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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북해 바다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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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베리지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7,445회 작성일 01-09-04 22:03

본문

내가 사실 낚시에 대해 글을 쓸 주제는 못된다. 나는 한국에서는 낚싯대라고는 잡아본 적이 없다. 또 다른 좋은 취미도 많은데 굳이 살생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정도가 나의 입장이었다. 

김 전도사님이 네덜란드 헤이그로 바다낚시를 가자고 했을 때도 나는 낚시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망망한 북해가 한번 보고 싶었다. 바이킹이 놀던 그 북해에 손한번 담가보는 것도 소원이라고나는 흔쾌히 그를 따라 나섰다.

쾰른에서 헤이그까지는 2시간반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 헤이그의 한 항구에 가면 항상 아침 8시면 고등어잡이를 떠나는 배들이 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대개 자리는 있다. 낚시도구나 낚시밥도 모두 빌릴 수 있다. 배삯은 약 30 마르크정도이다. 이 헤이그말고 보통 교민들이 물고기를 사거나 낚시하러 많이 가는 곳으론 벨기에의 오스트엔데가 있다.

배는 8시에 출발하지만 전도사님은 우리가 7시에는 배에 승선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이다. 선수,선미부근은 너무 높아서 낚시질하기가 불편하다. 배중간쯤이 가장 좋은 자리라고 한다. 그래서 쾰른에서는 새벽 4시에 출발했다. 새벽이라 고속도로는 드문드문 화물차를 빼고는 편도3차선의 마우토반 3번은 텅 비어 있었다. 우리는 줄창 신나게 달렸다. 네덜란드까지는 국경도시인 Arnheim표지를 보고 가면 된다. 네덜란드에 들어서면 이미 헤이그 표지가 나타난다. 단 헤이그의 이름은 덴 학(Den Haag)으로 표기된다.

네덜란드에 들어서면 도시와 도시가 다닥다닥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독일보다 모든것이 조금씩 낮아지고 좁아지고 작아진다. 고속도로엔 차도 많아 속도제한이 아니더라도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헤이그표지를 보고 고속도로 끝가지 가면 헤이그 시내다. 거기서 도로표지판을 잘 보면 쉐베닝겐(Scheveningen)이라고 써 있고 그 옆에 배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 배그림만 보고 계속 쫓아가면 항구가 나온다.

배는 40-50명정도의 낚시꾼들이 난간에 둘러설 정도의 크기 였다.우리는 7시에 승선했지만 이미 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좋은 자리는 선점하고 있었다. 8시가 되자 정확히 배는 출발했다. 그리고는 약 1시간반가량을 그렇게 계속 바다깊은곳으로 나아갔다. 학교에서는 북해에선 대구잡이가 유명하다고 배웠는데 그건 겨울철에 하는 거고 여름에는 보통 고등어를 잡는다. 이 고등어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부유한다. 그래서 레이다로 고등어를 추적해 그 뒤를 밟는다.

이 시간동안 사람들은 제각기 낚시도구를 추스리고 혹은 선실에서 따끈한 커피를 하면서 소일했다. 나는 초보자인지라 낚시도구를 매만지다보니 금세 시간이 갔다. 이윽고 배가 섰다. 지금 배밑에는 고등어떼들이 지나고 있다. 이 북해에는 어획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규제가 심하다고 한다. 특히 투망식 어획은 단속이 심하다. 단지 취미로 하는 낚시정도가 합법적으로 허용된다. 

배에서 투- 하고 한번 뱃고동을 울리자 일제히 낚시줄을 던졌다. 나도 멋모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던졌다. 그런데 던지고 나서 한 5초나 되었을까 갑자기 엄청난 힘이 낚시줄을 잡아당겼다. 릴을 감아올리는 것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겨우 감아올렸더니, 아 고등어가 한마리도 아니고 너댓마리가 대롱대롱 달려 퍼득이는 것이 아닌가. 

고등어가 등푸른 생선이란 것은 그때 알았다. 색깔도 고왔고 싱싱해서 전혀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회를 해먹어도 좋다고 한다. 이날 나는 약간의 멀미기를 느꼈지만 던지는 족족 최소한 네마리씩은 걸려올라오는 마당에 쉴 수가 없었다. 잡는데 혈안이 되서 피곤함이나 멀미를 느낄 시간도 없었다. 한마디로 체력전이었다. 고기가 얼마나 많길래! 옆구리에 꿰여서 올라오는 놈, 낚시줄에 감겨서 올라오는 놈들까지 있었다. 

