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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유학일기 벌써 6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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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une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6,723회 작성일 15-11-26 17:19

본문

그렇게 처음으로 베를린에 발을 들여놓았던 때가 2009년 2월 이었어요.
도착한 날 날씨가 굉장히 추웠던 것 으로 기억해요. 테겔 회전문 으로 나오다가 공기가 너무 차서 그대로 돌아들어가서 짐가방에 있던 겨울 점퍼 꺼내 입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공항에서 나와 처음 본 베를린의 모습은 상상 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어요.
왜 한국에 살다 오신분들은 아실거예요. 뭔가 유럽에 대한 로망? 모든게 아름답고 낭만적일 것 같은 느낌.
테겔 들러본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조그마한 공항에서 나오면 주변은 텅 비어있고, 또 한겨울 밤에 도착해서
주변은 어두웠고, 무엇보다 새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절 더 주눅들게 하지 않았나 싶네요.

그렇게 세상에 대한 증오? 억울함? 은 가득했지만, 자립심이라던가 계획은 하나도 없던 제 베를린 생활이 시작 되었지요.
함께 독일에 가자 했던 친구는 이미 베를린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진행 중 이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그 친구에게 정말 감사해요. 그 친구가 없었더라면, 전 이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친구가 집을 구해, 그 곳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어요.
당시 제가 wedding 에서 집세로 180유로쯤을 냈던 것 같은데, 넉넉한 크기의 2인용 아파트먼트에 셋이 살았던 생각을 하면, 지금 베를린 집세는 정말 엄청 올랐네요!!!

비자를 받는 조건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어느 학교에 누가 교수로 있는지도 몰랐고, 독일어도 한마디도 못하는, 그냥 한국에서 떠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대책 없이 독일에 건너온 스물의 한국청년, 그게 저 였어요.
집 구하기, 거주자등록, 어학원등록 등 꼭 필요했던 일들은, 제 친구가 도와주었고, 전 한도 끝도 없이 나태해 지기 시작했지요.

어학원에 다니며 독일어를 배우고, 길에서 우연히 한국 혼혈 친구를 만나 함께 다니며 한국어를 배우는 친구들도 사귀면서, 처음 느끼는 해방감에 빠져서 제일 중요했던 비자문제나 학교 입시에는 신경조차 쓰지를 않았고, 그러면서 함께 살던 그 친구와도 종종 다투는 일이 생겼어요.
그렇게 베를린에서의 첫 3개월이 지나가 버렸고, 비자신청을 위한 서류가 부족했던 저는 한국에 돌아가야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나 그렇게 멍청했는지..
한국에 돌아와서 그렇게 싫어하던 옛 일상으로 돌아와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렇게 2009년 5월부터는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올 준비를 했어요.
국밥집, 백화점에서 알바를 하며 돈을 모으고, 입시, 비자준비에 필요한 서류들을 차곡차곡 번역, 공증 하고.
재정보증서는 집에 그만한 수입이 있는 사람이 없었고, Sperrkonto의 경우에는, 그만한 목돈이 없었기에,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Girokonto에 돈을 좀 넣어두고, 그 내역을 가져가서 어학비자를 받았다는 사람이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듣고, 무모하지만 도전 해 보기로 했어요. 그것 말고는 탈출구가 없어 보였거든요.

그렇게 할머니께서 주셨던 돈 중 남아있던 일부와 6개월간 알바를 두개 뛰며 벌어 모은 돈을 들고 2009년 12월 13일에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왔어요.
친구 수중의 돈까지 모두 긁어모아 Girokonto에 4000유로를 겨우 만들어서 (당시 환율이 정말.. 1800원대가 평균이었고, 2000원을 찍었던 날도 있었죠..) Ausländerbehörde에 갔는데, 정말 너무 운이 좋게도 2년짜리 어학 비자를 받았어요.
당시 비자 심사를 했던 직원분이 나이가 좀 있으신 남자분 이셨는데, 다 알아듣지도, 하고싶은 말을 다 하지도 못했지만, 그분과 이런 대화를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너는 독일에서 하고싶은게 뭐냐?"
-"음악 공부를 하고싶고, 이 곳 문화를 배우고 싶다"
 "(통장잔고확인서를 보며) 이 서류는 우리가 원하는 서류가 아닌거 알고있나?"
-"알고있는데, 재정보증을 서 줄 사람이 없고, Sperrkonto를 만들 만한 돈이 없다. 그게 가진 전부다"
 "(웃으며)용기있네, 2년짜리 비자를 줄테니 꼭 하고싶은 공부 하길 바란다"

