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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소리 기사_ 문대통령 독일 방문의 그늘   





문 대통령 독일방문의 그늘 : 주독 문화원을 둘러싼 논란

이은희 재독 ‘풍경’ 발행인
발행 2017-08-04 12:40:37
수정 2017-08-04 13: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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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 중인 이광 작가
1인 시위 중인 이광 작가ⓒ이은희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쾨르버 재단 주최로 연설을 한 7월 6일, 연설장 바깥에서는 주독 문화원 책임 라인에 대한 조사와 파면 요청이 눈길을 끌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추적해 보았다. 당사자인 이광 작가와 문화원 관계자 사이에 팩트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 사건은 논란 그 자체를 넘어, 논란을 미리 봉쇄할 수 있는 시스템상의 ‘투명성’에 대한 성찰을 요청하고 있다.

전시 지원을 중단할 피치 못할 사정?

첫번째 초점은 작년 8월 베를린에서 열린 전시회에 문화원이 예술 검열을 했다는 논란이다. 이광 작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8월 8일에 열기로 한 <코리안 방주> 전시를 1주일 남겨 놓은 상태에서 이광 작가는 문화원 책임자로부터 전화로 지원 약속을 받았다. 이 작가는 신청서 작업을 하던 중인 8월 5일 금요일 밤에 문화원 로고가 든 전시회 안내 포스터를 인터넷상으로 내보냈다.

이튿날 아침 문화원의 책임자는 이광 작가와의 통화에서 “박정희 사진이 왜 있느냐”고 반복하여 물었다. 그리곤 지원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그 전시가 박정희에 관한 것이 아니라, 박명래 작가가 ‘먼지’라는 타이틀 아래 그동안 한국 사회에 엄청나게 많은 사건들이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으로 또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작업을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나흘 전에 약속받은 지원금은 취소됐다. 해당 문화원 책임자는 지원금을 줄 수 없다고 딱 잘라서 말하고 화를 내면서 끊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이광 작가는 그 후 문화원 책임자 측에서 다시 연락이 와서 이번에는 이렇게 했으니까 다음에 하는 전시는 두 배 이상 지원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다음번에 하는 걸 도와준다니까 고맙고,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다시 연락이 와서 ‘왜 (문화원) 로고를 썼나요? 우리가 돈 준 것 없잖아요’하면서 문제를 삼았다는 것이다.

이광 작가는 “박근혜 정권이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후 해외 작가들에게 비슷한 경우들이 일어나고 있는 점을 접하면서, 또 최순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문제가 단순히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의 전시회는 국내의 부천 소재 아트포럼리와 베를린 소재 쿤스트 페어아인64(대표 이광)가 한독교류전으로 공동주최한 <코리안 방주>다. 베를린 전시 이후 2차 전시는 부천에서 했다. 12월 19일자 중부일보는 <코리안 방주 ‘Korean Ark’ 전, 강요된 희생을 애도하다> 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2차 부천 전시를 소개한 바 있다.

문화원 책임자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그는 이광 작가에게 문화원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7월 중순의 일로, 자신들이 문제삼은 건 이 작가가 신청서류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원 로고를 사용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 작가가 말한 박정희 사진은 박정희 서거를 보도한 기사에 든 것인데 자신이 그것을 문제 삼았을 리 없다는 것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고 하며 양해도 구했다고 한다. 과연 이 작가가 오해한 것일까?
문제가 되었다는 박정희 사진이 든 독일전 표지
문제가 되었다는 박정희 사진이 든 독일전 표지ⓒ박명림 (쿤스트페어아인 64 제공)

얼핏 보면 오해처럼 보이지만, 투명하지 않은 시스템에서는 책임자의 재량이 크게 작용하고 그 재량은 회유와 배려의 경계가 불투명한 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은 또 뭔가?

그런 점에서 <코리안 방주> 부천 2차 전시 이후 올해 1월부터 계속된 이 작가의 주장과 주독문화원 책임자 사이의 논란에서 진위는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즉 박정희 사진이 든 작품 때문에 전시 지원이 취소되었는지, 아니면 단지 이 작가가 제때 신청서를 내지 않아서 전시 지원이 취소되었는지 여부는 책임있는 기관에서 조사해봐야할 문제라는 의미다. 나아가 ‘피치 못할 사정’이란 진정 무엇인가.

