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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독일에서 아이키우기 - 임신과 출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연금술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5,469회 작성일 20-07-28 00:56

본문

정말 오랜만에 베를린 리포트에 들렀네요. 유학생 때 많은 정보도 얻고, 필요한 물건도 이곳을 통해 구입하고 했었는데, 어느덧 독일 생활 15년차에 접어들었네요. 유학생 시절 도움 받았던 베리에, 저도 미약하나마 다른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가 경험한 아이키우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가 사는 주는 Rheinland-Pfalz라서 다른 주에 거주하시는 분들과 상황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독일은 워낙 지방자치가 강한 주니까요.

일단 제 소개를 간단히 드리면, 2005년부터 독일에 거주중인 40대 아줌마구요, 나이차가 좀 나는 아들 하나, 딸 하나 키우고 있습니다. 특수교육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럼, 제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독일에서 아이키우기 - 임신과 출산

임신테스트기에 줄이 두 개, 임신이었다. 임신소식을 들은 남편의 표정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단 기다렸던 임신이라 기쁘기도 했지만, 학기 중이라는 사실은 마음 한구석을 불안하게 했다.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확인을 하고, Mutterpass를 받고, Bluttest를 하고... Mutterpass엔 다음 검진일들 날짜가 출산예정일 직전까지 적혀서 나왔다. 산부인과 의사는 Hebamme를 알아보라며, 지역 헤바메 목록을 손에 들려줬다. 헤바메는 출산 후, 아이와 산모가 퇴원하면 집으로 와, 아이 씻기는 법, 모유수유에 대한 팁, 기저귀 가는 법 등을 알려주고, 초보 엄마들의 무한질문에 답해주는 전문 산파이다. Ausbildung를 마친 전문가들이니, 어리다고 못 미더워할 필요는 없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는 10주, 20주, 30주만 무료이고, 내가 더 보고싶으면 자가부담을 해야 한다고 했다. 기형아 검사는 30세가 넘는 산모들에게 권한다며, 관심 있는지 물어봤다. 수업시간에 확인한 정보, 기형유무를 안다고 해서, 임신 중 기형상태를 호전시킬 수는 없다, 그럼 남은 부모의 선택은 대부분 하나, 낙태... 검사 자체를 안하기로 했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 믿으며, 아이에게 좋은 기운을 보내주며, 태교를 잘하자 마음 먹으며. 검사가 100% 정확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배가 불러오고 학교수업을 들으러 가는게 힘들어 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장거리 통학하는 상황에서 교통사고에 대한 걱정도 돼고... 학교에 휴학을 의뢰했더니, 휴학은 무조건 의사의  Attest가 있어야 가능하단다. 그래서 산부인과 의사에게 얘기했다. 장거리 통학때문에 힘들어 휴학하고 싶다고, 그때가 임신 6개월을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여자 산부인과 의사는  "Schwangerschaft ist keine Krankheit!" (임신은 병이 아니야!)며, 나중에 애기 낳고 공부하기 힘드니 이번학기 얼른 끝내라며 아테스트를 써주지 않았다. 그때 받은 충격이란...
그래서 학교근처에 있던 Hausarzt를 찾아갔다. 나이드신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은, 임신때매 휴학하고 싶다고 하니, 바로 컴퓨터를 두드려 Attest를 써주셨다. "Alles Gute!"를 큰소리로 웃으며 말씀해 주시며...

휴학 후 집에서 쉬면서,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에 내 심리도 들쑥날쑥이었고, 장거리 연애와 주말부부로 가끔보던 남편과 매일 일상으로 부딪치며 부부싸움을 엄청나게 했다. 임산부를 서럽게 했던 남편은 지금도 가끔 나에게 바가지를 긁힌다.

독일 겨울날씨 때문에도 임신 막바지엔 참 힘들었던 것 같다. 출산이 다가올 때 쯤, 산부인과에서 이런저런 팜플렛과 아기용품 샘플들과 쿠폰들을 챙겨줬다. 임산부 요가 수업에서 만난 다른 임산부들은 Mueller나 Rossmann, Dm 같은 곳에 베이비클럽을 가입하면 받는 상품들 정보를 알려줬다. 요즘엔 앱으로 대부분 대체가 된것 같다. 출산선물과 많은 쿠폰들은 아이 키울때 요긴하게 쓰였다. 아이 용품도 하나, 둘 씩 사두고...

출산 두 달 전, 아이를 낳을 병원들을 들러봤다. 해산실을  Kreissaal이라고 하는데, 지역 병원에서 한 달에 한 번꼴로 예비부모들을 초대해서 병실 내부와 해산실을 보여줬다. 두 병원을 모두 가 본 후, 마음에 드는 병원에 들러 미리 Anmelden을 해뒀다. 출산 하고 바로 병원에서 아이의 Geburtsurkunde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필요한 서류도 미리 준비해놓았다.

출산 한 달 전, Klinikkoffer를 준비했다. 독일의 병원에서 환자복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여분의 편한 옷을 여러벌 준비 해 놓는 것이 좋다. 슬리퍼도 잊지 말고... 자연분만은 3일치, 제왕절개는 5일치 분이 적당하다.

출산 당일, 진통주기가 10분 미만일 때 병원으로 출발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병실을 배정해 주며 짐을 풀라고 했다. 미리 등록을 해 놓은터라 입원수속이 빨리 진행됐다. 그런데 아직 산도가 많이 안열렸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나 같은 경우엔 허리가 정말 끊어질 듯이 아프고,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는 말을 두 눈으로 경험하는 중이었다. 그때 나를 살릴건 헤바메의 'PDA 맞을래?' 라는 질문이었다. 이른바 무통주사. 산도가 10센치정도 열렸을 때 맞을 수 있는 주사, 그 전에도 그 후에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그 주사. 맞겠다고 했다. 정말 너무 힘들었다.

무통주사를 맞고나서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임산부들이 호흡법을 배우는 이유가 통증 때문이었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다. 산도가 더 열리고, 해산실로 이동했다. 해산실엔 짐볼, 그네, 욕조 등등 여러 해산용품들이 준비 되어 있었다. 임산부 요가와 출산 준비수업에서 배운 호흡과 이런저런 운동(?)으로 해산을 촉진해보려고 했다. 헤바메는 잘한다고 칭찬해 줬다. 진통이 더 심해지고, 해산의 기미가 보이자 의사가 들어왔다. 의사가 들어오고 얼마 돼지 않아, 드디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보라색으로 질린 조그만 내 아이는 추워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아이 발도장을 찍고, 몸무게를 재고 담요에 감싸 바로 내 가슴에 얹어줬다. 아이는 정말 따뜻했다. 초유를 먹으려고 오물대는 아이를 바라보며, 내가 엄마가 된 걸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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