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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이 고치러 갔다가 어이 상실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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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루자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3건 조회 6,422회 작성일 18-09-14 00:21

본문

베를린리포트를 통해 한국인 교정전문의를 찾는다는 내 게시물을 보고, 한 회원이 본인을 XXX(관리자x처리함/괗호안관리자주)에서 근무하는 XX(괸라자x처리함)전문의라고 소개하며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쪽지를 보냈다. 반가운 마음에 그간 진료 받으며 찍은 엑스레이 촬영분을 포함한 모든 기록을 보낸 후 독일에 도착하면 연락하겠노라 했다. 그런데, 병원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름이라 간단한 약력을 요구했더니, 몇 주간 답장이 없었다. 그게 그렇게 실례되는 질문인가 하여 답장이 없어 궁금하다는 메일을 보냈더니, 원장의 휴가를 핑계로 댄다. (나는 원장의 약력을 요구한 게 아닌데…심지어 원장님의 약력은 홈페이지에 소상히 올라와 있잖는가.) 그러면서 본인은 전문의 수련을 마치고 재작년부터 해당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고 했다. 한 번의 크게 잘못된 치료로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병원도 옮겼던 터라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한국에서 진료를 담당했던 원장님이 “교정전문의라면, 누구나 마무리 할 수 있을 단계”라 했으니, 임상경험이 별로 없다 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 했다. 그런데, 정작 독일에 도착하여 예약을 잡아달라는 메일에 회신이 없었다. 너무 쉽게 일이 풀린다 생각이 들 때는 의심을 한번쯤 해봐야 한다. 나는 그녀가 그 병원에 실제로 근무하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고, 직접 방문하여 예약을 잡기로 하고 병원을 찾았다.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간단한 상담과 함께 진료 예약을 잡고 기분 좋게 돌아왔다. 직장이 없어 사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다, 주변에서 독일의 의료비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 놓아 적잖이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 두려움을 말끔하게 씻어주었기 때문이었다. 1. 같은 동포이기에 무료로 치료해주고 싶고, 원장님 몰래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2. 혹시 치료 결과에 만족스럽지 못할 때 진료 차트가 있어야 확인이 가능하므로, 차트 작성을 해야 한다. 3. 그 대신 원장님이 안 계실 때만 방문하여 본인과 1:1로 진료를 받으면, 차트 기록을 누락시키는 등의 편법으로 진료비를 부담이 되지 않도록 줄여 주겠다. “무료로 해줄 수도 있지만”이라고 말할 때 이미 그녀의 말이 허황되다고 느꼈지만, 이 쪽에서 거듭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알고 싶으니 먼저 대략적인 견적을 알려달라”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스스로 편법을 언급해 가며 진료비는 걱정 말라고 하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횡재를 한 기분도 들고 안심이 되더라. 그러면서, 치료는 빠를수록 좋으니 당일에 치아 본을 뜨고 가라는 그녀. 솔직히 이 때는 슬쩍 겁이 났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가고, 예약을 잡고 다시 오겠다고 했더니, “원장님 없는 날”로 예약을 잡아 주었다.