물고기가 좀 드문해진다 싶으면 배가 뚜하고 고동을 울린다. 그리곤 다시 고등어를 쫓아간다. 그날 나는 오후 2시가 채 되기전에 가져온 아이스박스 두개를 다 채웠다. 아쉽지만 더 담을 그릇이 없었다. 나중에 대충 세어보니 200마리가 넘었다.

보통 2-3시면 만선이 된다고 한다. 고기가 안 잡힐 때는 더 오래 바다에 머물기도 한다. 우리배는 그날 2시에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온 박스를 다 채워버리고 귀항을 시작했다.

돌아갈 때는 고기를 정리하느라고 바쁘다. 나는 전도사님이 고기배를 째는 것을 보면서 문득 내게 살생의 맛을 가르치는 사람이 하필 전도사님이라니 하고 잠시 생경함을 느꼈다. 고기의 내장은 후벼내고 머리와 꼬리도 잘라 버린다. 바닷물을 퍼서 올려주기 때문에 그 물에 씻으면 된다. 이때 그 내장을 먹으려고 갈매기들이 새까맣게 몰려 왔다. 어찌나 많은지 그 새들이 싸는 똥 때문에 옷이 온통 똥으로 범벅이 되어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 

항구에서 내려서 우리는 노점에서 갖가지 생선 튀김으로 배를 채웠다. 가격도 저렴하고 오랜 만에 먹는 생선이라 맛이 기가 막혔다. 갈매기도 이 맛을 아는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잔뜩 경계하지 않으면 알면서도 부지불식간에 날랜 갈매기에 당하기 일쑤이다.

그날 이후로 가끔 퍼득거리던 고등어가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럴 때면 나는 전도사님과 북해낚시를 떠나곤 했다. 그런데 이후엔 행운의 첫 경험처럼 낚시가 잘 되지는 않았다. 물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여러번의 좌절을 겪고 알게 되었다. 한번은 북한동포돕기기금마련을 해보자고 김전사님과 나 그리고 한 축구인 감독님 셋이서 바다낚시를 하게 됐다.

그날 고기는 형편없이 잡았다. 그러나 그래도 나를 빼곤 전도사님과 감독님의 성적은 배에서 중상위쯤은 되었다. 이제와서 공개하지만 우리는 물고기 몇마리를 가지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해안에서 물고기를 듬뿍(?) 사서 독일에 돌아가 바자회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비록 이날 물고기는 적게 잡았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날이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감독님 때문이었다.

그는 리더십이 필요한 직업을 가진 분답게 여행의 맛을 살리는데 전문가였다. 나는 덕분에 아우토반에서 내내 뽕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하나하나 세심하게 여행준비를 해왔고 더구나 회를 전문적으로 뜰 줄 알았다. 우리가 잡은 물고기는 대부분이 고등어지만 개중에는 다른 물고기도 섞여 있다. 마침 전도사님이 물고기중에 배에서 제일 큰 가자미를 잡았다.

항구로 돌아가는 배에서 감독님이 회를 치기 시작했다. 그가 승선하면서 제일 먼저 실은 게 맥주 한박스였는데 그 맥주박스에 턱 앉아 아이스박스를 탁자로 만들더니 가지고 온 회 도구들을 착착 꺼냈다. 칼은 알겠는데 하얀 면수건은 어디에 쓰는것일까? 회를 치는데 물로 씻으면 고기맛이 달아나기 때문에 그 면수건으로 닦기만 한다고 한다. 나는 고기를 발라내는 감독님의 손끝에서 장인의 손길을 느꼈다. 

배에서는 한바탕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네덜란드의 낚시꾼들이 웅성웅성 모여들여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이미 회를 먹는 동양문화에 대해선 풍월로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감독님이 순서대로 차근차근 고기를 발라낼 때 나는 반응이 궁금해서 주위를 살폈다. 모두들 호기심에 눈을 빛내며 보고 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감독님의 솜씨에서 그들도 회치는 것이 분명한 나름의 법도를 가진 하나의 문화임을 깨닫는듯 했다. 나는 그들의 진지해진 표정을 보고 그렇게 믿었다.

회를 다 발라낸 다음 감독님은 초장과 김밥, 그리고 김치를 꺼냈다. 맥주박스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초장에 찍어 먹는 회맛이란! 더구나 북해에서! 일났다고 구경하는 서양사람들에게 우리는 작은 센세이션임이 분명했다. 우리는 넋놓고 쳐다보는 그들이 불쌍해 먹던 것을 조금씩 나누어 주었다. 모두들 맛있단다.

올 여름엔 북해에서 회만 먹는게 아니고 매운탕을 끌여보면 어떨까? 이제 고등어 바다낚시를 생각하면 제법 가슴이 뛴다.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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