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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설] 이자의 집 구하기 오디세이 2   

2. 피아노 방과 독일어
전철을 타고 집을 보러 시내로 나갔다. 여기서 알게된 사람의 지인이 방을 세놓는 다고 했다. 첫집과 달리 두번째집은 시내에서 훨씬 가까웠고 집에서 5분만 걸어 가면 전철역이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호리호리하고 예쁜 집주인이 맞아 주었다. 집은 비교적 새로 지어진, 작은 아파트나 맨션형태의 다세대 연립주택으로 옛날식으로 지어진 집들에 비해 천장이 낮았다. 거실 하나와 방 두개 였지만 거실이 독립되어 있어 집주인이 거실을 쓰고 나머지 두방은 임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원래 가족과 함께 살았는데 교포 일세대였던 부모님은 은퇴후에 한국으로 귀국하시고 본인만 남게 되었다고 했다. 아직 다른 세입자가 없어 아무 방이나 결정해도 된다고 했다. 마주 보고 있는 두개의 방 중에 왼쪽방은 큰 창문이 있어 해가 잘 들고 또 무엇보다 한국으로 간 동생이 치던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저녁시간만 아니면 아무때나 쳐도 된다고 했다 (피아노를 잘 치진 못 하지만 좋아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유학생활에서 피아노를 방에 들여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사치이므로. 결국 나중에 14년이 지난 후에 큰 맘먹고 한대를 장만하였고 무슨 보물단지처럼 집에 모셔두고 있다). 두방의 가격이 똑같았으므로 당연히 피아노 방을 선택했다. 물론 가구도 다 구비되어 있고 위치도 첫집보다 좋았는데도 월세는 여기가 훨씬 저렴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이 아니 다른사람들과 살게 되었다. 집주인은 당시 대학생이어서 학교며 알바며 바빠서 하루에 한번 안녕정도 인사하는 사이였지만, 쿨한 성격의 소유자라 이래라 저래라 간섭도 없고 또 이자도 부산떠는 성격은 아니라서 살기가 편했다. 또 가끔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실 때면 친절하게 이자에게도 권해주곤 했다 (여담이지만 독일에서는 파티에 오는 사람이 초대하는 사람의 배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스스럼 없는 자리에서는 초대받은 사람이 자기 친구들을 데려오는게 보통이었다. 그래서 한번은 5명 정도 초대했는데 열명이 넘게 와서 음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모자란 음식을 술로 때울수 있었서 다행이었지만). 그 때 그렇게 자연스럽게 교포들과 얘기하고 교류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이자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 되었다. 사실 교포들과 한국말로 소통하는데는 문제가 없었고 또 이자를 위해 한국말을 해 주었지만, 이자는 그들이 독일말를 해 주는게 더  좋았다. 가까이서 살아있는 독일어를 듣는 것……..그것은 책에서 읽던, 머리 속에서 문법에 짜 맞추어 그리던 독일어와는 당연히 많이 달랐다. 이때 이자는 독일어를 많이 배우게 되었다. 술자리고 또 교포들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서 많이 어눌해도 적극적으로 독일말을 하며 대화에 참여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자는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지는 사람중에 한 사람이다. 언젠가 같이 공부하는 독일친구와 술을 마시러가서 잔뜩 마시고 아마도 주저리주저리 했던 모양이다. 그 뒤에 구두시험이 있었는데, 이자네 과는 구두시험이 거의 매주 있었다, 매번 너무 부담되어 불평을 했더니만, 친구 왈, ‘너 술 마시니까 독일말 정말 잘 하더라, 시험보기 전에 살짝 한잔만 티 안나게 하는게 어때?’ 하더라. 그러니까 긴장하지말라고 하는데 이자가 한잔으론 어림도 없다고 해서 서로 한참을 웃었다).
누군가 이자에게 ‘언어를 미리 배우고 오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아니면 현지에서 처음부터 배우는 것이 효과적인지’ 물어본다면 이자는 답을 모른다. 당연히 일장일단이 있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얘기해 줄 수 있는 것은 어디서 배우든 ‘어떻게 배우는 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언어의 한분야만을 산처럼 미리 너무 키워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산위에 다른 부분을 쌓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런것 같지 않다. 오히려 독립된 산들을 따로 쌓아올려야 하며 역시 그 산들은 독립되어 있지만 뗄레야 뗄 수 없을 만큼 모든 면에서 얼켜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말할 때 움직이는 근육들과 그를 통제하는 뇌의 부분들,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능하는 뇌의 부분, 보고 이해할 때 기능하는 뇌의 부분이 다 다르지만, 이들은 셀 수 없는 많은 회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기능을 배우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연습이 각각 따로 이루어 져야하며 또 동시에 다른 부분들에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조직망을 이루어야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말을 잘 한다고 문법을 잘 하거나, 쓰기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문법을 잘 한다고 듣기나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뒤에 오는 누군가가 언어공부에 대해 물어본다면, 언어의 한 부분이 아닌 전체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시에 병행하기를 권하고 싶다……라 하면 ‘어떻게?’ 하고 묻겠지만 자신에게 맞는 방법은 스스로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또 진실이다.   

