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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구K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6-09 14:41 조회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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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에 가끔 들어오는데 요새 너무 답답해서 하소연 하고 싶어서 글 남겨요.

저는 얼마 전 약대 졸업했고 약국에서 실습을 하는 중인데
학교 때도 느꼈지만 독일인들 상대하는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독일어 원어민만큼은 아니지만 잘하는 편이고요.
어떤 사람들은 저보고 여기서 태어났냐고 까지 하는데
제가 자신감이 부족한건지 아님 그냥 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어서인지
그 사람들이 하는 일상대화는 안 들리네요.
귀를 스치고 나가는 정도에요.

그러다 보니 일상 대화에는 전혀 끼지 못하고 조용히 듣고만 있고
반응도 느리고, 대부분 타이밍을 못 맞춘다고나 할까요.

일은 열심히 하지만 실수도 자주 해서
정말 이상한 사람으로 찍히고 있는거 같아요.


사실 독일사람이 무서운거 같아요.
처음에 독일와서 엄격한 독일 시부모님 밑에서 고생을 많이 했고
남편도 제가 독일에 왔으니 독일식으로 행동하라고 구박아닌 구박을 받았는데
그러다 보니 독일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나쁜게 이유인거 같기도 하고요.

다른 친절한 사람들도 있는데 저에게 조금만 엄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면 제가 움츠러 드는거 같아요.
그냥 제 할말 하면 되는데 누군가 저에게 뭐라 하면 하고 싶은 말도 입 밖으로 안 나오고
머릿 속이 하얘져요.


한국에서는 동아리장도 하고 사회생활 하는데 크게 문제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독일와서 독일 사람들하고 사회생활을 하려고 하니 정말 힘드네요.
다들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이제 실습 시작한지 한달 넘었는데 제가 이렇게 적응 못하는 사람이였나
자괴감이 들고 그냥 말 통하고 친구 있는 한국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 뿐이에요.
직장이니까 일만 잘하면 된다 생각했는데 일상 대화에 끼지 않으면
일하는데도 지장을 받네요.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고 우울해져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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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형광펜님의 댓글

형광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너무너무 대단하시고 멋지신데요! 왜 이렇게 자존감이 떨어지신건지 ㅠㅠ
독일인들도 들어가서 나오기 힘든 약대과정을 다 성공하신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자랑할만큼 여기에 쓸 일이 아니지만 타인에게 그닥 관심이 없어 일상대화는 한국어로 얘기해도 제가 집중하거나 들으려 하지 않으면 안들려요.
저도 처음 몇달은 독일인들 사이에서 일하는게 너무 힘들었는데 (저는 독일어도 잘 하지 못하지만 독일어가 매우 중요한 일을 힙니다.) 좀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구요.
금방 괜찮아질꺼예요. 자신감을 갖고 행동하세요~ 독일식 한국식이 뭐 따로 있습니까~ 친절하고 밝은 사람은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다 좋은 사람이죠~


빙구K님의 댓글

빙구K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답변 감사해요.
저도 힘든 과정이 지나면 자신감이 회복 될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좀 걸리나봐요.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


Clarice님의 댓글

Claric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심리학에서 Akkulturationsstress라고 부르는 이민자로서 받는 스트레스는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요.) 그 스트레스로 인해서 자신감이 없어지거나 원래 잘 할 수 있는 일도 그만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해요. 독일은 특히 이 분야 전문적으로 하는 상담사나 심리학자가 많이 부족한 편이기도 하고, 글쓴님이 독일인 남편분, 시댁분들에게 둘러싸여 있으시니 아마 더 이해를 못받는 느낌도 있으실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입장이라 동감이 갑니다.) 여기는 독일에 왔으면 독일식으로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편이라서... 그게 오히려 상황을 안좋게 만들기도 하죠. 일단 자책하실 필요가 없다는 거, 내가 이상한 거 아닌가 생각하실 필요 없다는 말씀드리고 싶구요. 제가 심리학 전공하면서 배우게 된 건 이렇게 용어까지 따로 있고 연구가 진행되는 분야니까 개개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였어요.
연구결과랑 제 개인 경험에 근거해 추천드리고 싶은 건 지금 글쓴님이 독일인들로만 둘러싸인 생활을 하시는 것 같은데, 거기에서 벗어나서 비독일인 이민자 커뮤니티를 (한국인 모임이나 인터내셔널, expat 모임 등등이요) 나가보시라는 거예요. 그러면 너무 내가 맞춰야 한다는 스트레스, 압박감에서 조금 자유로워지실 수 있을 거고 다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힘내시고 괜찮아지시길 진심으로 바라요!