예약 당일, 곧바로 진료실에 눕히더니 치아 본부터 뜨자고 한다. 시키는 대로 했다. 치아 본을 다 뜬 후에 한국에서 연결한 후 수개월이 지나 느슨해진 엘라스틱을 모두 제거하더니, 새로운 엘라스틱으로 갈아 주었다. 치아에 조금 무리한 힘이 가해지는 느낌이었지만, 그녀는 "발치 공간이 이미 많이 닫혀서, 치아가 무리하게 당겨져서 누울 염려가 전혀 없다"고 하였다. 엘라스틱을 갈아 끼운 후에야 그녀가 나에게 엑스레이 촬영 사진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올해 초에 촬영한 거라 너무 오래 되었다고 하니, 그래도 상관이 없단다. “8개월이나 지났는데도요?” 했더니, 상관 없단다. 그 즉시 먼저 치료를 받았던 치과에서 받은 메일을 확인했는데, 불행히도 올해 초가 아니라, 치아 교정 초창기에 촬영한(그러므로, 2년이 지난) 사진 밖에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새로 촬영을 해야겠다고 했다. (이후 그녀는 내가 원치 않았는데, 본인이 우겨서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고 반대로 주장했다) 촬영 결과가 바로 나오는지 진료실에서 대기하라고 하더니, 금세 들어와 한다는 말이, 사람을 된통 겁을 준다. “이래서 엑스레이 촬영을 하는 건데, 내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네요.”로 시작한 그녀의 말에 나는 오지게 겁을 먹고 너무 심란해서 그날 밤을 홀랑 지새다시피 했다. 그녀는 “교정 치료를 여기서 중단해야 할 상태”라며, “치근흡수가 너무 심해서 새로 갈아 끼운 엘라스틱도 당장 제거해야 한다”며 그렇게 했다. 특히, “왼쪽 송곳니는 계속해서 교정을 하면 치아가 점점 작아져서 없어질 수도 있다(거의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이렇게 말을 했다)”고 했다. 맙소사. 치아가 그렇게 빨리 닳아 없어진단 말인가! 고작 3~4개월이면 교합을 맞추고 치료가 끝날 것이라 말했던 그녀가, ‘치아가 없어질 심각한 위기라서 치료를 계속 할 수 없다’고 하다니. 그녀는 본인이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상으로는 알 수 없으니, 일반병원 전문의를 찾아가 정밀 촬영을 하고 본인 말이 틀린지 한번 물어보라고 했다.

이튿날, 밤을 홀랑 지샌 후 일전에 뒤셀에 사는 지인이 소개한 치과 병원을 예약한 후 방문했다. 그녀의 말을 그대로 전한 후(이 때까지도 나는 다 죽어가는 얼굴로, 상당히 심각해 있었다) 정밀 촬영을 의뢰했더니, 내가 의뢰한 사진 말고도 광범위한 치아 사진 2장을 더 촬영해서 꼼꼼히 보시겠다고. 판독 결과. 그녀가 매우 심각해서 잃을 수도 있다고 말한 치아의 치근이 깨끗하단다. 그러므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잇몸퇴축이 좀 있으나, 칫솔질 습관 등에 의한 것으로 앞으로 관리를 각별히 잘해준다면 그 역시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며, 교정 치료를 이어서 받는 데에 심각할 정도의 지장이 없지만, 우려된다면 천천히…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하신다. 휴. 정말이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것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이전에 치료를 받았던 병원 원장님께도 소견을 물었다. 역시 대동소이한 답변. 교정전문의는 아니지만 지인 중에 있는 치과 의사에게도 물었다. 교정 마무리 단계이고, 치료를 급속으로 험하게 진행하지만 않는다면 치아를 잃는 등의 문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 이제 그녀를 안심(!)시키는 일만 남은 것이다.

