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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음식·맛집- 음식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곳입니다. 간단한 요리노하우나 맛집 정보 등을 공유하실 수도 있고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곳은 특성상 맛집에 대한 정보는 어느정도의 광고성이 있더라도 관용됩니다. 너무 빈번한 경우만 아니라면(한달에 한번) 한식당 혹은 메뉴 등에 대해 홍보하셔도 됩니다.

한국내의 개고기 유통금지 보도를 읽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신일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조회 4,960회 작성일 01-02-18 21:01

본문

오늘 (9월 28일) 독일의 어느 조간신문에 난 기사에 의하면, 한국 정부가 2002년까지 공식적인 개고기의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월드컵 대회가 멀지 않은 터에 한국의 국제적인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유능한 정치인들이 여러 가지 관점과 입장을 고려해서, 결국은 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서 한 결정이었을 테니, 단순히 한 개인의 입장에서만 보아 '잘 했느니, 잘 못했느니'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 되기 십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자국의 정치적 사안이 한낱 외국의 습관이나 풍습, 혹은 기호 따위와 같은 가장 비정치적인 요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독일인들이 흔히 쓰는 말 중에 "Jeder hat seinen eigenen Geschmack (누구든지 제 나름대로의 취향이 있게 마련이다)" 혹은 "Leben, leben lassen (나는 나대로, 다른 사람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살게 내버려두라)" 는 표현이 있다. 자칫 무관심과 상대주의적 가치를 대변하는 어조로 쓰일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 인간의 존엄성 같은 거창한 주제를 놓고 다양한 형태의 노력을 기울이는 - 엊그젠가는 아프리카의 한 여변호사에게 주는 '제 3회 국제 뉘른베르크 인권상'의 수여식이 독일의 남부도시 뉘른베르크에서 성대하게 개최됐었다 - 독일인들의 의식에 깔려있는 가장 원초적인 태도, 다시 말해서 '각 개인이나 개체의 특유성 내지 고유함을 인정하는 태도' 같은 것이 보여진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물론 그와 관련한 서구인들의 이중적 잣대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 민속학적으로 별난 가치를 부여받을 수도 있을 한국의 '개고기 애용문화'가 애완동물로서의 개가 유별난 대접을 받는 미국과 유럽중심의 국제사회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일종의 눈총 꺼림이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므로. 그러나 그러한 눈총과 비난은 지금까지는 오로지 개인적이거나 비공식적인 선에서 우리가 감내해야 했고,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독일의 세계적 프로테니스 선수였던 슈테피 그라프나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짓드 바르도의 오만하다 못해 무식하기까지 한 발언들을 씁쓸한 심정이나마 그냥 듣고 넘길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그것이 개인적인 차원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그래 너희들 입장에서는 흥분할 만도 하겠지' 라는 개인적 상호이해의 태도(Leben, leben lassen)를 보였다고나 할까? 안 그랬다면 그네들에 대한 여하한 테러행위인들 없었을까?

어떤 종류의 외교적 압박에 시달리고 회유에 넘어갔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개고기 유통 및 판매금지 조치를 통해 우리 자신의 특유성이나 고유함이랄 수 있는, 그것도 가장 사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사항을 스스로 부정하고, 가장 공식적인 방식으로 뭉개버렸다고 하는 사실이다. 그와 더불어 우리의 어떤 자존심 같은 것이 뭉개지는 것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저 나라고 하는 한 개인의 미숙하기 짝이 없는 감상 나부랭이에 불과할까?

우리가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그 역사적 맥락이야 관점에 따라서는 임의로 채색이 가능할 테니 논외로 치더라도 최소한 오늘날 그러한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 민족이 개를 끔찍이도 싫어해서 그놈의 씨를 말릴 생각에 개고기 타령을 한다는 것도 아닐 테고, 아니면 우리사회의 동물학대의 일환으로 나타나는 부수적 현상도 아닐 것이다.

개고기가 우리의 김치와 같은 대중적 음식이 아님을 분명히 전제해 보자. 만일 우리에게 있어 개고기가 일종의 기호식품이라면 그것은 대중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소수의 선호자를 전제한다는데 있을 것이고, 만일 그것이 건강식품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한다면 그 애용자 또한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기호라는 것처럼 개인간의 큰 편차를 보여주는 것도 흔하지 않을 것인데 - 한 가족 내에서도 얼마나 다른 음식의 선호도가 나타나는가! - 기호식품으로서의 개고기를 전국민이 선호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넌센스인가! 또한 우리에게 있어서 보신을 위한 음식이 개고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제대로 보신을 할 요량이라면 주로 한약재를 선호하게 마련이고 그 재료의 다양함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터에...

단순히 '한국에서는 개고기를 먹는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한국민 전부를 개고기 선호자로 몰아붙이는 서구인의 몰지각한 행태도 문제지만, 더 답답한 일은 그것을 스스로 인정이라도 하듯이 '개고기 금지'라는 일련의 공식적 조처를 취함으로써 - 국회에서 처리할 일이 그렇게도 없는지 원! - '그 정도로 정부 주도하의 강수를 써야 할만큼 한국 내에 개고기 문화가 성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세계만방에 널리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스스로의 자존을 짓밟는 처신일 뿐만 아니라, 사태를 왜곡하는 일이기도 하다.

서구와는 다른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없는 것처럼 -지금 독일의 에센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유물전시회'를 상기해 보자 - 서구인들과는 다른 취향, 다른 기호를 갖고 있다는 것이 수치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지금은 퇴색해버린 예전의 국가적 명성에 먹칠을 하는 것도 아니다.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어느 두루미와 여우의 경우처럼, 상대방을 곤혹하게 만들 것이 뻔한 줄 알면서도 개고기를 마치 자랑스러운 민속 음식인양 외국의 손님들에게 접대용으로 내놓는 결례를 우리가 언제 범한 적이 있는가?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단순한 음식문화의 한 부분을 마치 근절되지 않으면 안 될 부도덕한 행태처럼 취급하는 서구의 오만함 앞에서 그 불결의 현장으로 달려가 쓸고 닦고 소독할 채비를 다 갖추었다고 보고하는 우리들의 왜소함을 보는 것만 같아 참으로 씁쓸한 심정이었다. '한국내에서의 개고기 유통 금지'를 알리는 자그마한 단락기사 바로 옆에 오늘로 65세를 맞이한다는 프랑스의 60년대 미의 화신 브리짓드 바르도의 큼지막한 사진을 보면서, 어쩌면 그 미녀할머니에게 생일축하 인사와 더불어 그대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개고기를 입에 대지 않겠노라는 결의문이라도 써 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는 이국에서의 가을아침이다.

*이 글은 개인적으로 인터넷상의 다른 사이트에도 게재한 것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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