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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음식·맛집- 음식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간단한 요리노하우나 맛집 정보 등을 공유하실 수도 있고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곳은 특성상 맛집에 대한 정보는 어느정도의 광고성이 있더라도 관용됩니다. 너무 빈번한 경우만 아니라면(한달에 한번) 한식당 혹은 메뉴 등에 대해 홍보하셔도 됩니다.

김치와 Sauerkraut

페이지 정보

작성자 꿈속의꿈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조회 6,605회 작성일 01-07-23 07:05

본문

한국에서 우리 음식인 김치가 세계인의 관심을 점점 끌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보았었다. 국제 학술지에서 연구가 나오고 세계적인 요리사가 관심을 보인다는. 그리고 일본에서 한국 음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도 그곳 유학생들에게 주워 듣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 와서 한 일년 생활 해 본 결과, 아직 서양인의 95% 이상은 김치라는 음식을 먹어 보기는 커녕 도대체 그런 단어를 들어 보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적지 않이 당황해야 했다. 독일 애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 온 교환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한 예외는 일본 학생들과 한국 가정에 초대 받아 식사를 해 본 적이 있는 말하자면 한국 학생과 친분이 있는 독일 학생 정도. 암튼 그런 상황에서 애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을 물어 볼 때, 김치가 어떤 음식을 설명하기란 내 짧은 독일어로는 무척 지난한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독일인 친구 한 명이 집에 놀러 왔다가 저녁 시간이 되어 대충 집에 있는 것 차려 먹게 되었는데, 이 녀석 김치를 먹어 보더니, 고추가루만 빼면 안 씻은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 같다고 하지 않는가? 아니, 자우어크라우트야 나도 먹어 봤지만, 김치하고는 분명 다른 맛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그 친구 말에 의하면 독일에서는 자우어크라우트를 보통 물에 한 번 씻은 다음 요리를 해서 먹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하긴 그러고 보니까 김치찌개에서 건져 먹는 김치와 비슷한 맛인 것 같았다는 황당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만드는 법을 들어 보니 그것도 김치하고 상당히 유사하다. 그 친구 할머니만 해도 직접 담그셨다는데, 큰 항아리에 배추를 잘라 소금과 함께 넣은 다음 뚜껑을 막고 지하실에 상당기간 둔 다음 필요할 때 마다 조금씩 꺼내와 요리를 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어제 디드로의 백과전서 선집을 뒤적거리다가 자우어크라우트에 대한 항목을 발견했다. 읽어 보니, 자우어크라우트가 거의 김치와 유사한 제조과정과 맛을 가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식탁에서 비슷한 기능을 하며, 벌써 18세기 독일에서 대중적인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 안은 내가 붙인 주석이다.

"이것은 독일 도처에서 매우 사랑받는 음식이다. 자우어콜[시어진 배추]이 기본이 된다. 그로부터 독일 이름[자우어크라우트]가 생긴 것이다. 사우어는 신맛을 의미하며 크라우트는 배추를 의미한다. 자우어크라우트를 만들고자 한다면 우선 흰 배추를 매우 얇게 썬다. 독일 사람들은 이러한 목적을 위한 나무판자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대패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날카로운 칼날이 하나 달려 있다. 배추를 이 대패에 문지르면, 배추는 얇은 조각으로 잘라지며, 이는 대패 아래 있는 큰 용기에 모아진다. 충분한 양을 모았으면, 그렇게 작게 잘라진 배추를 통에 넣는다. 층층히 쌓으며 그때 그때 소금과 노간주나무 열매(Wacholderbeeren)[통상 사우어크라우트에 있는, 씹으면 조금 매운 맛 나는 그 작은 열매들이 아닌가 싶다]를 뿌려 둔다. [그 다음] 그 전체를 지하실로 가져가서 몇주동한 발효하게 놓아 둔다. 그 배추를 먹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것을 씻은 다음 소금에 절인 고기, 소시지, 메추리고기[!?]와 그리고 -식성에 따라- 기타 다른 고기와도 함께 요리를 한다. 이 스튜 요리는 독일 사람들이 매우 애호한다. 이는 갑부의 탁자에서와 마찬가지로 극빈자의 식탁에서도 소비된다. 처음먹는 사람들[글쎄 외국인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은 그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지 않지만(die Fremden gewinnen an ihm keinen Geschmack), 이 스튜는 먼 여행길을 떠나는 선원들에게 아주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필자 미상. [디드로의 백과전서. 선집], 라이프치히, 2001,294쪽)

하기는 김치에 고추가루를 넣게 된 것도 임진왜란 이후이니, 오랫 동안 독일과 한국에서는 비슷한 배추 요리를 (물론 배추 종류는 다르지만) 소비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읽고 나서, 그럼 발효한 배추 요리를 먹는 나라가 또 있지는 않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제는 독일 녀석들에게 김치를 설명할 때 한국식 '자우어크라우트'로 맛은 대체로 요리하지 않은 놈과 비슷하지만 고추가루가 듬뿍 들어가 맵다고 설명할 생각이니, 어려운 질문 하나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유쾌하다.

참고로 한국에서 2호선 을지로입구 지하철역에 OB에서 직영하는 큰 맥주집이 있는데, 거기서 모듬소시지를 시키면 삶은 자우어크라우트가 차가운 상태로 조금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멋도 모르고 먹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 대체로 따뜻한 상태에서 먹는 것 같다.

'211.117.39.57'별이 07/24[01:19]
와~ 유익한 정보. 고맙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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