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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여유

페이지 정보

작성자 sonnenblume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353회 작성일 16-04-09 13:07

본문

근 10개월 만에 산행을 가서 떠나려는 봄 끝자락을 잡고 꽃구경을 실컷 하고 왔어요.
뭔가 끄적거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베리에 들어왔다가도 왜 그렇게 여유가 없는지 댓글만 달고 나가곤 했는데 오늘은 반드시 작성하고 나가려고 왔어요ㅋㅋㅋ

예전에 표제 음악(Programmmusik)을 공부할 때 쟁점이 되었던 것이 '텍스트를 제외한, 또는 표제 없이 음악적 요소만으로도 작가의 의도를 청중이 파악할 수 있다', '표제가 주어져야 작가의 의도를 청중이 잘 이해할 수 있다'... 뭐 이런 정도였는데요(절대 음악, 표제 음악 상세히 파고 들기 시작하면 많이 꼬이니까 그냥 간단하게 요렇게만^^), 하여간 그 때 표제 음악 관련해서 미학적 관점에서 고민하면서 '과연 언어적 요소(가사나 표제)를 빼고 음악적 요소만으로, 악곡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작가의 의도를 청중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파악 내지는 감지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후로부터 여러 해가 지나고 이것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지요.
제 어머니께서 노래를 좋아하셔서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 모음곡을 계속 틀어드린 적이 있는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제게 '**야, 이상하다... 왜 이 노래를 들으면 언덕 위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하셨어요. 가사를 모르고 있었던 저는 그 아리아의 가사가 어떤 내용인지 확인했죠.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에 나오는 Je crois entendre encore 였거든요. 가사를 확인해 보니 정말 바람부는 장면이 있는 거예요.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시는 어머니께서 그 아리아를 들으시면서 바람부는 광경을 떠올리셨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었죠. 이에 대해서는 제가 당시에 베리에도 글을 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와 비슷한 경험을 이번에는 제가 하게 되어서 베리에다가 글을 하나 써야지...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버렸네요ㅋㅋ
라디오를 듣다가 3월 25일에 KBS 교향악단 정기 연주회에서 타악기 연주자 Evelyn Glannie가 협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예매를 하고 공연장에 갔어요. Glannie가 Schwantner의 타악기 협주곡을 연주한다는 것만 생각하고 함께 연주되는 곡들은 뭔지 보지도 않고 갔었죠. 프로그램 살 생각도 못하고 작은 팜플렛을 챙길 여유도 없이 친구와 함께 자리에 앉았어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방송으로 연주될 곡을 소개하는데 '...의 교향시 ...가 세계 초연된다'는 설명이 들리는 거예요. '세계 초연? 내가 아직 들어 본 적이 없는 곡이네...' 하면서 제목과 내용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러나! 우리는 이미 프로그램 없이 공연장에 들어와서 착석했고 이제 무대 불이 꺼지고 곧 지휘자가 들어오는 상황이었어요. 그 때 제 오른쪽에 앉아 있던 친구가 '..야, 내가 지금부터 아주 챙피한 짓을 좀 할게' 하면서 제 왼쪽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프로그램 책자를 빌리는 거예요. 그러면서 연주곡 제목과 설명을 폰으로 찍는 거예요ㅋㅋㅋ
프로그램 책자가 다시 제 손에 들어왔는데 실내가 어둡기도 했고 곧 연주가 시작되니까 내용을 읽어볼 수가 없었어요. 다만 첫 곡으로 연주되는 교향시의 제목, '평화-강강수월래'가 눈에 들어왔어요. 프로그램은 주인에게 돌아가고 우리는 음악을 듣기 시작했어요. '강강수월래'를 모티브로 만든 교향시인가 보다... 생각하면서 저도 모르게 악곡 분석적 입장에서 음악을 들었어요. 연주가 시작되고... 바이얼린 독주를 비롯해서 몇 몇 악기들이 차례로 독주를 하고 후반부에서는 비올라가 독주를 하더라고요. 합창석에 앉았기 때문에 비올라 연주자의 뒷모습을 보며 독주를 들었는데 소리가, 선율이 애잔하네... 싶다가 갑자기 먹먹해지며 눈물이 핑 도는거예요. 이건 뭐지? 좀 의아했죠. 음악회에 와서 음악을 들으면서 슬프다는 이유로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은... 아마도 없었던 것 같은데, '강강수월래'라는 것 말고는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음악을 듣고 감동해서 눈물까지 흐른다?
쉬는 시간에 나가서 한 장짜리 팜플렛을 가져와서 읽어보니 아주 간략하게 이 교향시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더라고요. 음... 이런 주제로 곡을 만들어서 어쩌고 저쩌고... 전쟁의 애환도 표현했나 보다...
연주회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 어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프랑스어는 하나도 못알아 들으시면서 아리아의 음악적 요소만 가지고 바람 부는 풍경을 느끼셨던 것이나 사전 정보가 없다시피한 상태에서 세계 초연되는 곡을 들으며 애잔함에 눈물을 흘린 것을 생각해 보면서, 음악적 요소만으로도 작가의 의도가 청중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음악 주창자들이 그런 주장을 펼쳤나 보다 싶더라고요.

참고로, 이 날 세계 초연된 작품은 임준희의 교향시 평화-강강수월래.
이 작품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시면 좌~악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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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하이바라님의 댓글

하이바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떠나가는 봄 끝자락인가요....... 저는 이제 막 (갑자기)  봄이 와서 조금 놀라고 있는 중인데요 ^^ 집앞에 벗꽃이 한 3일 만에 갑자기 활짝 펴서요.
저도 예전에 비슷한 얘기 듣은 적이 있어요. 아는 분이 네덜란드에서 성악을 공부하셨는데 연주회 시간에 어머니에 대한 한국 가곡 한곡 (물론, 한국어로) 을 부르셨데요. 근데 연주가 끝나고 사람 (네덜란드 인외 다른 외국인) 들이 그거 어머니에 대한 노래가 아니냐고, 가슴에 와 닿는다고 그래서 깜짝 놀랐다고 하시더라구요. 음악이 정말 다국적 언어인가 봐요.

sonnenblumen님의 댓글의 댓글

sonnenblume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봄이 떠나고 있어요^^ 꽃이 지고 파릇 파릇 잎이 돋아나고 있어요.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해서 감기 걸릴까 몸을 사리기도 하지만 곧 여름이 올 것 같아요.

아까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제가 며칠 전에 보내드린 노래(독일 가곡)를 몇 번 들으셨다고 하시면서 바로 저 아리아를 흥얼거리시며 이 노래도 보내달라고 하시는 거예요ㅋㅋㅋ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노래가 아주 서정적이고 어쩌고 저쩌고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음악은 세계 공통어라고 느껴지는 때가 많아요.

Asarja님의 댓글

Asarj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어가 존재하기에 인간이 사고를 할 수 있다' vs '언어를 통하지 않으면 더 빠르고 폭넓은 사고가 가능하다' 가 있습니다. 현실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전달되는 정보 중 언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양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유추해보면 후자의 의견이 합당해 보이지만, 인간의 능력의 한계로 언어 없이 사고를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에 겉보기로는 전자의 의견이 맞아 보인다고나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음악적 요소만으로도 작가의 의도가 전달되는 것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딴 말을 하려고 이렇게 장황하게 쓴 것은 아니고, 바로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이 대단히 부럽게 느껴진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 아주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던 기회를 가졌었다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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