원장님 없을 때만 오라는 그녀가 있는 병원을 찾았다. 목이 타서 마실 물을 좀 달라고 하니, 잔뜩 찌푸린 직원이 옆에 생수 페트병을 두고 세면대 수도꼭지를 열어 물을 받아다 줬다. 다시 세면대에 갖다가 물을 붓고 나서, 그녀에게 직원이 뭣때문인지 나에게 화가 난 것 같다고 하니, 내가 퇴근 시간 임박해서 와서 그렇단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와서도 30분을 기다렸는데, 퇴근 시간 임박했다고 나에게 화가 났다니… 그녀가 덧붙인다. “생수는 직원들 마시라고 사다 놓은 거지, 아무개씨 마시라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독일 사람들은 다들 아무렇지 않게 수돗물 마셔요.” 거기에다 대고, 직원이나 당신은 독일사람이 아니라서 생수를 마시고,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이니 세면대에서 받은 수돗물도 감사히 마셔라…?
아, 됐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정밀 촬영 해보고 소견 들어보라고 해서 듣고 왔고, 답변은 이렇다고 하니, 대뜸 이렇게 말한다. “그 사진을 그 쪽 병원에서 우리병원 메일로 보내라고 하세요”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왜냐고 물으니, 여전히 납득하지 못할 말만 늘어 놓는다. 그러면서 어느 병원, 어떤 의사에게 가서 찍었냐느니 엄한 질문을 늘어 놓는다. “그 의사가 이대로 교정치료를 해도 그 이빨을 잃지 않는다는 소견에 싸인해준대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00선생님 같으면 해주겠어요? 당신이 사진을 찍고 전문가 소견을 들어오라고 해서 그렇게 한 건데, 뭐가 잘못 됐죠?” 그랬더니, 말한다. “저는 싸인 안 하죠. 그럼, 그 선생님이 책임 못 진다는 거네요.” 그래서 본론은, 이전에 말했던 편법은 없던 걸로 하고, 진료 차트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적어야 하는 거란다. 아하! 편법 이야기는 영업용 미끼였고, 결론은 그거구나…싶었다. 그게 다가 아니다. 치료를 마무리 하고 본인이 말한 대로 치아 상태가 악화되어도 병원 책임이 없다는 각서에 내 싸인을 해야 진료를 하겠단다. 머리를 둔기로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렇게 자신 없으면 그냥 다른 병원에 가서 나머지 치료를 받을 테니, 우리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옳거니 하고 알았단다. 치아 본 뜨는 작업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길래 할 필요 없다고 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첫날부터 본부터 뜨자고 하고 멀쩡하게 붙여 놨던 엘라스틱을 제거해서 그 사이에 닫혔던 발치 공간이 벌어지게 만들고, 다른 전문의 소견 들어보라길래 물어서 전달했더니, 본인 의견과 다르다며 각서에 싸인을 하라니. 이건 뭔가 진료의 순서가 바뀐 것이 아니냐고 했다. 그랬더니, 그건 본인도 잘못했다고 인정한단다. 그러면서 엑스레이 촬영과 본인 진료비만 청구하겠다고 한다. 사실 그조차 내기 아까웠지만, 알았다고 하면서…생각을 좀 정리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이제는 원장이 진료하는 날을 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그녀가 아니라 원장님에게 직접 진료를 받으면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그래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된다고 했다. 혹시라도 원장이 본인에게 왜 치아 모형을 뜬 비용은 청구하지 않았냐고 물으면, 이렇게 됐다고 사정을 이야기 하고 안 되면 본인 사비로 충당하든가 괜찮다고 하면 그냥 처리하겠다고 했다. 내가 정작 궁금했던 이야기를 본인 입으로 말해주니, 그 또한 다행이었다.

돌아오면서 내내 생각하고, 내 담당의였던 한국의 선생님께도 다시금 메일을 보내 확인하고, 한인 교정전문의를 찾아 헤맬 때 인연이 된 독일에서 근무하는 선생님과 우연히 SNS를 통해 연락이 닿아 조언도 들었다. 공통된 의견은 다른 병원에서 소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이었다. 늦도록 고민을 거듭하다가, 말이라도 통하는 한인 의사가 있는 곳이 낫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메일을 보냈다. 계속 진료를 부탁한다고. 여러 병원에 가서 소견 듣고 견적 비교를 할 시간도 넉넉하지 않으니, 목요일(오늘)까지 받기로 한 견적서를 보내주면 지인을 통해 견적서를 검토해보겠다고. 부디 잘 부탁한다고 말이다. 그녀에게 회신이 왔다. 견적서 작성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신뢰를 바탕으로 치아의 건강을 꼼꼼히 살피고 질 높은 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본인 소속 병원 취지와 나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다른 병원 찾아 진료 잘 받으라고. 빌어먹을, 그런 취지에 잘 맞는 양반이 원장 몰래 편법으로 진료비 깎아주겠다고 미끼를 던져 환자를 낚나?