둘 중 한 사람이 잘못 기억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라면, 조사권을 가진 당국에서는 문화원에서 행사를 기획하고 행정집행을 할 때 이 사안의 중심에 있는 책임자가 주장하듯이 신청서를 내고 지원금이 지불되기 전에는 문화원 로고를 쓸 수 없다는 규정이 늘 적용되었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해당 문화원 책임자는 카탈로그 비용이 아니라 리셉션 비용 지원을 재량으로 약속한 바 있었다고 주장한다. 시점은 이광 씨가 주장하는 8월 1일보다 2주 가량 앞선 7월 중순이다. 원칙적으로는 3개월 전에 신청서를 내고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런 규정이 있다면, 이미 그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규정을 벗어나 구두 약속을 한 것이다. 규정을 벗어나 행해지는 결정에는 칼자루를 쥔 측이 임의로 행동할 수 있는 재량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논란의 숨은 쟁점이다.

현실적으로 동포사회에서 공관과의 우호관계를 밝히는 차원으로도 공관의 로고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문화원 책임자는 “자신의 경우는 그런 일이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전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신청서를 내라고 하면서 리셉션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재량을 활용한 것일까? 배려였다면, 왜 끝까지 배려를 할 수 없었을까?

비판적 관찰자의 위치에서 보면 이 문제는 문화원의 어떤 책임자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재독 공관의 지원 체계가 가진 시스템상의 오류 때문일 수도 있어 보인다.

회유인가 배려인가

다음으로 논란이 되는 점은 문화원 책임자가 다음 기회에 지원하겠다고 한 말이다. 이건 회유인가 배려인가?

이광 작가는 작년 8월 전시 지원을 철회하면서 문화원 관계자가 다음 전시에서 두 배로 지원해 주겠다고 한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를 ‘회유’로 규정했다.

한편 문화원 책임자는 정상적인 절차 없이 로고를 사용한 이유로 지원을 철회하였지만, 다음 전시에는 지원하겠다고 한 건 인정했다. 그는 이광 작가가 작년 8월 전시 이후 올해 1월 문화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 전까지는 지원 취소 건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니 ‘배려’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것이 회유였다고 한다면 해당 책임자가 펄쩍 뛸 일이고 그것이 배려였다고 한다면 이광 작가가 펄쩍 뛸 일이라 하겠다. 이 사안 또한 개인의 좋은 의지, 나쁜 의지에 따라, 서 있는 자리에 따라 회유가 될 수도 있고 배려가 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개인의 차원을 떠나, 문화원 지원을 결정하는 책임자와 문화원 지원을 받으려는 한 작가 사이에 건강한 관계가 형성되려면, 회유나 배려라는 표현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야 할 것이다. 해외 문화원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은 개개인의 기대 혹은 재량이 끼어들 자리가 최소화된 투명한 시스템이 자리 잡혀야만 중단될 것이다.

물론, ‘피치 못할 사정’이란 것은 ‘회유’도 ‘배려’도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이유를 뜻하는 것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승마협회법 번역?

다음으로 논란이 되는 사건은 예술 검열 여부 문제와 관계없는 또 다른 일이다. 수 년 전 문화원이 승마협회법 번역에 관계하였다는 주장이다. 이광 작가는 자신의 이름을 밝혀도 좋다면서 이를 문제삼았다.

