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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워낸 토스트 맛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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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이름으로 검색 01-04-20 08:17 조회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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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워낸 토스트 맛보세요!”
서유럽 빵가게들, 간식 需要 겨냥 토스트 붐 일으켜
이코노미스트 2001-04-10 0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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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환(gerko@chollian.net) /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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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는 얇지만 서로 다른 겉과 속의 맛의 차이가 바로 토스트의 진미다. 토스트를 구워 내는 토스트기만큼 작동이 간단하고 기술혁신이 느린 기기도 드물다.
서유럽의 예비 신랑·신부들은 결혼식을 올리기 전 흔히 ‘선물 리스트’란 쪽지를 준비한다. 친지 등 축하객들에게 축하의 선물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처럼 현금으로 축하의 뜻을 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축하객으로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몇 명만 부른다. 교회 등지에서 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순도순 간단히 결혼식을 올린다. 신랑·신부들이 주문하는 선물은 부담이 가지 않는 범위의 조촐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결혼식 때 진심이 듬뿍 담긴 축가를 불러 달라는 로맨틱한 요구를 하기도 하고, 신혼 생활에 필요한 소소한 가정용품들이 리스트에 오르기도 한다. 이 선물 리스트에 올라가는 품목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토스트기다. 토스트가 유럽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의 하나라는 얘기다.

세모나 네모 모양의 얇은 흰 빵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전기 토스트기는 1919년 특허를 출원한 한 미국인에 의해 시장에 출시됐다. 하지만 18세기의 영국에 이미 토스트기가 있었다. 이 토스트기도 토스터(Toaster : 토스트기)라고 불려지고 있었다. 물론 당시의 토스트기는 불꽃 옆에서 빵 조각을 끼워 굽는 원시적인 형태의 도구였다.

그래서인지 유럽인들 중에서도 영국이나 아일랜드 사람들이 토스트를 더욱 즐기는 경향이 있다.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도 토스트와 홍차를 무척 즐겼다. 지금도 웬만한 영국 가정의 아침 식탁엔 토스트와 홍차가 빠지지 않는다.

토스트의 진미는, 두께는 얇지만 서로 다른 겉과 속의 맛의 차이에 있다. 적당히 갓 구워진 토스트를 입에 물면 표면의 파삭함과 내부의 쫄깃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토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방법이 있다. 토스트가 구워지고 있는 토스트기 옆에 바싹 다가앉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토스트는 구워지는 순간 바로 먹어야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구운 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토스트 고유의 진미와 속성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

어떤 사람들은 버터를 쉽게 골고루 바를 수 있어 토스트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냉장고에 보관해 딱딱해진 버터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토스트 표면에서는 쉽게 녹기 때문이다.

토스트는 ‘불에 쬐어 굽거나 건조시키다’라는 뜻의 라틴어 ‘토스투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유럽에서는 영국 사람뿐만 아니라 프랑스나 독일인들도 가끔 술자리에서 ‘토스트’라고 외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축배를 들자는 뜻으로 쓰이지만, 이 때는 잔을 말리다시피 깨끗하게 비우자는 원래의 의미도 담겨 있다. 새 잔이든 남은 잔이든 원샷으로 끝내자는 뜻이다.

갓 구워낸 것을 바로 먹어야 제맛이 나는 시간적인 까다로움이 토스트의 특징이라면 토스트기만큼 작동이 간단하고 기술혁신이 느린 기기도 드물 것이다. 지난해에야 비로소 구워지는 정도가 일곱 단계인 토스트기가 출시되었을 정도다.

많은 종류의 빵들이 있지만, 지금도 많은 유럽의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토스트를 즐긴다. 이들은 보통 점심과 저녁 사이의 간식으로 토스트를 선택한다. 이 때 주로 커피나 차(茶)를 곁들이곤 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이것은 토스트가 아니다. 구운 지 오래 됐거나 혹은 굽지도 않은 채 햄이나 계란·생선 등을 곁들인 반쪽짜리 샌드위치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 착안해 요즘 서유럽엔 ‘오리지널 토스트 맛’이란 기치를 내건 조그마한 가게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토스트용 식빵을 파는 일부 가게들도 토스트를 구워 먹는 설비를 마련해 놓고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그러나 ‘오리지널 토스트 맛’을 표방하는 가게의 시설이라고 해 봐야 고객이 즉석에서 스스로 구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가열 장치가 전부다. 바로 토스트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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