초지일관, 정말 황당한 양반이라… 진료를 거부한 셈이니, 진료비를 내지 않아도 되겠냐고 확인을 해달라고 했더니, 답변이 없다. 메일에 회신도 없고, 병원으로 전화해도 일부러 받지 않고 자동응답기만 돌아간다. 이러다 어느날 집으로 우편 영수증이 청구되겠구나 싶어, 병원으로 찾아갔다.
오후 4시. 예약 없이 찾아왔다고, 병원 끝나는 시간은 6시니까, 기다리려면 기다리란다. 어디, 편법으로 환자 받아 본인 이익(그게 레퍼런스든 뭐든 말이다) 챙기려다 어려운 케이스라 잘못 건드리면 손해날 것 같으니 온갖 억지와 핑계로 거부했다는 사실을 원장 앞에서도 할 수 있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기다렸다. “원장님께 내가 다 말씀 드려서 알아요.” 하더니, 마지막 환자가 물러갔는데도 20분 가까이 원장과 속닥거리며 사람을 부르지 않는다. 밑밥을 철저히 깔아 놓는구나 싶었다. 그 와중에, 일전에 세면대 수돗물을 받아다 줬던 직원은 대기실에 사람이 있건 말건 실내 등을 다 끈다. 화가 나서 나갔더니, 그제야 그녀가 이죽거리며 “원장님이 보쟤요, 들어오세요.” 한다.

화가 나고 긴장이 되면 한국말도 제대로 생각이 안 나는데, 영어로 이야기 하려니 버벅거린다. 번역기 앱에 미리 독어로 번역하여 저장했던, 그녀와의 진료 외 대화 내용을 보여줬더니, 번역기 돌린 번역이 그렇잖나…본인은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들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 놓는다. 우리가 엑스레이를 찍었고, 위험 부담 소견을 이야기 했고, 그런데 네가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했고…블라블라…반복적으로 같은 이야기만 한다. 그게 포인트가 아니라, 당신의 직원이 나에게 편법 진료비를 미끼로 무턱대고 치아 본부터 뜨고 나서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상관 없다는 각서에 사인을 하라는 등의 협박에도 물러나지 않으니, 병원의 아름답고 거지같은 취지 들먹이며 진료를 거부했다고! 덕분에 나는 애먼 치아를 잃는다는 겁박을 받아 덜덜 떨며 여기저기 미친년처럼 돌아다니며 진료를 받고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본인이 그토록 요구하던 다른 이의 소견을 가지고 오니, 개무시하고 그럼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가서 진료 받으라니.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냐고. 하고 싶었지만, 말이 다 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 무서운 여자가 “내가 언제 치아 본 뜬 비용은 청구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하며 사람을 약올리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리발을 내민다. 정말 내가 혼자 들었다면, 순식간에 말귀 못 알아듣는 병신 될 상황이다. 그 모든 대화를 잠자코 남편이 죄다 들었다. 남편이 나섰다. “분명히 그렇게 말했잖아요. 문제 생기면 본인 사비로 낸다고까지 하면서.” 그랬더니, 어이 없다는 듯 실실 쪼개며, “제가 왜요?” 이런다. 사람 정말 환장하고 돌아버리게 만드는 비아냥거리는 표정과 그 미소. 꿈에 나올까 무서웠다. 심지어 엑스레이와 본인 진료비만 포스트잇에 적어주며 그 비용만 청구하는데, 직원이 퇴근해서 영수증 출력은 못한다고까지 했었다. 그랬더니, 본인은 그런 사실이 없단다. 맙소사. 원장 없는 날에만 골라서 예약 잡고 오면 편법으로 진료비 삭감해주겠다고 꼬였잖느냐 했더니, 오히려 환장하겠다는 표정을 하고 눈을 부릅뜨며, “제가요???” 한다. 제가요,라니…ㅠㅠ 난 정말 귀신과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남편이 “당신이 그랬잖아. 나도 같이 들었는데, 오리발이야” 하니, 어이 없다는 듯 원장을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하며 가소로운 웃음을 흘린다. 원장은 자기 스튜디오에서 큰소리들 내지 말라며 거듭 경고하고, 정작 당사자는 오리발 내밀며 사람 잡지…정말 천인공노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설 수는 없었다. 제대로 따지기 위해 다른 날에 당신과 독어로 대화할 수 있는 통역사를 대동하여 다시 올 테니 예약을 잡아달라 했더니, 10월 9일에나 오란다. ㅎㅎ…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다른 날 다시 만난다 해도 스토리가 변할 리 없고, 논쟁은 끝이 없으리라는 것을. 원장이 제대로 판단을 내렸다. 엑스레이 촬영비와 진료비만 내고 가도 좋단다. 나는 그 비용조차도 아까워 내지 않으려 했다고 했더니, 그녀가 싱글싱글 이죽거리며 말한다. “싫으면 본 뜬 비용까지 다 내시던가요.” 나는 그 얼굴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고, 그 때마다 울분을 되새기게 될 것만 같다.

