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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설 소설:실종(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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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freiheit이름으로 검색 조회 4,431회 작성일 02-01-1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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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실종(마지막)
보스니아전의 갈등처럼 한국에서 경찰과 학생의 충돌이 정점에 달해 있을 때 지구의 반대편에선 라빈이 죽었다. 이스라엘 촐리가 한 시오니스트에 의해 암살당하고 말았다. 그의 죽음은 이스라엘의 또다른 갈등으로 확산될 지도 모른다. 그녀는 다시 이스라엘로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렇다면 그녀가 가야 할 곳은 이 땅에 너무 많았다. 팔레스타인 지역인 동 이스라엘에선 축제의 분위기로 즐거워하고 이스라엘 유태인 지역에서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마침내 골리앗이 한쪽 무릅을 꿇었다. 그리고 골리앗의 다른 한쪽 다리는 결코 꿇으려 하지 않은채 잘려 나갔다. 그러나 그 골리앗이 쓰러졌다고 믿는 사람은 한국에 더이상 없었다. 그들은 사실 여러차례 골리앗을 넘어뜨린 경험을 갖고 있었고 넘어진 골리앗은 늘 다른 골리앗을 잉태한 채 쓰러졌기 때문에 그들은 함정이라 믿었다. 이러한 그들의 불신은 오히려 분노로 표현되기도 했다.

오랜 기간동안 끈질기게 이어졌던 보스니아전도 막을 내렸다. 나토 가맹국의 대표들이 눈을 부라리며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은 휴전협정에 서명했다. 그녀는 다시 사라예보를 떠올렸다. 수 십만명의 사람들이 전쟁에서 죽었다. 그리고 수 백만이 그로인해 피해를 입었다. 그들은 다시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적의 아이를 낳은 자궁을 안고 그들은 그 아이를 위해 집을 지어야 한다. 사라예보가 서울의 모습을 갖기 위해선 또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하고 끊임없는 골리앗과의 싸움과 희생이 되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그녀는 종렬의 실종에 대한 의문과 한국의 해방 50년의 기사를 정리해야 했다. 그녀가 새롭게 기사를 쓸 보스니아로 가기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멜라니가 한국에서 가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알랙스가 남겨준 콘크리트 조각마저도 한국 땅에 놓고 떠나야 했다. 알랙스를 대신해 불의의 벽으로 던져줄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알랙스가 바라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알랙스와 종렬이라는 두 개의 이름으로 갈등해왔을 이 땅에서 멜라니는 그와 비슷한 갈등을 해야 했다. 지난 날 알랙스가 그녀에게 던진 말처럼 자신을 포장하기위한 글을 써왔던 것이 아니냐는 것을 돌이켜 봐야 했던 것이다.

- 나는 한번도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이 되어 보질 않았어요. 바그다드에서 그랬고 사라예보와 르완다에서도 그랬습니다. 나는 단지 소식을 전한 것 이외는 아무것도 아니었죠. 내가 지금껏 지녀온 생활이, 혹은 핍박과 압제 속에서 길들여진 사고라고 생각해 본 적은 더더욱 없습니다. 내가 중립을 유지한다며 전쟁을 보도한 것이 때로는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껏 내가 말하는 중립은 늘 내가 속해있는 한편에서만 존재했기 때문이지요. 선과 악은 있기 마련이지만 아따금씩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않을 것을 한국여행에서 느꼈습니다. 나는 오늘로 동생 찾는 일을 그만두고 보스니아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나는 지금까지 써왔던 전쟁의 기사가 아닌 새로운 기사를 쓰고 싶어요. 이제는 정의와, 그리고 정의가 싸우는 것을 배우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한 것이 글로 다시 나올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요...

이제 당신께 던질 질문은 없습니다. 동생도 더이상 찾지않을 겁니다. 그가 괴로워 숨었다면 언제고 당신이 두려워하며 한국으로 돌아온 것처럼 그도 다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지요.
아마 당신은 처음부터 내게 이 말을 하고 싶었을 테지요... -



멜라니는 본에게 마지막으로 메일을 보냈다.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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