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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Re: Rudy의 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271회 작성일 22-04-03 20:04

본문

데려올 때 막 2살이었던 루디의 이름은 이전 주인이 붙여준  것이었어요. 그 사람은 어린 딸의 천식 때문에 딸이 사는 전 여친 집에서 그 고양이를 데려왔는데 자기도 집을 자주 오래 비워 늘 고양이를 혼자 두다 보니 이게 아니다 싶어 새주인을 찾으러 이베이에 광고를 냈었습니다.  그리고 10살 된 남자아이가 고양이를 갖고 싶어 한다니까 선뜻 우리집에 무료로 양도했죠. 사료와 기타 물품을 몽땅 주기에 고마와서 사료값만이라도 건네었습니다.

루디는 우리집에 와선 바로 장롱 위로 뛰어 올라 온 집안을 조망하며 탐색전을 펴고, 어느 정도 적응이 끝난 후에는 현관 문만 열리면 밖으로 뛰어나가 바람을 쐬다 돌아오고, 기가 막히게 한국말과 독일말을 다 알아들어 내가 귀찮아 죽으면서도 셋째 아들이라고 부르며 키웠습니다.
대림시기가 되면 아이들이 매일 아침, Adventskalender의 창 하나를 열기 전에 초를 켜고 노래를 불렀는데 루디도 어느 틈에 곁에 와서 미야옹거리며 같이 노래를 불렀어요. 때문에 고양이용 Adventskalender를 안 구해 줄 수가 없었지요. 밖에 나갔다가 길을 헛갈려 옆 줄 계단으로 올라가 집을 못찾아 울던 일, 틈새로 옆집 지하실로 기어들어 갔다가 못나와 굶어 죽을뻔 한 일, 가출(?)하여 애태우게 하다가 나흘만에 거지 꼴이 되어 돌아온 일 등 그 사이 일일이 쓸 수 없는 수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14년을 같이 살던 녀석이 수명을 다하여 오늘 묻어주고 돌아왔습니다.

마지막에 쇠약해져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는 녀석을 안고 온집안 곳곳을 다니며, 그동안 즐겨 머무르던 장소와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새로 빨아 깨끗한 침구로 간 침대에 눕혀 옆에서 마지막까지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고양이는 처음 길렀기에 14년전 데려왔을 때 설래는 마음으로 유학일기에 '루디의 일기'를 올렸었습니다. 이제 루디를 보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허전한 마음에 왠지 여기에는 꼭 보고를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장소를 제공해 준 베를린리포트에 감사드립니다.
추천10

댓글목록

베를린의아침님의 댓글

베를린의아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로주점님, 고양이의 죽음에 관한 글을 읽다가 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죽음 앞에서 겸손해지고 겸허해지는 것은 왜일까요..
글 감사합니다.
여운이 많이 남네요..........

  • 추천 2

quck님의 댓글

quck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로주점님의 담담한 슬픔에 위로를 드리며 동시에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나두 이런 마음가짐이 되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 추천 1

rhein님의 댓글

rhei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얼마간 아니 오랫도록, 길에서나 어디서나 고양이를 보면 문득 생각이 나시겠지요.
특히 아이들 유년의 기억은 루디가 꼭 들어갈 것이고요
참 짠한 이야깁니다.

저도 3년쯤 전 쯤 강아지 식구와 작별을 했었기에 이해합니다.
몇 주 안 된 어린 것을 캥거루엄마처럼 티셔츠 속에 넣어 키웠었죠.
여긴 우박이, 그러니까 자잘한 얼음이 주변을 덮었었죠.
베를린은 어떻습니까?
가르텐 친구는 구하셨습니까 목로님?
질문이 많죠, 광고내셨던 것을 눈팅했던 터라.....

목로주점님의 댓글의 댓글

목로주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인님,  흐흐흐흐흐흐흑...

아직도 수퍼의 사료 코너를 지날 때면 가슴이 따끔거립니다. 힘들어서 그쪽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가르텐 친구는 금방 구했습니다. 아이가 셋인 주부이신데 토요일이면 온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텃밭에 물을 주고 갑니다. 그 집 작은 아들은 가르텐 한가운데 서있는 체리나무 등반을 좋아하여 가지치기 안하고 웃자라게 내벼려둔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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