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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다시 독일에 가려고 하는데 기대 반 걱정 반이네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Tranoveler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1건 조회 5,465회 작성일 18-06-13 16:41

본문

제목처럼 다시 독일에 나가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독일에서 겪었던 상처나 두려움들이 다시 생각이 나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벌써 4년 전이지만 그 때 베리에서 받았던 많은 응원과 도움이 다시 한 번 감사하네요.

 저는 올해 23살인 남학생입니다. 올해 3월 군복무를 마쳤고 4월 달에 대학 지원을 위해 부랴부랴 Test DaF를 쳤습니다. 집이 광주이다 보니 도움을 받을 사람도 없고 어학원에도 C1 혹은 Test DaF 준비반이 없어서 혼자서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험보기 전날 새벽까지 모의고사를 풀어보고 했지만 준비가 많이 부족하고 문제도 마음껏 풀어지지가 않아서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시험을 봤습니다. 그리고 저번주에 성적표를 받았는데 너무나도 감사하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성적이 나와주어 지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원을 시작하려고 보니 또다시 급한 일들 투성이었습니다. 어학성적 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인해 이번 학기에는 출국이 힘들 줄 알았는데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니 또 욕심이 생기더군요. 사람 마음이라는게 참 간사해서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감사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 인 것 같습니다.

 2015년 1월 1일에 출국하여 2015년 10월 26일 한국에 돌아올때까지 10개월 가량 베를린에 있었습니다. 그 중 8개월 이상을 허리디스크 파열로 고생을 했고 그로인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독일에 있는 동안 정말 좋은 일도 많았고 그 좋은 기억들 덕분에 다시 독일에 가고 싶은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하반신이 마비가 되어 다리를 절며 걸어다니고 일주일에 4번씩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하루에 10알이 넘는 진통제와 근육이완제를 복용하며 지냈던 기간이 불쑥불쑥 튀어나옵니다. 앉아있어도 아프고 서있어도 아파서 어학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눈물을 보인 경우도 많았고 다리를 저는 저를 보고 지하철에서 자리를 비켜주신 아주머니 앞에서 펑펑 울기도 했습니다. 자기 전에 마약성 약물을 복용하고 나면 화장실에 걸어 갈 수가 없어서 기어서 화장실에 가기도 하고 2시간 이상 자고나면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착하고 친절했던 어학원 선생님들과 소중한 지인들 덕분에 혼자서는 결코 버틸 수 없었을 10개월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어학원에서 치는 테스트 성적에 소소한 즐거움도 느꼈고, 목표했던 대로 8개월 안에 C1 반에 들어갔을 때는 이루말할 수 없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마비는 허리부터 발가락까지 퍼져버렸고 의사선생님도 이제는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리고 보험회사는 지급할 수 있다던 보험비를 갑자기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를 해왔습니다.

 출국을 3주 정도 남겨놓고 있었을 때 보험회사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습니다. 7번이나 통화를 해서 보험비 지급이 가능하다고 확인을 받았는데... 한 번이라도 녹음 해놓을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결국 화장실을 못 갈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진 저는 3주조차 견디지 못하고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비행하는 내내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아파서 울고, 억울해서 울고, 아쉬워서 울고 무서워서 울었습니다. 앉아있지 못해서 스튜어디스에게 양해를 구해 난기류로 흔들릴 때에만 자리에 앉고 18시간을 내내 멍하니 서있다가, 화장실 가서 울었다가, 다리가 아프면 잠깐 자리에 앉았다가, 힘들어서 졸았다가 허리에 칼을 찌르는 통증이 느껴지면 화들짝 놀라 또 화장실에서 울었다가...

 지옥같이 길었던 시간을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제 앞에는 원망과 안쓰러움이 뒤섞인 눈빛의 부모님, 그리고 400만원의 병원비였습니다. 이미 독일에서 예상보다 많은 지출을 한터라 차마 부모님께는 그 돈에 대해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병역을 위해 신체검사를 마친 뒤 11월 5일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과외를 시작하여 닥치는 대로 돈을 벌어 2월달까지 모든 빚을 갚고 3월 7일에 훈련소에 입대했습니다. 신체등급 4급을 받아 현역에서 면제가 되었지만 복무를 하면서도 힘든 일이 참 많았습니다. 수술 후에도 남아있는 통증과 복무 중에 추가적인 디스크 파열까지 다사다난한 24개월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행복하고 다행이게도 허리통증에 적응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갔고 무엇보다 부모님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 할 수 있었습니다. 입시의 실패와 더불어 유학의 실패 그리고 건강의 상실까지 부모님에게 저는 참 못난 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그렇게 바라보는 부모님 역시 저에게는 크나큰 상처였고 배신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오랜시간의 상처와 앙금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아픔이 아물 수 있었음이 참 다행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다시 되찾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병역을 마친 후 저에게 남은 것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허리는 디스크 3개가 파열된 상태이고 여전히 통증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것도 아니며, 독일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힘든 시기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놓아버린 기억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며 여전히 간헐적으로 상처들이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지가 생기고, 저를 지원해주는 부모님이 계시고, 신체의 상처보다 더 쓰라렸던 마음의 상처를 통해 진로를 찾게 되었습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했던 고등학교의 시간과, 유창하지는 않지만 감사하게 받은 Test DaF 5445의 성적을 들고 독일에서 심리학을 공부해보고자 합니다. 합격을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겠죠. 그리고 그곳에서 제가 학업을 잘 마칠 수 있을지 또한 아무도 알 수 없겠죠.