그렇게 비자 발급 수수료를 내고,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에 돌아왔어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죠.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어찌나 무모했는지, 또 어찌나 운이 좋았는지...
그 뒤로는 어학원을 다니며 입시 준비를 시작 했어요.
악기 선생님을 찾아 2주에 한번꼴로 레슨도 받고 하다보니, 통장이 금세 바닥이 나더라고요.

철이 없었기도 했고,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행복하기만 했던 저는 할머니께 다시 손을 벌렸어요. 할머니께서는 어차피 막내도 너도 집에 없어서 입이 줄었다고, 더 필요하면 이야기 하라고 하시며 100만원을 보내주셨어요.

아끼고 아낀다고 하면서도 두달에는 한번씩 할머니께 손을 벌리게 되더군요.
그러다 2010년 7월, UdK Berlin으로 부터 Zulassung을 받게 되었습니다.
함께 독일에 와서 함께 살고 있던 그 친구가, 학교 선생님과 맞지 않아 스페인으로 가려 한다는 소식도 함께요.
친구가 이사한다는 이야기는 청천벽력 같았어요. 스스로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거죠.

Studentenwerk에 가보니 대기자 명단은 너무 길고, 혼자 Wohnung을 빌려 살자니 경제적인 능력이 안되고..
Wg-gesucht 같은 사이트를 한참 뒤지던 끝에 아주 운 좋게 저렴한 wg-zimmer를 하나 찾아 들어가게 되었어요.
Studentenwerk 소속의 Wohnheim중 하나였는데, 방이 3개짜리인 가족을 위한 Wohnung이라, 살고 있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나가지 않는 이상, 나가는 학생이 Nachmieter를 찾아 계약서 이름만 변경하는 식 이었어요.
Studentenwohnheim이었기에 Kaution도 거의 없었고, 집세 역시 너무 저렴했고, 운이 정말 좋았죠.

이사를 하고, 학생비자를 받고, 학기가 시작하고, 계속 할머니께 손을 벌리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 알바자리를 찾아보자 결심한 저는, 지나가다 보이는 카페, 레스토랑 에는 전부 들어가 일자리가 없나 물어보았고, 항상 거절 당했어요.
독일어를 그렇게 잘 하지 못했었거든요.
그러다 독일인이 작게 운영하는 직업소개소? 같은 곳을 알게 되어서, 그 곳에서 주는 주소로 찾아가기를 수차례,
Prenzlauerberg에 있는 작은 피자집에서 주방보조로 일하게 되었어요. 고등학교때 피자헛에서 2년쯤 알바했던 터라, 올라가는 재료만 알면, 피자 만드는건 자신 있었거든요.

아랍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였는데, 그쪽 친구들이 길에서보면 참 무서운 인상일 때가 많지만, 지내보면 참 정이 많고, 그렇더라고요. 그렇게 학교다니며 일하며 독일어가 확 늘었어요. 성격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변했고. 참 소중한 시간 이었던 것 같아요.


쓰다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서 또 쓸게요 :)
추천12

댓글목록

하이바라님의 댓글

하이바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을 읽으니 예전에 독일왔을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는 아직 인천 국제공항이 없던 시절이라 김포공항밖에서 루프트한자를 타고 활주로를 떠나며 했던 생각들 베를린에 첨 도착한 날......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베를린에 오래 살면서도 아는 한국분이 별로 없어서 이렇게 멋지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는걸 몰랐네요. 우네트님의 글들을 읽으면서 저도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춥고 지루한 겨울, 모두 마음은 따뜻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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