카운터로 옮겨간 그녀는 여전히 이죽거리고 온갖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 내가 말했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이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올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거짓말을 일삼으며 사람 기만하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말한다. “내가 이런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요. ‘동정심과 애국심’에 은혜를 베풀려고 했더니,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모시네요.”

동정심과 애국심

세상에…

두 번 애국심 품었다가는 나라를 말아먹겠다.

동정심? 그 말에 잠시 넋이 나갔다. 갑자기 사람이 참 비루해지는 거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참…인간도 안 된 것이, 어디서 오래 유학하여 언어 좀 된다고 폼 재며, 실력도 안 되는 것이 의사질을 하고 있나. 그저, 상대를 하면 내가 더 초라해지는 것을. 너무 오래 상대했다.

“계산이나 빨리 해주시죠. 난 여기서 한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으니.” 했더니, “저도 마찬가지네요. 제발 여기서 빨리 나가주시면 좋겠네요.” 한다. 남편은 얼굴이 창백하다. 내가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어도 어지간해서는 나서지 않는 양반이 보다 못해서 몇 마디 항의하다가, 일찌감치 그냥 포기한 분위기다. “적당히 하시고, 그…얼른 영수증이나 주세요.” 한다. 영수증을 받았더니, 금액을 몇십 센트 올려 놓았다. 저도 사람이면, 양심이 있으면, 긴장도 되겠지. 다시 수정해서 주겠다고 한다. 이제는 도저히 당신 입에서 나온 말은 못 믿겠으니, 이걸로 모든 계산을 끝냈다는 서명도 해달라고 했더니, 원장에게 말해서 우편물로 보낸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쓸데없는 일! 수정한 영수증에 도장도 찍느냐고 묻는다. 당연히 찍어야지, 했더니, 도장을 못 찾겠으니 직원 있을 때 다시 오란다. 끝까지 장난질이다. 내가 말했다. “당신이 이런 양반인 줄 알았으면, 이야기 할 때마다 녹취를 했어야 할 걸 그랬어요.” 했더니, “녹취? 하세요!” 한다.

했다. 녹취를. 내가 한번 당하지, 두번 당할까…

피가 끓는 저녁이었다.

한국인은 외국에 나가면 제일 조심해야 할 게 동포라더니, 이런 양반들이 물을 흐려 그런가보다.

동정심과 애국심?

한동안 새삼스러운 이 두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헛웃음이 날 것 같다.
추천10

댓글목록

허허님의 댓글

허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루자머님이 원했던것은 원활한 의사소통과 저렴한 가격이었던 거죠?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편법을 통해 뭔가를 얻고자 할때 사기꾼, 또는 장사치들이 붙게 마련입니다.
고생하셨네요... 그리고 독일에서 한국의사 고집하지 마세요. 독일 의사들도 영어 잘하고 실력 좋답니다. ^^

그루자머님의 댓글의 댓글

그루자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요. 호되게 데이고 나서 좋은 교훈 얻었습니다. 편법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과잉 진료 및 비용을 뒤집어 쓸 일을 피하려 했던 것인데, 미끼를 덥썩 물었다가 화를 당한 꼴이에요.

영어를 제가 잘해야 하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병원 진료라, 두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 위의 사건 당일, 독일인이 운영하는 병원에 상담 termin을 잡고 오긴 했어요.