현재의 문화원 관계자들은 모두 이에 대해 침묵과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이는 한 예술가가 자신의 명예를 걸고 주장하는 사안이다. 게다가, 승마협회법 번역이라고 하면 누구나 최순실 사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관계부처에서는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주변의 의혹이 풀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7년 7월 말까지 문화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체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주독 문화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전, 현직 관계자 3명에 대한 조사와 파면을 요청한 이광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와서 10여 년째 베를린에서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 활동 외에도, 현재 독일인과 한국인이 함께 있는 예술협회 '쿤스트 페어아인 64' 대표로 활동하며 겸재 정선 프로젝트, '반 플러스 반' 이라는 남북 분단 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을 통일 프로젝트, 세월호, '위안부' 문제 등을 소재로 한 사회예술 프로젝트를 기획 전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주독 문화원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이 작가가 문화원 관계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주장의 근저에는 두 가지 핵심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주독 문화원에 블랙리스트 혹은 예술 검열이 존재하였느냐 하는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최순실과 관계가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대개 베를린 소재 주독 문화원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지원을 받은 작가들의 경우에는 문화원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현지에서 오랫동안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의 경우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는 쪽이 대부분이다. 지원을 받고서도 사회성 있는 작품에 대한 자유를 누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예술 검열과 블랙리스트에 대한 소문은 끝나지 않았다.

예술 검열에 대한 불신은 사실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년 전 협력사업을 하였던 독일 단체의 대표자가 쓴 글 중에 윤이상 선생에게 가해진 한국 정부의 정치적 탄압을 언급한 부분이 있다하여 문화원 측에서 삭제 요청을 하였으며, 글쓴이가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자 편집부에서 전체 글을 빼버린 사건이 있었다.

국내 윤이상 재단이 발족하고 정부에서 윤이상 선생이 살던 가옥 구입비의 일부를 지불하였으나, 이명박 정부 당시 관리비가 전혀 나오지 않아 국제윤이상협회의 슈파러 국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기자가 국내와 관계자들에게 문의 전화를 여러 번 하였으나 문화원에서는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았다. 왜 묵묵부답이냐고 물으면 격무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비꼬아 ‘투명인간 리스트’라고도 한다. 격무 때문이든 태만 때문이든, 이 또한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다.
문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이광 작가
문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이광 작가ⓒ이은희

변화를 위한 성찰과 철저한 조사가 절실한 때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면서 적폐란 말이 갑작스레 유행이 된 것만으로는 적폐청산에 대한 신뢰도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쌓여 있는 폐단이란 것은 한 개인에게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에 꼼꼼히 묵은 때처럼 끼여 있다. 잘못된 사회 속에 올바른 개인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현재 주독 문화원의 경우는 해외문화원 본부의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외부 작가 개별 지원 체제가 없이 공모와 문화원 자체 기획 행사만 한다고 한다. 외부 작가 지원을 아예 없앤다고 하여 공정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문화원에서 하는 행사들이 지역 사회의 동포 예술가들과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이상, 시스템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좀 더 근원적인 성찰이 다각도로 필요할 것이다.

성찰의 결과는 원칙에 따른 행동을 할 수 있는 힘으로 태어난다. 화가의 처지에서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목소리 높여 외칠 수 있고, 문화원 관계자의 처지에서는 한 치 부끄럼 없이 원칙을 이야기할 수 있는 태도일 것이다. 단, 시스템이 투명하고 단단하지 않아 흔들리는 경우에는 회유와 배려가 분별되지 않고, 억울함은 그치지 않을 것이며 바로잡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7월 5일 문 대통령과의 동포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미리 정해진 발언을 통해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자신이 내놓은 공약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워낙 비정상적인 상태였기 때문이 특별해 보이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참석자와 같은 사람이 블랙리스트에 오를 일이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고 했다. 그런 사회는 최소한 억울함, 억울하다고 여길 일이 없는 사회여야 할 것이며 쉽지 않은 길인 것도 사실이다.

해외 공관, 해외 문화원에도 예술 검열과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는 명쾌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개인의 목소리는 아무 것도 증명할 수 없고 소리치다 사라지게 마련이다.

예술 검열과 블랙리스트는 사실 지난 몇 년간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수십 년 적폐의 상징이 감옥에 갇히고 새로운 문화를 향해 청산과 희망이 시작되고 있다면, 이러한 길에서 해외 문화원이 외딴섬처럼 천연보호구역으로 남아 있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징검다리도 두들기고 가는 마음으로 해외 문화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요청한다.
이은희 재독 ‘풍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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