  • 추천 2

빙구K님의 댓글

빙구K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안녕하세요, 자세한 답변 감사해요. Kulturschock 란 말은 들어봤는데 말씀하신 용어처럼 전문적인 단어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처음에 독일와서 마음으로 이건 아니다 했던게 많았는데 계속 무시하다 보니 어느새 쌓였나봐요.
학교 생활 바빠서 한국인들하고 교류도 자주 못했던 것도 맞고요.
이제 좀 더 여유 있으니 말씀처럼 바깥 생활을 좀 더 해야할 것 같아요. ㅎㅎㅎ
그러다 보면 나아지겠지요. 감사해요^^


빙구K님의 댓글

빙구K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ㅎㅎㅎㅎ나루호도님 만나서 수다떨고 싶네요ㅎㅎ
처음에는 처음이니까 어색하다 생각했는데 8년이 지나도 적응했다 말하기는 아직 부족하고 언제쯤
지나야 담담해질까 그러고 있어요.
마음을 계속 비워야 하나봐요.
독일 살면서 도인이 되어 가는거 같아요. ㅋ


kikikiki님의 댓글

kikikik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보수적인집안인가보네요. 독일식으로 하라고... 독일식이 뭘까요? 글로벌화되서 특별하게 한국하고 차이는 못느낍니다만.  틀려도 자라온방식이 틀릴텐데요. 혼자시집오셔서 아무도 없을텐데 솔직히  아마 대도시출신분은 아닌거같네요 남부나 동부 . 스트레스 받으시면 같이 한국가시는것도. 정신건강에 좋죠


빙구K님의 댓글

빙구K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네. 동독 시절 분들이에요.
처음에는 문화가 다른 줄 알았는데
저희 시부모님이 좀 특이하신거더라고요. 저는 비교상대가 없어서 잘 몰랐어요. 독일인들은 다 그런줄 알았거든요. 그렇게 몇년 살다보니 독일인들 이미지가 굉장히 차갑게 굳어졌어요. 제 의견 존중해주시는 척 하면서 돌려까기 하는 모습까지. 좋게 생각하려고 계속 노력했지만 결국 요즘은 B급 며느리 실천 중인데 정신건강에 매우 좋아서 유지하고 있어요.그래도 힘들면 그땐 정말 한국 가려고요. ㅎㅎㅎ


tollelege님의 댓글

tolleleg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독일생활 초기에 남의 시선 즉, 독일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에 삶의 포커스를 맞추고 살아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화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대체로  남들의 반응을 통해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저의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특히 이타적 성향이 강한분들이 많은 고충을 토로하시는것 같고, 오히려 개인적 성향이 강하신분들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으시는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내 행동 하나하나가 독일사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춰질까를 고민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은 스트레스가 많았네요. 언어나 생활방식에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도 말이죠. 독일 사람들 무섭던데요. 특히 구 동독의 직장 상사들...그래서 쓰신글이 이해가 됩니다. 저는 직업상 그룹으로 여러명이 몸을 부딪히며  별별 사람들과  20년이상 직장생활을 했어야 했기에 이런 문제의 해결이 더 절실했지요.  동양인이라 더욱 시선이 집중되는것을 감안해야하고 , 정말이지 모든 주위사람들이 24시간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되는 느낌적 느낌(?)에 더욱 쭈그러 드는 것은 어떻게 감당 할 수 가 없었습니다. 혼내는 사람, 설교하는 사람, 무시하는 사람, 비웃는 사람, 모함하고 발뺌도 하고, 노골적으로 혹은 은유적으로 비꼬기도 하고,투명인간 취급하고 말이죠..말하자면 끝이 없네요..물론 좋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근데 사람이 원래 당한것만 기억이 오래 남아서.^^


그렇게 10년을 지내다가 어떠한 특별한 계기로 마음가짐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일단 마음가짐이 바뀌니 이전에 받아오던 스트레스가 많은 부분 해결이 되었고,자존감도 회복이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바뀐 마음가짐에 대해 말씀드리면, 나 같이 어리버리에 작은 동양인도 그 자체로 사회구성원의 일부이고 크게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손해를 끼치지를 않는다면 실수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나를 위로(?)하게 되니 차츰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나에게 맡겨진 일은 잘 처리 하려고 노력도 하면서 말이죠. 계속되는 실수를 줄여나가는게 노력이라면 노력일까요.


