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모국어 살리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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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화일보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6,667회 작성일 01-04-20 06:16본문
유럽 `모국어 살리기` 비상
문화일보 2001-04-17 08면 (외신) 03판 뉴스 1715자
유럽이 영어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영어를 습득해야 하지만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영어때문에 모국어가 위축, 문화정체성이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영어사용에 대한 우려와 반발 속에 모국어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의 영어사용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럴까. 네덜란드·덴마크 등 북유럽의 대학은 이미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으며 사내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영어를 배우는 학년 연령은 점점 낮아져 스위스는 2003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실시한다. 최근 유럽연합(EU)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6%가 모국어가 아닌 영어가 제1언어라고 답했다.
이에 따른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최근 상표에 자국어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개정에 들어갔다. 독일의 한 극우파 의원은 독일어에 영어가 뒤섞인 어구가 늘어나자 이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벌금형에 처하는 과격한 법률을 준비중이다.
스위스에서는 초등학교 영어의무교육을 막기 위한 법적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다. 이에 앞서 자국어보호 전선의 선봉장인 프랑스는 이미 지난 10여년간 광고와 상표에서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을 포함한 여러 법률들을 차례로 마련해왔다.
EU차원의 유럽어 보존 노력도 진행중이다. 막대한 통역 비용에도 불구하고 회원국의 모국어를 모두 공식언어로 사용하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 현재 EU의 공식언어는 12개로 한 행사에만 통역사 55명이 필요한 수준이다. EU확대에 따라 회원국이 현재 15개국에서 27~28개국으로 늘어날 경우 통역과 비용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영어의 현실적 필요를 인정하더라도 문화의 총체인 각국 언어를 보존하는 것이 최후의 힘이라는 판단아래 EU는 앞으로도 모든 회원국언어를 공식언어로 하는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현미 기자〉
■미국, 외국어 첩보 `까막눈`
세계적인 영어공용화 현상에 미국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 냉전종식 이후 국가 안보에 필수적으로 떠오른 다양한 외국어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형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6일 급증하는 어학전문가 수요를 채우지 못해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려 있는 상황이며 특히 최근 아랍어와 한국어, 마케도니아어를 구사하는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쓰이면서 외국어를 배우려는 지원자를 찾기어렵지만 미국이 부닥쳐야 하는 외교·군사·안보 전선은 과거 소련 하나를 상대할 때보다 훨씬 다양해진 것이 문제. 테러 위협이 증가, 아랍어 등이 필수 언어로 부상했으며 구소련연방만 해도 러시아어 1개에서 무려 15개 공식언어가 필요하게 됐다.
지난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도 사전에 중요한 테러 정보를 입수했으나 사건 발생전 이를 해독할 아랍어 전문가를 구하지 못했다. 또 지난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 폭탄테러 역시 음모를 도청한 테이프를 확보하고도 도대체 무슨 언어인지 밝혀내는데만 한참 소동을 벌여야 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내 외교 부문의 반 가량은 필수적 외국어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부 각 부처가 예산을 이유로 외국어 전문가를 대거 줄이는 형편. 지난해 미국 대학 및 전문대 졸업자 가운데 외국어 전공은 8.2%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스페인어·프랑스어·독어를 공부, 실제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아랍어의 경우 9명에 그쳤다.한국어 전공도 극소수에 그쳤다.
〈정혜승 기자〉
문화일보 2001-04-17 08면 (외신) 03판 뉴스 1715자
유럽이 영어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영어를 습득해야 하지만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영어때문에 모국어가 위축, 문화정체성이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영어사용에 대한 우려와 반발 속에 모국어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의 영어사용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럴까. 네덜란드·덴마크 등 북유럽의 대학은 이미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으며 사내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영어를 배우는 학년 연령은 점점 낮아져 스위스는 2003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실시한다. 최근 유럽연합(EU)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6%가 모국어가 아닌 영어가 제1언어라고 답했다.
이에 따른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최근 상표에 자국어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개정에 들어갔다. 독일의 한 극우파 의원은 독일어에 영어가 뒤섞인 어구가 늘어나자 이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벌금형에 처하는 과격한 법률을 준비중이다.
스위스에서는 초등학교 영어의무교육을 막기 위한 법적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다. 이에 앞서 자국어보호 전선의 선봉장인 프랑스는 이미 지난 10여년간 광고와 상표에서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을 포함한 여러 법률들을 차례로 마련해왔다.
EU차원의 유럽어 보존 노력도 진행중이다. 막대한 통역 비용에도 불구하고 회원국의 모국어를 모두 공식언어로 사용하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 현재 EU의 공식언어는 12개로 한 행사에만 통역사 55명이 필요한 수준이다. EU확대에 따라 회원국이 현재 15개국에서 27~28개국으로 늘어날 경우 통역과 비용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영어의 현실적 필요를 인정하더라도 문화의 총체인 각국 언어를 보존하는 것이 최후의 힘이라는 판단아래 EU는 앞으로도 모든 회원국언어를 공식언어로 하는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현미 기자〉
■미국, 외국어 첩보 `까막눈`
세계적인 영어공용화 현상에 미국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 냉전종식 이후 국가 안보에 필수적으로 떠오른 다양한 외국어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형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6일 급증하는 어학전문가 수요를 채우지 못해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려 있는 상황이며 특히 최근 아랍어와 한국어, 마케도니아어를 구사하는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쓰이면서 외국어를 배우려는 지원자를 찾기어렵지만 미국이 부닥쳐야 하는 외교·군사·안보 전선은 과거 소련 하나를 상대할 때보다 훨씬 다양해진 것이 문제. 테러 위협이 증가, 아랍어 등이 필수 언어로 부상했으며 구소련연방만 해도 러시아어 1개에서 무려 15개 공식언어가 필요하게 됐다.
지난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도 사전에 중요한 테러 정보를 입수했으나 사건 발생전 이를 해독할 아랍어 전문가를 구하지 못했다. 또 지난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 폭탄테러 역시 음모를 도청한 테이프를 확보하고도 도대체 무슨 언어인지 밝혀내는데만 한참 소동을 벌여야 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내 외교 부문의 반 가량은 필수적 외국어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부 각 부처가 예산을 이유로 외국어 전문가를 대거 줄이는 형편. 지난해 미국 대학 및 전문대 졸업자 가운데 외국어 전공은 8.2%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스페인어·프랑스어·독어를 공부, 실제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아랍어의 경우 9명에 그쳤다.한국어 전공도 극소수에 그쳤다.
〈정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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