이자는 전공공부를 더 할 요량으로 독일에 왔지만, 그에 대한 의구심이 마음에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래서 나올 때 6개월만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한번 자리잡은 의구심은 사그러지기는 커녕 점점 산처럼 불어나 걷잡을 수 없는 것이 되어 결국은 전공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전공을 바꾸려면 대학에서 주관하는 어학시험을 봐야하기 때문에 어학도 다시 시작해야하고 지금은 굳이 다른도시로 이사를 가야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집에서는 계속 살 수가 없었는데 이집은 집주인의 부모님 소유로 집주인 역시 혼자 큰집에 사는 것도 그래서 이미 이자가 들어올 때 집을 판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자하고도 그렇게 3개월만 계약을 했다 (사실, 더 살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시에 세입자가 한명이 더 있었는데, 나날이 그사람 덕에 영화 미저리 속에 사는 착각을 하게되어 집에 늦게 가는 날이 잦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얘기는 본편과는 상관이 없으므로 이만줄이기로 한다, 계속 해봤자 결국은 그 누군가를 험담하는 꼴 밖에 안 될테니 말이다). 그래서 다시 또 신문을 열심히 사서 모았다. 이번에는 알게 된 사람들을 총동원해 방을 구한다고 광고를 했지만 집을 쉽게 구할 수는 없었다.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고 있었지만 첫해를 보내는 낭만같은 것은 오히려 적었다. 머물 수 있는 곳과 미래, 미래와 경제적 상황들, 알수 없는 것이 가득 눈 앞에 쌓여 있었고 불안과 두려움, 알수 없기에 오는 동경과 열망이 뒤엉킨 채 매일 신문을 뒤척이다가 집 근처에 좋은 조건으로 나온 광고를 보게 되었다.

 
 
푸에블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3-27 (화) 02:07 3개월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특히나 언어에 관한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예전 생각도 나구요. 제 이야기 같은 부분이 있어서 말이죠.

"언어의 한분야만을 산처럼 미리 너무 키워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산위에 다른 부분을 쌓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런것 같지 않다. 오히려 독립된 산들을 따로 쌓아올려야 하며 역시 그 산들은 독립되어 있지만 뗄레야 뗄 수 없을 만큼 모든 면에서 얼켜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말할 때 움직이는 근육들과 그를 통제하는 뇌의 부분들,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능하는 뇌의 부분, 보고 이해할 때 기능하는 뇌의 부분이 다 다르지만, 이들은 셀 수 없는 많은 회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언어의 한분야만을 산처럼 미리 너무 키워놓는게 사실 예전에 제가 했던 독일어 공부였습니다.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예전에 저는 독일어를 문법학자처럼 다뤘다는 생각이 듭니다. 듣고 읽는 독일어들은 저에게 언제나 해독해야 할 암호와도 같았죠. 독일어가 하나의 언어라면, 그 언어는 코드를 가진 언어였고 그 코드가 저에게는 문법이었습니다. 코드가 사람들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코드를 이해하고 해독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문법학자스러운 접근방법이었고, 다른말로 하자면 언어를 청자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말하는 사람, 실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관점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거죠.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빠져나오진 못한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쨋거나 일련의 충격 혹은 기회들을 통해서 점차적으로 잘못된 환상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Regelfolgen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받았던 충격,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언어학자가 소쉬르의 언어모델에 대해서 가했던 비판을 읽고 받았던 충격 같은 것들이 점차적으로 제가 가진 언어에 대한 생각들을 변하게 만들었죠. 일상생활이나 어떤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것이나 몇가지 일화들도 있구요. 꽤 긴시간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쌓여가면서 조금씩 몸에서 지난날의 족쇄들을 하나하나 풀어낸것 같습니다.

