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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시소설 시선은 창밖에 내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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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대호이름으로 검색 조회 3,787회 작성일 02-01-15 11:27

본문

 


시선은 창밖에 내어두고

1.
시선은 창밖에 내어두고 잠들고 싶어 집과 집 사이 어디쯤 아무 집도 기웃거리지말고 그 어디쯤서 그냥 잠들라고 추운 나는 집에서 자야지만 살 없는 넌 밖에서 잘 수 있을테니 시선아 눈 감아야지 꼬리를 베고 잡든 강아지처럼 둥글게 감아야해

벗을 수 없고 벗고 싶다면 한꺼번에 둘을 입겠다고 나서는 묘수가 있다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또 반대로 갈아입는 짧은 순간을 노리는 방법이 있다 대신 제 자신이 낯설어지는 난처함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진정 벗고 싶고 진정 벗을 수 없음을 잘 안다면 그렇게 마구 입어버리는 게 유일한 수다

즐거운 놀이였다고 모두다 즐거운 놀이였다고 말하고 싶은 그러나 퇴로가 막혀 그렇게 말할 수 없어진 점점이 뿌려진 조그만 영혼들 이제 놀이를 아주 큰 놀이를 지어내야만 해 - 아니면 동상으로 푸르게 썩는 발 마른 나무껍질 같은 혀 점점 크게 벌어지는 빈 위장 어지러운 발자욱 찍으며 뛰는 눈동자들 - 놀이를 아주 큰 놀이를 지어내고 그건 놀이였다 라고 말해야 해

2.
계단을 내려오는 벌거벗은 여자는 허공에 뜬 수많은 손잡이들을 바라본다 외롭다는 감정은 얼마나 큰 어리석음인가 충분히 많은 쓰레기들이 내 곁에 있는데 웃음소리 그릇이 그릇에 혹은 이빨에 부딛히는 소리 이토록 많은 색깔들 제각각 다른 두께들 다시는 재현될 수 없는 제각각의 흔적들 내가 이미 내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꽉 채워진 흔적의 주머니인데 그릇을 기울여 허공을 부어줘 윤곽선 없는 세계 흐르지않는 음악 중력이 없는 공간을 모든 서랍을 모든 통을 쏟아줘 밤새 뒤져볼 산더미를 벌거벗고 포즈를 취했던 여자 단에서 내려와 쓸어낸 흙먼지에 코를 박는다

흰 종이의 기억력과 흰 종이의 상상력을 상대로 그대는 승산이 없는 대결을 벌이고 어디까지 끌고갈수 있느냐 만이 문제다 사정 후 산처럼 무겁게 그대를 누를 피로와 다리 사이로 하품하는 입을 벌릴 흰 살결 그녀의 불만족은 이미 정해져있다 퇴로는 막히고 동아줄은 끊어졌다 집들은 용암 속으로 형상은 추위도 없이 떠는 알콜중독자의 더듬거리는 목소리 벌써 쑥밭이 된 천국의 소식을 가지고 피난 내려오는 먼지를 쓴 재림예수 그대는 외톨이 흰 종이를 상대로 절대로 승산이 없는 싸움을 어디까지 끌고갈까

지붕마다 안테나 선인장 눈꽃 이 비 오고 추운 날 뭐하러 나와 꼼장어 굽는 아줌마에게 한마디 건네고는 큰 컵에 소주를 따르는 남자 한 푼이라도 벌려고 나왔지 달팽이처럼 들어가요 돌아 들어가요 안테나의 안테나 이름의 이름 혀를 단 언어 입안에서 단어가 덜거덕 거려 단어 안에서 입이 단어 안에서 단어가 - 살아나 이제 살아나도 괜챦아 전쟁은 끝났어 행진하지 않아도 돼 그럼 뭘 해 - 당신이 이렇게 복잡한 줄 몰랐어요 의심하게 되요 내 사랑 하얀 연기 살타는 냄새 세상은 나를 벗어났다 그래놓고도 나를 세상은 폭력적으로 삼켰다 내겐 계약의 권리도 통찰의 능력도 없다 무슨 수로 그를 석쇠에 올릴 것인가를 화두로 선하는 동안 석쇠 위에서 내가 탄다.

3.
내려가라 내 영혼 한 톨의 밀처럼 먼 산에 내리 꽂히는 번개와 명증한 이분법과 물건을 흉내내는 삶 화려한 비석들 튼튼한 어깨들 아래로 입을 굳게 다물고 투명한 살갗으로 가라앉아라 내 영혼 떠돌던 개념들과 뒤집어도 쏟아낼 수 없었던 어지러움이 무게를 얻어 아래로 흐르고 사유하던 소년은 춤추는 여자 춤추는 땀보다 더 끈끈하게 칼로 제 자신을 그어 살아있음을 보인후 빠르게 죽어간다

숨은 신 숨은 진리 없는 신 없는 진리 위대한 무당들은 왜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는 커녕 발설하지도 않았는가 남은 것은 혼란 뿐이 아닌가 질서정연한 세계와 세계 건너편에 있는 우리들의 혼란 벌써 몇대에 걸쳐 상속되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 뿐이다 심지어 이젠 우리 자신이 통채로 그 질문만으로 정의된다 오 어찌할 것인가 불을 켠 우리가 본 것은 어둠 뿐이었다 불을 끌까 다시 명증한 어둠에 들기 위해 불을 끌까 놔둬도 그냥 놔둬도 불은 제가 알아서 꺼지리라

마리아 기도해 우리 죄인을 위해 지금 그리고 우리 죽음의 시간에 의미로 손댈수 없이 무거운 질문 그리고 없는 혹은 의미없는 몇가지 대답들 여보 간식을 먹을 시간이야 계란과 감자를 삶고 소금도 가져와 일주일동안 간식만 먹고 살아야해 여보 마리아 우리 성가족 최후의 만찬 누굴 초대하지 안락한 감옥에서 쫓겨난 우리의 만찬 해방당한 우리를 위해 여보 마리아 죽음의 시간에도 같이 있어주는거지 없는 신 없는 진리 내려가라 내 영혼 그렇게 정의하라 감상에 젖지말고 없음에 위협당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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