘 다 경험한 사람들이 종종 있더군요. 그런 사람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려고 합니다. 나에 대해서 좀 다른 각도에서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선무 작가는 북한에서 미술을 전공해서 북한 화가로 일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남한으로 와서 역시 같은 과목 미술을 다시 한번 공부하고 지금은 남한 화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의 눈으로 보는 북한과 남한은 어떤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다른지 어쩜 비슷한지,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점이 비슷한지...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어렵다고 하지요. 저는 제가 북한 영화의 여주인공과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제3국인인 남편의 눈에는 비슷한 사람으로 보였듯이. 어쩌면 저도 속으로 비슷하다고 느껴서 특별히 더 부끄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선무 작가의 개인전이 제가 사는 뮌헨에서 열립니다. 저는 한번 그의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어요. 경쾌하고 해학적이고 활달한 그림인데 왜 제게는 다정다감하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모티브가 북한 사회여서 그런지 그는 정치적 화가라고 불리기도 한다지만 저는 인간과 삶에 대한 메시지를 더 많이 읽었습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때로는 애틋하고 애잔한 이웃을 보는 느낌이기도 하고 때로는 나도 뾰족하게 날 세우며 고집스럽게 살고 싶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이유는 저도 모르지요. 남다른 그의 경험이 그의 미술 세계를 남다르게 만들어주기도 하겠지요.

많은 분들이 이 드문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안내해 드립니다.

전시회 제목: 우리를 보라 Look at us
전시 기간: 9월 13일 19시 전시오프닝, 9월 14일부터 10월 20일까지.
장소: Kunstraum e.V.
주소: Holzstr. 10, Rgb. 80469 München
 
전시회에 따르는 행사도 참 알찹니다.

9월 14일 14시에 송두율 교수님 강연이 독어로 진행되고요, 같은 날 16시에 노르웨이에 사시는 박노자 교수님의 강연이 영어로 진행됩니다.
장소: Kunstraum e.V.
주소: Holzstr. 10, Rgb. 80469 München.

9월 22일 17:30시에 선무 작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I am Sun Mu"가 상영됩니다.
장소: Werkstattkino
주소: Fraunhoferstr. 9, 80469 München.

9월 25일 19시에 선무 작가와 유재현 큐레이터의 대담이 열립니다.
장소: Kunstraum e.V.
주소: Holzstr. 10, Rgb. 80469 München.

10월 19일은 뮌헨에 Lange Nacht der Museen 이 열리는 날입니다. 1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Kunstraum e.V.에서 선무 작가 전시회 뿐 아니라 작품설명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아울러 갖가지 흥미로운 부대행사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좀 더 상세한 행사 안내는 www.kunstraum-muenchen.de 에 잘 나와있어요.

더위와 추위가 갑자기 반복되는 이상한 여름입니다. 여름 건강하게 나시고 시원한 가을에 "우리를 보라 Look at us" 전시회에서 만나요. 안녕히 계세요. 

초롱 드림
추천15

댓글목록

Gentilly님의 댓글

Gentilly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술에는 까막눈이다 보니 부대행사에 먼저 눈이 가네요. 14일 송두율 교수님과 박노자 교수님 강연을 듣고 싶은데요. 미리 예약해야 하나요?

  • 추천 2

Bruce Lee님의 댓글

Bruce Le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마음에 와 닿는 글 가슴에 잘 담고 갑니다. 전 영화를 못 봤지만 여주인공이 양 한마리를 구하려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상황을 연상하며, 같은 한반도에 사는 가족들은 별로 다르지 않구나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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