그 이후로도 이상한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저에게는 선순환이 되어 한 두명에게 인정을 받기도 하고, 친해지기도 하면서 조금씩 그룹에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10년후인 지금은 제가 좀 (장난으로) 괴롭히기도 하고, 싫은 소리도 가끔하고, 신입 독일동료에게 선의의 갑질(?)도 하면서, 가르쳐 주면서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위의 특별한 계기는 개인적인 일이라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어렵구요. 따로 연락을 주시면 말씀을 드리지요.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도움이 되진 않을것 같기는 하지만, 부디 잘 해결하시고 자존감이 회복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랄게요. 제 자랑질로 비춰질까 조심스럽네요.  진심이 잘 전달되길 바래봅니다.긴 글 죄송합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 추천 1

빙구K님의 댓글

빙구K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긴 답변 정말 감사해요.

저도 한국에서는 야무지고 가끔 이기적이다 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여기서는 순하고 착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정체성의 혼란이 매우 심했어요. ㅋㅋ 독일사람들 앞에만 가면 예스맨이 되더라고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마음가짐이 어떤 계기로 바뀌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도 언제가는 독일 직장 동료들과 마음 놓고 지내고 싶어서요. 괜찮으시다면 쪽지 부탁드릴게요^^


크로씨님의 댓글

크로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요즘 느끼는건 모국어를 쓰지 않는 외국에 나가서 자기와 다른 외모를 가진 사람들에 둘러쌓여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이 어떤 걱정과 두려움, 불안감 등등을 안고 살아가는지, 자신들이 모르고 한 행동이나 던진 말에 나는 속으로 어떤 상처를 받는지 잘 모르는것 같더라구요.
독일어도 조금 익숙해져서 그래도 일상대화는 되겠다 싶다가도 누군가 한명이 따지듯 말하면 당황해서 아는 말도 어버버해서 더 멍청해보이는것 같고..
독일에 있으니 독일 사회에 적응하는것 맞지만 그래도 맘에 위로가 되려면 주변에 같은 문화권의 친구 한명이라도 있음 좋더라구요. 같이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 먹고, 여기 사는 외국인들만의 공감대도 형성되고,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게 맘에 위로가 되고 그렇죠

독일어도 그닥 잘하지 않는 제가 보기에는 독일어로 약대까지 졸업하셨다니 엄청 대단해보이기만하는데요!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이해하지 못해서 끼지 못했던 부분이나 실수했던 부분에만 너무 신경을 쓰셔서
그 조그만 부분을 빼고 잘 하시는 부분은 그냥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버리시는건 아닐까요
가끔은 본인 스스로에게도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는게 필요한것 같아요 ㅎㅎ
저는 처음 외국생활 시작했을땐 많이 겁먹고 원래 소심했지만 더더 소심해졌는데
이런저런 일 겪으면서 제가 저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생각해보니 제가 주눅들어있고 긴장해있으면 아무래도 그게 남들한테 보이는것 같더라구요. 제 태도에서도 드러나서 남들이 보기엔 '쟤는 왜 항상 저렇게 소심하지, 왜 긴장해있지, 우리가 뭐 불편하게하나' 생각할 수 있겠더라구요.
몇년 지나니까 외국인들에 둘러쌓여있고 그런게 익숙해져서 제가 편해지고 저도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하다보니 그래도 주눅들어있지 않고 좀 일상생활이 편해진것 같아요.
(아직도 독일어로 무섭게 말하는 사람 마주치면 속으로 엄청 상처받지만요ㅠㅠㅎ)

'내가 그래도 남의 나라에서 남의나라 말로 이 나라 사람들도 힘들다는 약대까지 졸업한 사람이다!' 하고 자신감 가지셨음 좋겠어요!