이제는 듣기, 쓰기, 말하기, 읽기와 같은 구분은 전형적인 교수법을 위한 구분이고, 그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그래도 그게 엄밀하게는 자의적인 분류라는 것을 알지만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오랜기간 언어를 상형문자 해독하듯이 다뤄왔었죠. 다 적을수는 없지만 정도가 심하던 시절에는 Grammatik에 대한 강박이 도를 넘어서기도 했었습니다. 독일어 학습자가 보는 Grammatik이 아니라 Grammatik 연구자들이 쓴 연구서를 뒤적이고, Semantik이나 Textanalyse까지 뒤적이는 짓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물론 걔중에는 도움이 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물론 할 필요는 없어요. 라틴어가 불어나 영어 공부에 도움은 되겠지만 불어, 영어 공부를 위해서 라틴어를 반드시 할 필요는 없는것 처럼요.)

어떻게 배우는가 das Wie 가 중요하다는데 깊이 공감합니다. 저 역시 아직도 좋은 답은 잘 모르겠네요. 어떤식으로 하면 안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압니다. 제가 했던 것들을 이야기 해주면 되니까요. ㅋㅋㅋ

최근에는 소설이나 시를 좀 읽고 있습니다. 말했듯이 처음에는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하나도 이해가 안가고,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도 없고, 지금까지 내가 한 독일어가 뭐였는지 의심하게 될 정도였습니다. 꾸역꾸역 읽다보니 조금은 나아진것 같네요. (그래도 최근에 구매한 프랜시스 퐁주의 시집 번역본은 진짜 소름끼칩니다. 제 독일어 인생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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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Hz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3-29 (목) 01:16 3개월전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쓰신 글들은 보면 참 박식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Semantik 에 Textanalyse 라요, 저는 그런 생각은 꿈에도 못했습니다.
'어떤식으로 하면 안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압니다. 제가 했던 것들을 이야기 해주면 되니까요.'
이말씀 심히 공감히 가네요, 저 역시 마찬가지라서요.
프랜시스 퐁주의 시집 번역본은 독일어 번역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한번 도서관에서 빌리든지 사든지 읽어 보고 싶네요. 예전에 카프카의 작품을 한글 번역본과 독일어로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책이란 원어로 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아요, 영화도 원어로 보는 것이 다르듯이. 못하는 말이 많아 (할 줄아는 언어가 적다는게 더 올바른 표현이네요) 좋은 책들을 그대로 다 읽을 수가 없다는 것에 한동한 좌절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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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블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3-29 (목) 22:16 3개월전
퐁주의 시집은 독어판이고 주어캄프 프랑스 에디션인가 거기에 포함되어 있을겁니다.

칭찬은 감사하나 사실 박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독일와서 많이 자극을 받았고, 남들만큼 할려고 발버둥 치는거죠 뭐. ㅡ.,ㅡa

세상은 넓고 워낙 잘난 사람들 천지라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건 좋은데 우물밖에서는 숨쉬는 것도 일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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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Hz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3-29 (목) 22:48 3개월전
사실 이런 건 굉장히 주관적이거니까 제가 보기엔 충분합니다.
우물 밖에서 숨쉬는 거....공감이 가는 표현이네요.
(근데 ㅡ.,ㅡa 이건 무슨 뜻인가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ㅡㅡa 는 찍찍이? 라고 하는데요, 이런거 너무 어려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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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3-30 (금) 01:00 3개월전
-,.- 요건 눈-콧구멍-눈 으로 된 얼굴이구요, a 는 검지손가락을 세운 손입니다. ㅎㅎ 다 합치면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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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Hz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3-31 (토) 22:44 3개월전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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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3-28 (수) 12:06 3개월전
재미있게 술술 읽힙니다. 세 번째 글도 기대할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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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Hz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3-29 (목) 01:18 3개월전
감사합니다.
사실 이거 끝을 다 못써서.. 빨리 쓰고 싶은데 다른 할 일이 있어 맘만 그러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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