 불안한 것도 참 많습니다. 어느 대학을 지원하면 좋을지, 대학교 지원은 4주 밖에 안남았는데 지금 지원을 하면 서류심사는 문제없이 잘 통과할 수 있을지, 합격통지를 받으면 어느 대학을 가는게 좋을지, 집은 어떻게 구할 것이며, 그 어려운 학업은 어떻게 해나갈지. 참 문제투성입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선택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 그리고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보내다보면 베를린에서의 10개월이 그렇게 기억에 남은 것처럼, 저의 유학생활도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7

댓글목록

제2막님의 댓글

제2막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몸과 마음이 아픈와중에도 그렇게 열심히 사셨다면 충분히 이곳에서의 생활에서도 만족하실만한 결과를 얻으실수 있으실거라 자부해요. 그리고 자기 스스로에게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셔도 되요. 그리고 그러한 아픔을 가졌을지라도 또다시 도전하시는 모습에 많은 응원을 보냅니다. 앞으로는 좋은일들만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세르나님의 댓글

세르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학업도 잘 해내실 것 같아요.


허리 상태가 지금은 괜찮길 바랍니다. 다시 아파지지 않게 조심하셔야 겠어요. 행운을 빕니다.

yxcvbnm님의 댓글

yxcvbnm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을 읽으면서 글 쓰신 분은 기적을 일으키신 분 같아요.
디스크파열이면 그냥 생활하기도 힘든데 어학시간을 힘들지만 마치시고
귀국하셔서 일하셔서 빚 갚으시고 ,군대 갔다오시고 공부하셔서 좋은 점수받으시고 ,다시 한 번 꿈을 꾸시고 도전하시고...
정말 기적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힘든 시간을 견디셨는데 무엇을 겁내시나요?
결과가 돈이 많다던가, 높은 자리에 있다던가는 중요치 않습니다.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너무도 멋지고 행복해 보이세요.
화이팅입니다.

balea님의 댓글

bale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에 ...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아픈 몸에 부모님에 대한 마음 또 학업에 대한 불안까지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는거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오지랖인것 같긴 하지만 하고싶은 공부가 심리학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네요. 안 어려운 학문이 어디있겠습니까만은 심리학은 독일인에게도 어렵고 또 독일에서 취업을 위해서는 석사에 아우스빌둥까지 마쳐야한다고 하더라고요. 학사만 하고 돌아가서 한국에서 취업하실거면 왜 독일에서 배우고 싶으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정말 심리학이 하고싶으면 당연히 하셔야하고요. 그렇지만 그러면 어떤 결과가 있어도 부모님께 죄송해하지말고 또 낙심하지도 말고 내가 하고싶은거 꼭 후회없이 해보겠다 라는 심정으로 자유로워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친구도 허리가 많이 아팠었는데 꾸준히 치료받고 운동해서 지금은 매우 건강합니다. 건강하게 하고싶으신 공부 행복하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

페퍼민츠님의 댓글

페퍼민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비슷한 수준의 허리디스크(하반신마비 + 회복 후 왼발의 감각이 둔합니다)를 겪었었고, 물론 저는 당시 한국에 있었지만, 학업을 병가휴학으로 1년정도 중단하면서 치료를 받고, 또 그 후엔 2년간 군복무를 했었습니다. 심각하게 아파본적이 있기에 그 절망감을 깊이 이해하고, 또한 극복함으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미 힘든시간을 지나온 만큼 더 강해진 의지로 앞으로의 독일생활 잘 헤쳐나가시리라 봅니다.

viviwooa님의 댓글

viviwoo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님 저도 허리디스크로 하반신 마비, 수술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했습니다.
윗분처럼 뭘해도 잘 하실 것 같고 꼭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공부 열심히 하셔서, 좋을 결과 얻으시길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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