  • 추천 2

빙구K님의 댓글

빙구K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ㅎㅎ 제 맘에
들어왔다 나가신거 같네요. 제가 완벽주의 기질이 있어서 잘한 것보다 못한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독일어 문장 하나하나 말할 때마다 실수 하지 않으려 하니 더 긴장하는거 같기도 하고요.  남들이
보면 진짜 소심한 애로 보이긴 할거 같아요. 공부도 다 했는지 왜 그러나 그럴수도 있겠지요. ㅎㅎ 저도 제가 이해가 안되거든요. ㅋㅋㅋ
그래도 말씀처럼 조금씩 자신감 가져볼게요. 스스로 칭찬도 해주고요. 셀프칭찬 좀 오글이지만ㅋㅋㅋ 답변 감사해요^^


북어님의 댓글

북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저는 오히려 여기 와서 더 한국적인 것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바둑도 두고 태권도도 하고... 그런데서 만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좀 더 편하더라구요. 한국에서 하던 진짜 한국적인 취미들은 다 두고 왔지만요 ㅠ.ㅠ 국궁이나 해금 같은...
그래도 저도 요새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이 삶에 넌절머리가 나요 ㅋㅋㅋㅋㅋ 비슷한 시기에 같이 독일 온 친구도 비슷한 의견인 걸 보니 다들 그런가 봐요. 분명히 모든 게 다른 이 먼 땅에 와서 나름 잘 적응해서 살고 있는 건 대단한 일인데, 여기서는 아무도 그걸 인정해 주지 않으니. 쉽지 않은 결정을 하고 많은 것을 이뤄낸 대단한 삶과 작은 거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패배자의 삶을 동시에 살고 있으니 그게 참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내 삶은 반 접혀 있는데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반만 보고 멋대로 판단하고 얘기하고 하는 모든 것들이 진저리가 쳐져요. 그 사람의 세계관 내에서는 그정도의 이해가 당연하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크게 신경도 안 쓰지만, 그 모든것들이 쌓여서 점점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이 양쪽의 모든 페이지를 봐 주고 이해할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긴 할까?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분. 답을 명확히 알고 있고 이런 답 안 나오는 슬픔을 갖고 살아봐야 인생에 도움도 안 되니 혼자 해결해야지, 싶으면서도 참, 어렵네요.

  • 추천 1

mirumoon님의 댓글

mirumoo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저는 독일서 거의 20년을 살았고 13년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님께서 힘들어하는 경험과 비슷한 경험을 생활을 통해서 하고 있습니다.

첫직장에서는 울면서 집으로 간 적도 있었고요, 첫 2년동안은 그만둬야하나 다녀야하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고민하였습니다. 출근길이 지옥이었지요. 그런데 버티니까 많은 문제가 해결되더라고요. 해결된다기보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는 단념을 하거나, 트러블이 있었던 직원이 그만두거나, 저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인정받아 회사에서 저를 무시하지 못하거나 이런식으로 소외된다는 감정들이 직장생활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씩 희석되더라구요.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초기와는 다른 문제로 고민하게 됩니다.(경력, 이직, Weiterbildung 등)

저는 아직도 직장생활이나 학부모 모임, 친척모임, 세미나, 동네주민취미생활모임 등등이 과거 제가 한국에서 살았을때처럼 자연스럽지가 못합니다. 그 모임에서 내성적인 사람으로 분류되거나 주변을 맴도는 부류에 속합니다. 한국에서는 저 역시 모임의 장을 맡아 활발하게 살았고 대화를 하게되면 중심이 되어 대화를 이끌어 나갔고 어디서나 눈에 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독일에 와서는 이렇게 살 수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독일생활 초중기에는 어딜가나 늘 안달하고 불안하고 분노했습니다. 아무리 독일어를 잘한다해도 모국어처럼 할 수는 없습니다. 독일의 어떤 사람들은 모국어가 아닌 독일어를 하는 사람과 대화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럼 사람들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저 사람은 외국인의 악센트가 들어간 독일어를 불편해하는구나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안합니다. 내가 못하는 것은 못하는 것으로 단념하니 마음은 좀 편안해지더군요.

버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버티면 많은 문제들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스스로 해결됩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지요. 인생 길게 보고 버티십시요.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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