고맙습니다. ^^

uiccg님의 댓글

uiccg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우 제가 아는 한인치과의사랑 인품이 비슷해서 같은사람인지 의심하게 될 정도네요.. 하지만 전 뒤셀이 아니라 칼스루에였는제.. 저도 그때 첫진료부터 겁주고 치료를 너무 서두르는게 의심이가서 담날 다른 의사한테 갔더니 오진이라고.. 누가 그딴소리 했냐고 궁금한지 이름까지 물어보더라구요 ㅋㅋㅋ  진짜 그 한인의사 말 들었으면 바로 발치할뻔했습니다 -.-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나중에 얘기했더니 (친분이 있는 의사였음) 실수한사람이 오히려 뻔뻔하덥디다. 이런사람은 그냥 상종을 안하는게 정답임.. 그런식으로 환자들 치료할까봐 겁나네요. 진짜 의사는 진짜 똑똑해야 되는거 같아요 오진으로 사람인생망칠수도 있으니..

그루자머님의 댓글의 댓글

그루자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맙소사. ㅠㅠ 맞아요! 선무당이 사람 잡지요. 저도 이미 한국에서 크게 한번 당하고 난 후라 더욱 조심한다는 게 어이없이 이렇게 되었어요. 그 의사는 교정전문의면서 본인이 직접 발치까지 다 했는데, 치아 뿌리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교정을 진행하는 바람에, 뿌리 때문에 이동할 공간이 없는 치아를 억지로 당겨서 옆으로 다 누워버렸었죠. 아무리 봐도 입술 한 쪽이 자꾸만 아래로 처지는 것 같다고 하니, "환자분이 본래 그렇게 생기신 건데, 치료에 이상 있는 것처럼 말해서, 나를 실력도 없는 의사 취급한다."고 되려 성을 냈죠. ㅎㅎ...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눈치 채긴 했는데, 의사 성질 건드리면 오히려 성의 없이 치료할까봐 꾹 참은 게 거의 2년이었습니다. ㅠㅠ 턱이 누가 봐도 너무나 분명히 틀어졌던 거죠. 그제서야 다른 전문의를 찾아 물어보니, 잔존치근이 있어 치아가 밖으로 뻗고 넘어지고 난리가 났다고... 턱만 비뚤어지면 다행이지, 이대로 교정을 마무리하면 교합도 못 맞추고 돈은 돈대로 버리고 평생 고생할 뻔했다고요. 그래서 이번엔 뭔가 말이라도 통하고, 불만이나 이상한 점이 있을 때 바로 소통하며 호흡이 맞는 의사를 찾으려고 애썼어요. 결과가 참담하지만, 이제라도 실력 있는 분을 만나 치료를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ADJIN님의 댓글

ADJI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국이나 독일이나 의사 정도 되면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해요. 그래서 꼭 한국 의사를 찾아 가지 않더라도 저는 독일 치과에서 정말 만족 스럽게 진료를 잘 받고 있습니다. 가격도 베를린 리포트에 다른분들 말씀 하시는 것 보다 저렴하게 해주고 보험사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 해줘서 너무 만족해요. 치과만 하는게 아니라 키퍼도 같이해서 3d스캐너도나 엑스레이 장비도 엄청 장비 좋은거도 있고 공보험 적용 하니 전부다 무료입니다. 비용도 이 드는 치료전에는 재차 확인을 하고 오해가 생기면 않되기 때문에 문서로 원한다면 다 써줄수도 있다고 하구요.
글쓰신 분이 일단 사보험이시기 때문에 아무래도 보험의 사각지대에 있고 언어적인 두려움 때문에 이런 안좋은 일에 휘말리신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일단 글쓰신분께서 손해가 발생하셨고, 이건 단순 거짓말과 진실 공방을 떠나서 명확한 불법적인 의료행위일수도 있고 전문가로서 고객의 이빨  상태를 확인 하지못한 실수죠. 수술대에서 배 열어보고 어 이거 내가 못고쳐 하고 다시 봉합 한거랑 같은거 같아요.

