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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유학생의 애환이 담긴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시소설] 이자의 집 구하기 오디세이 3   

3. 이민 가방 두개
전철로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 가까은 곳이었다. 원래 이 동네는 조용한 주거지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중에 하나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아마도150 m2쯤 되는 큰 집에 독일인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자식들은 모두 성인이 되자 다른지역으로 터전을 옮겼다고 했다. 혼자살기는 너무 크고 적적하다고 본인이 쓰는 방을 빼고 나머지는 전부 세를 주고 있었다. 이자가 봐 왔던 할머니들과는 다르게 키가 훤칠하고 허리가 꼿꼿했다. 할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일반적인 푸근함은 없었지만 친절하고 이자의 독일어가 어눌해도 끝까지 침착하게 기다려 주며 들어 주었다. 간단히 어디서 왔는지, 뭘 하는 사람인지 물어보고 방을 보여 주었다.  방은 30 m2 정도 크고 가구도 딸려 있었는데 집세는 두번째 집과 비슷해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다른 부대비용도 따로 없다 하고, 가전제품과 주방물건 등의 생활용품도 추가비용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라고 알아 들었다고 믿는다).
독일어와 여기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 독일인과 같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유학오기전에 해준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자기친구가 중학교때 호주로 유학을 갔을 때 호주사람에게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주인이 매일 기름병에 조차도 줄을 그어 놓았다는 얘기……10분이상 샤워하면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는 얘기…… 하지만 어차피 학교문제가 결정 날때까지만 살거니까, 별로 까다로운 성격도 아니니까, 혹시 좀 불편해도 오래는 아닐테니까……괜찮겠지……어차피 어딜가도 마찬가지일테니까………괜찮겠지………짧은 시간에 다른 집을 구할 수도 없으니까…………..괜찮겠지……………
할머니는 이자만 괜찮다면 방을 주겠다고 한다. 대신 만일을 대비하여 월세의 ¼을 선불로 요구했다. 어차피 변경할 일이 없으니 며칠뒤에 선불을 주고 계약서를 썼다. 그리고 영수증과 열쇠를 받아왔다. 나머지 월세와 보증금은 입주하는 날 주기로 했다. 

그리고 이사하는 날이 되었다.
짐 이라고는 큰 이민가방 두개 밖에 없었다 (그 이민 가방들은 서울에서 같이 독일어를 배웠던 친구에게 받은 건데 유학을 간다하니 흔쾌히 자신이 배낭여행할 때 썼던거라며 내주었다. 아직도 창고 어딘가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당시 유학을 올 때 무슨 외계로 나가는 줄 알고 옷가지 뿐만 아니라 숟가락과 젓가락 한벌, 밥그릇과 국그릇 한개씩, 밥솥과 냄비, 프라이팬, 머그컵, 과도, 국자 등 별걸 다 싸가지고 왔다. 지금 온다면 이런 것은 가져오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 때는 너무 경험이 없고 정보가 미비하여 여기서도 그런 것을 살 수 있는지 알 수도 없었고,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현실은 아마, 그런 것들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금전적인 이유로 사지 못했을 것이지만. 하지만 그때 가지고 온 것들은, 유감스럽지만 세월에 견디지 못하고 망가진 냄비와 프라이팬, 밥솥을 빼고는 전부 따로 서랍장안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 어쩐지 버릴수가 없다, 그 시간들이 거기 묻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마도 숟가락을 놓을 때가 되어 같이 데려가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이민가방을 두개를 들고 전철로 두 정거장 가는 것은 별 어려운 일이 아니니 다른사람의 도움은 필요 없었지만 그래도 말이 부족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알게된 한 교포친구에게 같이 가줄 수 있는지 부탁을 했다. 
집에 도착하니 할머니가 어쩐지 심각한 얼굴로 이자를 맞이한다. 짐을 방에 들이기도 전에 잠깐 보자 하더니, 며칠전에 관리회사에서 건물전체의 월세를 인상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달에는 이미 계약을 했으니까 그냥 계약서대로 내고 다음달부터 월세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도 어깨를 올려 보이며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집세의 인상율이 처음집세의 ¼ 이나 되었다. 게다가 처음에는 세제는 따로 사야 하지만 세탁기의 사용료는 따로 없다고 했는데, 이제는 세입자들에게 그냥 무상 제공을 했더니 세탁기가 잘 망가진다면서 사용료를 받기로 하였다고 한다.
순간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말을 갑자기 바꾸는 것도 좀 이상했지만, 아무리 이자가 독일에 온 지 얼마 안 되어도 그렇지, 상식적으로 집세를 올리는데 한달의 기한도 없이 통보하는 데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되어 할머니한테 양해를 구하고 옆에 서서 듣고 있던 있는 친구에게 한국말로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친구 역시 이집에는 안 들어 가는게 좋겠다고 한다. 할머니가 이렇게 말을 바꾸는 것을 보면 살면서 힘들일이 많이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집세를 갑자기 올리는 것도 이상하다고 한다. 같이 살면 엄청나게 쓸데없는 걸로 스트레스 받을 거다……..나중에도 좋게 끝나지 않을 거다……기름병 얘기, 샤워 얘기가 떠 올랐다…………

어차피 오른 월세는 이자에게는 좀 비싸기도 했지만, 도저히 들어 가서 살수 없다고 온 신경이 거부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그럼 계약을 무효로 하고 싶다고 했다 (원래 집계약은 다른 여타 계약과 달리 무효 Widerruf  가 안된다, 해지 Kündigung  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부당한 집세인상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몰랐다). 할머니 잠깐 생각하더니, 원래는 안되지만 그 대신 선불을 돌려주지 않는 조건으로 지금 나가도 좋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계약서를 미리 썼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계약해지서을 내고 3개월은 꼼짝 없이, 살든 안 살든, 월세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길로 다시 이민 가방 두개를 끌며 착잡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그집을 나왔다.

 
 
먹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3-30 (금) 00:59 8개월전
여전히 흥미진진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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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Hz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3-31 (토) 22:47 8개월전
항상 잼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새 노는 날이라 마지막을 쓰려고 했는데 또 노는 날이다 보니 놀고 싶은 생각에 시간이 걍 지나 버렸네요 ㅋㅋ 조만간 끝까지 올려 보겠습니다.
좋은 휴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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