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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유학생의 애환이 담긴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죽음에 이르는 병: 무지   

무슨바람이 불었는지 한달전에 말린 토란대를 샀다. 어릴적 토란대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명절 때 탕국이라해서 (아마도 추석이었는지 싶다) 토란을 넣어 먹었던 기억이 가끔 난다. 무슨 맛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지만 어쩐지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해서 그런가 토란이라는 말이 조금 향수어린 느낌을 주는것도 사실이다. 토란대는 먹어 본 기억이 없다 (먹었는데 기억틀 못하는 걸 수도 있지만). 건나물이라고 하면 고사리, 고추잎 말린 것과 무슨 줄기 말린것을 삶아 볶아 먹곤 했는데 이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어쨓든 말린 나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고기국물이 생겨 오! 말린 고사리도 있겠다, 육개장이라도 해먹으면 되겠다 하는 기쁜 마음으로 토란대와 고사리, 덤으로 취나물까지 꺼내 물에 담가 두었다. 한 두시간쯤 불린 후, 어디선가 건나물은 삶은 뒤에 불려야 한다고 들은 것 같아서 물에 넣고 한참을 삶았다. 그리고 또 한 두세시간을 물을 갈아주며 불렸는데, 세시간쯤 지나니 토란대가 흐물해지고 제법 먹을 수 있게 통통해졌다. 이제 요리해도 되겠다, 아 그전에 쓰지 않은지 쫌 먹어봐야지. 한 일센치도 안되게 떼어 먹어 보았다, 딱딱하지도 않고, 아무 맛도 없는 것 같은데 쓰진 않다. 그런데…….한 이분 쯤 지났을까 갑자기 목과 입안이 따갑고 통증이 온다. 순간 토란대를 살 때 친절한 사장님이 해주신 말씀이 싹 스쳐갔다…‘….독이…‘….순간 얼른 독을 씻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입안을 찬물로 행구어 내고 물을 계속 마셨다. 입안의 독은 그렇게 희석이 되었지만 후두와 식도까지는 세척할 수가 없어 (물을 너무 마셔 배가 부르니 더 이상 마실수가 없었다) 하루 정도 따가움과 가벼운 통증을 느껴야 했다. 동거인은 얘길 듣더니 박장대소를 하며 뒤로 넘어간다. 사장님이 한 3일 물에 담가 독성을 빼라고 했잖아….하며. 독이라고 듣긴 들었던것 같은데 3일은 왜 못 들었을까. 인터넷에 찾아보니 Calciumoxalat 이 들어 있다고 한다. ……Oxalsäure……..이렇게 무식할 수가…….뭐든지 쓸데없는 것도 잘 찾아보는 성격인데 왜 한번 해보지도 않고 전혀 모르는 것에 대해 찾아볼 생각을 안했을까……….그냥 고사리처럼 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겠지만 말이다. 다음날 아침에 통증과 따가움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속은 미식거렸다, 그렇게 조금밖에 안 먹었는데. 혹시해서 조금 뜯어 먹었는데 생각처럼 한 줄기를 다 먹었다면……하하하……그냥 스스로의 무지함에 웃음만 나왔다. 모르는게 약이라더니, 아는게 정말 사는 길이구나. 하마터면 무지로 인해 골로 갈 뻔한, 참 망신스럽지만 또 여전히 웃기는 얘기다. 아마도 두고두고 혼자 이때를 생각하며 많이 웃게 될 것같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 다시는 토란대를 사지도, 또 먹지도 않을 것 같다.

 
 
나나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2-06 (화) 02:08 9개월전
저도 그랬어요. 나름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다른 나물 하듯이 요리다하고 맛보다가.. 아이고 목구멍아.. 아이고 속아... 그 뒤로 한번더 도전했는데 차마 =_= 맛볼수가 없어서.. 물에만 몇일 담궈뒀다가.. 삶고 냉동실로.. 직행...  왠지 계속... 쭉.. 냉동실에 못 꺼낼것 같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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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Hz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2-06 (화) 18:58 9개월전
완전 이해가 갑니다. 저도 물에 담근채로 그후에 3일동안 더 불려서 볶았는데, 결국 저는 하나도 안 먹었어요,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처럼....ㅋㅋ 아직도 봉투에 토란대가 많이 남아 있는데 결국 모른 척 하다가 비오통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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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쟁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2-08 (목) 16:49 9개월전
헉!  조심해야겠네요. 토란, 이름은 친근한데 무서운 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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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Hz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02-09 (금) 14:51 9개월전
토란에 들어 있는 것도 무섭지만 ^^ 무지와 게으름이 더 무서운 것 같아요.
이런 일이 있고 넷에서 찾아보니 토란대의 독성을 제거하는 방법도 많이 올라 와 있고, 다들 맛있게 해서 잘 드시더라고요. 진작 찾아봤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죠 ㅠㅠ
그래서 담부터 꼭 찾아보려고요, 저도 좋은 것 배웠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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