그루자머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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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제가 납득 못하겠다고 주장한 이유가 바로 그렇습니다. 엑스레이 촬영분을 가지고 있으면, 따로 촬영 안 해도 된다면서 8개월이 지난 올 초에 촬영한 것도 관계 없다고 하더니, 무턱대고 치아 본부터 뜨고, 발치 공간 좁히기 위해 연결했던 엘라스틱을 멋대로 제거하더니, 위와 같은 협박을 하면서 그냥 돌려 보냈습니다. 3주 뒤에 다시 보자면서요. ㅎㅎ... 그동안 공간이 열리는지 그대로 있는지 경과도 확인할 겸...이라고 했는데, 아직 미처 닫히지 않은 공간이 하루 만에 조금 벌어졌더군요. 그래서 가져오라던 일반병원 엑스레이 촬영 사진을 들고 다시 갔더니, 저 따위로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작정한 듯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지요. 사건(?) 발생 전날에는 그래서 본인의 실수를 인정한다며 엑스레이 촬영분만 비용 처리하겠다고 하더니, 출장 갔던 원장이 돌아오니 하루 만에 입장이 바뀌어, 싱글벙글 포커페이스를 하고 오리발을 내미는데,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ㅠㅠ

평생쟁이님의 댓글

평생쟁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고생 하셨습니다.. 위로의 말씀을... 독일도 좋은 의사는 따로 있습니다. 동료나 지인을 통해 의사 추천 받는거는 어떠신지요.  동네 독일 의사 찾아갔다가 한번 당했다는.. 괜찮은 의사는 입소문으로 나서 사람이 항상 많더라구요.  그 이상한 한인 의사와 더이상 안얽혔으면 좋겠네요.

그루자머님의 댓글의 댓글

그루자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날 저 병원 원장이 출장 다녀와서 2주 만에 병원에 복귀했다는데, 대기실에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 몇 팀이 동시에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아마 처음부터 원장에게 진료를 받고, 소통에 어려움이 발생할 때 그녀의 도움을 받는 식으로 진료를 의뢰했다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는 않았겠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일이고, 이제는 더 이상 얽힐 일이 없겠지요. 따뜻한 위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ADJIN님의 댓글

ADJI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국이나 독일이나 의사 정도 되면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해요. 그래서 꼭 한국 의사를 찾아 가지 않더라도 저는 독일 치과에서 정말 만족 스럽게 진료를 잘 받고 있습니다. 가격도 베를린 리포트에 다른분들 말씀 하시는 것 보다 저렴하게 해주고 보험사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 해줘서 너무 만족해요. 치과만 하는게 아니라 키퍼도 같이해서 3d스캐너도나 엑스레이 장비도 엄청 장비 좋은거도 있고 공보험 적용 하니 전부다 무료입니다. 비용도 이 드는 치료전에는 재차 확인을 하고 오해가 생기면 않되기 때문에 문서로 원한다면 다 써줄수도 있다고 하구요.
글쓰신 분이 일단 사보험이시기 때문에 아무래도 보험의 사각지대에 있고 언어적인 두려움 때문에 이런 안좋은 일에 휘말리신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일단 글쓰신분께서 손해가 발생하셨고, 이건 단순 거짓말과 진실 공방을 떠나서 명확한 불법적인 의료행위일수도 있고 전문가로서 고객의 이빨  상태를 확인 하지못한 실수죠. 수술대에서 배 열어보고 어 이거 내가 못고쳐 하고 다시 봉합 한거랑 같은거 같아요. 독일에서는 이런일로 보통 얼굴 붉힐 필요는 없고 그냥 변호사를 통해서 처리 하는거 같아요. ~ 아무튼 힘내세요.. 그리고 한국분들 너무 싫어하지마세요.

그루자머님의 댓글의 댓글

그루자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국인을 싫어할 이유가 없지요. ㅎㅎ...

고맙습니다. 남은 진료를 무사히 잘 받고, 어서 철도청(보철 장치를 그렇게 부르더군요)에서 해방하고 싶습니다. ^^

그루자머님의 댓글의 댓글

그루자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맙습니다. 고작 4개월 여 전의 일인데, 아주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ㅎㅎ...

새해에 좋은 일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도야지팬더곰님의 댓글

도야지팬더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저 한인 의사 분이 댓글 달아놓은 곳으로 쪽지 보내서 면담 받으려고 하고 있었는 데 다행히 이 글을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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