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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유학생의 애환이 담긴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시소설] 이자의 알바 오디세이 5   

5. 역시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법

​늦여름이었는지 초가을이었는지 이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직 예과 일년일 때의 일이었을 것이다. 직업 중개소에서 얻은 일자리는 학교 구내식당의 잡일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학생일의 좋은 점은 뭘 하든지 간에 시급은 늘 10 마르크. 당시 버거집 시급이 5-6 마르크 정도 였으니까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더 좋은 시급을 받았던 건 케이터링에서 일할 때, 그 보다 더 많이 받았을 때 번역일을 했을 때인데 그 때는 줄당 20 마르크, 전부 다해서 300 마르크 정도를 한번의 번역으로 번 적이 있다. 물론 한/독 이나 독/한 번역은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중개소에서 받은 것 단 한번 뿐이었다.

​대학에 연계되어 있는 학생 직업 중개소는 두 곳이 있었는데 이자가 다니는 대학내에는 그런 곳이 없었고 공대에 속한 중개소에 등록을 할 수 있었다. 거기서 일자리를 받았지만 막상 일하는 곳은 공대도 이자의 학교도 아닌 제 3의 대학이었다. 그 대학은 조용하고 부유층이 사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서 이자의 기숙사하고는 거리가 좀 있었다. 중개소에서 소개장을 받아 새벽에 집을 나섰다. 6시 반까지 오라고 했지만 서둘러서 뭔가를 하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아 넉넉히 여유를 두고 집에서 나왔지만 막상 가 보니까 다니는 대학이 아니라서 그런지 (요즘은 실시간 앱으로 보며 길을 찾아가면 되지만) 학생중앙식당을 찾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당연히 새벽이라 마당히 물어 볼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어찌 식당에 다다랐을 때는 또 이른 시간이라 아예 건물의 문이 잠겨있었고 (물론 내부 사람들은 열쇠를 가지고 있었겠지만) 인터폰도 없고 약속시간이 가까워 지면서 어찔 할 바를 몰라 초초히 문 앞에 기다리던 터에 마침 지나가는 수위아저씨에게 부탁해서 다행히 정각에 사무실에 들어 갈 수가 있었다. 일층 (독일식) 에 있는 사무실에 올라갈 때 이자와는 반대로 가방을 매고 아래로 내려 가는 외국인이 몇명 있어서 좀 의아했지만 (그 이른 시간에 수업을 들으러 온 건 아닐거고, 식당은 11시 15분에 문을 여니까 밥을 먹으러 온 것도 아니고 해서, 그리고 그 건물에 아마 강의실은 없었을 것이다)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서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사무실에 가까워 지니 문이 열려 있어서 사람들의 말 소리가 들리는데 독일인과 억양이 있는 외국인들. 무슨 말인지 정확히는 안 들렸지만 짧은 대화가 오가고 외국인 학생 서넛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사무실안에 들어갔다. 문의 맞은 편에 걸린 벽시계를 보니 정각 6시 30분. 다행이다, 늦지 않았다. 사무실에는 아직 일하러 온 학생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두서넛 뻘주름이 서 있었다. 이자가 들어오는 모습을 본 담당자가 이자가 뭐라 하기도 전에 짜쯩이 섞힌 말투로 얘기를 꺼냈다. 그러니까 오늘 일할 사람은 이미 정원이 다 찼기 때문에 늦게 온 너희들은 그냥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벽시계를 가르키며 말했다, '계약한 대로 정시에 왔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 여기에 계약서가 있으니까 당신이 보십시오', 하며 계약서를 내밀었더니, 그제서야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하는 말이, 뭔가 행정상의 착오가 있어서 구인광소를 두 중개소에 동시에 냈다는 것과 원래 열명만이 필요한데 각 중개소에서 열명씩 모두 스무명이 일을 하러 오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선착순으로 이미 열명이 다 확보되었으니 당신들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옆에 서있던 다른 학생들은 가방을 고쳐매고 문을 향해 돌아섰지만, 이자는 고작 그런 소리 들으려고 그 새벽에 일어나 여기까지 온게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무엇보다 더욱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였기 때문에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구인광고를 잘못 낸 것은 당신들 책임이지 나하고는 전혀 무관한 일입니다, 스무명이 오든 서른명이 오든 그건 내 알바가 아닙니다. 게다가 나는 계약서에 적힌대로 정시에 왔습니다. 내 계약서에는 오늘과 내일 6시 30분 부터 14시 30분까지 일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당신들 쪽의 착오로 나와의 계약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 내가 일하든지 아니든지 상관없이 계약해약조항에 따라 나는 당신들로 부터 임금을 받아야 합니다. 당신은 내가 지금 이대로 돌아가서 중개소에 항의해서 그냥 임금을 받기를 바랍니까? 아니면 내가 여기서 일하기를 바랍니까?' 하고 언성을 높여 말했다. 담당자가 이자를 쳐다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그럼 하는 수 없으니까 일해달라고 하며 돌아가는 다른 학생들도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역시 학생식당의 주방이라 그런지 규모가 달랐다. 우리들이 하는 일은 그야말로 잡일로 야채를 씻고 썰고 그릇들을 닦고 주방을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양상추와 배추류를 씻고 잘라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 후로도 없었다. 씻고 자르고 청소하고 물소리와 함께 오전을 보내니 한 9시 쯤 되서 다같이 아침을 먹는다며 학생들도 다 같이 먹자고 아주머니들이 권해주었다. 아직 따뜻한 음식은 준비가 안 됐지만 빵이며 찬 음식들은 마음대로 먹어도 되다고 해서 매일 커피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하는 이자에게는 푸짐한 아침이 되었다. 같이 일하러 온 사람 중에 농대생이 한명 있었는데, 그 친구 말로는 농가에 2-3주 의무실습을 나가야 하는데 자신이 갔던 농가에서는 매일 아침에 빵을 먹을 때 한 사람당 5-6개씩 달걀을 먹더라며, 자신은 그 이후로 달걀은 먹지 않는다고 삶은 달걀을 먹고 있던 이자에게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이른 오후까지 그 날의 일을 하고 학생식당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같이 사무실에 있던 학생들이 덕분에 빈손으로 가지않고 일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이자에게 말했다. 실제로 일을 하지 않고 돌아갔더라도 제대로 임금을 받았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살면서 가끔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종종 있지만, 아마도 여러가지 이유로 외국인으로서 더 많이 그런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아직 한국에 살고 있던 시절에도 간접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많이 보고 들었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 더 많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모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부당하다' 라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가 있지만 외국어로 그만큼 조리있게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이 더욱더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주저없이 받아치지 못하는 것.....이런 좌절감은 아마 이자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이 한번 쯤 느껴보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사소한 일까지 목숨을 걸며 큰 목소리를 낼 필요도 그래서 분개할 필요도 없다, 왜냐면 내 인생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이 바쁜 세상에 쓸데없는 것에까지 에너지 낭비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당당하게 나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그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또한 외국 생활을 지혜롭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소한 것인지 아닌지는 개인적인 문제이므로 본인이 큰 일이라고 생각이 들면 그런거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쌓여 마음과 정신을 힘들게 하지 않도록 모두가 스스로의 방법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도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9-06-12 (수) 21:23 7개월전
"나는 계약서에 적힌대로 정시에 왔습니다. 내 계약서에는 오늘과 내일 6시 30분 부터 14시 30분까지 일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당신들 쪽의 착오로 나와의 계약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 내가 일하든지 아니든지 상관없이 계약해약조항에 따라 나는 당신들로 부터 임금을 받아야 합니다. 당신은 내가 지금 이대로 돌아가서 중개소에 항의해서 그냥 임금을 받기를 바랍니까? 아니면 내가 여기서 일하기를 바랍니까?' 하고 언성을 높여 말했다. 담당자가 이자를 쳐다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그럼 하는 수 없으니까 일해달라고 하며 돌아가는 다른 학생들도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이자님,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당당하게 따지셔서 자신의 권리와 다른이들까지 덕을 보게 하신 이 부분에서 저는 탄복하며 내 일인양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참으로 장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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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Hz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9-06-18 (화) 01:15 6개월전
안녕하세요 나도향님, 매번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일이 매번 있는거는 아니고요, 보통은 넋 놓고 있죠 ㅎ 하지만 살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말해야 될 때 말해야 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 또 그럴 줄도 알아야 한다는걸 배웠어요. 비슷한 일이 여러번 있었죠. 하지만 꼭 그럴 때와 그냥 넘어가야 할 때도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고요. 아무리 오래되어도 (사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지만) 늘 배울께 새록새록 하네요.
날도 더운데 건강하게 잘지내시고요, 여름휴가도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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